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기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습지

자어즐 2022. 1. 23. 20:14

오늘은 여수행 2일 차다. 오늘 일정은 김기사 운전대 돌리는 대로지만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 만습지, 오동도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오늘도 여행하기에는 푸근한 날씨다. 아마도 남도여서 더 따뜻하다. 시커먼 친구들 넷이서 아침 해결하러 시장을 가는 걸로 하루는 시작된다.

 

선배가 보내준 법정스님의 '사람이 하늘처럼' 이란 글이 생각난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오고가는 애 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가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벗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주고 쓴소리로 나를 키워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는 가장 큰 보배다.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와서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그대가 마음에 살고 있어 날마다 봄날이다.

 

1. 누구가 : 페로우즈 북부팀 넷이

2. 언   제 : 2022. 01. 22(토)

3. 어디로 : 군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습지의 항구적인 보전을 위해 정원을 조성하고, 2013년 4~10월에 걸쳐 6개월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박람회가 끝난 뒤 그 시설을 기반으로 하여 순천만정원이 개장되었고, 2015년 9월에 국내 첫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수목원정원법에 따르면 국가정원이란 국가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정원을 가리킨다. 국가정원은 현재 2호인 태화강국가정원외에 3호는 아직 없고 예비 후보 두세 곳이 신청 중이다..

오동도 방향에서 아침 해가 밝아 온다. 가게들이 일찍 파장하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 어린이가 되어 나갈 준비도 빠르다. 대면할 일 없는 관계자와 들어올 때 통화에서 아침을 6층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커피만 한잔하고 아침하는 식당 찾아 나선다.

 

시장 백반을 먹으러 여수 교동시장을 찾는다. 빅오쇼 게스트하우스에서 교동시장까지는 약 2km, 10분이면 넉넉한 가까운 거리다. 교동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주차공간을 찾다 보니 여수 수산시장 맞은편 남문까지 왔다. 디자이너 이선혜, 바르드 부부의 단골인 풍성식당은 멀어진다. 남문으로 들어선 시장의 아침은 생선 내음과 혼합된 사람 냄새가 난다.

무심코 들어온 시장 골목에 '자봉식당'이 있고 식탁 하나가 비어 있다. 들어와서 보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 고향 밥상 전남 여수 편에서 산악인 엄홍길과 소개한 집이 바로 여기다. 우연이 필연이 되었다. 식당에 메뉴판은 없고 음식이 바뀌는 백반 한 가지뿐이다. 허영만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한 호박국은 가을에 맛볼 수 있고 지금은 속이 확 풀리는 된장국이다. 갈치구이, 오징어무침, 멸치조림, 감태, 깍두기, 깻잎 장아찌, 시금치나물, 김치가 따라 나온다. 따뜻한 숭늉이 마무리 역할이다. 백반 1인분에 6,000이고 현금만이 결재가 된다.

   

09:38 순천만국가정원 빛의 서문.

40여분 김기사의 수고로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장에는 띄엄띄엄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매표소 안내원의 목소리가 친절하게 전해진다. 구매한 입장권으로 순천만 습지와 빛으로 만드는 별빛 산책을 위한 야간개장 출입도 당일 유효하다고 표시를 해준다. 성인 기준 인당 8,000원이고 순천만습지를 데려다주는 스카이큐브 통합권은 14,000원이다. 순천만습지는 차로 이동해도 된다고 해서 단일권으로 구매한다.

입출구인 “빛의 서문”은 땅으로 쏟아지는 빛을 한 곳으로 모으는 선큰(sunken) 광장 형태다. 침하된 지형을 그대로 살려 도시 속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이 기대와 호기심을 품고 순천만국가정원에 들어오도록 디자인했단다. 
 

서문을 들어오면 마주하는 '돌아가는 길'이라 이름 지은 조형물이다. 세 거인이 순천만 WWT습지로 들어가는 건지 나오는 건지 애매한 형상의 조형물이다. 어머니 자궁 속 같은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 대자연으로의 회귀가 사람을 살리는 길이고 그 길에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예로부터 모과나무를 두고 열매 모양, 향기 그리고 맛에 세 번 놀란다는 말이 있는데, 돌아가는 길 작품과 나란한 곳에 식재된 모과나무에도 기막힌 사연이 숨겨져 있다. 300년이나 된 나이와 크기 때문에 한 번, 나무를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혼자 사는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인연 때문에 한번, 이식을 반대하던 마을 주민들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덕분에 할머니 생명을 구했다며 기증을 결정해 준 따뜻한 마음 때문 에 한 번, 이렇게 세 번이나 감동을 선사한 것이란다.

