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 길

자어즐 2022. 7. 17. 21:21

창으로 흘러 들어오는 새들의 지저김이 미몽을 깨운다. 좀 더 자게 둬도 괜찮지만 높이 올라온 싫지 않은 소리가 귓가에 머문다. 한동안 꼼작도 않고 자리를 지키다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에 몸이 일어난다. 친구랑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 길을 가려고 약속한 시간은 한참 이르다. 두 달 넘게 시간이 엇갈려 놓아 두었던 길을 오늘 다시 나선다. 대중교통으론 뱃시간을 맞추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는 얘길 들었음에도 차를 가지고 출발한다. 강화터미널에서 07:45분발 버스를 타려면 친구는 첫 전철을 타고 검단사거리역에서 바로 환승을 해도 간당간당하다. 한 시간 반은 걸리겠지 했는데 막힘이 없어 한 시간에 선수선착장에 도착한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리에 속한 섬.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약 39.4㎞ 떨어져 있고 선수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에 속한 섬으로 볼음도·아차도·말도가 가까이에서 행정구역을 이룬다. 섬은 달팽이 같기도 하고 모자의 모습도 보이고, 전체적으로 역삼각형이다. 조선 중엽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오랑캐국의 사신으로 떠날 때 이 섬에서 임금님께 하직 인사의 글을 올렸다 하여 주문도(奏文島)라 불리다가 현재의 주문도(注文島)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으나 신빙성은 없다.

섬의 중앙부에 봉구산(147m)이 있으며, 남동쪽과 북서쪽에 농경지가 넓게 분포한다. 동쪽 해안에 둥글고 완만한 만이 형성되어 있으며 해안선은 매우 단조롭다. 북동쪽과 남동쪽, 바라지와 살꾸지 돌출부는 암석해안으로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을 겸하나 농업에 더 많이 종사한단다. 

 

1. 누구가 : 승섭이와 둘이

2. 언   제 : 2022. 07. 17(일) 

3. 어디로 : 간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길.

4. 얼마나 : 4시간[휴식, 식사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주문도(느리)선착장 - 서도파출소 - 서도초,중,고교 입구 - 서도우체국 - 서도중앙교회 - 해당화군락지 - 살꾸지선착장 - 살꾸지 - 뒷장술 해수욕장

              - 대빈창해수욕장 - 바라지 - 대빈창 마을 - 주문도선착장

 

선수선착장.

초지대교를 넘어 온수리, 마니산 입구를 지나 선수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침 8시 전이다. 출항시간은 50분 이상이 남았다. 매점 옆의 소로에는 이미 차들이 바짝 붙어 한 줄로 서 있어 주차할 공간이 없다. 선착장 입구 도로 건너에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플래카드가 붙었음에도 빈 공간에 주차를 한다. 

 

08:01 대합실

대합실은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우리 둘 뿐이다. 일요일인 데다 더운 날씨여서 객들이 적은 것인지 모르겠다. 7월 4일부터 유가상승으로 유류할증료가 선수에서 느리까지 1,200원/인 추가된다. 도서주민은 제외다. 승선표는 왕복이 아니고 편도로만 구매된다. 

 

선수에서 출항하여 볼음도, 아차도 경유 주문도 느리선착장으로 가는 배는 하루에 3번 왕복한다.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선수에서 주문도 살곶이선착장까지 직항은 35분 소요되는데 그것도 하루 3회 왕복이다. 우리는 08:50분 출항 배로 갔다가 14:30분 배로 돌아올 예정이다.

 

삼보해운 홈피 안내문의 버스시간표. 군내버스는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춰 운행된다. 강화터미널에서 선수까지 45분에서 50분 거리다.
우리가 탈 삼보12호 배가 들어오기 전에 선착장을 선점하고 있는 갈매기들은 아마도 새우깡에 맛들인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08:50분 선수 출항, 볼음도 가는 뱃길. 주문도, 아차도 옆을 지난다.

볼음도선착장에 대부분의 승객들과 차량이 내린다. 아차도는 하선 승객이 없어 그냥 통과는데 아차도 마을 앞에는 태극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게양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스무 개가량의 게양대가 있는 걸 보니 오늘이 제헌절이라서 국기를 단 일회성은 아닌 듯이 보인다.

