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강화나들길 18코스 :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

자어즐 2023. 1. 24. 21:24

오늘 기온이 영하 이, 삼도로 예보된 대한이다. 그런데  바람이 엄청 세게 불어 체감하는 온도는 몇 배나 낮은 것 같다. 뒷바람에 저절로 발걸음이 떨어지고, 새들이 바람을 거슬러 나는 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밤에 눈 대신 비가 살짝 내린 듯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한 겹 얼음이 걸음을 더듬게 한다. 헌팅캡의 귀마개를 내리고 워머를 코 위로 끌어올려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을 막아도 스며드는 곳은 차갑다.

내일부터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최악의 날씨임에도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 친지를 찾아 이동 전쟁을 할 것이라고 한다. 대면 명절인돼다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 가족들이 더 그리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회사는 보통 명절휴가 전날은 오전 근무하고 청소 후 일찍 마치는 것으로 배려를 해 주는데 오늘은 공사현장의 일정상 생산이 바쁠 게 없어 하루 일찍 휴가를 시작한다. 그래서 강화나들길 한 코스를 걷고 사무실에 들러볼 요량으로 출근하 듯 집을 나선다.

강화역사박물관 주차장으로 네비에 입력한다. 아가씨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김포한강로·김포대로로 안내한다. 가면서 듣는 소식 중에 두 가지가 생각난다.

국내 코르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꼭 3년이 됐다. 그 사이에 누적 확진자가 국민의 60%인 약 3천만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3만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근래에 확진자, 사망자, 위중증 환자의 감소세가 확연하여 이번 달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완화된다는 얘기를 한다. 모든 곳은 아니고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 취약한 예외 장소는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해제된 지 5개월이 지나도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안 쓰면 못 마땅한 눈초리들이 보이고, 김여사처럼 마스크로 3년간 감기에 걸리지 않아서 안 벗는다고 하듯이 완전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또 하나는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해서 문희, 남정임과 1세대 트로이카 시대를 연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 파리에서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당시 1200대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청춘극장'을 위시하여 60~70년대 약 300편의 영화에 출연해 각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다. 반 세대 정도 앞선 배우지만 사춘기시절 아름답고 지적인 이미지가 생생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이번은 강화나들길 17코스를 갈 순서지만 혼자인데다 출근하 듯 준비가 없어 행여 낙조대로 넘어가며 미끄러워 불상사가 생길까 봐 18코스로 바꾼다.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은 강화역사박물관 고인돌주차장 입구를 출발하여 같은 장소로 원점복귀하는 코스다. 5월 초엔 희귀종인 매화마름을, 8월에는 화문석의 주재료인 왕골을 볼 수 있다는데 시간이 비켜 있어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1. 누구가 : 나 홀로

2. 언   제 : 2023.01.20(금)

3. 어디로 : 강화나들길 18코스,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 

4. 얼마나 : 3시간 48분(휴식시간 포함)

 

이동경로 : 강화역사박물관(고인돌주차장) - 하점성당 - 5층석탑 - 석조여래입상 - 양오저수지 - 호문석문학관 - 다송천수문 - 부근리고인돌군 - 부근리지석묘 - 고인돌주차장

 

몇 군데 길찾기가 헷갈릴 수 있다. 포탈에 표시된 붉은선 길의 리본과 새 리본과 표지석이 있는 주황색선을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

차는 48번 도로를 타고 오다 부근교차로에서 강화대로로 빠져 고인돌공원 제1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설 명절 휴가 전날 09시가 갓넘은 시간의 주차장은 조용하다. 홀로 밤을 새운 듯한 캠핑카는 나랑 같이 두 대의 차가 들어가도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다.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부딪히는 바람에 몸이 절로 움칠거린다.

강화역사박물관 앞 고인돌공원 의 탁 트인 잔디밭은 고려산에서 올라오는 햇빛에 더욱 진한 황금빛으로 비치고 그림자는 길게 드리운다. 강화나들길 18코스를 출발하기 전에 고인돌공원을 한 바퀴 돈다. 

 

부근리지석묘

고인돌공원 가운데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부근리지석묘는 예전에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 속의 고인돌 모습이다. 가까이서 보면 의외로 큰 덩치에 놀란다. 키가 2.5m이고 덮게돌의 무게가 약 53톤이나 되는 우리나라 탁자식 고인돌의 대표주자다. 2000년 고창·화순 고인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되었고 사적 제137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세계의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고인돌은 돌이 고여서 붙은 이름이고 흔히 지석묘라고 불린다.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고 한다. 

