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기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자어즐 2022. 1. 2. 23:48

壬寅年 검은 호랑이 黑虎의 해가 밝았다. 저물어 가는 해를 보내는 시원섭섭함과 새로운 해의 기대를 모아 지인들에게 미루었던 인사를 SNS나 전화로 나누는 사이에 포효하는 호랑이가 날아오른다. "흑호야! 올해는 더도 말고 코로나 이넘 좀 몰고 가면 좋겠는데 안 되겠냐. 일상으로 돌려 다오."

2022년 여러 단체가 각각 선정한 4자 성어를 보면 集思廣益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 雲外蒼天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衆力移山 [서로 힘을 합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 僻邪明新 [삿된 것을 물리치고 새로움을 밝힌다], 氣山心海 [산의 기상과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자]... 이 있는데 모두 어려움을 이겨 나가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가 힘든 해였음에 모두가 올해는 나아지기 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지나간 것은 자나간 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래 말 마냥 어떤 의미가 있었을 거라고 보고, 올 해는 모두의 염원대로 기분 좋은 날들이 있으라고 기원한다.

그래서 지나간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들로 업데이트할 시점이 지금이다.

나는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걸로 채워야겠다. 놀아 본 사람이 잘 논다고 지공선사가 된 이후의 시간들이 외롭지 않도록 하나씩 준비할 것들로 업데이트하고 싶다. 

 

신년 초이틀에 김여사랑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로 향한다. 지난해 11월 19일 정식 개방하여 많은 객들로 주말이면 연일 상한가를 친다기에 확인하러 길 나선다.

삼사년전 쯤에 김여사랑 한탄강CC에서 운동하러 왔을 때 잔디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한탄강 계곡의 풍경에는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잔도가 놓인 길이 한탄강CC를 끼고 돌게 설치되어서 예전 생각이 난다. 

주상절리길의 시작점은 '순담'과 '드리니' 두곳이 있다. 어느쪽에서 시작해도 상관이 없고 왕복도 가능한데 많은 객들이 순담에서 시작하기에 주말이나 휴일에는 주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드르니매표소로 향했다.

 

1. 누구가 : 김여사랑 둘이

2. 언   제 : 2022. 01. 02(일)

3. 어디로 :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직탕폭포, 고석정

 

잔도란 나무 사다리 잔(棧) 자를 써서 까마득한 절벽의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을 말한다. 잔도 하면 중국 張家界 갔을 때 천문산사로 가는 귀곡잔도의 아찔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아찔한 정도는 아니지만 철원 한탄강에 잔도 길이 설치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철원한탄강에 설치된 주상절리길은 순담계곡에서 드르니 마을까지 총연장 3.6km에 이르는데, 이중 잔도구간은 1.5m 폭으로 길이는 교량과 케이블 전망대를 포함해 1415m이고 보행데크가 2275m로 구성돼 있다. 13개 교량, 3개 전망대가 꾸며져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지도
주상절리길에 설치된 13개 다리와 10개 쉼터.

밤새 살짝 내린 눈으로 행여 도로가 미끄럽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는 풀린 날씨가 해결해 준다. 수도권 제1 순환고속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 호국로로 해서 밀리지 않는 길을 1시간 40여분 운전하여 드르니 매표소 주차장에 들어선다. 매표소 가까운 주차장은 이미 만차이고 논 가운데 마련된 주차장도 빈자리가 몇 개 안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번거럽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제한되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드르니 매표소.

입장료는 성인기준 한 사람에 10,000원이지만 '철원사랑 상품권' 5,000원을 돌려주니 실제 5,000원인 셈이다. 물런 철원 군민은 무료다. 동절기(11월 15일~3월 15일) 입장시간은 09:00~15:00까지다.

 

드르니 쉼터. 한탄강물은 하양 얼음에 숨었고 검은 빛의 주상절리는 대비되어 비친다. 건너에 보이는 산은 금학산인가.

드르니는 들르다는 뜻의 순우리말. 궁예가 왕건에게 쫓길 때 이곳을 들렀다 하여 이곳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드르니 쉼터에서 길의 시작은 내리막 계단 데크다.