  

09:58 주문도 느리선착장.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간 늘어진 곳이라 하여 느리라 부른다.

덕적, 자월이나 북도에 있는 섬들에는 항에 도착하면 아치형 조형물이 먼저 반겼었는데 주문도는 그런 게 없다. 우리와 같이 주문도를 찾은 사람은 손가락만 꼽아도 된다. 매표소 입구에 강화나들길 도장함이 있다. 그 옆에 안내도는 걸레가 되어가는 모습인데도 방치해 두어서 주문도의 첫인상은 감점이 된다. 매표소를 앞에 두고 좌측 도로로 강화나들길 12코스가 시작된다.

 

10:03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약 300m 에서 대빈창해수욕장 갈림길을 만난다. 갈 길은 서도 초중고등 학교 방향이다. 2,3분 거리에 있는 서도파출소를 보고 좌로 턴한다.

 

느리에서 진촌을 왕래하는 고개 배너머고개를 넘어서면 만나는 주문저수지. 10:24 서도초,중,고등학교 입구
주문1리 진촌마을의 서도우체국. 서해중앙교회로...

담장에 해당화가 벌을 유혹하고 수국 한 송이가 얼굴을 내민 모양이 수줍다 못해 얼굴을 보인 재미있는 그림이다. 옆으로 도라지도 색상을 맞춘다. 

 

10:34 경로당 앞 팔각정에서 우로 보면 온수리 성당 분위기가 있는 아담한 한옥 교회가 있다. 서도중앙교회다.

강화 서도 중앙교회는 인천 강화군에 있는 일제강점기 유적건조물로, 1997년 문화재자료 제14호로 지정됐다. 강화 서도 중앙교회 건물은 1923년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은 한옥 예배당이다. 1902년 감리교 전도사 윤정일이 복음을 전도하기 위해 이곳 주문도리에 들어왔고, 1905년에는 교회와 신도가 마음을 모아 영생 학교를 설립해 민족의식을 고취시켰으며, 1923년 교인들의 헌금으로 이 교회를 새로 지었다. 1978년 주문 교회에서 서도 중앙교회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전통 목조건물의 가구형식을 바탕으로 서양교회를 지었다는데 큰 의미를 지닌단다. 현재는 예배당 위쪽에 새로 지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서도중앙교회 위 새로 지은 교회 전망지에서 하늘로 솟은 소나무 한그루와 바다가 배경이 되어 주문도 최고의 뷰 포인트라는데 그곳에 갔으면서도 놓치고 말았네.

 

문이 열려서 안을 훔쳐본다. 지금도 사용 중인 듯 등받이 의자와 자리가 정리되어 있다. 중앙에 사제석이 있고 좌우로 피아노가 놓였다. 지붕은 옆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며, 홑처마집이다. 건물 안은 중세 전기의 서양교회 양식을 하고 있으나 매우 단순해, 예배실로 쓰이는 좁은 신랑(身廊)과 측랑(側廊), 중앙의 강단으로 구성돼 있다. 

 

나들길은 주문1리 진촌마을 회관을 돌아 나가도록 그려져 있다.

봉구산 남으로 진촌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앞장술해변으로 가는 수로 좌우로는 논들이 작은 평야를 이룬다. 부부나무 자귀나무가 수로 옆에서 꽃을 피웠고 이정목 따라서 만난 해변에서 앞장술해수욕장은 가까이에 있다.

 

10:54 해당화군락지

해변과 비포장길 사이에 해당화 군락지가 조성되고 있고 쉼 공간이 있어 주문도 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구름이 햇빛을 막아줘도 여름의 기본적인 더위는 어쩔 수가 없는데 바람이 불어주니 그나마 조절된다.

해당화는 모래땅과 같이 물 빠짐이 좋고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 바닷가 모래땅과 산기슭에서 볼 수 있는 낙엽관목이다. '매화는 맑은 손, 복사꽃은 요염한 손, 연꽃은 깨끗한 손, 해당화는 외로운 손'이라는 말이 조선시대 가정 살림에 관한 내용을 적은 <규합총서>에 나오는 구절이란다. 바닷가에 피어 있는 해당화가 꽤나 외로워 보인 모양이다.

