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강화나들길16코스 : 서해황금들녘길

자어즐 2022. 12. 31. 22:13

한 해가 꼴깍꼴깍 힘들게 저물어 간다. 맨 끄트머리에서 지나가는 한 해를 돌아보면 뭐가 생각날까? 

지난해에서 넘어온 코르나 팬데믹은 위드코르나로 상황이 나아져도 아직은 진행형인 데다 올해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유가로 세계적으로 생산비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다 보니 이것을 잡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행된 유래 없는 빅 스텝 두 번을 포함해  다섯 번의 금리 인상이 고금리를 불러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과 거래 절벽이 경기 침체의 위기감을 가중시키는데 이자폭탄까지  떠안은 영세 상공인들은 어찌 이 한파를 이겨낼꼬. 그리고 '영끌족'은... 

3월 9일에 치뤄진 20대 대선에서 정치경험이 거의 없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취임하면서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부터 초기에 인사를 둘러싼 편중과 부실검증, 해외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불거진 크고 작은 잡음들로 지지율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한 대응, 거대노조 재정문제, 시민단체에 지급된 보조금에 대한 문제 제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등을 통해 법의 공정잣대와 원칙론적인 모습에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해서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서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진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문제들이긴 하다. 그러나 국정에는 초보가 있을 수 없다. 내년에는 탈진영의 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침체정국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기대해 보자.

올해 많은 국민들이 위로를 받은 것은 월드컵 16강 진출일 게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의 조별 상대는 첫상대인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0:0, 다음 꼭 이겨야 했던 가나와의 경기에서 3:2 석패로 힘들 것으로 예상한 16강 진출이 마지막 운명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2:1로 짜릿하여 역전승하여 정말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포기하지 않은 그 감동이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오늘 강화나들길을 연결한다. 추위가 누그러져 10시 이후에는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온다고 하고 바람도 잠잠한 편이라 걷기 좋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서해황금들녘길인 16코스는 늦가을 망월평야의 벼가 익을 시기가 제격인데 지금은 흰 눈이 살짝 덮인 벌판과 바다 사이 제방길을 걷게 된다. 대중교통으로 두 번 환승해서 도착한 창후선착장에서 외포리선착장(해양경찰서 강화파출소)까지 나들길 지기랑 둘이 걷는다.

 

1. 누구가 : 3S 와 둘이

2. 언   제 : 2022년 12월 마지막날(토)

3. 어디로 :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4. 얼마나 : 12.4km, 4시간 5분(휴식, 식사시간 포함)  

 

▼ 이동경로 : 강화버스터미널 - (32번 버스) - 창후리선착장 - 망월돈대 - 계롱돈대 - 용두레마을 - 황청저수지 - 예수의성모관상수도원 - 망양돈대 - 외포리선착장 - (버스) - 강화버스터미널

 

오늘 버스 연결이 아주 좋다. 08:00 약속보다 5분 일찍 검단사거리역에서 만나 강화터미널행 90번 버스를 바로 탄다. 22년 마지막 토요일 아침, 도로의 막힘이 없어 약 1시간 10분 만에 강화버스터미널로 들어간다. 창후리로 가는 군내 32번 버스가 09:15분에 출발한다. 버스 승객은 네 사람이 전부다. 강화 읍 몇 코스만에 두 사람이 하차하니 우리 둘만의 전용이 되어 논스톱으로 창후리 선착장에 데려다준다. 창후리 종점에 도착하니 09:45분이다. 우리가 타고 온 32번 버스를 못 탔으면 1시간 25분 후의 다음 차를 기다리느니 외포리행 30번을 타고 창후리입구에 내려 약 3km 발품을 팔 요량이었다.

 

괭이갈매기와 왜가리가 지키는 한가한 선착장에서 낯선 객 둘이가 강화나들길 16코스를 걸을 준비를 한다. 좌로 석모도 상주산과 우로 교동도 화개산이 마주보며 수평선으로 연결되고 오른편 희망호 뒤로 교동대교가 멀지 않다. 그림은 멋진데 구름에 가려 푸르게 채색되지 않은 바다와 하늘의 무채색이 아무도 찾지 않는 선착장에 설렁함을 더한다. 

