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기

자연을 품은 섬 덕적도德積島

자어즐 2021. 8. 28. 22:18

여름의 끝이 보이는 8월 마지막 주말 뭘 하지 하다가 덕적도를 찍는다. 늦은 장마라고 한 주 내내 오락가락하던 비가 주말은 내리지 않는다는 예보가 도움을 준다.

두 주전에 대이작도행의 경험이 있어서 쉽게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신호등에 걸려서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다음 버스로 도착하니 약속시간 딱이다. 마나님이 태워주더라는 영주는 건재를 과시하고, 승섭이는 지난번과 달리 버스의 환승 정류장이 하필이면 오늘부터 변경되는 바람에 헤매다 택시로 조금 늦게 도착한다. 시간 약속 칼인 친구가 마음이 얼마나 바빴을꼬.

오늘은 둘이 아니고 셋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마음은 항상 설래고 기대에 즐겁다. 어린 마음이 되어 배에 오른다. 

 

덕적도(德積島)는 인천광역시 웅진군 덕적면에 속하는 섬이다. 이 섬에는 덕적면의 진리(鎭里), 서포리(西浦里), 북리(北里) 등 3개 법정리가 있다. 덕적군도는 8개의 유인도[덕적도, 소야도, 문갑도, 굴업도, 지도, 백야도, 울도, 선미도]와 33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적도는 덕적군도의 주도(主島)이며, 해안선 길이는 37.6 km이다. 19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편입되었다. 올 2월 기준 1,164가구에 1,863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덕적도(德積島)는 ‘큰물섬’이라는 순우리말의 지명이었다가 ‘물이 깊은 바다 위에 떠있는 섬’이라는 의미의 한자화로 덕물도(德勿島)가 되었고, 다시 덕적도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한자 그대로는 덕을 쌓는 섬이다.  

 

1. 누구가 : 승섭, 영주랑 셋이서

2. 언   제 : 2021. 08. 28 (토) 

3. 어디로 : 덕적도[德積島] 운주봉, 비조봉

4. 얼마나 : 5시간 40분[덕적해경출장소~도우선착장. 휴식, 식사시간 포함]

 

▼ 이동경로 : 도우선착장 - (버스) - 인천해경 덕적출장소 - 국수봉 구름다리[배너머고개] - 기지국철탑 - 용솔나무 - 운주봉 - 망재 - 비조봉 - 밧지름해변

                - 진리해변 - 덕적바다역[도우선착장]

연안여객터미널. 덕적도 운항시간 및 요금.

예매를 하지 않고 당일 승선권을 창구에서 구매해도 기다림 없이 가능한 것은 코르나가 유동인구를 제어하는 원인이 큰 것 같다. 시간표상 섬에서 7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다. 대이작도에 비해 마음이 넉넉하다. 주말인 오늘 운항 배는 괘속선 세편과 차도선 한 편이 배정되어 있다. 인천시민은 타도 일반인의 요금과 달리 쾌속선이나 차도선이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천시민의 배부른 소리다.

덕적도 항로는 다른 섬에 경유하지 않는 직항이어서 승객만 타는 쾌속선은 1시간 10분 소요되고 차도선은 1시간 50분가량 걸린다.

오늘은 08시발 쾌속선을 탔는데 차도선과 달리 바깥바람을 쐴 수 없는 꽉 막힌 공간이어서 답답한 느낌이 드는 데다 수시로 마스크 쓰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하고 음식물 섭취는 안 된다는 방송을 하니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그래서 인천으로 들어올 때는 시간을 봐서 차도선으로 바꾸고 싶다. 당연히 매점도 운영 중단이다.

  

도우선착장에 입항. 딱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덕적바다역 앞에 버스 3대가 대기 하고 있다.

농어촌 공영버스는 북리행, 서포리행, 소야행으로 3대가 1일 8~9회 운행되고 있다. 운임은 1,000원짜리 현금만 가능하다. 택시도 2대 있단다.

