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인천둘레길 15코스 마니산

자어즐 2021. 3. 20. 22:51

어느 회보 기고문에 지혜롭게 쉬는 법의 제목으로 이런 내용이 있다. 노인과 청년이 도끼를 가지고 나무를 베는 작업을 하는데 청년은 쉬는 시간도 없이 도끼질을 하여 나무를 쓰러뜨렸고 노인은 조금 하고는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였다. 해 질 무렵 쓰러진 나무를 헤아리니 놀랍게도 청년보다 노인이 더 많은 나무를 베었다. 청년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은 쉼 없이 열심히 나무를 베었고 노인은 틈날 때마다 앉아서 쉬었는데, 이유가 뭘까. 노인은 쉴 때마다 자신의 도끼날을 갈았다. 도끼날을 갈기 위해 쉰 것이다.
한국식  공부를 한 학생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면 중도에 포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들은 일등을 놓친 적이 없는 수재들이다. 하지만 수재들끼리 모인 그룹에서는 수준은 평준화가 된다. 이 상태에서 남은 것은 집중력 싸움이고 집중력은 체력에서 온다. 평생 앉아서 책만 잡고 있던 학생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으면 밖으로 나가 운동장을 뛰거나 다른 운동을 하며 자란 학생들의 차이는 앞서 언급한 청년과 노인의 경우가 된다. 도끼날을 왜 갈아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다.

비가 예보된 오늘 뭘로 도끼날을 갈까. 비가 많이 오면 누굴 꼬득여 스크린이나 칠까 하다가 강우량이 5mm 정도라고 하기에 그냥 인천둘레길 15코스 강화 마니산행 하기로 한다. 역시나 승섭이가 동행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시간이 곱으로 걸려서 차를 가지고 승섭이를 역에서 10:00에 픽업한다. 한 시간 남짓 걸려서 마니산국민관광지 주차장에 들어왔다.
봄비가 봄비 답게 내린다. 우산을 받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그래서인지 길은 여유롭다. 공기 질이 다른 그 길을 걷는 우리도 여유가 있다. 

1. 누구가 : 승섭이랑 둘이

2. 언   제 : 2021. 03. 20(토)
3. 어디로 : 인천둘레길 15코스 강화 마니산
4. 얼마나 : 3시간 (식사, 휴식시간 포함)

이동경로 : 마니산공영주차장 - 매표소 입구 - 104 계단로 - 참성단. 마니산 정상 - 삼칠이 계단 단군로 - 매표소 입구

 

11:09 마니산국민관광지 입구.
11:11 마니산 매표소.

마니산 등산코스는 네개로 개미허리라고 불리는 1004 계단의 계단로, 단군로, 함허동천에서 올라 바위능선을 타는 코스가 있다. 정수사에서 오르는 길은 함허동천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참성단 출입 임시 폐쇄 알림, 마니산 관광지 입장료 징수 안내 등 여백 없이 많이도 붙어 있다.
성인 한사람에 2,000원을 지불하고 입장한다. 대신에 주차비는 무료다.

 

마니광장, 인천둘레길 안내 표지.

마니산 입구에서 들어오는 길은 성화봉송로로 한겨레 얼 체험공원의 시작이고 수변쉼터 주위까지 조성되어 있다. 마니 광장, 단군 놀이터, 천부인 광장, 치유의 숲, 꺼지지 않는 불, 개천마당, 수변공원을 포함한다.

 

꺼지지 않는 불, 개천마당.

재천마당은 참성단을 원형 그대로 본뜬 모형인데 실제와는 감이 다르다. 꺼지기 않는 불은 전국체전 성화 채화 장소가 마니산 참성단임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듯하다.
조금 더 오르면 단군로와 갈라지기 전 오른쪽에 정자 하나가 분위기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신단수 쉼터로 안내표지목이 되어 있는데 계곡물로 연못을 만들고 주변에 데크를 깔아 수변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길가의 나무들이 비를 맞아 선명하게 서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수변공원의 신단수 쉼터. 계단로와 단군로의 갈림길 부근.

