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

자어즐 2022. 11. 27. 20:54

소설이 지난 11월 마지막 주말 22년 하반기 우리 친구들 만나러 대청호오백리길 4코스가 시작하는 대전시 동구 마산동삼거리로 향한다. 이번이 내가 운전할 차례가 아닌데 얼떨결에 운전대를 잡고 11시 30분의 약속시간을 역으로 계산하여 아침 7시 30분에 시동을 걸었다. 동, 홍이를 픽업해서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받아 들 때까지는 문제가 없더니 어느 순간부터 도로가 협조를 하지 않는다. 현기를 테우고 1박 2일 일용할 양식을 천안에서 보충을 했지만 약 200km의 거리를 6시간이나 걸리니 좀 심하다. 코로나에서 벗어난 일상의 주말이 고속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부팀이 어디냐고 연락이 오는데 시속 10km를 어찌할꼬.

 

1. 누구가 : 페로우즈 친구들 : 신달, 영화, 월동, 재정, 종철, 철홍, 현기

2. 언   제 : 2022. 11. 26(토)

3. 어디로 : 대청호오백리길 4코스 호반낭만길 명상정원

4. 얼마나 :

 

대청호오백리길은 대전(동구, 대덕구)과 충북(청원, 옥천, 보은)에 걸쳐 있는 약 220km의 도보길이며 대청호 주변 자연부락과 소하천, 등산길, 임도, 옛길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서울, 부산에서 대청호까지 거리가 약 오백리 정도가 되어 그 상징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대청호를 중심으로 해발 200~300m의 야산과 수목들이 빙 둘러져 있어 경관이 아주 뛰어나며 구간마다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길들이 많다. 연인끼리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 푸른 호수를 감상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사색 코스, 등산이 가능한 산행 코스, 농촌체험과 문화답사를 겸하여 걸을 수 있는 가족여행 코스,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 등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테마가 펼쳐진 길이다. 이러한 자연경관을 인정받아 유엔해비타트(UN-HABITAT)가 수여하는 아시아도시경관상도 수상하였다.

또한, 대청호오백리길 주변에는 대청호물문화관과 대청호조각공원, 대청호미술관, 대청호자연생태관 등이 개관하여 대청호오백리길과 연계한 체험 및 관람시설로 이용이 가능하며, 청원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보은 속리산, 옥천 둔주봉, 정지용생가, 육영수생가지 등 많은 역사문화 관광지가 있다. 갈대밭이 펼쳐진 대청호를 따라 걷는 곳으로 대청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몇 년 전 권상우와 김희선 주연인 '슬픈연가'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밖에 조각공원, 미술관, 자연생태관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 대한민국 구석구석 -

 

이번에 선정된 코스는 대전 충청지역의 길 중에 가장 많이 찾는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으로 총길이가 12.5㎞로 끝까지 걸으면 5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와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우리 친구들 끝까지 가지고 하면 몇몇은 고개 흔들게 빤해서 대청호 자연생태공원까지 걷기로 했는데...

 

마산동삼거리에 있는 큰뫼골 식당에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다. 큰뫼골 메뉴는 새우탕, 메기탕, 민물참게탕, 닭 오리 백숙, 오리주물럭 로스가 있는데 먼저 온 남부팀에 오리로스 대자를 주문하면 새우탕 작은 것이 따라온다고 해서 마루에 식탁을 깔고 굽고 있다. 곡차를 곁들이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대청호 오백리길을 찾아간다. 시작은 더리스 옆 주차장에서 수변으로 내려선다.

대전 동구 마산동 찬샘정 입구에 위치한 더리스 &테라베오는 슈하스코 브라질바비큐전통요리 레스토랑으로 대청호반을 바라보며 지어진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금강 중류를 대청댐으로 막아 형성된 대청호는 충북 청주시·옥천군·보은군과 대전시에 걸쳐있는 인공호수로 저수량 기준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그 둘레가 무려 500리나 된다. 지난 2013년 대전·충청권 광역연계협력사업으로 21개 구간, 210㎞ 길이의 ‘대청호 오백리길’이 만들었다. 그중 대전 동구와 대덕구를 지나는 1∼5구간과 21구간 등 6개 구간, 59㎞ 길이의 도보 길은 도심에서 가깝고, 편의시설도 잘돼 있어 트레킹 애호가들에게 관심이 크다.

 

갈대가 있는 길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이 모두 갖추어져 있느냐에 따라 갖춘꽃, 안갖춘꽃으로 분류한다. 갈대, 억새, 강아지풀 같은 식물은 암술, 수술은 있지만 꽃잎이 없어서 안갖춘꽃이다. 갖추지 않은 억새와 갈대가 햇빛에 은빛을 발하며 만든 군락에 멋스럽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 자랑하지 않아 더 아름답다. 소박한 길을 우리 친구들이 걷는다.

