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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나들이: 향일암, 해상케이블카,여수밤바다

자어즐 2022. 1. 23. 15:40

북부 친구들의 여행, 두타산 베틀바위에 이어 두 번째 행선지로 남도의 여수를 선택하여 추억 만들기에 들어간다. 거리두기가 페로우즈 친구 전부 모이는 것을 강제해서 따로 놀 수밖에 없음이 섭섭하다. 한려수도 국립해상공원에 속한 꽃피는 동백섬 오동도, 남해안의 으뜸 일출 명소가 있는 돌산도의 향일함,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숨결이 있는 여수 밤바다 등등 귀에 익은 볼거리에다가, 남도 여수 음식을 맛볼 기회가 있는 장소 선정은 무조건 찬성표다. '별로 볼 것 없다'라고 웬만큼 가본 걸 시위하던 동이도 다수의 압박과 알코올 기운에 마지못해 고개 주억인다. 

 

지난달 초부터 홍이의 수고로 숙소와 렌터카, KTX 기차표를 일찌감치 예매한다. 송년회의 핑계를 가미한 여행 예비모임에서 1,2일 차 운전할 선수를 사다리타기의 고전적 방법으로 정한다. 취아전 대방어회를 앞에 두고 한 공정한 복불복이다. 결국 동,기가 운전하고 철, 홍은 얹혀가면 된다. 역시나 사다리 타기는 나의 아군이다.

 

이번 여행 코스는 딱히 정해둔 것은 아니다. 개략적으로 향일암, 오동도, 해상여수케이블카, 여수 밤바다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금오도 비령길이나 거문도, 백도는 아니어도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는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날 운전대 잡은 사람의 마음이 우선한다. 각자의 바라는 길이 다를 것이니 한 점이 되기가 쉽지 아닐 것이라 간간이 벌어지는 전쟁과 휴전이 공존하지 싶다

 

6시 30분 익숙한 곳을 약속된 8시 KTX 타러 탈출한다. 광명역행 전철의 운행 간격이 길어서 기차 시간과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일부러 맞춰 예매한 듯 적당하다. 먼저 도착한 동이가 역사 내 식당에서 우동을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다. 

대전에서 현기를 픽업한 KTX 열차는 남도 여수를 향해 속도를 죽여서 여유롭게 달린다. 여행에서 돌아온 포근함 만큼이나 여행지로 가면서 느끼는 자유로운 설렘은 항상 새롭다. 한주 내내 겨울 다움을 보여주던 날씨도 아침까지만 이어지고 도착할 즈음에 풀리니 이 또한 기분 좋은 징조이다.

 

1. 누구가 : 페로우즈 북부팀 넷이.

2. 언   제 : 2022. 01. 19(금)

3. 어디로 : 여수 돌산 향일암, 해상여수케이블카, 여수 밤바다.

 

▼ 이동경로 : 광명역 - (KTX) - 여수엑스포역 - 여수밥상 갈치야 - 향일암 - 전망 좋은 곳 - 거북선 모형 체험관 - 돌산공원 - (해상여수케이블카) - 자산공원 -

                빅오쇼 게스트하우스 - 41번 포차(봉산동) - 이순신광장 - 종포해양공원

 

섬섬여수 관광안내지도
광명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광명역을 출발하는 KTX 열차는 천안아산역을 정차하지 않고 곧장 달려 서대전에서 현기를 합류시키고는 전라선에서 속도를 죽여 여수엑스포역까지는 여유롭다. 3시간 19분이 소요되었다. 일찌감치 왕복 동반석을 예매해 놓으니 일인당 왕복 72,000원으로 금액도 저렴하다.

 

11:30 여수엑스포 광장

여수엑스포 역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기차역으로 전라선의 시종착역이다. 역을 등지고 좌측에는 실물의 1/4 크기로 제작된 전라좌수영 모형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고 그 뒤로는 계단이 하늘로 오르는 모양의 특색 있는 건축물이 삐쭉하다. 여수엑스포 스카이타워다. 67m 높이로 오동도를 비롯한 여수 세계박람회장 관광명소들이 내려 보이는 곳이다. 입장료는 2,000원/인 이란다.

