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수락산. 수라산역 - 별내 청학동

자어즐 2023. 2. 4. 23:51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거천재 내백복(去千災 來百福)’,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오늘 24 절기 중 첫 번째인 立春, 봄에 접어든다는 날이지만 날씨는 아직은 겨울이다. 아침에 공기가 싸늘해서 아직은 봄이 먼 것 같더니만 오후에 들면서는 영상으로 가까워진다. 이륙 산친구들 산행하기에는 미세먼지가 있긴 해도 이 정도면 훌륭한 날씨다. 바람도 많지 않고. 그런데 오늘이 길일은 길일인 듯, 결혼식이 많아 단골 멤버들의 부재에 난자리가 크다.

 

극과 극의 위치여서 약속 두 시간 전에 집을 나선다. 전철로 엉덩이 좀이 쑤실 때가 돼서야 수락산역에 도착하고, 1번 출구에서 만난 오붓한 인원이 출발한다. 수락산의 여러 등산코스 중 서울시민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앞에서 시작하여 학림사와 용굴암을 경유하는 코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 수락골에서 시작하여 염불사-신선교-깔딱고개를 경유하는 코스, 수락산역 3번 출구 노원골에서 시작하여 노원골약수터-노원골갈림길-도솔봉을 경유하는 코스이다.

오늘 우리는 염불사 옆 백운동계곡을 따르다가 새광장에서 안부삼거리로 가파르게 오르고, 수락산의 명품바위들을 만나면서 태극기 나부끼는 정상에 올라선다. 하산코스는 원계획에 홈통바위(로프가 없으면 우회), 석림사계곡으로 해서 장암역으로 잡았지만 청학이 나우바리인 친구의 제안으로 청학동계곡으로 하산 길을 변경한다. 예전에 옥류폭포 아래쪽에 불품없이 중구난방으로 있던 식당들이 철거되어 깨끗이 정비되었다고 하고, 그 동네 하산주 할 식당들을 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에는 금류, 은류, 옥류 폭포와 신라 때 지은 흥국사, 조선조 때 지어진 내원사, 석림사, 궤산정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동물이나 물건을 닮은 명품바위들과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월출산을 연상케 한다. 동으로 천마산 주위 산들이 보이고 서에 도봉산, 남으로 불암산이 가깝고 북쪽에는 불곡산이 있다.

 

1. 누구가 : 기만, 석준, 수기, 승섭, 재우, 종철

2. 언   제 : 2023. 02. 04(토)

3. 어디로 : 수락산(水落山, 638m)

4. 얼마나 : 

 

이동경로 : 수락산역 - 벽운동계곡 - 물개바위 - 새광장 - 안부삼거리 - 치마바위 - 하강바위 - 코끼리바위 - 수락산 정상 - 수락산장 - 내원사 - 금류폭포 - 청학동계곡 - 옥류폭포 - 청학밸리 - 남북통일 청학점

 

10:09 수락산 수락중 출발점

수락산역 1번 출구로 열 시가 되자마자 올라온다. 약 400m, 5분 거리의 수락산입구 사거리에서 벽운계곡 염불사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아파트 사이 도로로 가면 수락산 표지석이 있다.

 

친구가 오늘 코스를 짚으며 하산길이 다시 수정결정한다. 여기서 염불사까지는 설치된 무장애 데크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길 건너 벽운동천 약수터를 보면서 10분가량 산책하 듯 걸으면 목탁소리에 염불암임을 알아챈다.

 

지난주 강추위에 계곡물은 꽁꽁 얼었고 구멍 난 얼음 아래로 흐르는 희미한 물소리 들으며 수락교, 장락교, 신선교를 건넌다. 신선교를 지나 도솔봉 갈림길에서 멈칫했다가 깔딱고개 방향으로 직진한다.

 

10:37 물개바위

수락산에서 만날 수 있는 명품바위들 물개바위, 치마바위,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철모바위, 베낭바위, 창바위, 독수리바위 등등, 오늘 확인해 보자.

 

걸음이 늦은 초보 친구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는데도 그 친구 왜 그리 빨리 가냐고 하니 오늘 산행은 시간과 무관하게 헐렁헐렁할 조짐이다. 예전에 여기를 오를 때도 누군가가 거북이는 오래 살고 호랑이는 빨리 죽는다고 천천히 가자한 얘기가 생각난다. 우쨌거나 눈치는 어디에 팔았는지 제가 대장이다.ㅎ

 

11:01 새광장

산객들은 새광장에서 물 한모금하고 깔딱고개 방향이나 도솔봉방향으로 선택하여 정상을 향한다. 우리는 암릉미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도솔봉 방향으로 간다.