북리행 버스에 오른다. 기사양반에게 능동자갈마당까지 들어가는 지를 물으니 원래는 들어가는데 그 앞에 공사를 하고 있어 조금 걸어야 된다고 친절하게 답해준다. 능동자갈마당은 크고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고 주위에 기암괴석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해서 들러보고 싶은 곳이긴 한데...

생각을 접고 그냥 덕적해경출장소에서 하차한다. 선착장에서 12~13분 소요된다.

 

09:30 인천해양경찰서 덕적출장소.

능동자갈마당은 앞에 보이는 교회(덕수 감리교회)가 있는 방향이고 우리는 배너미고개[국수봉 구름다리]로 가기 위해 서포리해변 쪽 도로를 따라간다.

 

작은쑥개방파제(좌), 선착장에서 넘어 오는 도로(우)
덕적항의 전경.. 방파제가 좌측은 작은쑥개, 우는 큰쑥개방파재이다.
더아라 마을캠핑장.
09:51 배너머고개.

옛날 북리 큰쑥개 마을은 장마철이나 파도가 심하면 배가 자주 넘어졌다 하여 배넘어 마을로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곳은 서포리에서 배넘어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라 하여 배너머고개라 부른다고 한다. 오른쪽 국사봉 방향으로 오르면 구름다리 옆으로 정자가 있다.

건너편으로 오르던 다른 산객이 우리 보고 국사봉은 부대가 있어 올라갈 수 없다고 얘기해 주는데 우리는 국사봉으로 갈 의도는 아니고 정자에서 자리 깔기 위해서다.

 

한 시간 동안 마음 편하게 죽치고 앉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이런 게 좋다. 한 명 더 올지도 모른다며 4인 분으로 준비한 승섭표 부침개 세트, 어묵탕, 두부, 컵쌀국수 등 아점으로 충분하고 남는다. 거기에다 막걸리와 이과두주, 어제 요아 킴과 만난 주님까지 더해서 속이 요상하다.ㅎ

쉼의 말미에 영주가 따라가면 민폐가 될지 모른다며 서포리로 갔다가 선착장에서 만나자고 한다. 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능동자갈마당을 갔다 올 걸 그랬다. 일부러 생략했는데...

 

덕적도 국수봉 구름다리. 국수봉 1km 표지석이 있고 정자에서 문갑도, 지도, 각흘도, 백야도, 가도, 굴업도...섬들이 보인다.
10:54 국수봉을 뒤로 하고 구름다리에서 비조봉으로 출발한다.

국수봉[國壽峯, 314m]은 옹진군의 덕적면 북리와 서포리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산이다. 덕적도에서 가장 귀중한 산이라는 유래로부터 국수봉이라는 지명이 부여되었다고 전한다. 대동여지도에는 운오산(雲烏山)이라 표기되어 있다. 산 위에는 주위가 약 30m, 높이가 약 8m인 제천단(祭天檀)이 소재한다. 제천단은 삼국시대 말기 당나라 소정방이 제사드렸던 곳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 군부대가 있어서 확인할 수가 없으니 등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비조봉을 시작으로 운주봉을 거쳐 국수봉까지 이어지는 덕적도 종주 코스의 총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첫 오르막구간을 울라서면 주변이 터진다. 비조봉위에 정자가 보이는 가야할 능선(상), 서포리 해변 주위 전경(하)이 눈 앞에 펼쳐진다.
11:35 전파기지국 철탑.

전파기지국 철탑 아래 갈림길에서 비조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용솔나무 방향이다.

 

덕적도 트레킹 코스는 3개 코스를 소개한다. 첫 번째 코스는 비조봉+국수봉 종주코스로 총길이 약 11.5km이다
호박회관(구.진리마을회관) →1.6km → 비조봉 →0.8km → 운주봉 →1.5km → 기지국철탑 →1.9km → 국수봉 구름다리 →1.01km → 국수봉 → 4.74km → 용담/바갓수로봉으로 5~6시간 소요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코스를 해 보고 싶다.