 

역 앞으로 광광안내소와 길 건너 여수세계박람회장 입구 한곳이 있다.

여수시가 선정항 麗水 十景, 麗水 十味가 있다. 관광안내소 외벽에 붙어있는 여수 10경에는 1 경 오동도, 2경거문도와 백도, 3경 향일암, 4경 금오도 비렁길, 5경 여수 세계박람회장, 6경 진남관, 7경 여수 밤바다와 산단야경, 8경 영취산 진달래, 9경 여수해상케이블카, 10경 이순신대교가 있다.

여수 10 미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 한정식, 갯장어회·갯장어 샤브샤브, 굴구이, 장어구이·장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브샤브, 전어회·전어구이다.

 

렌트가를 사무실이 있는 곳 옆에 이르게 피고 있는 동백꽃.

역에서 600m 거리에 있는 렌터카 가게에서 렌터카[LF소나타, 27시간 대여, 110,000원(자차보험)]를 수령한다. 내일이 주말이라 차량 정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바로 향일암으로 오늘 기사 동이가 방향을 잡는다. 거북선 대교를 넘기 전부터 민생고 해결하자는데 모른척하고 그냥 향일암 가까이 대율마을까지 지른다. 초입의 식당 '여수밥상 갈치야'에 차가 선다. 

 

갈치야는 이 장소에서 5 대전 할머니로부터 이어 내려오고 있는 갈치요리 전문점이란다. 여수 수협에서 20~25 미 짜리 최상의 갈치를 경매받아 쓰고 있어서 주위 여느 식당보다는 괜찮을 거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갈치야 4인 정식[갈치조림 2+갈치구이 2+간장, 양념게장, 80,000원]을 시키니 푸짐하다. 간장, 양념 게장의 리필은 공짜다. 시장기가 더해지니 탱실한 갈치 맛이 아주 좋은 음식이 된다. 현기가 '좋은 음식은 좋은 대화로 끝이 난다'라고 해서 놀란 눈을 하니까 뒤에 적힌 것을 읽었다 해서 웃는다.

 

13:36 주차장 위 일출광장
13:42 매표소, 계단길에 있는일주문.

매표소 앞에 방역 패스는 아니어도 온도 측정은 한다. 한 사람당 2,5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매표소를 지난다. 향일암 가는 길은 계단길과 평길로 구분해 놓았는데 우리는 평길로 가서 계단길로 내려오기로 한다. 계단길에 있는 일주문은 한참 고개를 들어야 된다.

 

갓김치, 한과, 소품류, 달마그림, 강정, 홍합말린 것을 파는 가게들이 평길로 올라가는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때문에 여수 돌산도에서는 품질 좋은 갓이 생산된단다. 겨자가 갓의 씨로 만든 것이니 갓은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가진 식물이다. 돌산도에서 생산되는 갓은 특히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잎의 섬유질이 거의 없어 부드럽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예부터 여러 가지 갓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고 길가에는 갓김치를 포장 판매하는 가게가 눈에 많이 띈다. 향일암 초입 갓김치 파는 가게들도 배송을 위한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갓김치가 맛이 있으면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 있다는데, 점심에 먹은 갓김치가 무지하게 맛이 좋았는데...

 

우리나라 해수관음성지은 여수 향일암, 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으로 4대 관음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신라 원효 대사가 선덕여왕 때 기도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암자로 국내 최고 해돋이 명소이다. 고려 시대 윤필 대사가 산의 형상이 마치 거북이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금오암(金鼇庵)으로 개칭하여 불려 오다 남해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1715년(숙종 41) 인묵 대사가 향일암이라 이름 지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불언,불이,불견의 동자승과 특이하게 하나더 있는 문 등용문.

계단길과 일찍 만나는 길로 들었다. 동자승 셋이 각각 입을 가리고, 귀를 가리고, 눈을 가린 모양으로 한 줄로 나래비 섰다. 첫째 부처석상 앞에 '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물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느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하리', 두 번째는

'不聞.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 부처상은 '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라고 법구경의 대목을 새겨 놓은 글귀를 앞에 두고 있다.