 

둘도 좋고 일곱도 좋고 아홉은 더 좋을텐데...

마산동 쉼터의 화장실 한 면이 4구간 낭만호반길 안내판이다. 여기 주차장에 차를 두고 800m의 무장애 탐방데크길을 따라가도 전망데크가 있고 그 앞쪽에 명상정원이 나온다. 여기가 낭만호반길의 가장 따끈한 곳이다.

 

수변데크길 끝의 전망데크.
전망데크의 액자 포토존

매일을 숙제하 듯 짓눌린 생활을 대청호 넓은 호반에 풀어놓는다. 안식을 주는 편안함이 있다. 잔잔한 물결이 거울 같은 수면보다 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이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삶이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부담, 그것을 내려놓는 분위기가 된다. 들어가면 나온 곳이 있고 비우면 채워진다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하늘이 신의 저울을 가지고 있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하고 무엇인가를 잃으면 뭔가를 얻게 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음 주에는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다는 예보가 겨울을 재촉한다지만, 오늘 아직은 가을 끝자락인데도 예년보다 따뜻한 온도와 맑은 날씨가 만남을 축하라도 하는 양 친구들의 웃음 진 얼굴에 그대로 반영된다. " 다 같이 만세! 만세!, 좀 웃어봐라. 옳지 잘한다."ㅎ. 일곱이서 대청호 오백리길을 한 글자씩 품어 전부를 안는다.

 

대청호오백리길 글씨 조형물

명상정원은 슬픈연가촬영지가 있고 파고라와 테이블벤치 등 휴식공간에 전통 조형물을 가미하여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다. 해안선이 복잡한 다도해의 한 부분인 느낌도 있다.

 

태양, 물, 갈대가 만든 그림.

가뭄이 들 때는 육지에 붙고 물이 차면 섬이되는 홀로섬, 호수 건너는 5코스 백골산성낭만길의 이름이 된 백골산(346m)이다. 한 폭의 수채화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다. 주위 분위기를 보아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오 /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는 시 한 소절을 생각하며 둘이 데이트 하기 좋은 곳이 된다. 

 

전망데크 위에서

명상정원에는 거위가 엑스트라로 등장한다. 먹이 따라 거위가 줄지어 뒤뚱거리는 게 '선착순' 뺑뺑이 돌리는 것 같다. 거위는 지능이 높고 배타성이 강하다는데 먹이 주는 사람이 주인인 듯 잘 따른다. 어쩌면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처럼 먹이 봉지 소리에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어쟀든지 이 순간에는 잠깐 주인공이 되어 객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슬픈연가 촬영지 그리고 액자 포토존

드라마와 그리 친하지 않아서 슬픈연가가 뭔고 해서 찾아보니 2005년 1월 5일 부러 3월 17일까지 방영된 20부작 MBC의 수목 미니시리즈였구먼. 당시 한국의 대표미인 김희선과 몸짱 한류스타 송승헌, 권상우가 모두 케스팅 하여 6개월가량 언론플레이로 선전했지만 상영된 드라마는 화려한 캐스팅과 이국적인 풍경이 다였을 뿐, 스토리면에서는 다음 회차가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여 비판을 받았단다. 엇갈린 운명 속에 서로를 사랑하게 된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딱 맞는 드라마라는 얘기를 나무위키가 하고 있다. 송승헌은 병역 문제로 사전 하차하고 연정훈이 대신했다고.
드라마 ‘슬픈 연가’를 비롯해 영화 '역린(2014)', '나의절친 악당들(2015)', '7년의 밤(2018)', '살인소설(2018)', '창궐(2018)'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고 영화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모형의 피켓으로 자랑하고 있다.

 

장독대들이 대청호를 바라보는 이유는?
물속마을정원. 호반정

물속마을 정원은 대전마케팅공사에서 2020년 가을에 조성했다. 2층 팔각정 기와정자 '호반정'과 둥그렇게 만들어진 화단, 산책길 등을 만들었다. 호반정 앞 우물은 영화 '7년의 밤' 세트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청호오백리길 물속마을 정원은 대청호 수몰민들이 들려주는 고향 이야기로 꾸민 정원이라네. 1980년 12월 2일 완공 후, 대청호 지역에 살던 86개 마을 4,075세대 약 26,000명의 주만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마을들은 물속으로 그대로 잠겼단다.

