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륙 친구들 연래 행사 가을 소풍가는 날이다. 아주 청명해서 누가 택일했는 지 기가 막힌다. 시절이 어수선하여 가을은 건너 뛰고 겨울이 바로 올 수도 있는 데 오늘 걷기 적당한 기온에 하늘도 높다. 아침 8시 종합운동장역 3번 출구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사전에 받은 주문에 의해 크기와 색상이 결정된 바람막이가 이름표를 붙여 자리를 잡고 있다. 바람막이는 임회장이 개인적으로 출연한 하사품?이다. 색상과 크기를 일일이 구별하여 챙겨주는 마음 씀슴이가 대단하다. 31명 모두가 반갑다.
차는 시간에 맞게 문경으로 향한다. 도로는 단풍시즌 답게 일정구간 빠져나가기가 어렵다. 우리도 마찬가기지만 코르나19가 무색하다. 열한시를 조금 넘겨 이강년기념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현지에서 중하를 오랜만에 만난다.
선유동천나들길은 숲길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두해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에서 최고의 숲길로 인정받고 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과 키재기다. 금강소나무숲길은 해설사의 인솔과 상새한 설명으로 걷는 재미를 더해 줬는데 이곳은 그런 것은 없다. 그러나 선유칠곡, 선유구곡이라 하여 경치 좋은 굽이에 붙여진 이름을 찾아 보는 즐거움이 이 곳에는 있다. 이름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었던 만큼 아름답고 계곡미가 빼어난 선유동천나들길을 이강년기념관 앞 표지석에서부터 출발한다. 오늘은 우리 친구들 모두가 신선되는 날이다.
1. 누구가 : 재경이륙동기 33명(현지에서 중하,원식 합류)
2. 언 제 : 2020. 10. 24 (토)
3. 어디로 : 문경 선유동천나들길 1,2 코스
4. 얼마나 : 4시간 (휴식, 간식시간 포함)
이동경로 : 종합운동장역 - 이강연기념관 - 선유칠곡 - 선유구곡 - 학천정 - 1,2코스 교차점 - 무당소 - 용추 - 월영대 - 용추 - 대야산장식당 - 대야산주차장
인적이 뜸한 것은 시기적으로 비수기여서인가 코로나19 영향인가. 강원도 쪽은 코로나19가 힘을 못 쓰는 듯하던데...입구에 차량 대여섯 대가 쉬고 있고, 조용한 곳을 우리가 깨운다.
운강기념관은 대한제국시대 구국의 일념으로 의병을 일으켜 빛나는 승리를 거둔 도창의대장(都倡義大將, 의병 총사령관) 운강 이강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다. 2002년 4월에 개관한 기념관은 선생의 숭고한 위업을 재조명하고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념관은 유물전시관, 사당, 관리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물전시관에서는 선생의 의병활동 연보과 교지, 간찰, 만사 및 관련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사당에는 영정이 모셔져 있다.
운강 이강년(雲崗 李康秊, 1858.12.30~1908.1.19)은 문경 출신의 대표적인 의병장이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이 내려지자, 분을 삼키지 못하고 문경에서 의병부대를 창설해 일제에 저항했다. 1907년 정미의병 때는 도창의대장으로 추대돼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1908년 7월 청풍 작성전투에서 붙잡힌 뒤, 그해 10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는 삼국시대 이후부터 6·25전쟁까지 모두 22명의 호국인물을 선정해 흉상을 세워 기리고 있는데, 운강이 포함돼 있다.
五十年來判死心 到今寧有苟生心 盟師再出終難復 地下猶存昌劍心 여기 詩碑에 적힌 獄中에 쓴 글
오십 평생 살아오며 한 목숨 던진 바에 이제 와서 구차하게 삶을 구하랴만 적을 무찌를 일 돌이키기 어려워라. 이 몸 죽은들 싸울 뜻까지 사라지랴.
선유칠곡. 대한제국 말의 혼란기 , 호에 우(愚) 자가 들어가는 일곱명의 친구들이 바위에 이름을 새기고 일곱 굽이의 절경에 이름을 지은 곳으로 칠우칠절[七愚七絶] 이라고도 한다.
