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강화나들길 17코스. 고인돌탐방길

자어즐 2023. 1. 29. 22:28

며칠 동안 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 오후가 되면서 영상으로 기온이 오르고 미세먼지도 좋음이라 걷기에는 괜찮은 날이다. 그래서인지 어제 3S가 '내일 강화?'라고 카톡이 와서 '8시 전 검단사거리역' 답을 하니 '오케이' 사인이 온다. 이르게 집을 나서 전철을 다고 가다 3S가 어디쯤 올까 해서 확인하려고 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어제저녁 확인 못한 카톡에 '아 미안 마나님... 다음에 가자'는 글이 있다.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런 실수가... 

기왕에 나선 걸음 돌아갈 수는 없고 나 홀로 그냥 진행이다. 첫 단추가 문제가 있는 영향인지 버스 시간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 지난번에 아침 8시에 탄 90번 버스가 20분 기다리게 하고, 강화터미널에서 바로 연결되던 09:15발 군내 32번 버스도 5분전에 떠났다. 다음 것은 강화역사박물관 행 군내 18, 23, 25, 27, 28, 30, 32번 버스 중 09:55에 출발하는 25번과 30번이다. 

 

오늘은 고인돌 탐방길로 별칭이 붙은 강화나들길 17코스다. 강화지석묘에서 오상리고분돌군까지 약 12km 거리에 3시간 40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고려산 주능선과 낙조봉을 오를 때 가쁜 숨을 내 쉬어야 하는 것 때문에 난이도는 중으로 표시되고 있다. 탁자식 고인돌의 대표 모델인 부근리 지석묘를 출발해서 홀로인 점골 지석묘를 지나 몇 군데로 나누어 분포된 삼거리(三巨里) 고인돌군을 지나면 고려산 주능선과 만난다. 주능선에 두 군데의 고천리 고인돌군을 거쳐 잠시 오르막을 오르면 사방이 트여 속이 시원한 낙조봉에 도착한다. 시원한 풍광에 걸음의 수고가 보상되고 아래 낙조봉에서의 경치는 덤이다. 조용한 산사 적석사에서 가파른 포장길을 내려와 5코스와 합류하고 오상리 고인돌군에 와서 코스는 끝난다. 

 

1. 누구가 : 나 홀로

2. 언   제 : 2023. 01. 29(일)

3. 어디로 : 강화나들길 17코스, 고인돌탐방길. 부근리 지석묘 - 오상리 고인돌군

4. 얼마나 : 3시간 40분(식사시간 포함)

 

▼ 이동경로 : 강화터미널 - (30번) - 강화역사박물관 - 강화자연사박물관 - 부근리 지석묘 - 고인돌유적 관광안내소 - 사직 해나무 - 점골 지석묘 - 삼거정 - 삼거리 고인돌군 - 고천리 고인돌군 - 낙조봉 - 낙조대 - 적석사 - 어반티지 캠핑장 - 오상리 고인돌군 - 고려저수지 낚시터매점 - (62번) - 강화터미널

 

강화고인돌유적지

강화역사박물관 버스정류장에서 박물관으로 직행, 눈 딱 감고 3,000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간다. 이 영수증은 강화자연사박물관까지 관람할 수 있다. 두 박물관을 보는 데 드는 비용으로는 가성비가 괜찮다. 

 

부근리 지석묘

강화고인돌유적지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부근지 지석묘. 남한에서 발견된 고인돌 중에 크기가 큰 것뿐 아니라 조형미도 뛰어난 대표되는 탁자식 고인돌이다. 키가 2.5m이고 덮게돌의 무게가 약 53톤이나 되는 지석묘의 고임돌이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데 무너질 염려는 없단다.

 

12:09 고인돌 유적 관광안내소 앞. 강화나들길 17코스 출발 도장함.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 유적비를 보고 48번 국도를 건너 마을로 들어간다. 안내목과 리본을 따라 가면 붉은 지붕에 돌담벼락으로 담이 된 집 옆으로 작은 언덕을 넘는다.

연개소문은 박헌용(朴憲用)의 '강도지(江都誌, 1932년)'에 강화도의 고려산 북쪽에 위치한 시루미산에서 태어났다는 전승을 수록하고 있다. 연개소문은 한국 고대사에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논쟁적 인물로 남아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모시던 군주를 시해하고 권력을 틀어쥔 독재자이자, 무능한 자식들에게 권력을 세습했다가 끝내 고구려의 멸망을 초래한 원흉인가 하면 당나라의 침입을 여러 차례 막아내며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고구려의 마지막 영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별립산, 봉천산 앞 마른 논에 기러기들이 발걸음 소리에도 눈만 멀뚱하다. 사직(해나무)에서 좌로 방향을 바꿔 차도를 따라 삼거 1리 소동 버스정류장까지 1.1km 걷는다. 

