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한라산.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자어즐 2021. 6. 22. 21:57

한라산 오르기로 한 오늘도 눈은 일찍 떨어진다. 침대가 3개인 호텔방 잠자리가 바뀌나 마나, 어제 한잔 하나 마나 똑같다.

서서히 밝아오는 창밖은 햇살이 눈부시어 온다. 예보대로 날씨는 문제없을 모양이다. 차례대로 세안을 하고 배낭에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서둘러 나온다. 성판악 매점이 없어져서 어제저녁 호텔 편의점에서 준비한 햇반, 물, 酒 등과 각자 가져온 것들을 분배했다. 호텔 인근에 있는 은희네해장국 원노형점에서 해장국으로 속을 채운다. 여기는 24시간 영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즘 코르나 시기에 우리 동네와 달라서 의외지만 일찍어도 손님은 있다. 이른 아침이어서 밥이 먹히진 않지만 산행을 위해 먹어 둔다. 해장국 맛도 예전만 못한 건 지점이기 때문은 아닐거고 컨디션 탓인가 한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20.5km 거리의 성판악 탐방로 주차장으로 가는데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전에 공항에 내려 허급지급 달려오던 것하고는 천지차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면 전날 와서 넉넉한 산행을 권하고 싶다.

대중교통 이용은 장점도 있다. 원점복귀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되고 뒤풀이 때 한 사람은 酒 앞에 기도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이번 산행 코스는 한라산 동쪽인 성판악탐방로로 올랐다가 북쪽 관음사 탐방로로 내려오는 걸로 잡았다.

하절기인 지금은 입산시간이 05:00부터 시작하고 진달래대피소는 13:00까지 통과해야 정상을 갈 수 있다. 정상에서는 14:30에는 하산해야 한다. 

 

1. 누구가 : 월동, 철홍이랑 셋이서

2. 언   제 : 2021. 06. 20(일) 맑은 날에

3. 어디로 : 제주 한라산 백록담. 성판악→관음사(18.3km)

4. 얼마나 : 10시간 23분 [휴식, 식사, 사진촬영 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성판악탐방안내소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 입구 - 진달래밭 대피소 - 백록담 - 용진각 현수교 - 삼각봉 대피소 - 개미등 - 탐라계곡 목교 - 구린굴

                  - 관음사탐방안내소

06:34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입구.

일주일 전에 성판악 탐방로 입구 매점 철거로 물품을 구매할 수 없으니 물 및 김밥, 비옷 등 탐방에 필요한 것들은 미리 준비하라는 문자안내를 받았다. 국유림 관리법상 임대계약이 불가능해져 법정 소송 끝에 43년의 민간 매점이 11일부터 철거하게 되었다. 철거 후 주차장으로 사용할 거란다. 여기서 어묵 먹는 맛이 괜찮았는데 아쉽게 되었다. 

 

관리사무소와 화장실 사이 공간에 산수국, 금새우난, 나도히초미, 한라개승마 등으로 작은 화단이 꾸며져 있다.

 

06:57 출구 통과.

탐방안내소를 통과하기 앞서 한라산 등반 시 주의를 하지 못해 심정지 상태가 되는 경우를 사례로 들며 본인에게 맞는 산행을 하도록 안내를 한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사전예약제에 의해 통보된 QR코드를 찾아야 통과를 시켜준다. 젊은이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미숙한 사람들은 시간이 걸린다. 어떤 아줌니는 남편이 해 줬는데 하며 못 찾아서 관리원 도움을 요청한다.

 

해발 100m 높아질 때마다 나타나는 표지석을 찾아보는 작은 재미도 있다. 진달래대피소 못미처에 있는 1,400m와 지나서 있는 1,500m 표지석은 그냥 지나쳤다.

 

08:12 속밭

한라산 속밭은 1970년대 이전까지는 넓은 초원지대였으며 인근 주민들이 소와 말을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 막걸리를 적게 했어야 했는데 괜찮다는 큰소리가 일찍부터 걸음을 무겁게 해서 따라오는데 속도를 더디게 한다. 어여 와!

 

08:24 속밭휴게소

2019년 겨울 공사 중이던 솔밭 휴게소가 데크로 바닥을 깔아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초콜릿 먹으며 숨 돌린다.

 

09:13 사라오름 갈림길

여기서 600m, 20분 거리에 산정호수가 있다. 사라오름(1324m)은 백록담 아래에 자리했다. 제주도 내 386개의 오름 중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이 오름은 정상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다. ‘작은 백록담’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비밀스러운 호수가 분화구 속에 숨겨져 있다.

 

길 가에 노루가 사람들의 기척에도 아란곳하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10:13 진달래대피소

따끈한 햇살을 받으며 진달래대피소에 들어온다. 3多 중에 바람이 웬일로 조용하고 밝은 하늘에 구름이 멋지게 수를 놓았다. 13:00까지 여기를 통과해야 한다는 안내는 이르게 출발한 우리와는 문제가 없다. 예전에 김포서 이른 비행기를 타고 당일 산행을 할 때는 시간에 쫓겨서 마음이 급하기도 했었는데.