선유구곡
선유구곡의 시작인 1곡 아름다운 안개가 드리우는 누대 옥하대[玉霞臺], 2곡 신령한 땟목 바위에서 신선을 만나길 고대하던 영사석[靈槎石], 3곡 살아 움직이는 물은 맑다는 활청담[活淸潭]의 위치와 세겨진 글자는 확인하지 못하고 안내판만 보고 지나온 게 지금 정리 해보려니 아쉽다. 그래서 畏齋 丁泰鎭가 쓴 선유구곡 시라도 적어 본다. 모르는 한자 찾아가면서...
1곡 옥하대[玉霞臺]. 신선의 세계로 들어 가는 입문인데 여기만 각자가 없으니 찿을려면 괜한 헛수고 하지 말길. 외제도 못 찿은 걸. 원래 없었던 것인지 있었는데 물에 쓸려 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白色朝暾相暎華 [백색조돈상영화] 흰 돌에 아침 햇살 바춰 밝게 빛나고
晶流寒玉紫騰霞 [정류한옥자등화] 맑은 시내 찬물결에 안개 붉게 오른다.
閒尋題字迷難辨 [한심제자미난변] 한가로이 새겨진 글자 찿기 어렵고
只有白雲臺上遐 [지유백운대상하] 흰 구름만 누대 위로 저 멀리 자리하네
2곡 영사석[靈槎石] 이 돌 뗏목 어디서 띄울까.
以石爲槎喚作靈 [이석위사환작영] 돌로 뗏목 삼아 선령을 부르거늘
中流停著歲冥冥 [중류정저세명명] 시내 가운데 머무르니 세월이 아득하네
傍崖又有仙人掌 [방애우유선인장] 벼랑 곁엔 또한 선인의 자취가 있으니
一路窮源指可聽 [일로굴원지가청] 한 길로 원두(原頭)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으리
3곡 활청담[活淸潭]. 여기 물은 흘러드는 물로 인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 움직임으러 인하여 끊임없이 맑음을 유지하니 활청이라 이름 지어 졌다고. 그러면 선유계곡의 대부분 담들은 모두 흘러 맑은 데 여기만 활청담이라고 했을까? 엿장수 마음만은 아니겠지. 화자는 여기서 위의 물은 조용하더라도 속의 물은 활발함을 보았으리라. 사람도 이와 같아 욕심으로 흐름을 막아 어두워지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靜處從看動處情 [정처종간동처정] 마음으로 정처에서 동처를 처다보니
潭心活活水方淸 [담심활활수방청] 못 속이 활발하니 못 물이 맑아지네
本來淸活休相溷 [본래청활휴상혼] 본래의 맑은 마음 흐리게 하지 말라
一理虛明道自生 [일리처명도자생] 이치가 허명하면 도는 절로 생기리라
虛明一理本吳心 [허명일리본오심] 허명한 이치가 본디 내 마음이거늘
枉波紛囂容染深 [광파분오용염심] 부질없이 세상사에 깊이 물들었네
到得玆臺思一洗 [도득현대사일세] 이 검은대에 이르러 한번 씻을 생각하니
肯留滓穢分毫侵 [긍유재예분호침] 어찌 묵은 때를 추호라도 두겠는가
남들 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이로움의 추구 하는데서 오는 마음의 떼를 씻어 내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세심대는 여러 곳에 존재한다. 옥류동천, 옥산서원,무주구천동... 세심정도 있다. 그런데 꼭 있었으면 하는 곳에는 없다. 어디냐면 국회의사당 한 귀퉁이에.
潭上湍流瀉作瀾 [담상단류사작란] 못위에 급한 물살 쏟아져 이룬 물결
到來潭處勢全寬 [도래담처세전관] 연못에 이르러선 그 기세 잔잔하네
觀他有本元如是 [관타유본원여시] 물결보면 원래 이처럼 근본 있으니
照得吾心一鑑寒 [조득오심일감한] 차가운 수면위에 내마음 비춰 보네
선유구곡의 중심이 되는 관란담, 여울물이 쉬어가는 곳에 우리 친구들도 쉬어 간다. 3S 총무의 3종 전과 문어 숙회가 위력을 발휘한다. 복분자주 조금, 막걸리 한잔 맥주 한잔 하고 그 컵에 커피도 받으니 색이 희한하게 되었다.