 

12:34 부근리 점골 고인돌

강화 부근리 점골 고인돌(江華 富近里 점골 支石墓)는 부근리-망월 간 도로 중간지점쯤에 있는 장대한 북방식(탁자식) 고인돌이다. 고려산 북쪽에서 흘러내린 주능선 끝자락의 해발 15m 정도 낮은 대지에 나 홀로 자리 잡고 있다. 탁자식 지석묘가 설치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설명한 게시판이 고인돌탐방길 안내판과 나란히 지석묘를 등지고 있다.

 

삼거1리 소동 버스정류장- 삼거1리 마을회관, 삼광교회
12:53 삼거정

삼거정에서 빈 속을 간단히 다스린다. 3S표 어묵탕, 3종전 등이 그립다. 20분가량 있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하점저수지 방향으로 빠지지 말고 직진한다. 삼거정에서 약 150m 지점(삼거리 고인돌군 1.2km 표지판)에 있는 표지목 방향이 이상하다. 좌회전하도록 표시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며 그리도 들어갔다가 돌아 나온다.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고 연결되는 길이 없다. 

 

세계유산 표시가 없는 삼거리 천촌 고인돌

삼거리 천존 고인돌에서 약간의 오르는 길을 올라 만난 능선에 삼거리 고인돌군 안내판이 있고 그 앞에 세계유산이 표시된 41번 고인돌이 자리잡았다. 우선 우측 30m에 있는 고인돌들을 보고 돌아올 참이다.

 

삼거리고인돌 42~45호

강화지역에는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인 고인돌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으며, 특히 이들중 20~30여 기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 곳이 5곳이 있다. 이 중 하나인 삼거리 고인돌군(三巨里 고인돌群)은 고려산 북서쪽 능선 상에 위치하며, 일대에 탁자식 고인돌 9기가 일렬로 분포되어 있다. 41번 고인돌무덤은 덮개돌 위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파여 있는데 이러한 모양을 성혈이라고 하고 별자리와 연관 짓는다. 강화나들길 17코스의 별칭 고인돌탐방길처럼 고인돌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삼거리고인돌 46~49호
14:04 미꾸지고개와 고려산 정상을 잇는 주능선과 만나서 낙조봉 방향으로 우로 꺾는다.

인적 없어 고즈넉한 데다 분위기까지 있어 기분 좋게 걷는 고려산 주능선길, 진달래가 없어도 오늘은 좋다. 매년 4월이면 만개한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고려산(436m)은 강화 6대 산의 하나로 마니산(472.1m), 혈구산(466m), 진강산(443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주능선과 만나서 5,6분 거리에 고천리 고인돌군을 만난다. 고천리 고인돌군은 고려산 정상에서 낙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20기의 고인돌군이 3곳으로 나뉘어 분포하고 있다. 1군은 가장 낮은 쪽에 3기가 있고, 여기 2군에는 가장 높은 쪽에 11기가 있다. 3군은 여기서 400m 서쪽으로 6기가 위치하고 있다. 

 

미꾸지고개 4.3km / 하점저수지(수변산책고)1.2km / 거려산 정상 1.3km 갈림길
3군 고천리 고인돌군은 자연적인 붕괴로 대체로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
14:41 종점까지 2.6km 지점

로프 가드가 있는 오름길에 숨 고르기를 하면 적석사 0.2km 갈림길 이정목이 있다. 낙조봉까지 0.5km, 점점 가까이 온다. 몇 벌저국 위에 서면 낙조봉 옆으로 외포리 앞바다가 그림을 그린다. 뒤를 돌아보니 고려산 정상으로 걸어온 길도 찾는다. 산객을 한 사람도 못 만나나 했는데 세 사람의 산객과 교차한다. 홀로 한 사람과 부부 두 사람. 오늘은 지나치면서 '안녕하세요' 보다 '반갑습니다'가 더 자연스럽다. 

 

고려산 정상. 고비고개. 혈구산

10년 전 봄날 즈음에 외포리장수촌식당에서 퇴모산, 혈구산을 넘어 고비고개로 내려앉았다 고려산 진달래군락지로 들어갔다가 강화역사박물관(고인돌박물관주차장)으로 내려온 적이 있고, 또 한 번은 미꾸지고개에서 고려산 정상을 왕복한 기억은 있는데 이런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시계가 좋지 않았거나 오래전이라 잊어버렸거나...

 

14:53 낙조봉

낙조봉에 올라서 두 팔을 벌린다. 눈에 익은 풍경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교동대교 건너 화개산이 있고 별립산 아래 창후항도 있다. 나들길 16코스 제방길을 가다가 석모도의 상주산이 19코스에서 만나자고 한다. 고려산 혈구산 사이 문수산, 남산도 있다 하고... 마음속으로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면서 사부작사부작 걸음의 보상을 받는다.