 

두 번째 코스는 비조봉+북리 해안산책길로 길이 약 10km이다. 여기 이정목의 진2리(이개)에서 이곳을 통과하는 코스이다.
이개마을 입구 → 1.7km → 기지국철탑 →1.9km → 국수봉구름다리 → 1.4km → 노송식당(북2리) → 1.29km → 소재해변 → 3.65km → 능동자갈마당 코스다.

 

12:03 용솔나무.

승섭이가 용솔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을 제거해 준다. 용솔나무가 조금이라도 시원했으면 좋겠다.

이 구간이 솔향기 제대로 맡으며 가는 길이라 힐링이 그냥 되는 느낌이다. 맨발지압방법과 지압보도구간을 만들어 두었는데 보기가 약간은 아쉽다.

 

용솔나무 앞에 맨발지압 보도구간. 운주봉 0.4km.
운주봉 가는 길에 등로가 거친 부분도 있다.
12:20 운주봉[231m] 정상. 왼쪽 북동방향으로 이개해변과 이개마을이 보이고 뒤로는 국수봉 철탑, 서쪽으로는 서포리 해안이 조망된다.
12:29 망재.

운주봉에서 200m, 5분 급한 경사를 내려오면 망재다. 비조봉 0.7km 남았다. 서포리 1km. 오늘 산길 걸어오며 마주친 사람은 이곳 망재에서 나홀로인 외국인 젊은 여자 한사람 뿐이었다.  

  

12:54 비조봉정상. 진리면사무소 갈림길에서 비조봉 정상까지 1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나온 방향으로 망재산 방향표시가 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지나친 모양이다.

비조봉[飛鳥峰, 292m]은 산세 좋기로 소문난 곳으로 그리 높지 않은 여러 개의 산봉우리와 오래된 적송림이 울창해 속세와 단절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비조봉 능선과 연결된 감투바위, 망제봉등 산봉우리마다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아침에는 일출을 볼 수 있다.
특히, 산 정상 부근에는 길이가 30m인 암벽이 있고 장엄한 산세를 따라 약 다섯 코스의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어 직장 단위 심신단련과 삼림욕을 만끽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사방 탁 트인 덕적군도 전경이 펼쳐진다. 뭔가 후련한 게 기분이 상쾌하다. 어제 먹은 주님이 땀으로 모두 배출을 한 듯 옷을 짜니까 물이 주루루 흐른다. 우리만의 세상이라 웃통을 벗고 앉아 아직도 냉기를 머금은 맥주 한 캔에 세상 모든 걸 가진 얼굴이다. 

 

덕적소야교, 소야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사승봉도가 한 줄로 서고, 왼쪽에는 자월도가 떠 있다. 진리해변은 왼쪽이고 밧지름해변은 오른쪽에 있는 거다.
감투바위, 서포리해변, 뒤로 굴업도가 있다. 왼쪽 가로 문갑도가 조금 보이고 갈흘도, 백아도, 가도도 있다.
비조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국수봉에서 좌측 용담/바갓수로봉으로 흐른다.

기분 좋은 한 시간이 후딱 지난다. 영주에게 지금 위치는 하니 서포리의 성당에서 쉬고 있다 한다. 쾌속선이 감옥 같다는 불평을 해소하려고 한 시간 이른 차도선을 타자고 도우선착장에 15:20분 전에는 만나자고 한다. 우리는 1시간 20분이 남아있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산은 밧지름해변 1.3km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서포리해변 또는 밧지름해변으로 갈 수 있는 두 길이 있고, 왔던 길로 돌아 나가 진리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는 길도 있다.