몇 개의 아치로 만든 다리를 맞보는 곳에 조성된 테크 쉼 공간이 수변쉼터이고 칠팔 분 더 올라가면 참성단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목이 계단으로 오르도록 유도한다. 둘레길 표지판도 계단 입구 기둥에 붙어 있다.

 

진달래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하고 생강나무 노란 꽃은 봄비를 재촉한다. 氣 받는 160계단을 지나서 만난 쉼터의 벤치에서 가쁜 숨을 고른다. 모시송편과 커피 맛을 음미한다. 1004 계단 1.1km의 끝이 참성단이다. 땀 좀 흘릴 준비를 하고 경사가 있는 계단들을 오른다.

 

12:17 단군길과의 갈림길, 참성단 입구.

참성단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제단의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고 실족사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출입을 일시 통제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매표소의 안내문을 상기시킨다.

사적 제136호로 지정된 참성단은 단군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재단으로 전해오는 곳으로 마니산 제천단이라고도 한다. 자연석으로 기초를 둥글게 쌓고 단은 그 위에 네모로 쌓았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참성단은 매년 10월 3일 제천행사가 있으며 전국체전 성화가 칠선녀에 의해 이곳에서 채화하는 의식이 열린다.

 

12:20 마니산 정상[472.1m].

안개바다에 덩그렇게 뜬 섬이 되어버린 마니산 정상은 살오른 고양이와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고양이들이 지금 시간이 인간들의 점심시간임을 알고 있다고 시위하 듯 어슬렁댄다.

 

여기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을 잇는 선의 중간 지점으로 한반도의 배꼽에 위치한단다. 우리는 배꼽에 있다.

옛 문헌에는 마니산을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岳)으로 표기했는데, ‘마리’란 머리의 옛 말로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두(頭), 두악(頭岳)이 된다. 제일 높은 머리에 해당하는 산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천에서 재일 높은 산 밖에 안되는데... 기가 재일 센 것으로 따지면 재일 높은 머리가 되려나.

 

4년전 참성단과 우리나라 나무 중에 처음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귀한 나무 소사나무[천연기념물 제502호]의 모습.
4년전 참성단에서 보는 정상.
12:30 계단로와 단군로 갈림길. 12:39 삼칠이계단 아래쪽 시작점.

내려오는 길은 단군로다. 계단로의 돌계단만큼은 아니어도 오르면 내리는 것이 있듯이 삼칠이 계단으로 하산길 시작한다. 고무 패드로 잘 정비되어 있다.

 

바위들 사이에 둘이 앉기 안성맞춤의 식당자리.

선수로 진행하는 금줄이 있을 직진 길을 보지 못했고 우로 굽은 느낌도 없어서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살짝 의심이 들 무렵 인천둘레길 표지판을 만난다. 선수방향 갈림길을 재법 지난 지점이다. 

 

13:39 웅녀계단.
13:56 단군로 계단로 갈림길.
강화나들길 안내도

장봉도 인천둘레길 16코스 마지막 코스를 돌고 나면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강화나들길이 하나의 재료를 재공한다.  대부도 해솔길도 후보여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가 문제지 가고 안 가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교통편의 애로를 고민해 봐야겠다.        
 
                               ● 강화나들길 20개 코스 310.5km 구간별 거리 및 출발/도착지

마니광장을 지나 마니산국민관광지 입구에 원위치한다. 14:11

 

입구에 있는 조형물의 작품명은 '강화도에서 시작하다' [2003.08]이다. 천고의 역사를 말없이 간직하고 倍達民族의 始原을 알리는 靈山이며, 겨레의 상징인 摩尼山을 형상화하여 화강석으로 제작된 반원 아치 형태의 문과 마니산 塹星壇에서 채화되는 성화를 형상화한 3개의 스테인리스 조형물을 결합하여 형상화하였다는 설명이다.

봄비 맞으며 시작한 마니산행. 뵈는 것이 없어 삭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몽환적 분위기가 산행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드문드문 아직은 피기가 이른 진달래의 분홍과 생강나무의 노랑이 빗물에 색갈이 더 선명하다. 이미 봄인데...
둘이서 기분 좋은 둘레길 같지 않은 산행이다. 인천둘레길 15코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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