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수리산 수암봉

자어즐 2022. 10. 1. 21:50

오늘 예정된 수리산 네 봉우리를 나 홀로 기분 좋게 걸음 했던 것이 벌써 7년이나 되었다. 그때 5시간이 소요된 걸 감안해서 30분 더해 걸어보자고 친구들에게 공지를 한다. 안양역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병목안 삼거리는 52번 버스를 타면 된다. 그런데 이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30분가량 기다리라고 한다. 금방 지나간 모양이라 우측 편의 지하도를 건너 약 500m 거리에 있는 신한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10번 버스를 탄다. 거기서 11-3, 15, 15-2번 버스를 타도 괜찮다. 버스 타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수리산은 귀에 익숙한 네봉우리 태을봉(489m), 슬기봉(451m), 관모봉(426m), 수암봉(398m)을 포함하고 있는 산이다. 꼬깔봉(451.5m), 부대옆봉(365m), 너구리산(서래봉, 308m) 등도 있다. 이 산은 군포시와 안양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여기 시민들에게는 유명산은 아니지만 마음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산이다.  

 

오늘은 슬기봉과 슬기쉼터를 지난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예정된 태을봉과 관모봉을 만나지 못하고 하산하게 된 불완전한 산행이 되었다. 슬기봉까지 이정목을 따라 문제없이 온 안일함을 질책하려는 지 주 능선이 아닌 다른 길로 빠지게 만든다. 알바한 것을 인지했을 때 원위치했으면 계획된 길을 걸었을 텐데 앞 쪽에서 만나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어설픈 판단이 결국 부족한 산행을 만들었다. 산은 항상 겸손하라고 가르치는 걸 간과한 내 탓이로다. 절반의 성공 정도로 위안하자.

 

1. 누구가 : 건호, 덕우, 무진, 수혁, 승섭, 종철, 철순 나중에 재현

2. 언   제 : 2022. 10. 01(토)

3. 어디로 : 수리산(수암봉, 슬기봉)

4. 얼마나 : 5시간 15분 (휴식, 식사 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안양산역 - (버스) - 병목안삼거리 - 소나무쉼터 - 수암봉 - 꼬깔쉼터 - 슬기봉 - 슬기쉼터 - 노랑바위갈림길 - 태을봉갈림길 - 궁내초,중교 버스정류장 - (버스) - 산본역

 

10:01 병목안삼거리

삼거리마트에서 부족한 주님을 채우고 왼쪽에 병목안 시민공원을 두고 들머리를 찾아간다. 여성전용 수리산한증원 지나 굽은 길을 돌면 고향곤드레밥 간판이 보이고 수리산 안내도가 서 있다. 그 맞은편이 들머리다.

 

10:12 수리산 들머리

병목안이라는 지명은 마을 초입이 좁으나 마을에 들어서면 골이 깊고 넓다고 하여 불렸으며, 수리산 뒤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 하여 뒤띠미(後頭尾洞)라고도 불렀다.

 

창박골(蒼岩洞)은 병목안 서남쪽에 위치해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 유래는 첫째, 이곳에 많은 바위 색이 유독 푸른 심청색(深靑色)이라 하여 창박골(蒼岩洞)이라 불렀고 골짜기를 창암곡(蒼岩谷)으로 칭했다. 둘째, 안양 예비군 교육장 서쪽에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바위에 구멍이 뚫려있어 흡사 창(窓)과 같다 하여 “창바위(窓岩)”라 불렀고 이 바위 안쪽을 "창암골" 바깥 골짜기를 "창박골(蒼外谷)"이라 각각 칭했는데, 이곳에 민가가 생기면서 마을 명칭도 창박골(蒼外谷)로 되었으나 현재와 같이 창박골(蒼岩洞)로 쓰이기 시작한 연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단다. 

 

작은 봉우리로 올라오지 않고 우회하는 길로 가는 것이 정코스다. 봉우리로 올라왔으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야 아랫길과 만나는데 잠시 넘어가는 바람에 돌아온다고 다리가 쓸데없는 힘을 쓴다.

 

마음을 편안하게 순화시키는 걷기 좋은 숲길

최경환 성지(수리산 성지)는 한국 최초의 신학생이자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번째 신부인 최양업(崔良業1821-1861)의 아버지 최경환(崔京煥 1805.10.15-1839.9.12)을 비롯한 천주교도들이 안양 담배촌에 정착하여 교인들끼리 마을을 이루다가 기해박해 때(헌종5, 1839년) 모진 고문과 회유에 맞서 순교한 것을 기리는 순례지이다. 

