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계묘년 첫 산행 삼성산

자어즐 2023. 1. 7. 23:27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시작되었다. 토기는 겁이 많고 예민한 동물로 감수성이 뛰어나고 재치가 있는 동물로 인식된다. 많은 새끼를 낳는 다산으로 풍요와 번창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꾀 많은 토끼가 숨을 굴 세 개는 파놓는다(狡兔三窟)'는 말처럼 올 해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서 번창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말은 못 해도 귀가 큰 것은 잘 들어라는 의미이니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서 토끼들이 풀밭에 깡충거리며 평화롭게 놀고 있는 꿈을 기대해 보자.

육십갑자는 10개의 천간과 12지지 중에 각각 한 글자싹 따와 짝을 지어 놓은 것이다. 천간은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음양·오행·색·방위·숫자 등의 고유한 속성을 갖는다. 그 가운데 색을 보면 갑과 을은 푸른색, 병과 정은 붉은색, 무와 기는 노란색, 경과 신은 하얀색, 임과 계는 검은색을 상징한다. 12개의 지지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로 구성 돼 있으며 띠의 나타내는 동물을 상징한다. 지난해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였고 내년은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 즉 청용의 해가 된다.

 

새로 시작된 한 해의 첫 주말 이륙 산우들 산행일이다. 친구들 올 해는 깡충깡충 토끼처럼 등산,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꾸준한 운동을 통하여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건강한 해로 만드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비가 조금 내린 흔적을 보니 영상의 기온이어서 산행하기에는 좋은 온도인데 곳곳 황사 영향으로 미세 먼지가 짙다는 예보다. 마스크를 하나 더 챙기고, 일용할 양식으로 김여사가 준비해 준 곶감, 샤인머스켓과 양 선배에게 받은 고량주 장군왕(丈君王, 52%, 500ml) 1병 배낭에 넣는다. 내 아이젠을 진호에게 보내준 것이 이제야 생각나서 하나 구입하기로하고 집을 나선다. 

 

1. 누구가 : 기만, 덕우, 병희, 석준, 수기, 수혁, 승섭, 윤배, 재현, 종철 모두 열 명 

2. 언   제 : 2023. 01. 07(토)

3. 어디로 : 삼성산(三聖山, 481m)

4. 얼마나 : 6시간 17분 (휴식, 식사시간 포함)

 

삼성산(三聖山)은 관악구 신림동과 안양시 석수동에 걸쳐 있는 관악산의 한 봉우리로서, 원효 · 의상 · 윤필 등 세 명의 성인이 살았다고 전하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또 지공 · 나옹 · 무학 등 세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전하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도 한다. 천주교회 안에서는 1839년 기해교난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 모방 · 샤스땅 세명의 신부 유해가 안장된 성지로 설명한다.

 

▼ 이동경로 : 관악역 - 들머리 - 제1전망대 - 데크쉼터 - 제2전망대 - 학우봉 - 능선쉼터 - 삼성산 국기봉 - 삼성산 정상 - 석구상 - 제2우물지 - 신랑각시바위 - 날머리 - (안양생고기) - 석수역

 

관악역2번 출구 / 10:15 삼성산 들머리

아이젠을 사려고 광명역 2번 출구에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는데 주변에 등산용품점이 보이질 않는다. 집에서 내준 숙제를 못하고 산위에 눈이 없기를 바랄 수 밖에. 몇 팀이나 되는 산객들이 같이 역 앞에서 동료들을 기다리는데 빵모자 눌러쓰고 마스크로 무장해 놓으니 긴가민가 헷갈리기도 한다. 꼬리달기에 없던 기만이가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한다. 올 첫 산행에 서로 덕담과 인사 나누고 삼성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 삼성산 들머리를 찾는다.

 

6분 가량 처음 오름길을 지나면 안양에 술공원 입구에서 오는 등로와 만나고 완만한 오름의 능선길을 산책하 듯 걷는다. 오늘 여기에 재일 먼저 꼬리를 단 친구의 모친상 문상을 멀리 부산까지 다녀온 얘기, 원통 위쪽 천도리 서화 한 부분 토목 공사의 감리로 2,3년 가게 되었다기에 군시절 그곳에서의 추억 얘기들이 길 위에 놓인다. 

 

동반자 모두.

뒤 돌아 보는 광경은 포근한 날씨에 대기가 정체되어 '에구머니나'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모습이다. 희뿌연 미세먼지에 황사가 유입되면서 안양시 도심 방향은 완전한 잿빛이다. 나무 숲길이고 바로 앞은 색상이 또렷하여 영향이 없는 듯싶은데 장담할 수는 없다.

