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북한산 응봉능선

자어즐 2023. 3. 4. 21:39

이륙 친구들과 오늘 북한산 응봉능선 산행하는 날, 연산내역 3번 출구에서 만난다. 진관사 입구로 가기 위해 7211번이나 701번으로 환승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데,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는 날씨라 기온이 아리송한 만큼 옷 입기가 헷갈려서 두께가 가지각색 다양한 뒷모습이 재밌다. 오랜만에 나온 친구 서넛이 합류해 열 셋이서 출발한다.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산 북한산에 능선이 엄청나게 많다. 산성주능선에서 숨은벽능선으로 내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면 파랑새능선, 원효봉능선, 의상능선, 그 옆으로 오늘 걷는 응봉능선 그리고 기자능선, 비봉능선, 탕춘대능선, 사자능선, 형제봉능선, 칼바위능선, 진달래능선, 우이능선, 상장능선... 모두 읊기에도 숨 가쁘다. 그중에 셋을 꼽을라 치면 개인적으로 숨은벽, 비봉, 의상이다.

코스가 길지않아 힘이 덜 들고 암릉을 오르는 재미도 가미되어 선택한 응봉능선은 진관사나 삼천사에서 시작한다. 오늘, 진관사에서 한 번의 된비알로 삼천사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고 사모바위까지 의상능선과 기자능선 셋이 사이좋게 함께 한다. 사모바위와 작품을 만들려고 소품까지 동원해 포즈를 잡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한 호흡 죽이고 구기계곡으로 내려서 구기터널까지 기분 좋은 걸음을 한다.

 

1. 누구가 : 건호, 국진, 기만, 덕우, 병오, 성채, 수기, 승섭, 윤배, 재우, 종철, 철원, 태우 13명.

2. 언   제 : 2023. 03. 04 (토)

3. 어디로 : 북한산 응봉능선. 진관사 - 사모바위 - 구기터널

4. 얼마나 : 

 

이동경로 : 연신내역 - (버스) - 진관사입구 - 진관사 일주문 - 해탈문 - 삼천서합류점 - 응봉 - 돼지바위 - 사모바위 - 승가사 - 구기갈림길 - (구기계곡) - 구기탐방지원센터 - 구기분소 - 삼각산(식당)

 

연신내역3번 출구에서 하나고,삼천사,진관사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버스로 15분 가량 소요된다.

연신내역 3번 출구에서 모처럼 등장한 친구들과 자주 얼굴 보자 하며 반갑게 인사 나눈다. 지난해 한번이라도 동참한 친구들에게 주려고 수저, 포크, 나이프 세트에 각자의 이름을 넣은 작은 선물을 마련하고 여분의 무명 두 개를 준비했는데 하나가 모자라 난감한 걸 택배로 부내 주는 걸로 하고 이해를 구한다.

 

은평한옥마을을 지나는 길에...

은평한옥마을에 오면 예전에 '셋이서 문학관' 세 양반의 사진옆에  옮긴 얼굴 그림과 도적놈 셋이서라는 글씨가 생각나 웃는다. 걸레 중광 스님의 괜히 왔다 간다는 묘한 표정, 가끔씩 마은이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라는 이외수 님의 웃음 진 얼굴,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귀천의 천상병 시인의 아이 같은 표정도 있다. 

 

2009년 5월에 서울시 은평구 소재 진관사의 칠성각 해체 보수과정에서 내부 불단과 벽체 사이에 있던 태극기와 독립 신문류 등 6종 21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신문류의 발행 일자가 1919년 6월~12월 사이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동 자료는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진관사에서 활동하던 스님이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확보한 자료로 추정된다. 태극기는 3.1운동 이후 6월에서 12월까지 중국과 국내에서의 항일독립운동 연구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2월 25일 등록문화재 제458호로 등재되었다.