 

11:10 소나무 쉼터. 수암봉 정상 0.55km

수암봉 정상과 전망대가 점점 가까워진다. 약 200m 전 쯤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이 정상의 지름길이고 동선이 한 선으로 이어지는데 우회하는 바람에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락 한다.

 

11:29 수암봉 정상

시원한 바람이 날선 계단 올라온 수고를 어루만진다. 안양시 조망도와 실지형을 대조해 본다. 뿌연 시야에 수리산 봉우리들 밖의 산들은 윤곽도 없다. 광교산, 모락산은 물론이고 삼성산, 관악산도 없다. 그런 탓인지 수암봉 정상에 산객들이 많지 않아 정상석과 인증샷을 하는데 여유가 있다.

 

산시 상록구 수암동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수암봉은 북동쪽으로는 안양시, 남동쪽은 군포시, 남서쪽은 안산시, 북서쪽은 시흥시를 관망할 수 있는 안산의 주산으로 높이는 395m이다. 본래의 산명은 독수리와 같다고 하여 취봉[鷲岩]이라 불렀는데, 조선 말엽에 이르러 산봉이 수려하므로 수암봉(秀岩峯)이라 칭하였다. 정상 부분은 암석이 노출되어 있어 가파른 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조남 IC를 지날 때면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수암봉이다.

 

가시 거리가 짧아 재대로의 역할을 못하는 수암봉 전망대.

철망 담장을 잠시 붙었다가 슬기봉 방향표지목을 보고 방향을 턴다. 200m 남짓 더 철조망을 따라가다 갈라져도 꼬깔쉼터에서 만나는 걸로 기억된다.

 

12:32 꼬깔쉼터의 정자에서 자리를 깐다.

예전에는 수리사로 가는 계단으로 내여왔는데 오늘은 정자 오른쪽으로 나왔다. 먼저 있던 산객들이 자리를 비우길래 우리들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빠지지 않는 3S 표 3종 전과 문어숙회에다가 철순이가 골뱅이 무침 재료를 준비해왔다. 비비는 면까지, 그기다 유부초밥도 기가 막힌다. 이 친구도 직접 준비했을 텐데, 이른 시간부터 부산을 떨며 수고를 했을 게다. 두 사람 덕분에 한 시간 남짓 입이 즐겁다.

 

여러 산행 코스를 소개한 수리산 종합안내도. 꼬깔쉼터 입구에 있다.

약 300m 포장된 도로로 올라오면 태을봉가는 길이란 관문이 있다. 바로 밑에 차량운전 5대 불가 사항이라고 하여 음주, 과속, 졸음, 신호위반, 무리한 추월 운전이란 내용연수가 된 경고문에 웃음이 난다. 

 

13:54 슬기봉 우회 데크길

탐방환경 개선공사로 계단 데크길을 작업 중인 계단을 올라 슬기봉 옆 데크길을 지난다. 옆으로는 지나온 수암봉이 있도 앞으로는 가야할 태을봉이 빨리 오라 하는데...

 

슬기쉼터를 지날 때까지는 순조로운 행보였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간 갈림길에서 왼쪽 칼바위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뭔가에 쉬인 건지 오른쪽 하산 길로 잘못 들었다. 경사가 급해서 보니 태을봉으로 가는 능선과는 다른 능선이다. 알바다. 선두는 보이지 않아 되돌리기 번거롭고 앞에 주능선으로 오르는 곳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go 했다가 돌리지 않음을 후회를 한다.

 

노랑바위 갈림길.

노랑바위 갈림길에서 등객에게 물어 노랑바위 방향으로 진행하면 태을봉을 오르는 등로가 나온다고 가는 방향이니까 그곳까지 같이 가잖다. 

 

태을봉갈림길

산객의 안내로 약 35분 걸어서 태을봉 갈림길에 왔다. 오후 3시가 넘어간다. 태을봉까지는 645m다. 태을봉에 올랐다가 관모봉을 거쳐 명학역으로 하산하려면 한 시간 반 이상은 소요되기에 산본에 있는 친구랑의 약속 시간도 있고 하여 궁내초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합의를 한다. 예전에 한 번 가 봤다고 자만한 나의 실수다.

 

15:27 궁내초

오늘 계획된 코스를 돌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에 한 번 더 오라는 신호로 위안하고 반만의 성공인 산행도 기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나쁘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3-1번 버스로 산본역으로 향한다.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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