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기

풀등섬 바다 생태마을 대이작도

자어즐 2021. 8. 15. 13:23

해당화가 진 한여름에 섬 색시 찾아가는 곳은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 대이작도다. 몇 번 벼르다가 사달났던 곳을 그제 상가에서 만난 섭이랑 가기로 한다.

14일 연안부두에서 이작도로 운행하는 아침 배는 7시 50분(대부해운) 차도선과 8시 30분(고려고속훼리) 쾌속선이 있어서 아예 7시로 시간 약속 해 두었다.

평상시 집을 나오는 것보다 한 시간은 일찍 나서야 하니 아침이 바쁘다. 동인천역에서 12번이나 24번 버스로 환승하는 게 빠르지만 이른 시간 차가 밀리지 않을 거라 보고 버스로 곧장 연안여객터미널로 온다. 한 시간 가량 걸린다. 7시가 되기 전이다.

두 배 모두 도착하는 시간은 9시 50분으로 같은데 기다리기 뭐해서 7시 50분 배의 승선권을 구입한다. 인천시민이라고 80%씩이나 할인이 적용되어 왕복 7,400원/인이다. 착한 가격, 손꼽는 해택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오늘 돌아오는 배 편성은 보통 때 보다 30분 정도 이른 오후 2시 50분이다. 변수가 없으면 섬구경은 5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날짜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연안부두에서 44km 거리에 위치한 섬, 대이작도는 자월도, 승봉도를 경유하여 배에 따라 1시간 20분 혹은 두 시간 소요된다. 이 섬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섬이란다. 대이작도에는 밀물 썰물에 하루 두 번씩 숨었다가 나타나는 모래섬 풀등이 있다. 여와 남을 상징하는 부아산과 송이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자연경관이 있다. 가까이 승봉도에서부터 덕적도, 소야도, 선갑도, 굴업도... 섬들이 술래잡기 하고, 소이작도와 대이작도 사이 하트 모양의 항구는 자연이 만든 묘한 조화의 그림이다.

 

1. 누구가 : 승섭이와 둘이.

2. 언   제 : 2021. 08. 14(토)

3. 어디로 : 대이작도 한바퀴. 부아산-송이산-계남마을-작은물안해수욕장

4. 얼마나 : 4시간 10분(휴식, 간식시간 포함)

 

▼ 이동경로 : 대이작도 부두 - 오형제 바위 - 부아산 - 송이산 - 계남마을 - 해양생테관 - 작은풀안 해수욕장 - 최고령암석 - 삼신할매약수터 - 부두

배는 인천대교를 통과하고 팔미도와 영흥도 를 지난다.
09:25 자월도와 09:50 승봉도를 경유 한다.
10:09 대이작도 선착장 도착.

오형제바위와 연결된 해안산책로를 돌아서 대이작도항으로 배가 들어간다. 배가 예정시간보다 20분 지연되었다. 14:50분 돌아가는 배 시간보다 뒤에 것이 있으면 바꾸려고 시간표를 확인하니 10분밖에 차이가 없다. 그래서 교환하지 않고 4시간 30분 잘 활용하기로 한다. 10:12분에 섬 트레킹 시작이다. 

그런데 저녁에 다시 검색하니 15:00분 대이작도를 출항하는 배는 대부도 방아머리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15:50분 고려고속훼리가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부두에서 바다를 등지고 좌측 해안도로로 500m 정도를 거의 만조가 된 바다를 보며 걸으면 대이작도 세개의 마을 중 큰마을이 시작되는 이작분교를 지난다.

이 섬에는 큰마을 장골마을 계남마을 3개의 마을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마을 전에 최고령암석으로 가는 갈림길은 무시하고 스친다. 

이작체험어장 안내소 옆으로 해양생태관(1km)으로 가는 주도로와 오형제바위(0.5km)로 가는 갈림길 안내목이 있다. 우리는 해안산책로로해서 오형제 바위를 보고 부아산 정상(2km)으로 오를 참이다.