 

순천만 국가정원 서원 일원에 겨울 축제, 5개의 테마로 야간에 꾸민 꿈의 정원이 있다. 마법의 빛들로 이루어진 신비의 정원, 살아있는 빛줄기와 함께하는 환상의 숲, 찬란한 빛을 내뿜는 대형 민들레의 향연인 아바타가 아름다운 별빛으로 장식된다는데 우리에겐 아쉽게도 밤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한국의 오래된 풍경을 재현한 한국정원. 연희문, 부용정, 부용지

한국정원에서는 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그리고 서민의 정원인 소망의 정원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하였단다.

궁궐정원은 창덕궁․경복궁 후원의 정원을 기본 컨셉으로 조성하였다. 창덕궁의 부용지, 부용정, 계단식 화단, 길상문양의 전통꽃담, 왕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어수문, 만월문, 불로문과 왕비가 거쳐했던 경복궁 교태전 후원의 연휘문, 아미산화계 등 왕과 왕비의 휴식처를 사랑받았던 궁궐 후원의 특징들을 재 구성하여 아름답고 기품 있는 궁궐의 정원을 조성하였다.

 

어수문, 만월문, 군자의 정원, 서석지와 경정.

군자의 정원은 자연경관을 그대로 정원으로 이용했던 선조들은 자연을 벗 삼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시로 쓰며 마음에 여유와 재충전을 했다. 수목원 산지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비정원 중 영양군 서석지와 경정, 담양 소쇄원 광풍각과 덕천서원 세심정을 계곡의 물을 따라 배치하여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광풍각. 세심정, 수목원 전망지 오르는 길.
서문구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수목원 전망지
순천만WWT습지 데크길

순천만WWT습지는 영국의 WWT(Wildfowl and Wetland Trust의 약자로, 습지에 사는 야생조류 보호를 위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세계적인 시민단체)의 조언을 받아 조성하여서 이름이 되었다. 호수에 오리 한 마리가 홀로 여유를 부린다. 물이 고인 습지 호수에는 다양한 토착 조류와 철새들이 모여 산다. 습지 호수에 사는 물새들은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 공존하고 다음 세대는 같은 자리에서 그 질서를 따르며 산다. 생태는 그렇게 이어지고 발전해 나간다.

 

꿈의다리

현기랑 둘이 꿈의 다리를 건넌다. 한 명은 볼 일 보러 갔는데 또 한 명은 얼굴 보기 힘들다. 다 봐서 볼 게 없는 것인지 움직이기 귀찮은 것인지...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있는 미술관이다.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로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순천 시민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만들었다. 길이 175미터인 ‘꿈의 다리’의 외벽은 강익중의 글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오방색의 한글 유리타일 작품 1만여 점으로, 내벽은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모인 어린이 그림 14만여 점으로 꾸며졌다. 작가는 30여 개의 빈 컨테이너들을 두 줄로 설치한 후 실내에 여러 개의 작은 창들을 내고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구조처럼 대청을 통해 마당과 안채가 하나의 공간으로 만나도록 설계했다.

이런 글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다'. '시험도 없는데 공부하는 학생, 전시도 없는데 그림 그리는 화가가 진짜 학생, 진짜 화가다'...

 

중국정원

중국정원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수 있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축영대와 가난한 집안의 양산백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정자와 연못, 교량 등이 어우러진 중국정원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나눈 두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다.

 

호수정원

세계적인 영국의 정원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설계한 호수정원은 순천의 지형과 물의 흐름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산과 호수가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형태로 6개의 언덕과 호수 나무데크로 구성되어 있다. 중심에는 봉화언덕이 있고 난봉언덕, 인제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순천만언덕이 호수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호수는 순천의 도심을 나타내고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는 데크는 순천시의 젖줄 동천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나절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구경할 만도 하건만 겉핧기도 못하고 여기서 돌아가는 게 아쉽다. 한국정원을 제외한 12개국의 국가정원이 동문 쪽에 있어서 시간이 적을 때는 동문을 선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 어디냐고 찾는 전화가 온다.

 

프랑스 정원. 꿈의다리로 가는 길에 있는 나무 작품이 의자 같기도 하고.

프랑스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바로크 시대 건축양식을 도입한 정원을 표현하고자 했다.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장엄한 베르사유 궁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유럽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하고자 했던 루이 14세가 보여준 강력한 의지의 상징이었던 베르사유 궁전을 본뜬 프랑스정원을 걷는다.

 

하늘정원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지붕 위에 조성된 친환경 정원으로 버려진 공간에 잔디를 깔고 초화류를 심어 자연 단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늘정원에서는 순천만 국가정원의 수목원 구역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목원 조망지 아래 기러기 형상으로 심은 나무 문양이 선명하다. 순천만 WWT습지도 조망할 수 있다. 

 

10:59 아바타의 숲.