향일암을 오르며 보는 경관 거북머리가 선명하다.
자연이 빗어낸 걸작품인 해탈문

등용문 가운데 여의주의 기를 받아 잠시 오르면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해탈문이 나온다. 보통은 나무로 만든 문인데 여기는 바위가 좁은 문을 만들었다. 해탈은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고 보면 이 문을 통과하면서 번뇌와 집착을 두고 지나라는 주문이 걸린 듯하다. 해탈문을 지나 또 다른 석문 아래 계단을 오르면 향일암의 금당인 원통보전이 등장한다.

 

14:08 원통보전(대웅전), 종각

원통보전 앞에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불분명한 전경으로 뻥 뚫렸다. 두 해는 걸렀지만 매년 새해 일출 소원을 빌러 모인 많은 사람들이 모습이 그려진다. 해가 올라올 때면 가려진 앞사람을 피해 셀카봉들을 높이 들고 그 마저 없으면 핸드폰을 든 손을 높이 들고 까치발 새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황금빛 소원 나뭇잎이 매달린 난간 아래는 150m 깊이의 아찔한 절벽이다. 평일 오후여서 인지 방문객이 많지 않아 넷이서 여유롭게 사진 찍을 수 있어 좋다. 

내일 아침보다는 오늘 향일암으로 돌린 기사의 유세가 지금은 이뻐 보이기도 하다.

  

向日庵은 태양을 향하는 암자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지만 단순히 해만의 의미는 아닐 게다. 여기가 절집이니까 태양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게 된다. 그래서 향일암에서의 해맞이는 선과 복을 부르고 소원성취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된다. 

천수관음전(용왕전). 원통보전과 종무소 사이 삼성각 오르는 계단 옆에 앙징맞은 삼불 동자승이 놓여 있다.
반야굴

향일암에는 속이 확 뚫린 듯한 시원함이 있고 아기자기하고 푸근한 느낌이라 친근감이 드는 절집이다. 바다 옆의 절집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곳의 자랑인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두고 나오는 길에 전망 좋은 곳 0.4km 방향표지판 보니 마음이 동한다. 처음부터 산을 오를 생각도 복장도 아니지만 짧은 거리이고 언제 또 오겠냐며 계단을 오른다.

 

14:30 금오봉(1.7km) 등로 입구.

처음부터 연속되는 계단은 전망 좋은 곳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에 놓여 있다. 숨이 차오를 때쯤 뒤를 돌아보면 수려한 풍경에 놀라 숨이 멎는다. 거북 등딱지 닮은 바위들도 고개 들면 눈앞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향일암만 돌아보고 그냥 갔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꼬.

 

조망점으로 올라서면 반대쪽은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365개의 섬을 거느리는 여수인 걸 알아 달라는 듯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를 위시하여 크고 작은 섬들을 바다에 띄위 놓았다. 대부분의 향일암 탐방객들이 절집만 구경하고 돌아가는데 발품을 잠시 팔아 여기까지 오르기를 권하고 싶다. 입구에서 전망 좋은 데까지는 15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산행 준비를 했으면 빤히 보이는 금오산 정상까지면 더 좋고. 그래 봐야 한 시간 정도 걸리려나.

 

14:46 전망좋은곳
거북머리가 바다를 건너 남해금산 보리암으로 향할 태세고 향일암항 앞에 배들은 평안한 휴식이다.
15:20 금오산향일암 일주문

향일암 일주문을 통과하여 우리들이 사는 세상으로 다시 나온다. 절집의 일주문은 문은 있어도 문짝이 없고 담장도 없이 그 자체로 영역을 구분한다.

주차장 안내판에 1시간 무료, 초과 시 10분당 200원이다. 점심시간 12:00~14:00는 무료라는 걸 감안해도 소액의 주차요금이 나올 걸로 예상했는데, 정산기에 차량번호를 입력하니 정산금액이 0원으로 표시된다. 계산기의 수식 연산이 어렵다. 어쨌든 무료로 주차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는 기사 꼴리는 대로 다음 행선지로 움직인다.