 

이곳의 이정목의 표지판은 긴수염고래, 향유고래와 같이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포장도로가 주문도(살꾸지)선착장과 뒷장술 해수욕장으로 갈라진다. 강화나들길 12코스는 뒷장술해수욕장으로 가라고 리본과 말뚝이 가리키는데 선착장으로 해서 섬 끝을 찍고 오자고 한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 선착장은 둘만의 공간이 된다. 13:55분에 출항하는 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람 구경이 힘들겠다.

 

11:13 살꾸지선착장

승섭 총무가 이번 주 금요일 있을 동기들 하계행사 호프데이에 줄 작은 선물을 뭣으로 할지 운영위원들과 갑론을박이다. 나는 예비 충전베터리가 필요해서 좋은데 다른 이는 참기름을 거론해서 그쪽으로 기운다. 그래서 참기름으로 할 것 같으면 몸에 좋은 들기름이 좋겠다고 한마디 던진다. 그리고는 결정될 때까지 나 홀로 셀카놀이한다. 

같은 지명을 살곶이, 살꾸지, 살고지로 달리 표기하고 있어 통일이 필요하다. 지형이 길게 뻗고 험한 곶이란 의미이고 보면 선수선착장 매표소에 표기된 살곶이가 맞는 것 같다. 

 

선착장에서 도로는 끝나고 해안은 암석으로 널렸다. 걸음걸이가 반으로 줄여도 불편하다. 시계가 별로여서 석모도는 여기에 없다. 천천히 가면서 돌들의 모양을 감상하며 지나는 것도 별미다.

 

암석해변을 지나고 작은 자갈과 모래로 된 해변이 이어진다. 물 나간 갯벌은 물결을 닮은 섬세한 파동으로 큰 화폭을 메운다. 파도에 밀려 나온 스티로폼과 쓰레기가 청정을 헤치는 게 아쉽다. 해루질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하다. "이제 요령을 알겠어. 너무 깊게 해도 안 되는구먼..."

 

12:00 강화나들길 12코스 정코스 길과 만나다.

살꾸지선착장과 뒷장술 해수욕장 갈림길에서 정 코스인 조로 바로 꺾었으면 이삼 분이면 될 시간을 주문도 끝을 찍고 돌아오는 바람에 55분이나 소요되었다. 시간은 많이 걸렸어도 주문도 구석을 돌아볼 수 있어 상쇄가 되고 남는다. '장술'은 쌓인 은모래가 길게 백사장을 만들어 파도를 막아주는 언덕이란 의미다.

 

12:12 강화나들길 주문도길 안내 의자에서.
12:17 뒷장술 해수욕장

뒷장술 해변은 백사장이 길게 형성되어 있다. 방풍림 숲이 있고 넓은 갯벌도 있어 캠핑이나 차박을 하기 좋은 곳이다. 칠월 중순이면 비수기라고 하기 어정쩡한데 사람들이 거의 없는 편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깨끗이 정비가 되었겠지만 밀려든 쓰레기가 청소되지 않아 지저분한 모습의 민낯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여기 정자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이빨 보수공사로 치과 의사로부터 2주간 금주 조치를 당해 곡차 한잔 못한다. 걸으면서 만드는 즐거움 하나를 빼앗긴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다. 30여분 지나 해변을 걷기 시작할 때 앞에서 같은 배를 타고 왔던 4명이 여기 경찰과 함께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다 만난다. 안면이 있어 더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친다. "식사하셨어요" 하는 목소리에 힘과 분위기가 실려 있다.

 

12:58 고마이

나들길의 정 코스는 돌출된 해변 전에 오른쪽 길, 섬 내부로 들어가도록 표지목이 유도하지만 우리는 대빈창 해수욕장을 통과해서 검의 북쪽 끝인 바라지를 돌아오기로 한다. 언제 또 여길 오겠냐며 해변을 따라 계속 고다. 비 피하기 좋은 해식동굴을 만나기도 한다.