아바타 정원은 꽃탑과 자연석을 활용하여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넓은 광장에 대형 꽃나무와 다양한 식물을 식재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였다. 150평 규모에 숲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며 미니폭포가 다양한 식물과 어우러져 포토존을 제공한다.

 

서너 시간은 돌아봐야 웬만큼 봤다 할 수 있겠는데 한 시간 십 분의 시간은 너무 작다. 언제 기회를 만들어 식구랑 꽃피는 날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네비에 순천만 천문대를 찍으면 된다는 안내대로 순천만습지 주차장까지는 6.2km에 10분 조금 더 걸린다.

 

 

순천만습지

 

차량 이동 중에 한 친구 왈 우리 동네도 있는 갈대밭인데 뭐 볼 것 있다고 가느냐고 시부렁시부렁거린다. 동네 어디를 말하냐니까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얘기한다. 물론 그곳이나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에 펼쳐지는 갈대밭도 상당하지만 순천만이 No.1이라는데 봐야 비교할 것 아닌가. 예전에 초등학교 동기들과 음식에 걸려 되돌림 당했다는 둥 주절주절하며 티를 낸다. 홍이가 탐사선도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 군락지이자 세계적인 희귀 조류 서식지이다. 이곳은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약 3㎞에 이르는 물길 양편으로 빽빽한 갈대 군락이 50㏊에 걸쳐 펼쳐진 곳으로, 생태 공원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자연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매우 좋은 환경을 자랑한다. 

 

순천만습지 지도
11:29 순천만 습지 입구.

순천만 습지 주차장도 한가하다. 1/4도 못 채운 듯해서 순천만 습지 측이야 어떨지 몰라도 우리야 부대끼지 않으니 좋다. 순천만은 갈대, 갯벌, 철새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정원이며 강과 바다가 만나 생겨난 자연의 공간이라고 여러 나라 말로 설명하는 안내판 쌍둥이가 나란히 서있다.

 

매표소 옆에서 다양한 표정들
순천만 천문대, 자연생태관

탐사선 타는 승선권은 홍이가 산다면서 신분증 확인하니 하나가 차에 두었단다. 왜 신분증을 놓고 다니느냐고 한 핀잔 먹고 차 키를 받아 주차장으로 뛴다. 탐사선 시간이 맞는지 보러 홍이는 앞으로 빠르게 가고. 

 

흑두루미소망터널, 탐사선 선착장

둘이는 두리번거리며 느긋이 흑두루미 소망터널을 건넌다. 그런데 홍이가 배가 곧 떠난다고 빨리 오라 손짓한다. 신분증 가지러 간 하나가 속 터지게 늦다. 떠나려는 배 붙잡아 둘 수도 없고 셋이서만 타면 얼마나 삐지고 구공에 시달릴지 눈에 보이고. 배는 떠난다. 다음 배 시간은 점심시간이 있어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오늘 탐사선 타는 건 포기다.

 

무진교.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약 30만 평의 갈대밭이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대략 30여 년 동안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최근 10여 년 전부터는 그 범위가 매우 빠르게 넓어져 왔고, 잘 보전된 갈대 군락으로 남아 있는 만큼 한 키 높이의 갈대숲이 촘촘하게 들어서 장관을 이룬다. 데크길의 높이에 따라 어느 곳은 허리까지고 어느 곳은 머리 위로 있기도 하다. 둘이 혹은 여럿이 데이트하기 좋은 환경이다. 

 

우리가 타지 못한 탐사선이 들어오고 있다. 한 바퀴 돌아 오는데 30분 가량 소요된 듯하다.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힘들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며, 어려울 때 고락을 함께 한 아내는 집에서 내쫓아선 안된다는 말이다. 티격태격해도 다시 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렇게 폼 잡는다.

 

순천만 자연생태관에 들어서면 흑두루미가족이 손님맞이 한다. 순천만에서 월동을 하는 철새들과 갯벌에 서식하고 있는 것들.
명품식당

순천으로 올 때는 벌교꼬막 먹을 희망을 얘기하기도 했다. 순천에서 여수로 가는 길목에 있으면 점심시간에 조금 늦어지더라도 가자는데 이견이 없겠지만 20km 거리를 왕복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다. 그래서 순천만습지 주차장 인근에 있는 명품식당의 꼬막정식을 찾아왔다. 사전에 검색한 식당의 한 곳이다. 명품스페셜은 게장+꼬막+짱둥어탕+꼬막비빔밤이 포함되어 있다. 짱둥어탕 맛이 별미다. 꼬막은 껍질을 까서 먹도록 집게 같은 도구를 주다가 우리 친구들 모습이 영 촌놈 같은지 종사하는 아줌니가 도우미를 자청한다. 그래서 밥상 사진에는 꼬막이 빠져 있다.

 

다음 행선지 여수 오동도로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