 

높지 않는 계단 내렸다가 오르면 맷돌랑 쉼터를 지난다.
전망쉼터 간판이 민출랑이다. 민출랑은 전라도 사투리로 깎아지른 절벽이란다.

한탄강은 휴전선 북쪽 땅 강원도 평강의 추가령곡에서 발원하여 철원과 연천을 거쳐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강이다. 한탄(漢灘)이란 ‘한여울’ 즉 큰 여울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식 표기일진데 어떤 이는 이 강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한이 서려 탄식이 나온다고 하여 恨歎의 의미가 되는 한탄강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 강을 건너면서 한탄했다 하여 한탄강이라 부른다고 한다.

주상절리교, 드르니스카이 전망대
드르니스카이 전망대에서.

사람이 헤아리기 어려운 오래오래 전에 한탄강은 화산활동과 함께 생겼다. 화산이 폭발한 건 북한 땅의 산에서 불을 뿜었다. 용암은 추가령 계곡을 넘어 한탄강의 물길 자리를 타고 흘렀고 임진강 하류까지 무려 90㎞를 내달렸다. 용암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용암이 식으면서 물길이 막히니 물살은 화산석의 틈새를 가르며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땅의 틈새를 뚫고 점점 더 깊이 들어갔고 강바닥은 점점 낮아졌다. 물살이 강변을 깎아내기 시작한 용암이 시간이 지나며 식어가면서 주상절리의 수직 벼랑을 이룬 지형으로 만들어졌다.
한탄강 협곡의 비경은 이렇게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제외한 육지의 강에 만들어진 현무암의 주상절리는 이곳 한탄강이 유일하단다.

 

위 그림은 전망대의 좌우 풍경, 아래 좌는 쌍자라바위라는데 어떤 물고기 머리 같다.

건너 위에는 철원평야의 일부분으로 논이 펼쳐지지만 수직벽의 검은 절리가 그런 현실의 생각을 방해하고 다른 광경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빼빼로의 스틱이 연결되다가 둥글둥글 공깃돌들이 박혀있기도 한 게 신비롭다. 아래쪽에 움푹 파놓은 모양도 그림의 일부다. 검은 절리 아래의 거꾸로 흐르는 강물도 검푸르고 활기차다.

 

주상절리 틈으로 돌단풍이 피어난다는 돌단풍교, 현무안과 화강암이 공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화교, 짙은 회색과 검은색의 현무암이 만든 기공과 주상절리 발달의 인상적인 모습이 보이는 현무암교를 지나 동주황벽 쉼터를 넘어간다. 골에 흘러내린 물이 얼음이 되어 제법 그럴싸한 폭포 형태가 된 곳도 있다.

동주는 철원의 옛 지명이고 여기서 주상절리 절벽이 아침햇살을 받으면 황톳빛으로보인다고 해서 황벽이라고 하여 '東州黃壁'이라 한단다.

 

한탄강스카이전망대.

허공에 떠 있는 듯 유리를 밟고 선 아찔함 보다 U자 길을 만든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부챗살로 뿌려진 와이어가 모여지는 절벽 위 한 점이 더 가슴 떨린다.

전문가들이 구조역학적으로 충분히 검토하여 안전하게 설계했겠지만...

 

잔도 바닥은 하니콤 형태의 철로 되어 있고 U자 모양의 전망대 길에는 강화유리 판넬로 되어 있다.
2번홀교, 자유로CC 크럽하우스

다른 다리들과 달리 철망으로 통로를 만든 둘러싼 특색 있는 다리를 통과한다. 이름도 지형의 특징을 살린 다른 다리는 차별된 2번홀교다. 한탄강 CC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기 쉬운 곳이어서 다리의 이름이 된 발상이 재미있다. 

 

2,3년 전에 한탄강CC에서.
3.6km 구간에 휴일하게 화장실이 있는 샘소쉼터.
13개 다리중 가장 긴 화강암교

한탄강 주상절리길 조성사업은 121km의 종주길을 완성하는 사업이다. 이미 78km는 조성되어 있고 단절된 43km를 단계적으로 연결하여 개방할 계획으로 있다. 연결해야 할 구간은 연천 9.3km, 철원 3.6km, 포천 30.1km인데, 그중 철원구간 3.6km는 2018년 시작하여 2021년 11월까지 총사업비 235억 원을 투입하여 연결하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 여유가 될 때 돌아볼 요량으로 머리인 입력 해 놓는다.

