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인천둘레길 11코스

자어즐 2021. 2. 13. 21:41

초보알바와 로봇의 닭튀기기 대결에서 1분만에 완패다. 앞으로 치킨집 알바 제로 시대가 온단다. 초보 알바가 치킨 반죽하는 동안에 로봇 팔은 닭 한바구니를 튀겨내 식사시간대가 유사한 동일 시간에 주문이 몰려도 효율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많은 일자리가 앞으로 로봇이나 AI로 대체되면 사라질 전망인데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군이 영업 판매직일 것이란다. 통번역 자격도 무색해 진다.
중앙공무원 25% AI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원을 하고 있다. 단기적 고용지표 개선에 몰두한 나머지 지속 가능하지 않는 공공 일자리만 양산할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자만 늘이는 꼴이다. 행안부 용역보고서를 살펴보면 18개 부처 3006명 줄여도 무방하고 행안부, 외교부, 기재부 순으로 6급의 일자리 위기가 최다이다. 미국, 프랑스등 선진국들은 산업구조변화와 행정 수요 변화를 고려해 공무원을 감축하는 기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다.

향후 10년내 사라질 것 같은 직업 Best 10은 부동산 중개업자, 교사, 인쇄업, 속기사, CEO, 교정 치과의사, 교도관, 트럭 운전사, 집사, 아버지라고 한다. 특이하게 아버지는 본래 직업은 아니지만 체외수정 및 복제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룡처럼 멸종해 버릴 것이라는 블랙코메디같은 소리다.

왠 요상한 소리를 하냐고... 오늘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가 아닌 시간이 멈춰 있는 인천둘레길 11코스 연탄길을 걸으니 비교가 되어서 해보는 얘기다. 인천에 오래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의 골목길 달동네가 남아 있다는 게 신통방통이다. 눈 감짝하면 사라져버릴 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길에서 반 세기 전을 추억한다. 스쳐 지나가는 흑백사진의 장면들이 겹쳐지면서 이곳은 우리에겐 정겨운 풍경이 된다.

1. 누구가 : 승섭이랑 둘이 
2. 언   제 : 2021. 02. 13(토) 
3. 어디로 : 인천둘레길 11코스 연탄길
4. 얼마나 : 1시간 40분

이동경로 : 도원역 - 우각로 문화마을 - 인천세무소 - 금창동 주민센터 - 창영초등학교 - 배다리 헌책방거리 - 송현근린공원 -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 동인천역북광장 - 송현동 순대골목

 

13:34 도원역

도원역에서 인천둘레길 11코스는 출발한다.
도원역 1번 출구를 등지고 왼족으로 170m 거리에 한국철도 최초 기공지 표지석이 있다.
1987년 인천부 우각현에서 가진 한국 철도 최초 노선인 경인선 철도 기공식을 기념하는 기념비다. 벌써 12년이 넘은 세월이다. 우리 기술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온갖 사연과 애환을 실어 날랐다.

 

韓國鐵道最初起工址

숭의시장사거리에서 다리 터널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 간다. 잠시 차도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을 한 골목 위로 가서 돌아나왔다. 조금만 한눈 팔면 엉뚱한 곳이다. 단골완구문구나 김포쌀상회은 사오십년전 추억의 모습을 닮아 있다.

 

다시 안내판을 찾아 들어서 우각로 122번길 비탈을 올라오니 전도관이 앞에 있고 그곳의 담을 따라 우각로 문화마을을 지난다. 전도관은 미국공사 알렌의 별장이었다가 귀국하고 나자 이완용의 아들과 서병의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여러학교의 교사로도 사용되었고 1956년 어느 종교단체의 전도관으로 신축되어 사용되다 지금은 재개발을 앞둔 마지막 모습으로 남아있다. 내용연수가 지난 창고 같다.

 

14:02 우각로문화마을

우각로는 우리말로 하면 쇠뿔고개이다. 배다리에서 전도관으로 올라오는 길이 소뿔 모양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우각로 문화마을은 지역주민, 문화예술인, 행정복지센터가 손잡고 마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면서 생겨났다. 이곳이 재개발 지정으로 생겨난 빈집이 치안, 위생등의 취약지가 된 것을 지역예술가들이 빈집을 작업공간으로 활용하여 4년동안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5년전에 우각로 문화마을은 공식적으로 해산되었지만 예술인 몇명이 거주하며 예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골목길은 끊어진 듯하다가도 이디에선가 튀어나와 이어진다. 놀이 기구가 없던 예전에는 이런 골목이 있었기에 숨바꼭질의 짜릿함도 있었던 것 같다. 구슬치기, 땅따먹기하던 생각은 육칠십년대로 시간여행을 간다. 둘레길 따라가기만 아니면 이 동네 벽화를 찾아 숨은그림을 완성해 보고 싶다. 재미가 솔솔할 것인데... 
인천둘레길을 골목을 누비고 표지판이나 리본은 보물찾기의 숨겨진 표시다.

 

인천세무소. 금창동주민센터. 인천창영초등학교

인천세무소, 인천산업정보학교, 금창동주민센터를 거쳐서 인천창영초등학교로 길은 연결된다. 인천창영초등학교는 1907년 개교한 인천의 최초 공립초등학교이다. 특히 3.1운동의 인천 발상지이며 1924년 신축한 교사는 인천유형문화재 16호로 지정되어 있다.

