해가 저문다. 하루 해도 저물고 이 년도 저문다. 효자손 찾는 주기가 빨라지는게 싫어 붙잡아 두고 싶어도 내 힘으로는 무리다. 돌아보면 빠른 시간이 무탈하게 지났음에 참으로 감사하고, 올해 기꺼이 새식구가 되어준 며느리가 이쁘고 고맙다. 아들내외 얼굴 보려고 손꼽는 김여사 년말년시 휴가로 들어오는 아들이 우리집에 더 많이 있지 않음에 내심 섭섭한 모양이다. 가까이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의 부작용이다. 처음이라 더하다. 손지메누리와 밥을 같이하자는 어머니가 동생네 식구들이랑 모두 소집해두었다. 손수 따뜻한 밥 한번 해서 먹이고픈 늙은 어메의 바람에 호응해서 29일로 날짜를 잡는다. 저녁에는 아들 내외랑 경주로 가서 하루밤 지내다 오려고 김여사가 숙소도 예약해둔다. 그런데 시간이 여의치 않는 동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