 

제2전망대 뒤로 삼성산 국기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삼막사 갈림길에서 약 100m 간격으로 안양예술공원 갈림길과 제1~제2전망대 사이 현위치 표지판을 지나간다. 제1 전망대는 안양예술공원 갈림길에서 안양예술공원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만나는 정자가 있는 곳이다.

 

아래 바위에서 데크쉼터 제2전망대로 이어지는 시원한 암릉능선으로 보아 삼성산은 암산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재 여기와 삼성산국기봉에서 삼성산 정상까지의 구간 외에는 거의 육산이다. 

 

데크쉼터에서 돌아 본 풍경. 제1전망대(정자) 뒤로 안양역과 관악역 인근 아파트가 색이 죽었다. 좌측 봉우리가 비봉산.
11:12 데크쉼터

데크쉼터에서 제2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쉬운길과 어려운길로 나뉜다. 쉬운길은 데크 계단으로 되어 있고 어려운길을 바위를 타는 암릉 길이다. 늦게 막 도착하는 친구를 보고는 "기만이 왔으니 출발하자"라고 하니 기만이 왈 "야! AC"가 바로 튀어나온다. ㅎㅎㅎ. 데크쉼터에서 좌측 쉬운길로 오른다. 

 

제2전망대
학우봉.

태극기가 날리는 국기봉을 가려면 여기서 학우봉을 넘거나 우회로 돌아가는 길, 두 갈래가 있다. 오늘은 눈이 다 녹지 않아 혹시나 미끄럽지 않을까 해서 우회길을 택한다. 여러번 학우봉 정상석을 본 적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옛 모습
능선쉼터
12:04 삼막사, 국기봉, 염불사 갈림길

삼막사 갈림길에서 국기봉으로 계단을 올라오면 길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피어나다 진 눈꽃과 만개한 눈꽃의 차이 쯤 된다. 눈꽃들 사이로 다소곳이 들어앉은 삼막사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12:22 삼성산 국기봉

관악산과 삼성산에 국기가 걸린 국기봉이 11곳이 있다. 관악산에 6곳 관음사국기봉, 선유봉국기봉, 자운암국기봉, 학봉국기봉, 팔봉국기봉, 육봉국기봉이 있고, 여기 삼성산에는 삼성산국기봉, 깃대봉국기봉, 민주동산국기봉, 칼바위국기봉, 돌산국기봉 5곳이 있다. 관악삼성 11곳 국기봉 환종주는 10시간 가량 소요되는 서울 근교에 난이도가 있는 코스 중의 하나다. 

 

눈은 사람의 생각을 어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눈사람을 만들고 단단하게 뭉친 눈으로 싸운을 하던 시절을 재현하고픈 그 시절의 마음을 소환한다. 올라올 때는 쌓인 눈이어서 어려움 없었지만 내려갈 때는 아이젠이 있는 게 좋을 듯한데. 아이젠이 없는 것을 아는 수기가 고맙게도 한쪽을 건넨다. 하나만 해도 될 것 같다며.

 

한라산에라도 올라온 양 아름답게 핀 눈꽃의 모습에 감탄사가 나온다. 바위와 조화를 이룬 소나무가 멋진 포즈를 잡은 분재가 된다.

 

암릉은 될 수 있으면 우회로로 돌아간다. 오늘 같은 날 눈이 있어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앞으로 삼성산 정상이고 뒤로 국기봉에서 넘어온 봉우리, 옆으로는 산허리에 자리잡은 산막사가 보이는 트인 공간에 잠시 머문다. 국기봉에서 내려오다 상불암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는가 보다. 뒤에 오던 친구가 절이 있어 잘못 온 듯하다 기에 원위치로 호출한다.

 

상불암 갈림길을 통신탑이 있는 삼성산 정상까지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배 둘레를 알아 보는 틈새바위를 우회하면 누군가가 눈꽃 핀 나무들 앞에서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 기왕이면 좀 더 이쁜 얼굴로 그렸으면...

 

13:12 삼성산 정상 481m

삼성산 국기봉 보다 4m 높은 정상의 분위기는 통신탑의 존재로 국기봉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통신탑 왼쪽 망 담장을 지나 가파르게 잠시 내려오면 포장된 임도를 만난다. 식당장소를 찾는다고 앞선 친구도 없고 뒤에 따라오는 친구들도 기척이 없어 잠시 시간을 멈춘다. 한 길 밖에 없는데 이상타. 처음 따라온 기만이가 무릎이 안 좋아서 걸음이 늦고, 3S는 길이 헷갈렸던 모양이다. 