 

산딸나무.

산딸나무는 높이 7m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 가지는 층을 지어 수평으로 퍼진다. 줄기는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고, 갈색이며 둥근 껍질눈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 하며 달걀형이고 점첨두 예형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잔복모가 약간 있으며, 뒷면은 회녹색으로 복모가 밀생한다. 꽃은 6월에 피며, 20~30개가 두상으로 모여 달린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4개이다.

 

10:40 진달래대피소 게이트 통과

해발 1,700m 표지석을 지나고 정상 1km 정도 남은 지점부터 앞 뒤로 전망이 터진다. 뒤로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해변이 보이고 앞으로는 정상 가까이의 봉우리가 점점 다가온다. 동이의 상태는 표정이 말을 해준다.

 

12:13 전망데에서 파노라마.
12:43 한라산 정상

한라산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1,950m로 남한 최고봉이면서도 사람들을 가까이하여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산이다.

비록 느림보 걸음으로 힘들게 올라왔지만 날씨가 바쳐줘서 횡재한 기분이란다. 예약시스템에 하루에 성판악코스로 1,000명, 관음사코스로 500명이 신청할 수 있다면 오늘 몇 명이 신청했는지는 몰라도 시간대를 봐서 정상에 지금 있는 산객이 많은 편은 아닌 듯하다.

 

백록담에 물이 예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고여 있다. 그제 비가 온 모양이다. 날씨 좋은 날 한라산 오르기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만큼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아래서 한라산 보이는 날이 숨은 날보다 훨씬 많다는 게 현지인의 얘기다.

 

백록담 분화구는 전형적인 산정화구호로 둘레길이가 1,720m이고 장반경은 동서로 585m, 단반경은 남북으로 375m로 타원형이다. 높이는 서쪽이 해발 1,950m로 최고봉이고 북쪽이 1,906m, 동쪽이 1,928m, 남동쪽이 1,893m이다. 분화구 바닥은 해발 1,838m인 걸 보면 초대 깊이는 112m이다.

鹿潭晩雪이라 하여 제주에 봄이 완연해도 백록담에 잔설이 남아 절경을 이루니 영주십경의 하나로 쳐준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과거에는 분화구 내부에 철쭉제를 실시하여 탐방객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야영도 하고, 산정화구호 물로 음식을 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가재도 긔지 않는 白鹿潭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쫓겨온 실구름 一抹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돌다 기도조차 잊었더이다.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백록담에서 느끼는 신비로움을 주재로 한 정지용 시인의 백록담 산문시 중에 9 연이다. 힘든 등산으로 지친 다리에 쥐가 난 것을 소가 지나갔다고 할 만큼 힘들었다. 하늘이 비치는 백록담 물은 실구름 조각에도 흐려질 만큼 맑고 깨끗하다. 한나절 기도조차 잊을 만큼 동화 몰아일체인데 왜 쓸쓸한 것인고...

 

백록담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선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 삐돌이 할배는 배도 고픈데 그렇게 기다려서 찍을 가치가 있냐고 투덜 투털 한다. 홍이가 30분 넘게 줄 서느라 고생을 한다. 날씨 탓에 세 번 만에 오른 정상이니 당연히 인증은 해야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인증은 한 장씩만 찍으라는 안내 방송에도 기다린 보상심리 때문인지 포즈를 달리해가며 몇 장씩은 찍는다.

 

13:15 정상석에서 인증. 32분 걸렸다.

점심 성찬이 차려졌다. 홍이가 열무김치에다 고추장, 참기름 등 비빔밥 재료를 준비해 왔다. 비닐봉지에 어제저녁에 호텔 편의점에서 준비한 햇반을 넣고 비닐장갑으로 비빈다. 한라산 정상에서 먹는 열무 비빔밥 출출함이 더해서 끝내준다. 엄지 척! 곡차를 곁들여 삼십여분 선텐을 한다.ㅎ

 

13:53 하산전 준비운동?

하산 통제시간 오후 두시반이 가까워 지니까 빨리 하산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나온다. 이전에는 차를 렌트해 와서 원점복귀 산행을 했고 오늘은 그런 부담이 없어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처음 가는 길에 대한 기대 혹은 호기심을 가지고.

 

사목이 제멋대로 눕어 자기도 한라산의 일원임을 시위라도 하는 듯하고 멀리 삼각산 대피소가 보이는 앞의 풍경은 가슴 시원하게 만든다. 신이 준 선물이 이런 건가. 이 경치를 보러 평생에 이날을 잡았노라고 허풍을 떤다. 등산의 피로는 다 잊었다.

