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관악산 육봉능선

자어즐 2022. 8. 6. 22:06

이번 주 들어 오락가락하는 비가 오늘도 예정사항이다. 암릉이 많은 관악산 육봉능선이 빗줄기에 미끄러운 상태가 될 수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도 하루 종일 비 그림이던 것이 한 시간 정도로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안전상 관악산공원 정문에서 무너미고개를 지나 삼성천을 따라 안양유원지로 내려가는 코스로 변경되었을 게다. 함께 하겠다는 친구들도 소수정예가 된다.

 

관악산 등산코스 중에 가장 까칠한 곳이 육봉능선이다. 한 번 가본 산객은 암릉을 네발로 오르는 손맛, 발맛에 다시 또다시 찾는 곳이 이곳이다. 오늘 이륙 산 친구들 여기 육봉능선에서 짧지만 설악에서나 보는 그런 암릉미를 만끽하고, 산객의 왕래가 드문 문원폭포 위쪽 계곡을 내려오면서  알탕의 시원함을 맛보자고 했다. 물론 3,4봉 가파른 구간은 우회를 해서 위험성을 줄이는 것으로 하고. 그 출발은 정부과천청사역이다. 

 

관악산(冠岳山)은 그 꼭데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 이란 뜻이 '갓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옛날부터 개성 송악산(松岳山), 가평 화악산(華岳山), 파주 감악산(紺岳山), 포천 운악산(雲岳山)과 함께 경기도 오악(五岳)의 하나로 불려져 왔다.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된 나무와 온갖 풀이 바위와 어울려서 철 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 ’이라고도 한다. 또한 관악산 산봉우리의 모양이 불과 같아 화산(火山)이 된다고 해서 이 산이 바라보는 서울에 화재가 잘 난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 불을 누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산꼭대기에 못을 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고 한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1. 누구가 : 건호, 수기, 수혁, 승섭, 주태와 동행하여

2. 언   제 : 2022. 08. 06(토)

3. 어디로 : 관악산 육봉능선

4. 얼마나 : 5시간 50분[유인, 휴식, 식사, R 탕 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정부과천청사역 5번 출구 - 국가표준기술원 출발점 - 초소 - 2단 폭포(문원하 폭포) - 마당바위 - 문원 폭포 - 육봉 능선 - 6봉 국기봉 - 마당바위 

             - 국가 표준원 출발점 - 정부 과천 종합청사 정문 - 정부과천청사역 11번 출구 - 옛날 생돼지 김치찌개

 

정부과천청사역 5번출구 청사앞 소공원에서 만남. 09:05 출발하다.
09:23 국가표준기술원 출발점

테니스장 가로 쭉쭉 뻗은 소나무, 전나무, 메타세쿼이아 나무로 된 짧은 나무길을 통과하고 국사편찬위원회와 화학 융합 시험연구원을 지나면 문원 폭포, 백운사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여기가 국가표준기술원 출발점이다. 국가표준기술원의 이름을 쓴 것은 샛길의 한쪽 울타리와 경계를 둔 화학 융합 시험연구원의 이전에 사용했던 기관인 지 이름인 지 대충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샛길 끝부분에 초소에서 문원폭포 방향으로 우틀한다. 몇 걸음에 세심교 다리 위를 오르고 아래 물소리 시원하다. 다리 앞에 육봉국기봉 2km 표지말뚝이 있다.
쉼터와 각세도를 창시한 신계의 묘를 지난다.
육봉의 1,2,3봉이 보이기 시작하는 계곡길에 들리는 물소리 기분 좋게 한다.
09:49 2단폭포(문원하폭포),

네이버에 2단 폭포로 표기된 문원하 폭포 위 마당바위에서 이정목도 안 보고 정경백바위로 올라가는 친구들을 부른다.  육봉능선은 문원폭포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좌로 방향을 튼다.

 

문원폭포

나무에 걸린 6봉능선 화살표는 연주암 상급자 코스와 같은 방향이다. 문원폭포를 앞에 섰다가 물을 건너 U턴한다. 이정표가 헷갈릴 수 있는 곳이다.

 

'아 구간은 관악산 육봉능선으로 매우 위험한 지역입니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하여 등반을 금하며, 특히 암벽등반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시 본인의 책임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경고문을 뒤로하고 네발로 오르는 시동을 건다. 뒤로 청계산, 광교산이 있고 우로는 케이블카 능선, 국사봉 능선이 나란히 한다.

 

육봉능선의 손맛, 발맛을 느끼기 시작할 쯤에 나 홀로 산객 한 양반이 오늘의 도우미1을 자처하고 나선다. 삼 년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육봉능선을 탄단다. 굉장히 젊게 보여서 우리 또래인가 했는데 내일 모래 칠십이라고 해서 친구들 모두 놀랬다. 처음 육봉을 탈 때 앞선 사람을 따라 수직에 가까운 3봉까지 올랐다며 어려울 것 없다고 육봉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바위에 적힌 '하늘' 과 화살표는 하늘길 암장 방향표시다.