 

거북선 모형 체험관

 

차는 돌산대교를 건너지 않고 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우두리항으로 들어간다. 돌산공원 아래다. 단숨에 찾아오는 폼은 예전에 와 본 경험이 있는 자신감이다. 거북선 모형 체험관은 건어물을 파는 가게가 매표소를 겸하고 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가게에서 입장권(2,000원/인) 구입하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면 마 네캉 옛 수군 둘이 좌우에 서서 객을 맞이한다.

 

거북선은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고 2층으로 되어 있다. 단층에는 당시 병사들이 전투하는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 놓았고, 전투 장비로 현자포, 천자포등 14문을 복제 배치해 당시의 전투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하향식 노법의 창안 배경도 설명되어 있다. 

아래층은 군사무기를 수리하는 철물고, 식량고, 밥 짓는 취사소, 포로 취조실, 군병휴식관, 군사들의 옷을 만드는 곳, 환자를 치료하는 곳 등 군사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다.

   

아래층까지 돌아보니 뭔가가 빠진 듯 부족한 느낌이 들고, 관리상태와 조잡한 마네킹의 모습에 기대를 반감한다. 역사적 사실의 검증이 없으면 거북선 모형 체험관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지 못했을 거라 믿고 호기심에 한번 구경한 것으로 만족하자. 

 

 

해상여수케이블카[돌산공원-자산공원]

 

거북선 모형에서 바로 옆에 있은 돌산공원으로 여수해상 케이블카를 타러 간다. 이동 중에 오늘의 기사가 스스로 희생하는 양 해상 케이블카 도착지인 자산공원으로 가서 기다리겠으니 잘 타고 오라는 얘기까지는 놀라서 엄지를 하늘로 올렸는데, 케이블카 재미 1도 없는데 뭐하러 타냐, 돈 아깝다 하는 투덜이 공세에 엄지가 땅으로 방향을 바꾼다.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케이블카로 돌산공원에서 자산공원까지 1.5km를 잇고 있다. 편도로 13분가량 소요된다. 

케이블카는 두 가지로 크리스탈 캐빈 15대와 일반 캐빈 35대, 총 50대의 케이블카를 운영 중에 있고 바닥이 투명한 6인승 크리스탈 캐빈은 탑승료가 왕복 22,000원, 편도 17,000원이고, 8인승인 일반 캐빈은 15,000원, 12,000원이다. 물론 성인 한 명 기준이다. 우리는 티켓 무인발매기에서 일반 캐빈 편도 티켓팅을 한다.

 

돌산공원의 케이블카 탑승장 이름이 놀아정류장[DOLSAN SUNSET STATION]이다. 놀아는 노을을 한 글자로 줄여서 부르는 이름인 듯하다. 자산공원의 정류장이 해야인걸 보면 말이다. 놀아정류장의 1층에 매표소 2층에 탑승장이 있고 3층은 전망대다. 다행히 대기하는 시간이 거의 없이 탑승한다. 한 캐빈에 우리 셋이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듯 바다를 가로지르며 여수 시내를 한눈으로 본다. 짜릿한 스릴감을 느낀다는 건 조금 과장된 표현이고 바다 위에 솟아서 시원한 바람은 맞는 느낌이다. 한 번쯤은 가성비가 괜찮은 듯하다.

 

천사벽화마을이 있고 낭만포차거리에 하멜등대도 지난다.
돌산공원 옆으로 돌산대교가 있고 여수해양공원이 저기다. 거북선대교 끝자락을 넘으면 내일 가볼 오동도가 가까워 진다.
해야정류장 전망대에서 보이는 오동도공용주차타워, 일출정, 오동도.
일출정

일출정에 도착하면 오동도와 엑스포 국제박람회장 주변의 풍경과 크고 작은 배들이 떠있는 바다의 멋진 경관을 느끼기 전에 정자를 돌아가는 난간에 붙어 있는 무진장 많은 하트형 사랑 나무판에 놀란다. 어느 곳의 자물쇠와 같은 의미일 텐데 보기는 이게 훨씬 부드럽고 좋다. 어느 세월에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작품이 되어 있다.

