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시흥 늠내길 3코스 옛길

자어즐 2022. 6. 12. 10:22

김여사가 오늘 친구들과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나들이 간다고 예고한 날이다. 6시에 집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다는 데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태워주면 좋겠다고 은근히 부탁 아닌 압력을 넣는다. 택시를 타랬더니 안 잡히면 어떡하냐고 하니 할 수 없이 기사를 한다.

2시에 친구들과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는 많은 공백이 있다. 시흥늠내길 3코스 옛길이 소래산을 크게 한바퀴 도는 길이어서 그 길을 걸은 후에 친구들과 만나면 딱이다 싶어 노느니 연불한다고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집을 나선다. 소사에서 서해선으로 환승하고 시흥대아역에서 내린다.

 

시흥늠내길 3코스 옛길은 이전에는 상대야동 버스정류장길에 붙어 있는 꼬꼬상회가 1년 전만 해도 시종점이었다. 꼬꼬상회가 없어지고 부동산으로 바뀐 지가 몇 년이 되어서 유령 이름만으로 유지되다가 현실적인 시종점, 시흥대야역으로 바뀌어 있다. 옛길로 별칭이 붙은 것은 길을 걷다 보면 옛 사연을 담고 있는 ‘하우고개’, ‘여우고개’, ‘계란마을’ 등이 있기 때문이다. ‘여우고개’는 옛날 여우가 많이 출현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하우 고개’는 산적이 뒤쫓아 급하게 피신하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하우하우’하게 돼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란마을’ 은 지관이 명당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바위 위에 계란을 놓았는데, 이것이 새벽에 병아리로 깨어났다는 전설에서 붙여졌다. 또 길가에는 조선시대 명정승인 하연선생 묘가 있고, 그의 아들인 하우명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하우명 효자정각’과 국내 최대 마애상인 ‘소래산 마애보살입상’(보물 제1324호)도 있다.

 

1. 누구가 : 나홀로

2. 언   제 :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3. 어디로 : 시흥늠내길 3코스[옛길] 

4. 얼마나 : 3시간 57분[휴식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시흥대아역 - 상대야동 버스정류장 - 봉매산 - 여우고개 - 하우고개 - 쉬어가는 숲 - 소래골 - 만의골 소래산 입구 - 소래산 등산로 입구 - 계란마을

             - 소산서원 - 소암천교 - 청룡약수터 -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 상대야동 버스정류장 - [만의골 소래산 입구 - 인천대공원 동문 - 야외음악당 - 치유쉼터

             - 취아전]

 

09:31 시흥대야역 3번 출구

시흥대아역 3번 출구는 조금 떨어져 있다. 출구를 나오면 K2 시흥점 매장이고 그곳을 끼고 우회전하여 칠백 이삼십 미터를 도로를 따라 걸으면 상대야동 버스정류소가 있다. 가로수에 늠내길 리본이 달려 있어 늠내길 3코스 옛길의 시종점이 시흥대야역임을 알려준다. 앞에 소래산이 마중한다.

 

09:39 상대야동 버스정류장(구. 꼬꼬상회)

버스정류장 뒤 부동산 자리가 예전에 꼬꼬상회였고, 길 건너에 늠내길 안내판이 서 있다. 1년 전만 해도 여기가 시종점이었다. 안내판 옆으로 늠내길을 들어간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외곽고속도로)를 따라 우회전하고 약 150m 지점에서 고속도로 아래로 통과한다. 그리고 우로 고속도로를 따라 100m 거리에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25도가 넘어가는 따끈한 날씨에 멋진 숲이 반갑다.햇빛가리개, 토시로 완전 무장을 한다. 사유지로 구분한 철망과 철탑부근에 고압선로 지중매설 경고문이 계륵이다.

방아다리 표지목에서 등로가 합류하고 사유지인 철망 담장을 지나면 정자가 있는 쉼 공간이다. 이름표는 없는데 여우고개 가는 동안 정자가 이것밖에 없으니 소래정이 아닌가 한다. 여우고개로 계속 슝슝.

 

10:11 봉래산
10:15 여우고개

시흥에서 부천 소사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하고, 여우(如牛)라고 해서 '소고개' 또는 여우가 많이 출현해서 '여우고개'라 한단다. 야트막한 고개라는 뜻도 들어 있으며 동쪽으로 할미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성주산이 자리 잡고 있다. 여우고개 전 밭의 농사가 이쁘게 잘 지어서 눈이 간다. 여우고개 설명판은 내용연수가 된 티가 난다.

 

여우고개에서 몇 발자국 이동하면 있는 부천둘레길 2코스 상림욕길 아치문. 3~4분 침목 계단길을 오른다.
육각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쉼공간. 시흥시내 전경이 보이는 전망지이기도 하다.

