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계양산 둘레길에서 아라뱃길로 빠지다

자어즐 2020. 7. 12. 22:23

5일 전 일기예보에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우산이 그려져 있어서 놀기 좋은(?) 계양산으로 모이자는 데 반기를 들었다. 비가 온다 하니 굴포천 둘레길을 돌고 막걸리 한 독 하심이 어떨는지 하고. 해서 굴포천으로 돌려놓았다. 근데 비싼 기기 들려다 놓고 하는 예보가 며칠 앞도 못 보고 구름/해로 변경되어 무안하게 만든다. 오늘 더워서 계양산 계곡이 그리우니 비 예보한 사람 책임을 지란다. 할 수 없이 '내가 잘못했다. 계양산으로 돌려도 할 말이 없음'으로 답을 한다. 그런다고 바로 오늘 모임은 계산역 5번 출구로 변경한다고 헷가닥해버리냐 지조 없이ㅎ...

내가 일등인가. 5번 출구 앞엔 아무도 없다. 시간은 남았지만 혹시 해서 위쪽  소방서 앞으로 가니 주가 먼저 와 있다. 섭이와 탁이는 차례로 오는데 오가 오려면 20분은 족히 남으 거리다. 먼저 출발하란다. 걸음이 늦은 주랑 둘이 출발한다. 중간에 못 만나면 목상동 솔밭에서 만나자 해 놓고.
전달에는 솔밭 한참 전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자리를 깔고 땡친 게 찜찜해서 오늘은 솔밭까지 가 놓는다. 그러면 돌아가는 것보다 둘레길을 도는 게 낫기 때문에 왔던 길로의 복귀는 안 할 거라는 잔머리 씀이다. 목상동 솔밭에서 식당을 차리고 재료가 소진할 때까지 놀다가, 직진하면 어디가 나오는지 궁금해한다. 해소를 위해서는 부딪혀야지. 그래서 아라뱃길 목상교 남단에서 계양역까지 대략 3km를 걷는다.

한 낮을 피해서 아침녁에나 해저물 즈음에 아라뱃길 이 구간을 산책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천국이 따로 없다. 야생화들의 천국. 길가에 주차를 한 이방인들 중 더러는 텐트를 치고 분위기를 즐기는 듯하다. 네댓 부부가 판을 펴서 약간은 시끄러운 곳도 있고 시원한 바람에 낮잠에 취한 사람도 있고 엄청 부러운 평화로운 가족 나들이도 있다. 

누구가 : 병오, 승섭, 영주, 영탁, 종철 합이 다섯
언   제 : 2020.07.11(토)
어디로 : 계산역 - 목상동 솔밭 - 계양역
얼마나 : 약 8km 먹고 쉬고 놀고 4시간

 

계산역 5번 출구 인근 소방서 앞. 푸근한 친구얼굴.
13:24인천둘레길 안내리본과 로그가 있는 안내판.

인천둘레길은 인천의 S자 축을 따라 발견한 길로 서구 검단 가현산에서 연수구 청량산까지 인천의 중심부를 가르는 녹지 축이다. 계양산, 천마산, 원적산, 함봉산, 만월산, 문학산, 청량산 등 산들이 이어져 있다.  이 산들은 수백, 수천 년간 인천의 허파 역할을 하며 시민들에게 길과 쉼터를 제공해 왔다.
2010년부터 둘레길 조성에 나서 1코스 계양산 구간에서 9코스 청량산, 봉제산 구간까지 77km이던 것이 14코스 부두길 구간 120km로 늘어나더니 인천의 섬인 15코스 강화도 마니산, 16코스 장봉도를 더한다.

 

13:54 하느재고개 갈림길
서해랑길 표시가 이곳에 있을 자리가 맞는지 모르겠네. 어련히 알아서 붙였을려고 하면서도 미심적은 마음은 남는다.

코리아 둘레길 우리나라 외곽 전체를 크다란 둘레로 연결하는 총 길이 4500km에 이르는 걷기 여행길이다. 동해안의 해파랑길, 비무장지대(DMZ)의 평화누리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로 되어 있다.
동해안의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50개코스 구간 770km, 남해안의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까지 이어지는 90개 코스 1463km이다. 서해안의 서해랑길은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마을부터 인천 강화까지 110개 코스를 연결하는 1804km의 길이다.

 

피고개 갈림길에서 목상동 솔밭으로 간다고 늦게 뒤에서 따라오는 이들에게 보낸다.
14:29 목상동 솔밭 접근 중.

솔밭에는 선객들이 군데 군데 자리를 깔고 있었다. 옆에 있는 개울가의 자리가 좋은데 물이 말라 운치가 덜하다. 자리잡기를 고민하는 중에 뒤에 따라온 셋이서 도착한다. 우리끼리 떠들어도 민폐가 없도록 사람이 없는 곳에 자리를 만든다.
우선 얼음팩에 넣어온 맥주캔이 시원하게 갈증부터 날린다. 이 맛이야 하면서 입맛 다시는 순간에 오가피주, 담금주, 막걸리가 줄을 선다.
승섭표 부추전, 두부, 감자, 소시지, 노가리, 김이 줄줄이 대령하고 컵라면의 국물은 익어 간다.

박원순 시장은 왜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을까. 뭘 지키려고...
코르나 19에 어려워지는 경제여건도 안주거리에 빠지지 않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예전의 얘기 하나도 흘러나온다. 스토리가 그렇게 되는 거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진다. "더 없냐"

 

아라뱃길에 있는 아라폭포, 아라마루전망대.
실수다. 촛점에 바닥에 먼저 맞춰져서 이런 그림이 나오는 구만.
솜 사탕이 연상되는 쉬땅나무꽃.

솜털 구름같이 몽실몽실 피어있는 이 야생화는 우리나라에 중부 이북에 주로 서식하는 쉬땅나무꽃이다. 수수 이삭처럼 생겼다 하여 쉬땅이라 하는데 쉬땅은 수수의 함경도 방언이란다. 저 한송이 꽃에 수술이 자그마치 40~50개가 있다. 그래서인지 벌들도 많이 부른다. 경피[莖皮, 줄기껍질]은 珍珠梅라고 하여 활혈[活血,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소종[消腫, 종기를 없앤다], 지통[止痛]의 약재로 쓰인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귀화한 들꽃 개망초.
벌판에 피어서 '벌노랑이'인가. 여름 뙤약볕에 핀 노란물결.
나홀로 피어 있는 패랭이꽃.
계양대교 사이로 북한산도 멀리 선명하다. 이 다리는 귤현동과 장기동을 이어주는 길이 990m의 다리다.
17:27 계양역

시간 참 잘 간다. 올 한 해도 벌써 반을 넘어섰다. 코르나 19로 어수선해도 시간은 어김없다. 무척이나 더울 거라는 한여름의 7월이 시작되었다. 이 7월은 야생화 마냥 햇살과 비바람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이 넘친다. 오늘 야생화 테라스를 지나며 마주친 개망초, 벌노랑이 밭은 지치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의 어울림이다. 他人鼾睡 [타인한수]가 아니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가슴 넓은 7월이었으면 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