 

북한과 직선거리로 10km내외인 강화도 서북단에 위치하는 창후항은 교동대교(2014년 7월 1일 개통)가 연결되기 전에는 교동도를 오가는 배가 뜨던 곳이다. 항후리는 임진강하류에서 유입된 황복으로 황복 마을이 있을 만큼 1년 내내 황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있고, 창후항수산물직판장은 창후항선착장 바로 옆에 어선의 이름을 상호로 쓰는 점포가 있다고 했는데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해양경찰 창후리출장소 옆으로 들어가 볼 걸 그냥 지나쳤다.

 

09:52 바다횟집 앞 강화나들길 16코스 도장함

강화나들길 16코스 황금서해들녘길과 서해랑길 강화 102코스의 동선이 겹치기한다. 창후항이 서해랑길 강화 102코스 종점이고, 103코스 시점이다. 전용이 된 버스가 다소곳이 손님을 기다리는데...

 

강릉까지 장장 308km나 되는 거리를 달리는 마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체력이 어느 정도이어야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지가 궁금타. 

울트라마라톤(ultramarathon)은 일반 마라톤 구간인 42.195km 이상을 달리는 스포츠다.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특정 거리 50km나 100km 등을 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시간 동안 24시간이나 48시간 등을 달리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물론, 정해진 시간 동안 더 먼 거리를 달린 선수가 승자가 된단다.

한반도횡단 울트라마라톤은 강화에서 강릉까지 제한시간 66시간에 308km를 거의 3일을 무박으로 달리는 코스다. 올해는 315km 구간을 47시간 59분에 주파한 사람이 우승이다. 엄두가 나지 않은 체력과 정신력이다.

 

청후리버스 정류장 뒷 쪽으로 펜스가 쳐진 곳이 새로 조성 중인 뭔 공사가 진행 중인 듯 하다. 도로로 약 250m 걸으면 우로 진행하라고 표지목이 안내한다. 안내판의 코스선을 기억하고 표지목과 리본을 따라가면 이번 코스의 목적지인 외포항까지는 무난하다.

 

갈대에 이는 바람은 없어도 나아가는 걸음에 부딪히는 공기는 아직은 차갑다. 귀덮게가 있는 모자로 귀를 막고 마스크를 다시 선다. 입김이 코 위로 올라와 안경에 뽀얗게 올라 앞을 가렸다 터였다 한다. 바다에 불쑥 오른 상주산은 석모도와 떨어져 별다른 섬이 되어 내게로 다가온다. 벼가 황금빛이었으면 강화나들길 16코스의 별칭과 완전히 겹칠 텐데... 

 

바다 반대 제방길 넘어로는 들녘이 넓게 펼쳐져 용두레 마을 지날 때까지 함께 간다. 뒤로 돌아보면 교동도와 연결하는 교동대교가 있고, 혼자 솟아 오른 산은 다른 산들과 산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전해지는 별립산이다.

 

강화나들길에 있는 제방길에는 코스마다 이런 쉼이 있는 포트죤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여기서 진호가 보내온 원두로 내린 따뜻한 커피 향을 맡는다. 구운 계란에 사과를 곁들여 둘이의 나들길 즐거운 기분을 낸다. 가슴의 바람도 덩달아 잠이 든다.

 

추위에 대한 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춘 조사들이 수직 방파제 그로인 끝에서 낚씨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인다. 그로인(groyne)은 연안류에 의해 사빈의 모래가 침식되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직으로 설치한 단단한 구조물이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침전물의 이동을 제한하여 해변침식을 방지하도록  나무, 콘크리트 또는 돌로 만들어진다.

 

커피타임을 제외하고 약 40분 제방길을 걸어 망월돈대에 도착한다. 돈대는 관측이 쉬운 조금 높은 지형에 위치하는 것이 보통인데 망월돈대는 평야와 맞닿은 갯가에 직사각형으로 설치되어 있다. 간간히 눈 아래 숨은 얼음을 밟을 때면 걸음에 힘이 더 들어간다. 내용연수가 다 된 등산화 두 켤레를 처분하고 개비한 등산화가 첫 선을 보이는 것이라 약간의 미끄러움에도 든든하니 좋다. 