걷기 좋은 숲길은 바쁜 걸음, 느긋한 걸음, 기분 좋은 걸음 여러 걸음이 같이 한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른 맛이 난다. 주차장이 엄청 넓은 늘솜당 빵집&카페를 지난다.

 

10:37 하우고개를 앞에 두고 나홀로 여유
10:52 하우고개 구름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좌,우 풍경. 우측으로 부천 시내 전경이 잡힌다. 계양산과 리첸시아 빌딩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정자와 배움의 숲이 있다.

하우고개는 옛날에 뱀내장터(현 시흥시 신천동)에서 황허장터(현 김포군 계양면 장기리)를 오가는 장꾼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고개 주위에는 도둑들이 많아 장꾼들은 산 밑 주막집에 모였다가 무리를 지어 고개를 넘어야만 했다. 가파른 산길을 서둘러 오르다가 고갯마루에서 안도와 함께 "하우하우"하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게된 데서 이 같은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또 예전에 성주산을 와우산이라 불렸고, 여기에 있는 고개여서 와우고개였다가 하우고개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하우고개 구름다리의 길이는 57m이고 넓이는 2.8m다. 위에서 보면 의외로 높이가 느껴지고 흔들림도 있다.

 

11:00 쉬어가는 숲.
쉬어가는 숲에서 소래산 주등산로 교차지점까지. 11:27

사람이 교차하면 지나치기가 빠듯한 오솔길은 왠지 정겹다. 잠시 부대 철망이 있는 담장을 걷다가 이정표를 보고 다시 숲길로 든다. 유명 시인의 시를 걸어두고 쉼을 유도하는 이동 매점은 객들이 더러 들린다. 소래터널 위를 지나서 몇 분 더 걸으면 만의골과 소래산을 연결하는 주 등산로와 만난다. 쉬어가는 숲에서 약 2km, 30분가량 소요된다.

 

11:38 만의골 소래산 입구.

2시간이 넘어간다. 오후 2시에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다. 어쩜 여기서 출발하는 게 좋았을 텐데 곧이곧대로 시종점을 지킬려니 발이 고생한다. 나중에 다시 이쪽으로 와야 하는데...

 

도로 한쪽으로 주차된 차들의 나래비가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니 인천대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연세장수농장 앞을 통과하고 보면 소래산이 가만히 엎드려 있다. 또 다른 소래산 등산로 입구다. 이 등로로 소래산을 오르려면 30분 정도면 충분한데 약 85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11:54 소래산/계란마을/만의골 갈림길에서 계란마을로 내려간다.
계란마을/등산로(올라가는 방향) 갈림길.

등산로 방향으로 허리를 돌아 가면 청룡약수터로 가는 길을 만난다. 여기에 쉬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석들이 놓여 있어 쉬며 목마름을 해소한다. 아이스팩과 같이 있는 시원한 맥주캔과 떡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바로 아래에 계란마을 중간 약수터가 있다. 드물게 보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음용 가능 판정이다.

 

12:20 계란마을 약수터

인천 남동구와 동으로 경기도 시흥시, 서로 인천시와 북으로 부천시 성주산이 접해 있는 소래산은 해발 299.4m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인천도호부의 진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계양산은 부평의 진산으로 되어 있다.

‘소래’라는 지명은 세 가지의 설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지형이 ‘소라처럼 생겼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는 ‘냇가에 숲이 많다’, 즉 송천(松川)에서 유래돼 ‘솔내’, ‘소래’로 변천됐다는 설이다. 마지막으로 ‘지형이 좁다’는 뜻에서 ‘솔다’, ‘좁다’로 이어졌다는 유래가 있다.

 

12:28 계란마을

소래산 남쪽 자락에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하연 선생 묘가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1453년(단종 원년) 하연이 죽자 단종은 부친 문종의 세자 시절 스승이었던 하연의 묘를 좋은 곳에 쓰기 위하여 지관(地官)을 보냈다. 소래산 주변에서 명당을 찾던 지관은 명당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하여 계란을 가져다 놓았고, 다음날 새벽에 병아리 울음소리가 들려 이곳이 명당임을 확인하게 되어 하연의 묘를 썼다고 한다. 그 후에 하연의 후손인 진양 하 씨들이 묘역 아래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 마을을 계란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12:30 소산서원 안내도, 하영선생 신도비와 표지석이 있는 입구. 하우명 효자정각. 대소인원개하마 (大小人員皆下馬) . 소산서원 홍살문

소산서원 입구에서 홍살문까지는 180여 m로 짧은 거리다. 그 중간에 하우명 효자정각이 있다. 이 정각은 조선시대에 어머니를 지극한 효성으로 모셨던 하우명 선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각이다. 하우명은 하연 선생의 셋째 아들이란다. 홍살문 앞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대소인원개하마 (大小人員皆下馬) 비가 놓여 있다.

