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인천둘레길 14코스

자어즐 2021. 2. 27. 21:56

인천둘레길 14코스는 북성포구, 만석부두, 화수부두를 이어가는 길이다.
예전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었던 부두고 포군데 그 영광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고 이제는 점점 잊혀져가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선상파시 같은 건 유지되고 발전되면 좋으련만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으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길에도 사라진 것들이 많이 있다. 화수자유시장도 문 닫았고 연극전문극장으로 출발했던 화평동 냉면골목 초입의 인천극장도 활인마트로 자리바꿈했고 대한성냥공장도 옛얘기가 된다. 실향민들의 생계를 마련의 터전이 되던 만석부두의 명물 굴막도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골목 오래된 건물 오래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의 빨랐던 걸음을 느리게 잡는다.
잊혀짐은 그리움이 되고 기억상실이 두려워 연필로 눌러 쓰며 메모를 한다.
북성포구의 파시도 보고프고, 일몰의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바다 낀 연기 뿜는 공장 모습도 궁금하다. 낚싯배를 타기 전 이른 시간에 먹던 국물도 생각나고, 화수부두 벽을 뚫고 나온 문어가 바다로 들어 가려하는 건물에서 회 한 접시 먹고잡은데 언제 해 볼꼬...

그런데 왜 북성은 포구고 만석과 화수는 부두라고 부르지?  만석포구나 북성부두로 바꾸면 어색하긴 하다마는.
浦口의 사전적 의미는 배가 드나드는 개(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어귀이고 埠頭는 배를 대어 사람과 짐이 뭍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라는데, 이것으로는 정의가 잘 안된다. 배가 드나들면 당연히 하역 시설이 있어여 하니 그넘이 그넘 같은데 말이야. 걍 부르기 쉽게 붙였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겠다. 소래포구나 연안부두 같이 입에 익숙한 대로.

1. 누구가 : 승섭이랑 둘이

2. 언   제 : 2021. 02. 27(토)
3. 어디로 : 인천둘레길 14코스 부둣길
4. 얼마나 : 2시간 10분

이동경로 : 대한제분 - 북성포구- 만석어린이공원 - 동일방직인천공장 - 만석행정복지센터- 황인의원 - 화도진공원 - 인천만석초등학교 - 만석부두 - 원괭이부리마을 - 두산인프라코어 - 화수부두 - 화도진중학교 - 동인천역

 

13:55 대한제분. 인천둘레길 14코스 출발점.
북성포구 가는 길에 공장들. 선창산업, 대성목재.

갯벌, 바다에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들이 조합된 풍경에 일몰이 더해지면 아름다운 사진의 한장면이 되어 진사들에게 인기가 있단다. 건너 선창산업 MDF공장에는 원목 통나무들을 옮기는 집게차가 토요일인데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요즘 가구 제조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PB, MDF가 코르나 영향등으로 수입이 거의 안되는 실정이다. 국내산으로 충당하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니 단가는 오르고 납기는 늦고 가구제조사들이 애로사항이 많단다.

 

북성포구

북성포구는 개항과 함께 조성된 인천에 있는 유일한 갯벌 포구다. 물이 들어오면 배들이 들어와 선상에서 싱싱한 고기들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한 때는 선상파시에 참여하던 배가 100대가 넘었다는데 연안부두의 어시장에 생기면서 줄어들다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그마저도 개발에 밀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사라지기 전에 물때시간에 맞춰 선상파시를 구경이라도 해보고프다.
여러 색깔의 그물들이 널려 있고 문을 연 가게 몇곳에서는 말린 고기들과 새우를 팔고 있다.

 

포구에 연결된 횟집들.
만석동 굴 직판장.

북성포구를 나와서 고가 아래로 건너 만석동 굴 직판장 앞을 지나간다. 만석1차 아파트 옆에 붙은 만석어린이공원을 통과하여 우로 틀어 동일방직 담을 따라 한 번 꺽어지면 정문 앞을 걷는다.
초행에 이정표를 찾아서 갈려니 숨이 가쁘다. 긴가민가한 곳이 여럿 있다.

 

만석어린이공원, 동일방직

만석동행정복지센터를 지나 화평동냉면거리가 시작되는 황인의원옆 골목길로 길은 연결된다. 황인의원은 1958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의원이다. 도로를 건너 걷다가 화도교회 옆길로 살짝 돌아서 화도진을 찾아간다.