 

한문화체험관, 진관공원지킴터 자리를 지나자 진관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진관사(津寬寺)는 삼각산(三角山)의 서쪽 기슭에 위치하여 고려 때부터 동쪽의 불암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와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찰로 손꼽히는 이름난 사찰이다. 진관사는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려 제8대 현종이 1011년에 진관대사(津寬大師)를 위해 중창한 사찰로서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국찰이었다.
진관동 지명도 진관사에서 유래하였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1397년에 국가적인 수륙사(水陸社)를 설치하여 전쟁에서 죽어간 고려왕실의 영혼을 기리는 국행수륙재를 거행하였다. 1442년 세종대에는 진관사에 독서당을 세워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등 집현전 학사에게 사가독서를 하게 하였는데, 학자들과 교류가 빈번해 지면서 왕족, 사대부, 서민들도 찾았던 대중적인 사찰이었다.
2009년 5월 26일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보수 공사 중에 진관사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 20여점의 3·1 운동 사료가 발견되어 백초월스님의 항일 독립운동 활동에 진관사는 불교 독립운동사에 중심이었다.

 

종교를 넘어 마음의 정원 진관사로 가는 철재 빔으로 된 횡한 아치를 통과하여 극락교를 건너자 좌로 등산로를 찾는다. 해탈문이 지켜본다.

디자이너 세종의 독창성, 한글의 숨은 코드. ㄱ~ㅂ ㅋ~ㅍ 이 큰 네모 속에 가지런히 채워 넣을 수 있고 비밀을 여는 열쇠 같은 모양에서 모든 모음이 파생돼 나올 수 있는 원형이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환한 얼굴로.

산행의 들머리는 버스정류소에서 진관사로 10분 남짓 걸어와 해탈문을 보고 좌로 들어선 곳이다. 리모콘 셀카 봉을 세우고 기년촬영, 하나 둘 셋 하는데 원격이 말을 듣지 않는다. 비상으로 타이밍을 주고 아홉 열에 찰칵, 모습이 밝아서 용서한다. 블루투스 연결 상태가 끊어진 불상사여서 바로 복구시켜 놓는다.

 

한옥마을, 하나고
삼천사, 사모바위 삼거리.

응봉능선은 짧은 코스지만 3번 정도 경사를 올라야 한다. 처음의 된비알에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쯤에 삼천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 부분만 지나면 만나는 능선 길 기대해도 좋다.

 

낙석위험을 무시하고 바로 넘어가기에는 무리일 수 있어 동다. 돌아가는 길 철 난간 아래로 진관사 절집이 가파르게 떨어져 있다.

돌아서 올라 온 바위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역시나 북한산은 발로 오르기 이전에 눈으로 먼저 올라 가슴이 후련해지는 산이다. 등산은 오를 때는 능선으로, 내려갈 때는 계곡으로 하라는 원칙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북한산이다. 그것은 물론 알바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겠지만 여기서는 좋은 그림과 함께 가기 위해서다.

 

백운대가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에 부끄러운 듯 살모시 얼굴을 드러내고 나란히 선 의상능선 연봉들이 등객들을 사열한다. 용혈봉 증취봉 그 옆으로 나월봉이 있다. 'GM이 왔다 출발하자' 하니 GM 입이 튀어나온다. 

 

사모바위 0.9km 남아서 고지가 저긴 듯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일 수 있다. 그런데 응봉능선의 응봉을 그냥 지나쳤다. 응봉의 안내판이 없고 봉우리 다운 모습이 아니어서 대부분 우리와 같다. 그래도 응봉능선늬 이름을 준 봉우린데 찾아볼걸...

 

작은 노적봉 웨딩슬랩, 비봉. 문수봉, 보현봉
의상능전 전부를 한 그림에 넣은 파노라마. 백운대, 망경대, 노적봉, 인수봉이 보일 듯 말 듯.