 

12:34 소산서원

늠내길에서 살쩍 벗어나 있는 소산서원(蘇山書院)은 外三門인 入正門을 들어서면 정면에 講堂이 있고,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재실인 廣業齋와 崇德齋가 있으며, 강당 뒤 內三門을 들어서면 사당인 文孝祠가 있다. 그런데 입구에 있는 소산서원기실비의 끝 문장이 마무리되지 못한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 곳 소래산은 선생의 묘소를 들이면서 그 이름이 더 늘리 알려졌다. 임금이 치제(致祭)하도록 보낸 승지를 비롯하' 로 끝이다.

 

소산서원은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河演)[1376~1453]의 재실이다. 소산(蘇山)이란 소래산(蘇萊山)을 의미한다. 하연의 본관은 진양(晉陽)이며 자는 연량(淵亮), 호는 경재(敬齋)·신희옹(新稀翁)이다. 하연은 정몽주(鄭夢周)의 제자로 1396년(태조 5) 문과에 급제한 후 여러 관직을 거쳐 1449년(세종 31) 영의정에 올랐다. 황희, 허조와 함께 조선 세종 때의 명재상이라 일컬어진다. 하연이 세상을 떠나자 1455년(세조 즉위년) 하연의 셋째 아들 우명(友明) 소산재(蘇山齋)라는 재실을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렸다. 1963년 지역 유림과 후손들이 묘 아래 작은 재실을 건립하였고, 1995년 확장하면서 소산서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몇 걸음은 아니지만 다시 늠내길로 돌아 나온다. 하마비 뒷면에는 子孫萬歲가 음각되어 있다. 진양 하 씨 문효공파 중앙 종친회 건물을 지나면 한쌍의 묘가 있다. 하연선생의 2남 하제명과 그 아들 하중호의 묘이다. 늠내길은 묘 옆 소산서원 유아숲을 통과한다.

 

12:41 소산서원 유아숲
유아숲을 지나서 두 눈 부럽뜬 덕에 이정목과 안내판, 리본을 놓치지 않아 14분만에 청룡약수터 가는 길과 조우한다. 12:57 소암천교를 지난다.
13:03 청룡약수터. 여기도 수질 합격이다.
13:11 시흥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마애보살입상은 청룡약수터에서 북쪽 능선 등로를 따라가면 만나는 암반면에 새겨져 있다. 이 암반은 넓고 편평하게 펼쳐져 있어, 병풍바위라고도 불린다. 앞에는 목조데크를 깔아 예불을 드리거나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보관에서 연화대좌까지 돌출된 부분이 없이 전체가 선각으로 새겨졌는데 얼굴부분의 암석 색이 희게 보여 선이 선명하지 못하다. 전체적인 윤곽이 희미해서 아쉽다.  

 

13:12 마애보살입상 표지목~ 상대야동 버스정류장 13:28

늠내길(꼬꼬상회) 1.1km / 소래산 / 청룡약수터 갈림길에서 마음도 갈림길이다. 상대야동 버스정류장(구.꼬꼬상회)까지 왕복하고 친구들과 약속 장소로 내려가려면 빨라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1.1km를 생략할지 말지가 고민이다. 그러다가 늠내길 종점인 시흥대아역까지는 안 가더라도 상대야동 버스정류장까지는 마무리하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하산 숲길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만나 끝나고 포장도로를 오륙백 미터 걸어서 목적한 곳에 도착한다. 상대야동 버스정류장까지 원점 복귀하는 데는 약 3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잘 조성된 쉼터 발견이다. 하산길에 보니까 지름길이 분명 있는 듯한데 긴가민가하며 왔던 길로 오른다. 마침 마주치는 산객에게 길을 물어 중간에 단축되는 길을 찾았다. 포장도로에서 숲길 등산로로 들어오지 말고 서울외곽도로와 같이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소래터널 위로 오르면 조금 더 단축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 길에서 좋은 쉼터를 발견한 것은 소득이다. 만의골 소래산 입구로 다시 오다.

 

보라색 수레국화와 노란색 금영화, 개망초에 코스모스도 간간히 섞여있는 어울정원에 들어서면서 "우와"하는 감탄사 절로 나온다.

한 친구가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꼴찌는 면해 미안함을 나눈다.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백범광장 뒤 치유의 숲에서 자리를 잡고 곡차 몇 순배가 돌아간다. 

 

취아전의 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