 

1봉을 배경해서

허기와 갈증이 있어 맥주 한 컵씩만 한다. 안주감으로 주태 형님의 과수원에서 보내온 맛있는 복숭아다. 여기서 또 한 명 나 홀로 산객 도우미2를 만난다. 맥주 한 컵과 복숭아를 먹은 값으로 도우미가 된다. 우리보다 다섯 살이 적은데 20년을 일주일에 두세 번 육봉능선을 올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몸이 안 좋아 시작한 것인데 중독이 되어 찾게되었다는 사연이다. 우리를 보고 모두 빗방울이 드는데 트레킹화여서 많이 미끄러울 것이라며 우려의 눈길을 한다.

 

6봉국기봉 0.45km 이정목을 지나 10여분 올라 1봉 앞에 선다.
2봉을 오르며 보는 1봉의 마스코트 코끼리 바위.

비가 한줄기 지나간 뒤여서 2봉 오르는 길이 많이 미끄럽다. 부부 산객 중 남편에 먼저 올라 뒷사람들을 위해 로프를 던져준다. 육봉능선을 자주 찾는 이들은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 오르내리는 루트와 위험구간을 모두 꿰고 있다. 원래 육봉능선의 바위는 미끄러움이 덜한 바위들인데 비 한 줄기가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도우미1의 3봉 암벽 등반. 70도 정도가 되는 물 뭍은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 뿐. 우리는 우회한다.
3봉 꼭데기에서 보는 4,5,6봉.
아랫쪽에서 4봉을 넘어가는 산객을 보는 짜릿함을 주태랑 둘이 올라서 기분을 느낀다. 도우미2가 여기가 포토존이라며 찍어준 그림이다.
1,2,3봉을 뒤에 둔 4봉

4봉은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나 내려올 때가 난이도가 있다. 도우미2가 먼저 몸의 방향과 다리, 손을 잡는 곳에 대한 시범과 설명으로 무난하게 내려온다. 그런 요령이 모르면 애를 먹을 수 있으니 우회하는 게 좋다. 손맛이 난다.

 

과천정부청사역에서 6봉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거리에 비해 제법 시간을 잡아먹었다. 6봉 전망대 옆 아담한 자리에 식당을 차린다. 도우미2 양반이 밥상 차리기에 기가 막힌 식당바위를 소개해 준다 했는데, 먼저 온 친구가 자리를 만들어 버렸다. 여기도 관양능선, 불성사능선과 삼성산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자리다. 오늘 도우미 역을 톡톡히 해준 두 산객과 3S표 전 세트와 문어숙회로 곡차 나눈다.

 

예전에는 육봉 전망대가 없었고 이동매점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6봉이 좋게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온 것이 몇 년이나 지났는지 가물가물하다. 모처럼 만난 6봉은 산우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관악산 6봉 국기봉
팔봉능선이 앞에 보이고 관악산 사령부가 시야에 들어 온다.

막걸리 한 잔 얻어먹은 값을 할 거라고 도우미2 산객이 R탕 할만한 곳으로 6봉 국기봉에서 불성사 갈림길 전에 계곡길로 안내한다. 계곡 위쪽에 수량은 많지는 않으나 인적이 없이 조용해서 땀을 씻어내기는 충분하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좋은 곳이 군데군데 있지만 사람들이 있어 R탕할 여건에 부합하다고 한다. 가장 가벼운 모습으로 물을 끼얹으니 나이가 거꾸로 간다.

 

R탕.
올라갈 때 지났던 문원폭포 아래 갈림길과 만난다. 마당바위를 통과하는데 오전에 한적하던 계곡이 피서객들로 심심치 않다.

上濁下不淨이 아니고 上淨下不濁이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이 탁할 리가 없다. 옥색 빛을 띤 물이 맑고 투명해서 다시 들어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바로 위에 물 길 중앙에 플라이를 치고 탁족 하고 있는 부부에게서 모든 것을 가진 여유가 묻어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 이름이 조금만 있는 계곡이면 지금 같이 한 여름에 도로가에는 주차할 곳 없고, 물가에 빠꼼한 자리 없이 시끌 복잡한 게 당연한 경우인데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고 친구들이 의아해한다. 관악산 문원계곡, 오늘만 이런 것은 아니겠지...

 

14:41 다시 국가표준기술원 출발점.

낚시줄에 걸린 고기의 움직임에 맞춰 당기는 손맛만이 손맛이 아니고 드라이버 스팟에 재대로 맞은 공이 힘있게 날라갈 때 전달되는 느낌도 손맛이고, 암릉의 홀드를 잡고 네발로 오르는 짜릿함도 손맛이다. 막걸리 한잔에 도우미를 자처한 산객 덕에 오늘 육봉능선의 손맛 발맛을 재대로 느껴 본 하루였다. 육봉능선,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른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곳이다. 간간히 오라는 손짓에 못이긴 척 찾게 되는 야릇한 예감이 든다.

R탕까지 시원하게 한 친구들 정부과천청사역 11번 출구 인근에 있는 옛날생돼지김치찌개집에서 김치전골 안주로 뒷풀이를 한다. 전에 케이블능선을 올랐다가 방문한 전력이 있는 집이다. 김치찌게가 시원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그맛에 더한 맥주 한 잔이 R탕과 버금가는 느낌을 준다. 오늘은 이 친구들이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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