 

15호 고인돌. 16기 부근리 고인돌군의 분포도.

강화고인돌유적관광안내소 옆에 강화나들길 17코스 고인돌탐방길의 출발 도장함이 있다. 09:00부터 입장이 가능한 강화역사박물관은 강화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시와 보존하기 위해 설립되었단다. 자연사박물관을 포함한 입장료는 어른이 3,000원, 청소년 이하 2,000원이다. 강화군민은 무료.

 

09:32 고인돌공원 주차장 입구에 있는 강화나들길 18코스 시·종점 도장함

다송천 건너 고인돌슈퍼가 있고 그 옆으로 비슷하게 생긴 주택이 대여섯 채 나란히 섰다. 자연사박물관 방향으로 길을 틀어 우선 다송천과 나란히 간다. 먹이 활동을 하던 쇠기러기들이 객의 발걸음 소리에 놀라 날갯짓한다. 배짱 좋은 녀석들은 상관없이 머리를 박고 있다.

 

응달의 시멘트 길은 한 겹 얇게 얼음판을 깔아 걸음이 조심스럽다. 인삼밭 뒤로 봉천산이 버티고 장정양오길 아래 통로를 통과하면 장정감리교회 십자가가 앞에 있다. 기역자로 길을 돌아 교회를 지나서 장정 1리 마을회관과 같이 있는 하점성당을 엿본다.

 

장정리 5층석탑 가는 길.

하점성당과 마을회관 사잇길로 마을을 통과한다.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 600m 지점의 나들길 이정목에는 태극기가 날리고, 파스톤빌리지 전원마을 입구를 지나 약 300m 가면 화장실이 있고 앞에 장정리 오층석탑의 돌담층계가 보인다.

 

10:02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 봉은사지 사각형 우물

보물(제10호)로 지정된 강화 장정리 5층석탑은 봉은사지 오층석탑으로도 불린다. 봉은사는 개성에 있던 사찰로 고려 고종 때 수도를 강화도로 옮길 때 같이 옮겨졌단다. 발견 당시 주변에 흩어져 있던 석재를 1960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세웠다. 3층 이상 몸돌과 5층의 지붕돌 상층부가 유실되었고 지금 남아있는 탑의 높이는 3.5m이다. 고려 후기의 것으로 추정.

 

3S랑 같이였으면 봉천산을 올랐겠지만 나 홀로라 생략하고 봉천산 옆구리 숲길을 12분 걸어 석조여래입상을 만난다. 숲길은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더듬거리다 지도를 보고서야 옳게 찾는다.

 

10:20 강화 장정리 석조여래입상(江華 長井里 石造如來立像)

이 불상은 두꺼운 판석 위에 조각된 고려시대의 석조여래입상이다. 돌담을 쌓은 안쪽에 전각을 세워 관리하고 있는 보물(615호)이다. 높이 2.8m의 마애불로 머리 위에 큼직한 육계가 솟아 있고 얼굴은 둥근 편으로 입가부터 양쪽 볼과 눈매에 이르기까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전체적으로 입상의 하반부는 간략하게 조각되어 있다. 얼굴표현, 법의 층단식 처리, 광배, 화염문 등의 표현방법으로 보아 제작시기를 11세기 경으로 추정한다는 설명이 있다.

 

옥함에서 태어난 봉씨 시조 이야기와 할머니 모습을 닮은 부처님 석조여래입상의 이야기 게시판.
10:52 석조여래상입구 버스정류장

석조여래입상에서 600m 걸어 나오면 종점 10.1km 표지석이 있는 버스정류장을 만나고 거기서부터 조금 지루한 차도를 걷게 된다. 오른쪽 논의 전원주택 뒤로 강화역사박물관 건물을 보이고 장정 2리 새마을회관, 인천대검도수련원 버스정류장 지나는 약 1.7km 아스팔트 옆을 걸어야 양오저수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11:52 갈림길에서 약 1.1km 거리에 양오저수지가 있다.
양오저수지

양오저수지는 면적이 75,900제곱미터, 둘레길이는 3km 정도 되는 큰 다목적용 저수지이다. 주 어종이 토종붕어인 낚시터로 더 유명하다. 지금은 12월 말부터 해빙기까지 빙어 낚시와 얼음 썰매를 즐길 수 있다. 저수지 주변에 전원주택과 펜션들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어 경관이 괜찮음을 입증한다. 