 

노원구에 수락산 등산 코스가 9개나 된다. 수락산역에서 수락골과 노원골로 가는 제3,4 등산로와 마들역에서 귀임봉으로 오르는 제5등산로, 당고개역에서 동막골로 통하는 제8등산로가 주로 소개된다.

수락산 제3등산로(총 4.2km) : 수락골 입구→염불사→새광장→깔딱고개→정상

수락산 제4등산로(총 4.8km) : 노원골 입구→노원골약수터→노원골갈림길→도솔봉→정상

수락산 제5등산로(총 5.3km) : 상계14단지→귀임봉→노원골갈림길→도솔봉→정상

수락산 제8등산로(총 3.8km) : 동막골 입구→공원관리소→곰바위→도솔봉→정상

 

도솔봉을 보면서 도착한 안부삼거리(수락산 정상 1.22km / 도솔봉270m, 덕릉고개 2.98km)
치마바위

신발의 접지만 왠간하면 치마바위를 타고 바로 올라와도 문제는 없지만 혹시나 안전을 위하여 우회한다. 돌아서 올라가는 바위 사이의 모양이 야리꾸리하다. 시원한 그림이 펼쳐진다. 

 

도솔봉 뒤로 불암산의 축 좌로 별내, 퇴계원, 우로 북한산 사이에 도봉구, 강북구 서울시내가 내려 보이는 풍경을 보며 점심 식당을 차린다. 문어숙회, 배추전...에 따뜻한 사케와 곡차로 속을 녹인다. 맛만 보는 정도면 족하다.

전기, 가스비가 이야깃거리의 한 대목으로 등장한다. 김여사도 이번에 가스비가 50% 정도 올랐다며 난방에 1도라도 낮춰야겠다는 소리를 했는데 모두 같은 것을 겪는 모양이다. 누구는 두 배나 올랐다 하고, 25도를 맞췄다가 놀라서 확 줄였다고도 하고... 1월 가스비는 예고편이고 2월은 핵폭탄급이라는 말도 있다. 불안정한 물가에 서민들만 죽을 지경이다. 

 

하강바위 아래 뷰가 좋은 전망대에서.
코끼리바위, 종바위, 베낭바위, 하강바위.

코끼리바위가 보이는 지점에서 지나온 방향으로 보는 뷰도 멋지다. 하강바위에 로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매달려서 꼼지락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도솔봉 뒤 불암산이 유독 뾰족하다.

 

도봉산 옆으로 불곡산이 있고 보일 듯 말 듯 거시기바위인지 엄지바위인지 알쏭달쏭한 바위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철모바위가 눈에 띈다. 그 옆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도 겨우 찾았다. 

 

철모바위는 눈길에 위험할 수 있어 우회한다. 우회길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은 걸음이 조심스럽고 간이천막식당은 산객들이 제법 있고 앞에 걸린 종이 메뉴판의 가격은 비싸지는 않다. 각종 전들은 10,000씩이고 떡국, 어묵탕, 두부 8,000원 라면은 5,000원이다. 능선으로 올라오니 철모바위 0.1km 지난 지점이고 정상은 코 앞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스러지는 걸 친구가 잡았다. 술이 과해서 누워 앓는 소리를 하더니 추워 죽는다기에 마침 친구가 가져온 따듯한 물로 상황을 진정시킨다. 길도 미끄러운 데다 날씨도 좋다고 하지만 겨울 날씬데 음주산행은 아주 위험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겨울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

 

13:57 수락산 주봉.

작년 3월 경 수락산 주봉 정상석 등 실종사건이 이후 만나 보는 정상석. 새로운 것도 하나 생겼다.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 5곳의 정상석과 안전로프 1개를 잇달아 훼손한 사건은 어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벌인 것이란다. 사람들이 산 정상에 올라 정상석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배가 아팠다고 하는 황당하고 빗나간 이유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태극기가 꽂힌 창문바위 건너편, 사자바위 옆에 앉아 도봉산 방향으로 처음 하산 방향을 잡았던 석림사 계곡이 그린 곡선을 내려 본다. 석림사가 보이고 노강서원 지나서는 장암역이다. 쪼그마한 오리 한 마리 하강바위를 오늘도 지켜보고 있다.

 

바위틈으로 별내 퇴계원 구리방향이고 아래는 주방으로 오르는 계단 시작점인데 약주가 과한 그 아주머니 귀가는 잘했는지 모르겠다. 북한산 도봉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멋진 모습으로 존재한다.