오늘은 응봉능선에서 보이는 북한산의 풍경이 경쾌함에 즐겁고 평화롭다가 간간히 뇌우를 동반하지만 결국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마치 裵선생님 6번 교향곡 전원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윰배가 매일 '26 뮤지케'에 올려주는 음악 덕분에...

 

응봉능선 최고의 조망처 전망바위에서 한참을 넋 놓는다.
돼지바위
12:41 사모바위

생각보다 큰 사각 바위가 바위 위에 놓여 있는 모양이 신통방통이다. 무엇이 잡고 있길래 떨어지지 않고 저 자리를 지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각 모양이어서 사모바위가 아니고  조선 시대 관리가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인 사모(紗帽)를 닮아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리고 병자호란 당시 청으로 끌려간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리던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사모바위가 됐다는 전설도 에서 사모(紗帽)는 사모(思慕)가 된다.

 

 

친구들이 국립공원에서 음주는 안 되는 줄 알고 머리를 쓴 듯 곡차통이 안 보인다.

응봉능선에서 사모바위를 만나 왼쪽으로는 승가봉, 통천문울 지나 문수봉에 이르고 오른쪽으로는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데서 이름 된 비봉을 거처 향로봉 쪽두리봉을 갈 수 있고, 탕춘대능선, 기자능선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U턴하면 삼천사계곡으로, 오른쪽으로  U턴하면 진관사계곡으로 원점복귀가 가능하다. 약간 틀어서 직진하면 승가사를 지나 구기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사모바위가 비봉능선의 통행중심지인 것 같다.

 

비봉, 관봉, 1.21사태 무장공비 은신장소.

사모바위 헬기장 옆길로 30m 아래 있는 1968년 1.21 사태 무장공비 은신처. V자형 동굴에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두었다. 1.21 사태는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 소속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해 정부 요인을 암살할 목적으로 서울 세검정 고개까지 침투했던 사건으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서 청와대 습격은 미수에 그쳤다.

 

비봉능선에서 승가사로 하산길에 자원봉사대원의 밝은 인사에 웃음꽃이 핀다.
승가사 25m 높이 9층석탑.

삼각산승가사 일주문으로 신성한 가람에 들어간다. 청운교 백운교 구간 54 계단 씩 108 계단을 오르면 찌를 듯이 뾰족한 탑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민족통일기원 호국보탑이라고 명명했던가... 예전에 대웅전을 좌로 돌아 4단 27 계단 모두 108 계단을 올라 고려시대 왕실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마애여래좌상(보물 제215호)을 보고 절집 구경을 구석구석 돌아본 기억이 아득하다.

 

14:24 구기삼거리 쉼터

구기삼거리에서 작은 다리들로 구기계곡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구기탐방지원센터다. 우정교의 이름만 다른 부류고 적성교 귀룽교 버들치교 박새교는 구기계곡이기에 가지는 동질성의 이름일 게다. 

 

1 급수의 지표종인 버들치가 있을 만큼 계곡의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하다.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데 비들치인지 피라미인지 구분할 능력이 안된다. 햇빛이 들지 않은 산비탈에는 꽁꽁 언 얼음에는 봄이 아직은 더디다. 데크길 옆으로 이어지는 구기계곡은 보존을 위하여 2026년까지 출입 통제를 한다는 얘기가 있다.

 

14:49 구기탐방지원센터, 14:53 북한산 국립공원 구기분소
뒷풀이 식당 '삼각산'

산성에서 가쁜 숨 내쉬면 백운대에 오르는 것만 북한산 등산이 아니고 북한산은 짧지만 멋진 뷰를 제공하는 능선이 많다. 오늘 응봉능선도 산행을 발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멋진 곳의 하나였고 우리 친구들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코스여서 좋았다. 오늘도 YB가 줄 서야 먹는 30년 전통의 맛있는 삼겹살 집 구기터널삼거리에 있는 '삼각산'으로 안내한다. 갈치김치 맛이 궁금하다만 없는 걸 어떡해 담에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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