 

정코스는 이미 벗어났는데 표지목은 왠 것인고. 고마이에서 해변으로 말고 돌출된 부분을 넘어 오는 길도 있었네.
13:13 대빈창 해수욕장

대빈창 해수욕장은 2km나 되는 긴 해변에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호젓한 휴양지로 좋은 곳이다. 솔숲 사이에 형성된 널찍한 잔디밭은 오토캠핑을 즐기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예전에 중국과 우리나라의 교역이 있었을 때 중간 기항지로써의 역할을 하던 장소로 중국 사신 등 많은 외국 손님들이 다녀갔다고 하여 대빈창이라 한단다. 환경이나 모래의 질이 뒷장술 해변보다는 나은 듯 보인다. 비상 헬기 착륙장도 지난다.

13:29 바라지해변을 돌면 물이 빠져 불음도와 아차도가 더 가깝게 보이고, 주문도의 북쪽 긑 부분에서 기념한다.

바라지를 완전히 돌아 대빈창 마을을 찾아간다. 만 같이 굽은 해안 끝, 능선이 뻗어 나와 늘어진 곳은 느리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갈 수도 있지만 섬 안길로 선착장을 향한다. 뚝으로 오르기 전에 오랜 세월 층을 쌓은 바위에 눈길이 가고 한쪽에는 조개껍질들이 모여있다.

 

13:43 대빈창해수욕장 갈림길

대빈창 마을을 지나는 중 길가 밭에 자두나무가 먹음직한 자두를 주렁주렁 품고 있다. 지나며 보는 것만으로도 시큼한 맛이 상상되어 입에 침이 고인다. 대빈창 해수욕장 갈림길에서 느리 방향으로 포장도로로 나간다. 예전에 봉화를 올렸던 곳이어서 이름이 된 봉구산이 주문2리 마을까지 오른쪽에서 따라간다.

 

13:53 주문2리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언덕을 넘어와서 다시 만난 서도중앙교회/대빈창해수욕장/느리선착장 삼거리. 옆에 하얀쪽배 펜션이 있다
13:57 주문도 느리선착장.

나가는 배가 14:30분이라 30분가량 여유가 있다. 매표소에 직원은 부재중이고 옆에 마트도 문이 잠겼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은 달랑 우리 둘밖에 없는 게 의아하다. 주문도를 찾는 객이 이렇게 없는가 싶어서. 10분쯤 후에 돌아온 마트 주인이 문을 열기에 시원한 캔커피 한잔 마신다. 걷기 운동을 해서 달달한 것에 손이 가서 라때를 잡는다. 시원하고 달콤한 목넘김이 뭔가를 보상받는 느낌이다. 그래도 맥주가 더 당기긴 한데 그림의 떡이다. 

 

15분에야 매표소 창구가 열린다. 배는 벌써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란다. 들어올 때 배를 댄 곳이 아니고  매표소에서 약 350m 떨어진 곳에 선착되어 있다. 물이 들어왔을 때와 나갔을 때의 배를 대는 곳이 다른 모양이다. 콘크리트로 된 선착장 옆에서 해운사 직원이 바다고동을 채취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많이 붙어 있는데 바다고동만 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객 선실에 우리 포함 셋이 전부다가 불음도에서 삼사십 명이 더해진다. 그렇다면 객들이 더 많은 다음 코스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 길을 기대해 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갈매기가 꿈꾸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아주 조용히 홀로 살아온 영혼들을 위한 노래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보다 어딘가에 있을  숭고한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간절히 날고 싶은 이들을 위한 서사시가 생각나는 갈매기들의 비행을 바라본다. 그런데 여기에 따라오는 갈매기는 새우깡을 먹는 것이 중요한 갈매기다. 

느리에서 출항하여 아차도는 건너 띄었어도 1시간 20분을 채워 선수선착장에 도착한다.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곳에 주차한 차도 무사하다.

구한말까지는 중국으로 가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활을 했던 주문도 지금은 객들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섬이다. 섬 서쪽 전부가 해수욕장인양 긴 해안이 연결되어 있고 그 모래위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 갯벌이 수평선과 근접하는 그곳에 내가 있다. 나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