 

13:40 거북바위

서울대, 삼막사 네갈래 갈림길 지난 거북바위 인근에 식당자리를 만든다. 친구들 산행에 3S 표 삼색전과 문어숙회가 빠지면 앙꼬(餡子あんこ)없는 찐빵이다. 따뜻한 어묵탕도 지금 날씨에 제격이다. 각자 가져온 것들을 내놓으니 훌륭한 식탁이 된다. 지인 결혼식도 뒤로 하고 일용할 양식을 준비해 준 친구에게 오늘도 감사하다. 고량주의 목넘김에 반응하는 짜릿함으로 피로를 푼다. 허브차로 마무리한 약 1시간의 식사 시간이 즐겁다.

 

깃대봉국기봉은 들러지 않고 우선 오암사 표지 방향으로 고.

뒤돌아 보면 깃대봉국기봉의 국가가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고, 찬우물이란 음각의 글이 적힌 곳의 소도꼭지엔 물이 흐르는데 보통의 약수터에 있는 식수 가능 여부의 검사 표시와 족자가 없어 약수터가 맞는지 헷갈린다.

 

15:43 석구상

석구상 계단 앞에 호암산 등산로안내도가 있고, 한우물전망길 통일신라시대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암산성의 안내판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석구상은 지금의 호암산(옛이름 금주산)에 있는 바위가 웅크리고 있는 바위를 닮아서 한양을 도읍으로 삼을 때 이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바위의 북에 사자를 묻고 남쪽에 돌로 만든 개를 묻었다고 전한다. 과거에는 해태상이라고도 했으나 그 형태가 개에 가까워 석구상으로 부른다. 크기는 길이 1.7m, 폭 0.9m, 높이 1.0m가량이다.

 

불영암이 50m 곁에 있지만 그냥 석수역 방향으로 통과다. 가는 길 옆으로 제2우물지 조성 현장과 건물지를 지나 5분여 거리에 신랑각시바위가 조망되는 데크전망대가 있다. 일명 사랑바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황에서 목숨을 끊으려 절벽에 홀로 선 낭자를 찾은 총각이 맞잡은 두 손으로 드리는 기도에 감동한 달님이 마주 보고 우뚝 선 바위로 만들었다는 얘기. 그래서 선남선녀들이 여기서 손을 맞잡고 고백을 하면 혼인을 하게 된다고...  도심에 뿌연 미세먼지는 아직까지.

 

16:32 날머리. 호암산 숲길공원

오늘 산행의 날머리는 서울둘레길 5코스 관악산구간의 종점 스템프를 찍는 호암산 숲길 공원이다. 후미에 처진 기만이가 처음 참석한데다 근래 많이 걷지 않아 힘들어하고, 같이 보조를 맞춰 케어를 한 수혁이가 우여곡절 끝에 늦게 뒷풀이 식당으로 합류한다. 뒷풀이는 이곳으로 서너번 하산할 때마다 이용한 식당 '안양생고기'다. 이 식당 주인장이 인근에 가게 하나를 더 운영을 하는데 오늘은 그곳만 영업을 하는 것을 우리들 땜에 원 식당에 문을 열어준다. 덕분에 전세낸 듯한 식당이 되어 목소리를 조금 높여도 미안함이 없고, 마무리 교가를 소리 죽여 부르지 않아서 산행 뒷끝이 시원하다. 

 

나이가 들수록 다리가 가늘어지고 엉덩이가 납작해지는 현상을 당연한 현상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내용년수가 지났으니까, 세월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생각은 참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근육의 수는 거의 변하지 않는데 근육이 빠지는 것은 활동량 부족으로 근섬류가 가늘어지고 약해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약해지면 무릎, 허리등 관절이 아우성을 치고 골다공증, 비만, 당뇨 등에 원인제공이 된다.

이런 것들을 방지하려면 움직여야 한다. 등산이나 계단오르기, 평지를 걷는 것도 괜찮다. '아파서 못 걷는 것이 아니라 안 걸어서 아프다' 는 생각으로 허벅지 근육을 유지하도록 올 한해 노력해 보자. 그리고 근육의 영양분인 단백질을 권장량만큼 섭취를 해야 한다. 65세 이상 한국 노인?들의 70~80%가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다. 동물성과 식물성 혼합해서 나이들면 몸무게 1kg에 1.2g은 먹어야 한단다. 삼겹살 200g에 약 30g의 단백질을 함유하는 대신 지방을 많이 먹게 되니까 감안해서 잘 선택해서 먹고 건강한 해로 만들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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