 

14:00 전망대에서
한라산 북벽과 장구목오름.
14:29 왕관릉 옆으로 지나가는 길.
14:49 용진각대피소 자리

추억 속의 용진각 대피소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그기에는 용진각 대피소는 1974년 건립 이후 30여 년 동안 탐방객들의 아늑한 쉼터로서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추억의 산장이다 한라산 정상이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히말리아 릉 연상케 하는 수직 암벽이 있어 산악인들의 동계훈련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나리'로 한라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백록담 북벽으로부터 암반과 함께 급류가 쏟아져 내려 인근 계곡의 지형이 크게 변하고 수년 된 고목이 뿌리째 뽑혔으며 오랜 추억을 간직한 용진각 대피소는 이때 아쉽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적혀 있다.
 

용진각현수교
백록담에서 관음사코스를 따라 내려오는 탐라계곡. 식수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샘터라고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물이 모였다가 흐르는 걸 보았다. 아랫쪽 그림의 왼쪽 바위가 왕관릉이다.
15:14 삼각봉대피소

三角峰은 봉우리 모양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또 봉우리 모양이 솔개 머리를 닮았다 하여 연두봉[鳶頭峰]이란 별칭도 있다. 성판악코스의 진달래대피소 마냥 물자나 긴급 환자 수송을 위한 모노레일의 운송 도구가 대기하고 있다.

 

삼각봉대피소 화장실 위의 전망대
15:49 개미등.
탐라계곡화장실. 해발 975m
16:22 탐라계곡 목교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서면 탐라계곡 목교다. 한라산은 현무암으로 물이 잘 배수되어 땅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여서 인지 계곡에 물 구경이 어렵다. 아래로 내려가니 간간히 고인 물이 보이기는 하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다.

 

16:51 구린굴

관음사 탐방로 입구까지 1.5km 남은 지점에 있는 구린굴은 길이가 440m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용암동굴 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동굴이다.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물 1급인 붉은박쥐라고 하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곳으로 아주 유명하다. 조선시대 탐라지에 보면 한라산 북쪽에 있는 동굴은 천연 냉장고 역할을 했기 때문에 얼음을 보관했다가 관아에 공급을 하고 사용을 했었던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3일 전에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 본부는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인근에 분포하는 구린굴과 평굴이 백록담 분출 시 한라산 북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류에 의해 약 2만 년 전 형성된 용암동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구린굴은 제1입구로부터 동굴을 따라 상류로 올라감에 따라 동굴의 초입부는 폭과 높이가 약 2m 이내로 비교적 좁은데 반해, 가장 상류 약 110m 구간은 폭 4m, 높이 7m보다 큰 규모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린굴의 형태는 마치 호리병과 같은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박쥐 서식처로서 최적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7:20 관음사탐방지원센터. 하산완료.

한라산 정상 등정 인증서 자동발급기가 출구를 나오자 오른쪽에 있다. 우선 모바일에서 한라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정상인증서 발급시스템에서 본인인증-사진업로드-수수료 1000원 결재-출력 번호를 받아 무인발급기에서 출력하면 된다. 이번에는 걍 생략한다. 

구린굴을 지나면서 갈증이 심해진다.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은 생수 500ml짜리 3개 이상은 준비해야 한다. 생수 2개에 맥주 한 캔으로는 아껴도 부족하다. 특히나 열량 보충용 초콜릿이 물을 더 당긴다. 친구들이 시원한 맥주가 그립다 길래 잰걸음으로 먼저 내려온다. 주차장 길 건너 관음사휴게소 편의점이 있다. 거기서 시원한 맥주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한참 후에 내려온 이 친구들 갈증 나는데 마시는 이 한 모금의 맥주 맛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 맛이란다.

 

관음사휴게소 앞. 카카오택시를 기다리며.

어제는 회였으니 오늘 메뉴는 제주 흑돼지로 정해두었다. 지난번에 기다리기 싫어 가지 못한 돈사돈을 가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기사양반에게 추천 식당을 물으니 본인도 자주 가는 곳이라며 늘봄흑돼지를 권한다. 기사양반이 오늘 한라산 산행이 어땠냐고 묻는데 한마디로 최고였다고 입을 모은다. 날씨도 받혀주었고.

자기도 등산을 좋아해서 뭍으로도 가지만 여기서는 오름을 오른단다. 어떤 오름이 좋으냐니까 따라비오름, 다랑쉬오름, 샛별오름, 거문오름... 설명을 해주는데 어렴풋하다. 오름의 여왕인 따라비 오름은 바로 오르면 30분이면 오르니 쫄븐갑마장길 10km 정도 걸으면 따라비 오름이 포함되니까 걷는 맛이 난다고 한다.

고기에 일가견이 있는 홍이가 늘봄흑돼지의 고기 맛도 우수하고 량도 정량이라고 엄지를 내민다. 기억에 남을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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