주도로로 약 200m쯤에 우로 부아산 등로도 있다.

지금 바다를 보면 만조에서 조금만 빠진 상태인데 나중에 온전한 풀등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포장도로를 벗어난다.

 

해안산책로
10:28 부모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전설이 있는 오형재 바위
부아산 가는길

오형제바위에서 50m 돌아 나오면 부아산 가는 데크길로 갈라진다. 경사길 5분 땀흘려 큰마을에서 올라오는 신작로 같은 넓은 임도를 만나고 몇 발자국에 우측으로 가라는 부아산 정상(전망대) 표지목이 서 있다. 그 길의 끝은 부아산정상과 봉수대가 맞닺는 지점이다. 오형제바위에서 20분 소요된다.

 

10:55 부아산 정상.

오래전 옛날, 이곳이 왕도 터였다는 전설에서 유래해 백성을 품는다는 뜻의 이름을 지닌 대이작도의 대표적인 산이다. 백제 건국을 위해 비류가 負兒山(미추홀-한강유역)에 올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산 정상의 높이는 159m이며 마치 여인이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서 있는 모양과 흡사하다고 해서 부아산이라고 불린다.

정상석에 표기된 높이는 해발 162.8m이다.

 

정상 이웃에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하트해변은 대, 소이작도가 만든 대표적인 그림의 하나이고 덕적도, 문갑도 굴업도, 백아도, 선갑도 등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해안방어의 초전선 봉수대

정상과 전망대를 보고 봉수대와 정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여기는 조선시대의 연락수단의 하나인 봉수대 5개가 있다. 봉수는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이용해서 군대의 이동 상황이나 적의 침입에 대한 정보를 중앙에 전해주는 군사용 신호체계다. 부아산 봉수대는 도서지역에 설치돼 있는 연변봉수다. 봉수대는 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상황의 위급에 따라 봉수를 거수했는데 평상시에는 5개 중 1개, 해상에 적선 출현 땐 2개, 적선이 해안에 접근 땐 3개, 적선과 접전 땐 4개, 적이 섬에 상륙 땐 5개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 신호는 남양부(현재 화성시)를 경유해 수도였던 한양의 목면산(지금의 남산)의 봉수대로 전해졌다.

부아산 구름다리.

부아산 전망대, 정상, 봉수대, 구름다리는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빨간 구름다리에는 이른 새벽, 부아산 신선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리를 건너 천상으로 향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길이는 약 70m이다.

 

11:10 천국의 문

구름다리를 건너 데크 계단길을 내려오는 끝네 아치문이 서 있는데 부아산 안내문에 천국의 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부아산은 기가 센 산으로 영험이 많은 기운이 흘러 예로부터 건강, 출세, 후손점기를 기원하는 장소여서 그곳을 오르내리는 관문으로 천국의 문이라 명명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부아산으로 오르는 빠른 길은 장골고개에서 포장도로로 들어와서 천국의 문을 통과하면 몇 분 아니면 정상이다.  

 

송이산 방향으로 가기전에 전망데크(부아정)에 들러니 송이산, 부아산이 눈에 든다.
11:25 장골아래해변

송이산(정자) 1km의 이정표 방향으로 부아산을 내려오는 내리막 길이 내내 의심스럽다. 긴가민가 하며 10분가량 바닥까지 내려오니 장골아래해변이다. 앞에 송이산이 보인다. 이정표를 못 믿은 게 미안타. 우측은 장골습지고 장골마을 가는 길이다.

 

장골아래에서 송이산 오르는 길은 길이는 600m로 짧지만 해발 188m를 고스란히 올라야 하니 가파르다. 부아산도 그렇고 송이산도 풍뎅이와 나비들이 수두룩하다. 거미줄들은 간혹 귀찮게 한다.