 

주차타워의 엘리베이터로 아래 기다리는 동이를 만나 잡아둔 숙소로 향한다. 빅오쇼 게스트하우스는 여기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숙박은 처음이다. 비용과 시설의 질의 비례관계는 크게 예외는 없다. 잠만 잘 하루 숙소로는 나 쁘지 않다.

 

여수 맛집 41번 포차

홍이가 검색해서 찾은 41번 포차. 늦은 시간도 아닌데 벌써 만원이다. 두 번째 대기손님이란다. 게스트하우스에 가방을 두고 탄 택시기사의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엄청 대기해야 하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괜찮을 것도 같다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다른 맛집도 많은데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 여수 편에서 소개된 후에 손님이 많이 몰린단다. 기다리면서 골목길을 돌아보니 여기가 게장 집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여수게장골목이란다. 희얀하다, 게장골목에 생뚱맞은 포차가 잘 되는 거 보면.

 

우선 주문한 선어회가 나온다. 보기에 먹음직스러운 건 취아전과 비슷하다. 삼치, 방어, 민어, 병어가 담겼다. 알배추에 회 한점 놓고 선어회용 양념장 얹어 먹고, 깻잎에 쌈장을 찍은 마늘쫑을 올려서 먹는 맛은 울릉도 호박엿이다. 김에 싼 숙성된 두툼한 회의 식감은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기본 찬에는 여수의 맛 갓김치, 입안이 상큼하게 하는 초석잠 피클, 갈치속젓, 명태 껍질포 튀김, 양념게장, 꼬막 등에다 미역국도 있다. 여기 지역 소주 보해 잎새주가 맛을 더한다.

 

여기서 활어회와 숙성회, 선어회의 차이가 궁금할 수 있다. 활어회는 말 그대로 바로 잡아 회를 친 것이고 숙성회는 활어를 잡아 1~2도 저온에서 숙성시켜 썰어 낸 것이다. 그러면 선어는? 죽은 고기를 의미한다. 죽은 고기라 해서 싱싱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선어 횟감으로는 잡은 지 24시간 이내의 것이 사용된다. 선어도 운송, 보관으로 숙성되기 때문에 편의상 숙성회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멀리서 오는 연어는 모두 선어회인 셈이다.

 

다음 선수는 해물 삼합이다. 삼합은 홍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역마다 조합이 다르다는 구만. 여기는 돼지고기에 갑오징어, 김치(배추+갓)가 주고 부수적으로 가리비, 전복, 버섯, 양파가 섞인다. 색다른 맛이 난다. 역시 음식은 남도라고 소리칠 만하다. 근데 점심때 갈치야에서도 그렇고 왜 메추리알은 5개만 주는 것인지, 이유는? 엿장수 마음대로 가 답인가...

 

여수 밤바다

 

여수 41번 포차에서 만족스레 먹고 소화시킬 겸 이순신광장까지 걷는다. 초행이라 길을 알겠냐마는 택시로 온 길을 거꾸로 방향을 잡아 대충 걷다 보니 야간에 포장마차들이 들어선 교동시장을 지나고 어느새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난다. 약 2km 거리다.

 

물이 좋아 이름 된 여수 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에 오동도와 여수 앞바다가 먼저 있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 가사처럼 도시 곳곳의 화려한 조명이 수놓은 여수 밤바다를 걷고 있다. 시커먼 친구들 넷이서.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장군도의 불빛과 길의 조명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펜데믹 상황이 아니면 많은 객들로 밤바다의 길은 북적일 테고 우리도 그들 중에 하나가 되었을 테지만 오늘처럼 한가한 모습도 외롭지 않다.  

 

여수구항해양공원 길에 빛이 만드는 그림.
여수낭만포차거리의 불빛이 유난히 밝고 거북선 대교아래 하멜등대는 커풀들을 유혹하고 케이블카 불빛은 아직도 살아 움직인다.

내일이면 지공선사인데 우리 친구들 나이가 거꾸로 간다. 아직도 젊은 그때처럼 티격태격하다 돌아서면 풀고 그리고 또... 언제 철이 들라나.

바쁜 하루가 지나간다. 시각과 미각이 열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