 

양오 2리 마을 정자를 보고 좌로 꺾는다. 포장된 언덕길을 넘을라치면 고인돌 방향표지목이 있어 들러본다. 길에서 가까운 거리에 5개의 돌무더기가 있다. 양오리고인돌 55호다.

 

양오저수지를 비스듬히 등지고 수로를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수문이고 그 앞에 강화평화전망대로 가는 전망대로를 만나 우로 화문석문화관을 찾아간다. 왼쪽으로 들녘 뒤에 멀지 않게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 북한 땅이라 당겨보니 초소 같은 건물이 보인다. 바로 코앞인데...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 강화무지개글램핑

전국 유일의 왕골공예품인 강화 화문석은 고려시대부터 전수된 자랑스러운 민족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로 화문석의 발상지인 송해면 양오리에 화문석 문화관을 건립했단다. 화문석 문화관에는 화문석은 물론 왕골공예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다양한 왕골공예품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으며 , 현지 공예인들과 함께 화문석과 왕골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주어진단다.

 

화문석 문화관 주차장입구를 지나 굽어지는 길에 선 표지목은 포장도를 계속 따라가라 한다. 믿고 따르는데 앞에 나들길 표시가 없다. 포탈에 검색하니 나들길 선에서 벗어나 있다. 돌아와서 간촌마을 포지석 뒷길을 돌아간다. 주위 환경과 다르게 나 홀로 멋진 소나무 뒤로 화문석 문학관이 보인다.

 

12:16 다송천 수문

지금 저기 까치들이 유난히 한 나무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볼품없는 나무에 모여든 까지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풍성하고 그럴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까치가 모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송천 수문을 지나면 집모양은 괜찮은데 입구부터 주위가 온통 잡동사니로 널려진 요상한 집을 지난다. 부조화 속에 조화의 그림을 그리며 길을 재촉한다.

 

숲길을 들어가 길이 있을 법한 위치에 길이 없어졌다. 나들길 선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의 신축주택을 돌아 인적이 드문 숲으로 들어 가자 앞에 반가운 리본이 보인다. 기분 좋은 생각으로 숲길을 3,4분 걸으니 방향표시가 애매한 표지목과 아래에부터 리본이 달린 샛길을 만난다. 주변을 살펴보고 판단한 것은 내가 온 옛 길과 새로운 샛길의 차이다. 새로운 집들이 들어섬으로 길도 달리하는 단순한 논리로 애해를 한다.

 

부근리 10호, 11호 고인돌
나들길 옆뿔데기에 자리 잡고 있는 부근리 12호, 13호 고인돌

나들길 주위로 자그마한 문패를 단 고인돌들이 보인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무덤양식인 고인돌이 일이십 개 무리를 이룬 곳 강화지역에 다섯 있다. 그중강화도 고려산(高麗山:436m) 북쪽 봉우리인 시루미산 끝자락 부분의 능선인 하점면 부근리 밭 가운데 있는 사적 제137호인 강화지석묘(江華支石墓)를 중심으로 솔밭 구릉 주변에 16기가 분포되어 있는 부근리 고인돌군은 1999년 4월 26일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다.

 

부근리 소목골 고인돌 128호가 부근리 14호 고인돌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 왜 부근리 고인돌군과 표기가 다른 지 모르겠다.

 

부근리 118호, 119호 고인돌
13:10 고인돌 공원으로 돌아 오다.
13:20 강화나들길 18코스 시종점 도장함.

나 홀로 강화나들길 18 코스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을 한 바퀴 돌아 원점복귀를 한다. 별칭처럼 왕골로 만든 화문석과 왕골 공예 작품들이 전시된 이 코스의 핵심인 화문석문화관을 방문하지 않은 것이 지나치고 나서 아쉬워한다. 혼자 뻘쭘하게 들어가기가 어색했다는 핑계다. 계절 차로 왕골을 못 본 것도 그렇고. 

길이 헷갈리는 곳이 서너 곳 있어 리본이나 표지목이 없으면 지도를 검색해서 확인해야 엉뚱한 곳을 가지 않는다. 포장도를 걷는 지루한 곳들이 더러 있어서 지금까지의 나들길 중에 선호도를 상중하로 나누어볼 때 이 코스는 내 기준에서는 하의 점수다.

 

저녁에 동,홍과 설 명절휴가 전야 회합. 역시 대방어는 취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