 

미꾸지고개에서 올라오는 산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적석사로 내려간다. 표지목은 종점까지 2.4km를 표시한다. 그런데 거리표시에 의문이 생긴다. 이전 말뚝 표지목에서부터 0.5km 이상은 왔을 시간과 거리인데 0.2km 차이밖에 안 되는 것이 이상하고, 이전 적석사 갈림길 방향 표지목에 낙조봉 0.5km 표시와는 달리 실제 0.2km도 안 되는 거리다.

 

15:07 낙조대

낙조봉에서 낙조대로 내려오는 산로는 경사가 심하여 조심스럽다. 7분가량이니 짧은 거리다. 눈이 다 녹고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적석사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풍경은 강화 8경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적석낙조'(積石落照)라고 적석사 낙조대는 국내 3대 낙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일몰의 아름다운 장관을 보면 좋겠지만 민낯에 보이는 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꽁꽁 얼어붙은 고려저수지를 둘러싼 작은 산들과 논밭, 그리고 서해의 섬과 바다가 만든 풍경의 조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랫 길을 가면서 올려다본 낙조대 진작에 왔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15봉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 낙조대 모습

적석사(積石寺)는 1600여 년 전인 고구려 장수왕 4년(AD416년)에 창건된 전통사찰이다. 사적에 따르면 인도에서 오신 천축조사께서 고려산 정상의 오련지(五蓮池)에서 연못에 핀 다섯 송이의 연꽃을 꺾어 신통으로 하늘에 날렸는데 그 연꽃들은 제각기 다른 장소에 떨어졌고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청련사, 백련사, 흑련사, 황련사와 더불어 적련사(赤蓮寺)를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적련사는 현재의 적석사이고,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절 이름에 있는 적(赤) 자로 인해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여 이름을 적석사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적석사

낙조대에서 적석사로 돌계단 길을 따라 내려서면 절집 범종루가 보인다. 범종루 앞 계단으로 나들길이 연결되지만 절집 구경을 한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대웅전은 2005년에 중건 복원하였고 법당 앞에는 두 그루의 부부목이 오랜 시간 절집을 지키고 있다. 

 

불유각(佛乳閣). 적석사사적비(積石寺史蹟碑)

적석사의 우물 이야기는 유명하다. 조선시대 여러 기록에는 적석사에는 매우 영험한 우물이 있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맑고 좋은 물이지만 재난이 닥쳐올 것 같으면 물이 마르거나 혼탁해져서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적석사 법당 오른쪽에 우물이 있고, 근래에는 선암 주지스님이 수각을 짓고 그 이름을 불유각이라고 했다.
비문에는 불교의 전래 및 사찰의 중건·중수 상황과 고려시대 몽고 침입에 대항하여 강화에 도읍을 옮겨올 때 임금의 거처로 사용했다는 기록 등이 있단다. 비신의 상부에 '고려산적석사지비(高麗山積石寺之碑)'라는 비의 제목이 있다.

 

15:33 어반티지 캠핑장

차가 적석사까지 올라오는데 포장길의 경사가 심하고 굽이가 있으니 조심운전이 필수다. 10여분 생각을 비우기 내려오니 어반티지 캠핑장이다. 강화나들길 5코스와도 만난다. 성광수령원을 지나 오상리 고인돌군으로 향한다.

 

15:46 오상리 고인돌군

오상리 고인돌군은 2000년 실시된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 12기의 고인돌이 확인되었다. 모두 북방식고인돌로 대·중·소로 구분되고 묘실 구조는 'ㅍ' 자 형태다. 위쪽에 재일 큰 고인돌이 강화 내가 오상리 고인돌(江華 內可 鰲上里 고인돌)로 1995년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6호로 지정하여 따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늘 고인돌탐방길에 부근리 지석묘를 출발하여 점골 지석묘, 삼거리 고인돌군, 고천리 고인돌군을 거쳐 마지막인 오상리 고인돌군에 도착한다. 천동기 시대 즉 대략 3,000년 전의 많은 돌무덤을 보았다. 그러면 앞으로 3000년 후에는 지금의 납골묘나 납골당들이 유물로 발굴되고 기념물로 만들어질는지 모른다. 강화나들길 17코스의 종점 도장함은 고인돌군 옆 주차장에 있다.

 

오상리 고인돌군에서 숲길로 고려저수지 가는 길은 강화나들길 5코스다. 금당실 공방 옆으로 나와 왼쪽으로 틀면 낚시터매점 옆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정보에 군내버스 39A, 49, 62번 중에 도착정보가 있는 것이 없다. 버스시간표를 보니 16:50분에 외포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오늘 버스 시간 무진장 못 맞춘다. AC...

 

버스정류장 앞 고려저수지에 해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