 

장암역2.25km / 기차(홈통)바위0.3km / 도정봉1.75km / 청학리3.0km 갈림길

기차바위 등반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수락산 정상 부근 기차바위 밧줄 훼손으로 인하여 등반이 제한되니 우회도로를 이용하란다. 밧줄이 없어지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먼 왜 새로 설치하지 않는 거야.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기분은 상당히 짜릿한데 말이야. 기차바위로 못 가서 청학리로 바로 하산 코스를 잡는다.

 

수락산장

갈림길에서 약 200m 내려오면 지금은 운영되지 않아 어수선한 수락산장을 통과한다. 축대 아래 약수는 살아 있다. 수락산장은 1970년 수락산 초소를 지키던 병사들의 임시내무반으로 사용되다가 폐허가 된 이곳을 산을 좋아하는 한 산지기 부부가 2년간 쓰레기를 치우고 1995년 3월 1일 새 단장을 해서 수락산장이 됐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산장문화가 아닌 노래 부르고 토론하는 낭만산장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의 휴게공간이던 것이 언제 폐쇄된 것인지? 혹시 코르나로 그만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원사

내원암(內院庵)은 영조 때 순정왕후가 200일간 기도하여 순조를 얻게 되면서 왕실의 원찰로 이름이 났다. 절집 대부분은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그 이후에 복원했으며, 1885년 고종 22년에 제작된 괘불(경기도 유형문화재 197호)이 유명하다. 대웅전과 영산전 사이에 석조미륵불입상이 있는데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생육신 김시습은 21세 때인 1455년 首陽大君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승려가 되어 전국 각지를 유랑하다가 환속해서 水落山 內院庵 아래 살았던 집터가 있는 것으로 전한다.

 

금류동천, 금류폭포 옆 228개 계단

간이주점 옆으로 금류폭포의 꼭대기 바위로 내려서서 ‘金流洞天’이라는 큰 글씨의 암각문을 가까이서 살핀다. 공조좌랑을 지낸 이하조의 유수락산기(遊水落山記)에는 금류동천이라는 作名을 한 사람이 김시습으로 기록돼 있다. 바위에 해서체 글씨를 새긴 이가 김시습이라고 하지만 향토사가들은 남양주 유생의 작품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남양주시의 철거령에도 살아남은 간이주점은 대를 이은 주인장이 불공에 소용되는 물품과 함께 막걸리와 전을 판다고 친구가 전한다.

 

금류폭포

돌아가는 길이 있어도 좁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은 계단 하나씩 내려오며 비우고 버리면서 뭔가를 채우기를 바라보지만 아무 생각 없이 꽁꽁 얼어붙은 금류폭포를 맞는다.

 

청학동계곡으로 하산길
옥류폭포

수락산은 물이 스며들지 않고 떨어지는 곳이 많아서 물 水에 떨어질 落을 써서 생긴 이름이다. 위로부터 금류폭포 은류(銀流)폭포 옥류(玉流)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세 개의 폭포가 있다. 예전에 은류폭포 주변은 식당과 천막이 난무하여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던 곳인데 남양주시가 원형을 복구해 제대로 돌아왔다. 지금이라도 재모습 찾아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16:11 안내소, 배달존 하산완료
청학밸리리조트 안내도

청학밸리리조트는 본래 '청학동계곡'으로 여름철 피서지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이다. 청학밸리리조트는 다른 계곡들과는 다르게 모래 놀이터와 자갈길 등이 조성되어 있어 마치 해변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도심 속 자연 놀이터이다.
청학계곡은 워낙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인해 무허가 음식점, 자릿세 등 불편함이 있던 곳이었다. 이러한 점을 바로 잡고자 남양주 시에서 하천정원화 사업을 추진했고 2020년 '청학비치'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청학비치를 보안하여 2021년 청학밸리리조트로 재개장함으로 현재는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취사가 금지되어 있지만 푸드트럭이나 배달을 이용하면 된단다.

 

내일은 정월 대보름달

세종포천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고 수락산입구교차로에서 별내중학교 방향으로. 그 주위 청학빌딩 1층에 있는 생버섯 샤브샤브가 맛있는 집 '남북통일 청학점'을 찾아온다. 동네 주민의 소속된 테니스 회원집이기도 하고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던 집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맛도 사람도 그대로다. 하산주에 잊고 있던 오래 전의 얘기를 소환하는 초보가 할 얘기가 제일 많다. 등심생버섯샤브샤브에 칼국수, 볶음밥까지 배가 수락산에 닿는다. 맥주 한잔은 뒤로하고 당고개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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