 

금창동 배다리마을 그림지도. 유동송림간 도로 예정지.

배다리는 경인전철 다리 아래를 지나 전통혼수거리인 중앙시장 앞이다. 이곳에는 19세기 말까지 동구 화수동 괭이부리에서 수문통을 거쳐 지금의 송림초등학교 앞까지 흘러오는 커다란 갯골이 있었다. 밀물 때면 이곳을 따라 인천 앞바다의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에 경인철도가 놓이기 전까지 이곳에는 배를 댈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었고, 여기서 배다리라는 이름이 생겼다. 지금은 모두 복개돼 그 갯골도 다리도 전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배다리의 사전적 의미는 작은 배를 한 줄로 여러 척 띄워 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 또는 교각을 세우지 않고 널판을 걸쳐 놓은 나무다리를 말한다.  

 

14:22 배다리. 헌책방 나비날다 책방.

인천시민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헌책방거리를 나와 수도국산에 있는 송현근린공원으로 향한다. 헌책방거리에는 대여섯개의 오래된 헌책방이 아직도 거리를 지키고 있다. 배다리전통거리 아치가 있는 배다리삼거리와 송현초등학교를 지나 서해대로로 올라가면 개통을 기다리는 송현터널을 만난다.  

 

막아놓은 송현터널. 송현근린공원 둘레길 입구

송현근린공원은 달동네로 유명했던 水道局山에 들어선 공원이다.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송림산 또는 만수산이었는데 1906년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 공사가 착수되어 1908년 이곳에 송현배수지가 준공되자 그때부터 수도국산이라 불리기 시작하였다. 공원에 인접해 있는 송현배수지는 인천 최초의 상수도시설로 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송현근린공원
14:50 인라인스케이트장. 송현배수지 제수변실

송현배수지 위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조깅트랙이 설치되어 있다.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로 된 제수변실은 배수지에서 배수관의 단수 및 유압기능을 조절하는 제수 밸브를 보호하는 시설물이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잊혀져가는 1960~70년대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테마로한 체험 중심의 박물관이다. 수도국산의 옛 모습과 실존 인물을 복원하여 전시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를, 현세대들에게는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길이 바빠 들어가 보지는 못하지만 제주도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에 조성해 놓은 옛날 생활상에서 달동네의 모습을 떠올린다.
길은 입구광장을 나와 오른쪽으로 동인천역 북광장으로 향한다.

 

입구광장 맞은편에 있는 어영대장 신영희 동상.
송현근린공원 입구의 안내판

인천둘레길 종합 안내도와 인천 동구 관광 안내도 도깨비 촬영지을 지나면 동구를 빛낸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솔빛마을 주공아파트 옹벽 족에는 동구를 빛낸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다한 청년장교 강재구, 내각책임재 총일 장면, 문단의 영원한 거목 박경리, 160개국 여행한 최초 배낭족 김찬삼, 원로배우 황정순, 인천 최초 만세운동 지도자 김명진, 대한민국 군인 초석이 된 광복군 김동수 일곱 양반의 생애와 업적이 소개되고 있다.

 

동인천역으로 내려오는 길에 송현시장. 동인천역 북광장 건널목.
15:14 동인천역 4번출구.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철도를 운행하던 증기기관차 모갈1호가 동인천역 4번 출구 옆에 실물 크기로 전시되고 있다. 출구 윗의 축현역은 동인천역이 최초 가졌던 이름이다. 상인천역을 거쳐 지그므이 이름으로 낙찰되었다.
인천둘레길 11코스는 여기가 종착역이지만 병오를 만난 우리는 송현순대거리에서 더 달린다.

 

병오랑 셋이서.

1960년대 수문통 시장이 개장된 이후 항만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담없이 끼니를 챙겨먹을 수 있도록 순대국밥 집이 하나둘씩 늘어나 지금의 순대골목이 형성되었다. 병오가 차이나타운으로 가자는 걸 송현순대골목이 처음인 내가 여기로 했는데 잘못했다. 인천전용축구경기장에서 배불리 먹었던 탓으로 음식 맛이 완전 반감된다. 인심이 후해서 양이 많으니 더하다. 인천둘레길 12코스를 연결할 걸...  

 

송현동 순대골목 거리

인천둘레길 10, 11코스가 평지여서 등산화 대신 운동화로 가벼운 걸음을 했다.
왜 11코스를 연탄길이라고 했는지는 걷고나서야 알게 된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달동네 골목길은 연탄을 나르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손가락 끝에 침을 묻혀 한장씩 넘겨 보던 책들의 정거장인 헌책방이 있고, 소리치며 놀자고 부르면 어디선가 쫓아 나와 어룰려 줄 듯한 어린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붙어버린 연탄을 분리하려고 헌 칼로 가운데를 찔러서 끄지지 않도록 했던 것들이 길에 녹아 있다. 소싯적 이야기다.
오래된 길에 생활하는 오늘의 사람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 각 일병해서 불콰해진 얼굴로 김여사랑 그런 옛 얘기로 추억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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