 

13:56 밧지름 해변 방향 계단아래 정상석이 있어 인증샷은 하고 하산 시작한다.
14:25 밧지름 등산로 입구. 하산길이 가파르고 길 상태도 별로라서 오르는 것보다 더 신경쓰인다. 0.9km 하산길에 30분이나 잡아 먹었다. 도둑게가 길을 가로 지른다.
4:29 밧지름 해변

청록색 바닷물이 밀려나가 모래사장이 넓게 보인다. 뒤로는 연식이 상당히 된 적송 수백 그루가 그늘을 만들고 있어서 휴식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장소로 보인다. 부는 바람에 몸이 반응을 하고 파도 소리에 귀가 즐겁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늦여름 주말인데도 여름이 아닌 듯 한적하다. 텐트 몇 동이 솔밭을 지킨다.

 

진리해변

밧지름 해변 입구에서 도우선착장까지 3km 남짓되는 포장도로를 따가운 햇빛에 땀을 훔치며 걷는 것은 즐거운 걸음걸이는 아니다. 바람 부는 가을 날씨쯤 되면야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보고 듣고 걷는 재미가 솔솔할 텐데...  호박회관도 덕적기미 3.1독립만세 기념공원도 스쳐 지난다.

 

영주가 서포리에서 15:30분 버스를 타고 온다고 연락이 온다. 16:30분 배에 맞춘 버스시간이다. 앞의 시간 버스를 타던지 걸어서 시간을 맞추던지 해야 했는데.

차도선으로 바꿔 탈 계획은 물 건너간다. 예매한 쾌속선 승선권을 20% 공제하고 반환한 후 차도선 승선권으로 다시 구매하는 수고는 들었다.

 

덕적 초,중,고교 정문 가기 전 멋진 방풍 소나무.
15:15 덕적바다역(도우선착장) 도착. 주변에 '대형어선 지칠아치배와 어부상'. 덕적바다역 시장. '덕적도 사랑의 우체통'. '진3리 도우 표지석'이 있다.

섬으로 들어올 때 지나친 것들. 선착장에서 나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빨간 '덕적도 사랑의 우체통' 인데 올 때 보지 못한 건 차량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대형어선 지칠아치배와 어부상과 도우표지석은 배를 기다리며 시간 여유가 있어야 찾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과거에는 수천 척의 어선들이 몰리는 민어파시가 열렸을 정도로 북적이던 덕적도이다 보니 이 곳 덕적군도를 근거지로 어업활동을 하는 어부를 조각한 상이 지질아치배와 어부상이다. 조각상은 민어를 안고 있는 어부가 조각되어 있으며 그 옆에는 고기잡이의 도구인 방향키 등이 조각되어 있다. 이 상은 덕적군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화합 단결하여 노력하는 섬주민들의 염원을 나타낸 것이다.

덕적도는 진리, 서포리, 북리로 지명이 나뉘고 진리에는 진말(진1리), 이개(진2리), 도우(진3리)로 부르는 마을이 있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지명을 알아 두는 것이 좋고, 인천과 왕복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은 진3리 도우선착장이다. 쾌속선과 차도선의 접안 시설은 이웃하여 다른 장소를 사용하고 있다.

 

덕적바다역 인근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맥주 한 통을 들고 덕적바다역 시장 한 모퉁이 평상에 자리를 걸친다. 배 시간에 맞춰 온 버스에서 내린 객들로 잠시 이 곳 가게들이 활기를 띤다. 꽃게 소라, 말린 간재미와 냉동 박대, 새우젓과 멸치젓들이 팔려나간다.

 

버스로 출발한 시점부터 약 6시간만에 선착장으로 돌아 왔다. 대충 따져보니 산길 걷기 2시간 30분, 도로 걷기 1시간, 휴식 및 식사 2시간 5분, 기타 버스와 밧지름 해변 엿보기에 25분 소요되었다. 도로 걷기가 약간의 옥의 티였고 전반적으로 넉넉하고 훌륭한 트레킹이었다. 솔향기가 향기롭고 사방이 탁 트인 비조봉 정상에서의 풍광은 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덤으로 엿본 밧지름 해변의 은빛모래와 해송의 조화도 훌륭한 그림이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다시 와서 오늘 못다 본 곳들을 보고프다. 능동자갈마당, 바갓수로봉, 서포리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