 

10:54 망월돈대

망월돈대 (望月墩臺,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1호)는 조선 숙종 5년(1679)에 강화지역 해안선 방어를 위하여 축조한 것이다. 0.4~1.2m의 돌을 정방형으로 다듬어 가로 38m, 세로 18m, 높이 2.5m 규모로 축조하였다. 돈대 북측 장성(長城)은 고려 고종 19년(1232)에 강화로 천도하면서 해안방어를 위해 처음 쌓았다고 한다. 조선 광해군 10년(1618) 안찰사 심돈이 수리를 하였고, 영조 21년(1745) 유수 김시환이 다시 고쳐서 쌓았으며 「만리장성」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한다는 내용이 입구 안내판에 기록되어 있다.

 

망월돈대에서 나와 망월리 마을의 역사와 유래를 보고 내가저수지에서 바다로 흐르는 내가천 수문을 반원으로 돌아 계속 제방길로 연결된다.

 

고려 후기부터 20세기까지의 간척사업의 결과물로 얻어진 망월평야는 오늘날 강화에서 단일 간척 평야로는 가장 넓다. 간척 평야에 설립된 마을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은 마을로, 마을이 벌판 가운데 있어 달을 먼저 바라본다고 하여 망월리(望月里) 마을이라고 이름 붙었단다.

이 마을은 전체 면적 약 130만 평의 65%가 벼농사를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망월리에는 망월돈대부터 무태돈대까지 이어진 만리장성이 있었으나 1998년 대규모 해일로 인해 한국 간척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망월평야의 만리장성 둑이 일부 소실되었다.

 

11:30 계룡돈대

같으면서도 다른 기억속의 논두렁을 상기하며 제방길을 걷다 고개를 들면 국수산을 배경으로 한 멋스러운 모습의 계룡돈대가 눈앞에 등장한다. 주위의 소나무와 기가 막힌 조화다.

 

계룡돈대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구조물이다. 1995년 3월 1일 인천광역시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도 군위(軍威)의 어영군사(御營軍士)들이 축조한 돈대로, 강화 53 돈대 중 유일하게 축조연대가 표시되어 있다. 30m×20m의 직사각형 모양이며, 한 면은 석축 높이 2m 정도에 길이가 30m이고, 3면은 석축(石築)되어 해변을 향해 정면으로 외적을 볼 수 있다. 망월(望月)돈대와 함께 직접 영문(營門)에서 관할했다. 석축 하단에 ‘강희 18년 군위어영 축조(康熙十八年軍威禦營築造)’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

 

계룡돈대를 나와 8분 가량 제방길을 걸으면 세 번째 강화나들길 아치 구조물을 만난다. 제방길은 여기까지고 펜션 앞에서 좌로 방향을 바꿔 용두레 마을을 찾아간다.

 

용두레 마을

들녘 가득히 울려퍼지는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용두레질 노래 가락에 맞춰 물을 푸는 아름다운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예부터 맑은 물이 흘러 큰 인물이 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마을이다.
마을 남쪽과 동쪽은 등산을 할 수 있는 봉화산과 국수산이 엄마 품처럼 다가오고 서쪽으로 석모도와 서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관망할 수 있다. 또한 넓은 농경지 끝자락의 바닷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갯벌에서 조개잡이와 망둥어 낚시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청둥오리와 기러기 등 철새도 많이 찾아와 또 하나의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마을이라고 소개한다.

 

11:53 황정1리 마을회관(용두레 마을)

마을을 지날 때면 지붕 있는 평상에 식당을 차릴 수 있어 좋다. 어묵탕, 김치전, 버섯전을 안주로 도수 있는 이과두주(二鍋頭酒)의 목넘김에 찌리릿 몸이 전율한다. 이과두주는 중국에서 '서민의 술'이라 불리는 대중적인 제품이다. '두 번 솥에서 거른 술'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컵라면에 김 한 장 올려서 먹는 맛도 지금은 별미다. 3S 덕에 빵빵하게 채운 배를 안고 다시 출발이다. 황청저수지는 0.6km 옆에 있다.