 

순담스카이 전망대

순담蓴潭은 조선 정조 때 김관주가 거문고 모양의 연못을 파고서 순이라는 약초를 제천 의림지에서 구해다 심었다 하여 생긴 이름이란다.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이루는 연못, 천연의 하얀 모래밭이 어울린 경치가 한탄강 물줄기 중에 가장 아름답다 한다.

 

물윗길 시작점이 한눈에 들어 오는 순담계곡 쉼터

한탄강 일원에 부교를 설치한 한탄강 물윗길도 가 볼만 하겠다. 순담계곡에서 태봉대교까지 약 8km[물윗길 2.4km, 육로 5.6km]에 이르는 코스로 물 위에 둥둥 뜬 느낌을 느낄 수 있고, 고석정, 송대소등 유네스코 지질의 명소를 가까이서 보며 걷는 재미가 솔솔하단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순담게이트, 매표소

출발할 때는 주상절리길을 왕복해서 드르니 주차장에 갈 생각이었다. 순담 게이트에 오니까 김여사가 전날 산에 간 영향이 있다고 그만 걸었으면 하니 계획 변경이다. 순담에서 드르니 가는 방법은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든지 잠시 기다리는 게 불편하면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순환버스는 무료로 운행한다.

 

순담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좌석 수만큼 객들을 태운 순환버스는 드르니까지 10분이 채 안 걸린다. 민생고를 해결하러 순담 매표소 옆 철원군 맛집 지도에서 본 식당 '남대천황가네매운탕'을 찾아간다. 철원군 보건소 지나에 있는 식당에는 주인장이 나무 서각에 조예가 깊은지 물고기 모양의 메뉴판부터 다양한 목 서각품이 걸려 있다. 주인장이 빠가사리와 메기를 섞은 것이 한 가지보다 맛이 좋다고 주문을 도와준다. 여느 매운탕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국물 맛이 시원하고 잡네가 1도 없는 게 맛이 괜찮다. 김여사 식당 선택을 잘했다고 엄지 척한다.

기왕에 이쪽으로 걸음 한 거 직탕폭포와 고석정은 들러 보기로 한다.

 

 

직탕폭포[直灘瀑布]

 

철원 8경의 하나인 직탕폭포,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넓고 평평한 ㅡ로 된 폭포다. 길이 80m인 강폭 전체가 3m의 높이에서 물을 떨어뜨리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라고도 불린다는데 글쎄요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안되지만 무늬는 닮았다. 

 

직탕폭포. 물윗길의 끝 or 시작 지점 태봉대교. 태봉대교 위의 시설물은 번지 점프대다.

 

고석정[孤石亭]

 

직탕폭포에서 남으로 차도 5km 거리에 고석정 국민관광지가 있다. 주차장은 후불 주차요금 2,000원이다.

고석정은 철원 구경 중 하나이고 한탄강변에 있는 정자이다. 세운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신라 진평왕(재위 579∼632)과 고려 충숙왕(재위 1294∼1339)이 여기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한탄강 협곡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화강암 바위 고석 일대와 정자를 통틀어 조석정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고려 승려 무외(無畏)의 고석정기와 김량경의 시 등이 있다.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이야기는 의적 임꺽정이 고석정 앞에 솟아 있는 고석바위의 큰 구멍 안에 숨어 지냈다는 일화이다.
이 바위에는 성지, 도력이 새겨져 있고 구멍 안의 벽면에는 유명대, 본읍금만이라고 새겨 있다.
현재 2층 정자는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져 1971년에 콘크리트로 새로 지은 것이다.

 

고석
반갑다. O-1기야.

지금 보니까 바람에 날릴 것 같이 가볍고 왜소하다. 예전에 선배가 조종하는 이 O-1G의 뒷좌석에 앉아 관측 임무를 수행하러 주기적으로 비행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는 KAL 기장에서 완전 졸업한 그 선배랑 기류를 거꾸로 타고 산을 힘겹게 넘기도 하고 맞바람에 사이클을 그리 듯 툭툭 떨어질 때 가슴 졸이던 그때 얘기를 가끔 하면서 추억하기도 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