 

11:50 송이상 정상

대이작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88m의 산으로 산 모양이 뾰족하게 솟아 여자산 부아산과는 달리 남자산으로 불린다. 땀 한 말 쏟아내고 한 모금하는 맥주 맛은 언제나 최고다. 간식도 풀어놓는다.

 

송이산 정상에서 보는 승봉도와 반대편의 풀등

대이작도는 밀물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나타나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으로 유명하다.
썰물이면 3~5시간 보였다가 밀물이 들면 이내 사라지는 섬(하벌천퇴)을 말한다. 풀등은 사승봉도에서 소이작도까지 길이 3.6㎞, 폭 1.2㎞에 이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물결과 바람에 따라 날마다 다른 모양과 넓이를 드러낸다. 모래 위에 풀이 자란다고 해서 '풀등', 고래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고래등', 갈치새끼인 '풀치' 떼들이 푸른 바다를 길게 휘저어가는 모양새라고 해서 '풀치' 등으로 불린다.
풀등에 들어가려면 작은 풀안 해안에서 6인승 배를 타고 5분여 정도 타고 가면 도착한다. 배는 간조 전후 1~2시간 동안만 운행한다. 풀등에서는 넓은 모래사장에 물결무늬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모래사막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크기에 새삼 놀라게 된다.
풀등에 쌓인 모래는 파도를 막아 해양생물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하고 바다 새들에게는 쉬어가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바다 한가운데 풀등은 파랑에너지를 감소시켜 태풍이나 해일 같은 외부의 힘을 차단하고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천연 방파제이다.

송이산에서 계남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

송이산 정상에서 주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0.5km, 10분이 채 안 걸린다. 이정목에 계남마을까지 2.6km, 여객선 부두는 3.0km이다. 여기서 계남마을 왕복하고 부두까지는 6km 남짓이다. 현재시간 12:45 배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았으니 시간상은 문제없다.

 

목장불해수욕장

햇빛은 강해서 계남마을 가는 포장길은 재미가 없다. 평지만은 아이고 언덕을 두 개 넘어간다. 목불장해수욕장 입구를 잠시 지나면 솔밭해적길 안내판을 만난다.

 

이작도라는 마을 명칭은 조선시대 때 세곡선의 세곡을 약탈하던 해적들이 은적한 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탄압을 피해 피난 왔던 난민이 은거해 해적활동을 했다고 해서 해적이 은거한 섬, '대이적'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대이작'으로 부른다는 전설이다. 서남해의 여러 섬처럼 고려 말에는 이작도가 왜구의 거점이었던 까닭이다. <고려사> '변광수 전'에 "고려 말 왜구들이 이 섬을 점거하고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을 약탈하던 근거지라고 해서 이적(夷賊) 또는 이적(二賊)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13:00 계남마을입구.

계남마을까지 온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영화 '섬마을선생'의 촬영 장소 계남분교를 보기 위한 것이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김기덕 감독이 1967년 제작한 영화 '섬마을 선생'은 당대 인기 배우인 오영일, 문희, 김희갑 등이 출연한 영화로, 외진 섬마을에 교사로 온 청년이 무식한 섬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섬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계몽성이 강한 이야기와 섬처녀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계남분교를 찾아서 승봉도가 가까이 보이는 해변으로 내려왔다. 팽나무 두 그루가 있고 계남정이 있는 작은 부두 안내판의 표시로는 이 부근에 있을 법한데 어딘지 화살표가 없다. 다시 마을 입구로 주위를 살피며 돌아 나와서 보니 멀리에 분교가 보인다. AC 발음이 그냥 나온다. 다시 내려가기 싫어 뱃시간을 핑계 대고 다음을 기약한다. 정확한 안내판이 없는지 아쉽다. 계남정을 오르면 뒷 쪽에 있는 걸 정자에 사람이 있어서 오를 생각을 안 한 게 폐착이었다.

계남분교가 20년 전 폐쇄되어 폐허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공감은 있어도 개인 토지 소유주와 토지매입 협상의 난항으로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활용을 못하고 있단다.