 

12:43 황청저수지. 낚시터이기도 해서 다양한 수상좌대들이 보인다.
예수의 성모 관상수도원

관상수도원(觀想修道院)은 영성 생활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는 관상을 목적으로 고독과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하느님에게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수도회를 말하고, 바깥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한다고 해서 봉쇄 수도회라고도 한다. 

 

강화나들길 16코스 중에 숲길

수도원 정문을 보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국수봉정상 1.5km / 황청저수지 0.6km 표지목이 있다. 수도원의 담을 따라 국수봉방향으로 오르면 걷기 평안한 숲길이 20분 정도 이어진다. 나무 사이로 석모대교도 보인다. 숲길 끝에는 강화유스호스텔이다.

 

강화유스호스텔

설렁한 강화유스호스텔에서 입구 도로로 내려와 해양경찰 강화파출소 방향으로 내려간다. 힐하우스 맞은편 표지목을 보고 우로 틀면 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한데 좁은 돌계단 몇 개를 오르면 망향돈대가 앞에 있다. 

 

13:29 망양돈대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돈대이다. 망양돈대는 높이 3m, 폭 2.5m, 둘레 120m의 원형으로 대포를 올리기 위한 포좌(砲座) 4개소와 치첩 40개소가 있고 윗부분에는 벽돌로 만든 성가퀴(몸을 숨기고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 위에 덧쌓은 낮은 담으로 여장 또는 성첩이라고 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위에는 남쪽으로 3.2km 떨어진 곳에 건평돈대(인천광역시 기념물 제38호)가 있고 서쪽으로 1.3km 떨어진 곳에 삼암돈대(인천광역시유형문화재 35)가 있다. 

 

망향돈대에서 내려오면 삼별초의 항쟁을 기려 강화군민들이 1993년에 세운 항쟁비가 있다. 앞면에는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三別抄軍護國抗蒙遺墟碑)’라 쓰여 있고 뒷면에는 비석을 세운 취지가 적혀 있다.

삼별초항쟁비 앞에는 삼별초가 강화에서 진도, 진도에서 제주까지 이동하며 여몽연합군이 무너질 때까지 항쟁한 기념으로 제주에서 기증받은 돌하르방 한 쌍이 문인석 마냥 서 있고, 강화군과 자매결연한 진도군에서 보내온 진돗개의 상이 지키고 있다.

 

외포항

강화나들길을 다니면서 세번째 오는 외포항 수산물 직판장이어서 이젠 익숙해 있다. 세 번이면 단골이라 하지 않는가. 직판장에는 젓갈, 조개, 말린 생선, 포장된 활어회가 객을 기다린다. 젓갈류도 종류다 다양하다. 새우육젓은 넓은 통에 담겨 있고 명란젓, 창란젓, 오징어젓, 어리굴젓, 멸치젓, 아가미젓뿐만 아니라 밴댕이젓, 소라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참낙지젓, 꼴뚜기젓 등 종류도 많다. 

 

13:57 해양경찰 강화파출소 옆 강화나들길 16코스 도장함. 외포리버스정류장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은 그렇게 긴편이 아니고 어려운 곳도 없는 구간이다. 바다와 들녘을 경계하는 제방길을 섬들과 곤포 사일리지(대형 원형 볏짚)와 함께 걷다가 마을길도 만나고 숲길도 만나다 보면 지루한 줄 모르는 코스다. 3개의 돈대에서 보초를 서고 내려오니 어느새 서해황금들녘길 끝이 보인다. 나와서 걷고 나면 이렇게 상쾌한 걸...

풍물시장 2층 식당가의 밴뎅이 정식을 염두에 두고 외포리에서 강화버스터미널로 왔는데 용두레 마을 정자에서 채운 배가 그대로라 산해진미라도 전혀 생각이 없다. 다음으로 미루고 검단사거리 먹자골목으로 가는 90번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