 

동욱이 엄마 전여사의 정성이 들은 김치전과 편육 김장김치가 보기만큼이나 맛깔스럽다. 맑은 동동주 맛이 더해지니 과히 환상의 궁합이 맞다. 한점 두점 하다 보니 나중에 숙소에 들어서 총무가 현지에서 직송한 민물장어구이가 들어갈 공간을 걱정할 만큼 배가 불러온다. 우리들 이야기도 김치전만큼 감칠맛이 나고 동동주처럼 달달하다.

 

오늘 걸음은 대청호오백리길 4코스 낭만호반길 중 엑기스인 명상정원으로 가벼운 소풍을 끝낸다. 계속 낭만호반길을 따라간다면 명상공원에서 돌아 나와 1㎞ 정도를 더 내려가면 추동 취수탑이 보이는 산길로 들어선다. 한적한 들길을 약 10분 정도 걸어가는 코스다. 취수탑 근처 산책길을 지나면 가을이라는 뜻이 담긴 가래울마을(추동)이 나온다. 길을 하나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생태습지와 연못, 미로시설, 풍차 등의 조형물이 조화롭게 조성된 대청호자연수변공원을 만날 수 있다.
가래울마을을 지나 황새바위, 주산동(연꽃마을)을 들린 뒤 신상교 직전에 있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제방길을 건넌다. 물이 차서 이 길이 지워졌으면 돌아서 신상교에 도착하면 낭만호반길이 끝을 맺는다.

 

이렇게 늦가을의 기분을 만끽하고 기분좋게 큰뫼골 식당으로 원위치한다. 여기서 예약한 숙소 대청호전망좋은펜션하늘서별딴집(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10)까지 약 25km, 30분가량 걸린다. 슝→

  

아침 전망좋은집 펜션 풍경.

늦은 객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주인장. 실내공간 23평으로 방1, 거실1, 주방1, 일곱이 하루 나기에는 넉넉한 공간이다. 개별난방 조절이 안 되는 게 작은 불편이지만 1층 바비큐 공간에서 숯불을 피워 민물장어랑 곡차를 한 순배 돌리고 들어오니 방바닥이 따끈따끈하게 데워져 있어 문제가 없다. 

우리 친구들 45년 이상의 내공이 쌓여 있어서 작은 의견 차이는 흠집을 남기지 않는다. 몇 번 북부팀만의 여행이 남부팀으로 부터 "너네들만 가냐"는 질책성(?) 얘기가 나온다.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대청호수와 산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포근하게 들어온다. 아직 따지 않는 감들이 달려 있는 풍경에 가까이에도 가을이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여기서 약 3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장계관광지에 들러서 둘러보고 점심 후 헤어지기로 한다.  

 

장계관광지, 카페 플라히에

향토전시장의 주차장을 지나서 카페프란스 앞 주차장으로 쭉 들어왔다. 계단 아래 카페 플라히에(PRAIRIE)로 들어가 실내보다는 뷰가 있는 테라스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커피의 여유를 즐긴다.

장계관광지는 1986년 대청호의 자연경관을 이용하여 6만 평 부지에 조성되었다. 향토전시관, 놀이시설, 4계절썰매장, 물놀이장, 인공폭포 및 연못, 분수대 등의 위락시설을 비롯하여 야외취사장, 휴게소, 원두막, 상가, 식당,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향토전시관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민자시설업체가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안남식당 올갱이국

주위 올갱이국 맛집으로 옥천읍에 있는 금강올갱이와 안남면 소재 안남식당 중에 거리상 가까운 안남식당으로 왔다. 안남면사무소와 안남초등학교, 사이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있는 둔주봉 등산로 입구에 있다. 동네분들인 듯한데 식당에 손님들이 가득해서 선입견이 좋다. 자연산 올갱이국(보:9,000원, 특:11,000) 보통으로 주문한다. 보통과 특은 질이 아닌 량 차이. 부추를 넣은 맑은 국물에 다슬기가 빡빡하다. 담백한 맛이 해장에 재격이다. 그리고 증약막걸리가 1되 4,000원 밖에 안 받으면 서비스 품목인가 싶다.

 

여기서 페로우즈 22년도 하반기 모임을 끝내고 대우 아이 결혼식에서 만나기로 하니 남북으로 잠시의 이별이다.

대화 중에 김여사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직 청와대를 구경 못했다고 가보고 싶어 하더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결혼식 마치고 전부 청와대 가면 되겠다"로 얘기가 된다. 인당 6명이 가능한 예약으로 3명이 바로 들어간다.

그리고 병천을 지나며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 듯 현기를 부르며 부부순대집으로 찾아든다. 결국 순대와 학화호두과자 하나씩 안겨주는 현기는 펜션에서의 수고로 얻은 약간의 수입을 곱으로 토해내야 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