 

13:48 장골마을 해양생태관, 장승마을

송이산에서 내려와 만난 지점을 지나는 길의 우는 송이산이고 좌는 모습을 드러낸 풀등이다. 풀등을 접근하는 배들도 보인다. 그 모습 보면 서 고갯길 넘으니 장골마을이다. 해양생태관이 있는 사거리에는 장승들이 재미없는 길 넘어오는 객들을 맞이한다.

직진하면 부두로 가는 길이지만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좌측의 작은 풀안해수욕장으로 방향을 꺽는다. 대한민국 최고령암석을 보려고... 

장승마을로 원위치하는데 15분가량 소요된다.

 

13:52 작은풀안 해수욕장

이정표가 안 보여서 최고령 암석이 어딘지 물어보고 부두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현지인으로 보이는 양반에게 묻는다. 두부까지 30분이라니 아직 시간의 여유는 있다. 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좌로 데크로 된 해안산책로(풀등해상 탐방로)를 걷는다. 정자가 보이는 중간쯤에 대한민국 최고령 암석의 안내판이 있다.

 

작은풀안 해수욕장 옆 바다를 보고 좌측으로 난 해안산책 데크길에 있는 대한민국 최고령 암석 안내판

대이작도 곳곳에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25억 1000만 년 전의 최고령암석이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땅이라는 뜻이다. 이곳 암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이다. 지하 약 15~20㎞ 깊이의 고온에서 생성됐으며,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다른 기반암들의 나이인 약 19억 년보다 오래됐다. 한반도 대륙의 발달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14:05 삼신할머니 약수터

장승이 있는 사거리로 원위치하여 부두로 가는 길 장골고개 못 미처서 삼신할머니 약수터를 알리는 할머니가 있다. 아기를 안은 이가 할머닌지 아줌만지... 

부아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약수터로 오래전부터 병을 치유하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정한수(井一水)와 아기를 점지하고 보호해주는 생명수로 여겨왔다. 물맛이 좋고 수량이 풍부하며 아기를 점지하고 태아를 보호하며 산모의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큰마을 이작분교 앞의 갯벌 체험현장.

대문 그림으로 이걸로 할까 했던 풍경. 물 빠진 갯벌 너머에 해안산책로가 있고 그 끝에 오형제바위와 등대가 보인다. 부아산 아래 큰마을 갯벌채험현장에는 현지인인지 체험인인지 점점으로 남아 있다. 오전에 뜨있던 배들은 바닥에 앉아 움직일 수가 없다. 걍 어촌의 한 풍경이기도 하고...

 

건너 보이는 소이작도의 명물 손가락바위.
14:22 도착시 객들 땜에 못 담았던 그림들.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

배가 정시에 들어오면 30분 후에는 출항을 하겠지만 거의 30분이나 연착되어 한시간이나 부두에서 죽친다. 늦어진다고 안내만 있어도 주위 농어바위와 문희소나무를 보고 올 수 있었는데.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 19살 섬 섹시가 순정을 바쳐  /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 무엇 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 시름을 달래 보는 총각 선생님 /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인천대교를 들어오는 중에 옆으로 재미있게 생긴 배가 지나간다. 팔미도를 운행하는 유람선 금어호다. 아침에 연안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17:30 연안부두를 빠져나오는 광장 한쪽에 불세출의 가수 배호 이력과 흉상 그리고 '비 내리는 인천항 부두'의 노래비가 있다.

이 시간에 집으로 가서 밥 내놓으라면 환영받지 못할게 분명하니 저녁을 해결하러 맘모스회 센터 옆에 있는 횟집에서 회덮밥을 시킨다. 밑반찬으로 나온 홍합탕이 옛날을 소환한다. 학창 시절 집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집 앞에 리어커에 실어 팔던 홍합탕의 구수함을 그리워한다. 섭이도 그중 한 명이었다고 하며 수줏잔에 옛 얘기 들을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