 

14:33 화도진. 인천광역시 지종기념물 2호.

花島鎭은 병인양요 이후 미국, 프랑스 일본등 외국 함대의 거듭된 칩입에 대비하여 인천 앞 바다에 해안 경계를 위해 고종 16년 (1879) 설치한 진지다. 甲午改革(1894)으로 군제가 개편되면서 사라진것을 1988년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하던 花島鎭圖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안채, 동원, 행랑채, 사랑채, 정자 육모정, 대포조형물 등이 있다.
이 화도진이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1882년 조선이 서양국가와 최초를 맺은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사큰마당, 內舍(안채), 東軒에 재현해 놓은 한미수교조인의 모습.

통상 수령 등이 정무를 집행했던 곳으로 현감, 수사, 병사, 감사가 주재하는 관아의 본 건물이다. 이곳 화도진의 동헌은 병인양요 후 연안각지에서 새로 들어선 31문의 포대를 관할하기 위한 행정업무 장소였다.

 

화도진전시관

花島鎭展示館은 후손들에게 조상의 얼을 되새기고, 외세의 개항압력을 둘러싼 근대사의 전개과정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것으로 東軒의 일부였던 행랑채를 개조하여 韓美修好通商條約을 채결한 신헌장군의 영정을 비롯하여 불랑기 4,5호 대완구등 무기류와 깁기류등 50여점의 군사장비를 정시하고 있다.

 

동헌과 사랑채
야외전시장(홍이포, 중포, 소포),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비.
괭이부리소공원. 우리미술관
만석부두

서울로 향하는 곡물을 만석이나 쌓아놓았던 곳이라 해서 만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만석부두는 주말이면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25년전 쯤 낚시광인 동료를 따라 만석부두애서 떠나는 배낚시를 몇 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다. 이른 시간에 모여서 부두 인근 작은 가게에서 미끼랑 낚시용품을 준비하면서 따끈한 어묵국물을 먹고는 해양경찰의 신원확인을 하고 배를 탔다. 그 당시 고기가 잘 잡혀서 손맛을 봤으면 나도 낚시매니아가 됐을텐데, 어찌 내 낚시대는 고기들이 피해가는지ㅎㅎ 

 

원괭이부리마을 특화거리

공장 방음벽이 기찻길을 달리는 증기기관차와 만석부두의 바다와 파란 하늘로 그림이 되었다. 중간중간에 포토죤도 만들어 사진찍기를 유혹한다. 옹기종기 붙은 집들의 벽 여백도 바다 밑 해저의 풍경이 되고 파스텡 톤으로 멋을 낸다.
원괭이부리마을을 나와 두산인프라코아를 지나 화수부두를 찾아든다.

 

화수부두

두산인프라코아 끝에서 좌로 돌면 화수부두로 향한다. 역동적인 돌고래 두마리가 길을 안내한다. 부두 버스정류장에 빨간 등대가 서 있고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의 벽에는 문어가 트릭아트로 박으로 튀어 나온다. 부두로 더 들어가면 낚시줄에 물고기의 조형물도 있다. 화수부두는 1970년대만 해도 인천의 대표적인 어항였다. 백령도 연평도 근해에서 잡은 생선의 집하 부두였으며 새우젓 전용선이 입항할 정도로 새우젓 시장으로 유명했다.

화수부두에서 다시 돌아나와 화도진중학교를 지나 솔빛주공아파트의 사거리에서 우로 틀어 동인천역에 안착한다. 인천둘레길 14코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16:05 동인천역

계양산을 출발해서 녹지축을 따라 S자를 그린 인천둘레길은 구도심으로 이어져 14개 코스를 이룬다. 인천종주길을 걸은 김에 둘레길도 걸어볼까하고 시작한 것이 어느새 인천 시내의 14개 코스를 돌았다. 이제 강화도의 마니산과 장봉도 2개의 섬코스가 남았다. 둘레길 하면 낮은 산이라도 하나 끼면서 걷는 것이라는 선입견에 코스안내를 보면서 왜 구도심이 포함되었지 하는 의문표가 붙었는데 걸어보니 자연히 알게된다. 한번 걸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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