九隱이라 하여 일제시대 아홉노인이 세상을 피해 선유동에 들어와서 모사를 짓고 밭을 사서 소용계획을 세웠다는 유적비는 뭘 전하고자 하는 지 의미가 애매모호하다.
臺前流水絲漪橫 [대전류수사의횡] 누대 앞으로 흐르는 물 일어나는 실물결에
一濯長纓萬累輕 [일탁장영만루경] 한 번 긴 갓끈 씻으니 온갖 근심 가벼워라
想像損翁當日趣 [상상손옹당일취] 손옹이 사신 그때 가진 흥취를 상상하니
滄浪一曲玩心明 [창랑일곡완심명] 푸른 물결 한 굽이 완심이 밝아지네
외제 정태진의 융곡 탁청대 시가다. 여기서 손옹은 손재(損齋) 남한조(1744~1809)이다. 탁청대 서쪽에 세심정을 지어 살았던 상주 출신 인물로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초야에 은둔하며 후진 교육에 힘쓴 선비였다.
滄浪之水淸兮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 [청랑지수청혜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가이탁오족]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중국 전국시대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詞)에서 나오는 말이다. 강남으로 유배 와 있던 굴원이 거기서 만난 어부에게 다른 이는 다 옳지 않고 자신만이 깨끗하고 띄어나고 잘났음을 내세우자 어부가 한 말이다. 여기서 탁정이란 말이 유래되었다.
영귀암에 걸터 앉아 노래 한 자락하고 돌아갈까나. 요새 핫한 훈아형의 테수형이 어떠냐. 아님 우리는 늙아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바램도 괜찮을 것 같고. 윤배가 어제 올린 리스트의 콘솔라시옹(Consolation, dnldks) 3번 사랑의 선율을 들을까.
어느 날 공자가 제자인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와 대화를 나누다 제자들에게 포부를 말하고 평하는 시간을 갖었다. 다들 벼슬하며 펼쳐 보일 정치적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증석은 그게 아니었다. ‘늦봄에 봄옷이 이루어지면 관(冠)을 쓴 어른 대여섯 명과 동자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을 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감탄하며 ‘나도 점(點)과 함께 하리라’고 말했다. 점이 이름이고 석은 증점의 자이다. 영귀는 오래하며 돌아오겠다는 말에서 따 온 것이다.
臨流盡日弄晴暉 [임류진일롱청휘] 물에 임해 온종일 맑은 빛 즐기다가
風俗隨時可詠歸 [풍속수시가영귀] 수시로 바람 쐬고 읊조리며 돌아온다
不必沂雩能撰志 [불필기우능찬지] 꼭 기우(沂水 舞雩)가 아니라도 뜻을 펼 수 있으니
巖臺自足振春衣 [암대자족진춘의] 바위 누대 자족하며 봄옷을 떨치리라
鸞笙(난생)은 선계에서 연주되는 대나무 악기로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흐르는 물소리가 난생이 연주가 되어 그 소리를 들으며 피로를 해소하는 선계의 공간이다.
琓琤石瀨秦笙鸞 [완쟁석뢰진생난] 돌여울 물소리 난새의 노래소리
縹渺仙踪低處看 [표묘선종저처간] 저 아래 아득히 신선 자취 보인다
從古閬林多怪秘 [종고랑림다괴비] 옛부터 신선 사는 곳엔 신비롭고 괴이하니
雲間鷄犬是劉安 [운간계견시유안] 구름 사이 닭과 개는 바로 유안이네.
劉安의 전가족이 신선이 되어 승천했는데, 갈 때 남은 약 그릇을 마당 가운데 두었더니 닭과 개가 핥아 먹고 함께 하늘로 올랐다는 신선전의 얘기에서 선계를 얘기하는 듯하다.
仙人 安期生이 秦始皇을 만나 사흘 밤낮을 이야기하다가 붉은 옥으로 된 신발[赤玉舃]을 남겼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너른 바위에 한 겹 올라탄 바위 아래에는 맑다 못해 투명한 물이 흐르니 걸터기도 하고 다리 뻗고 앉아 신선놀음 한다. 여름에는 이곳을 찾는 식구들의 웃음이 번잡함도 잊지 않을까 싶다.
全石跨溪鏡面開 [전석과계경면개] 시내가 흐르는 전석엔 거울이 열리고
凹爲泉瀑峙爲臺 [요위천폭치위대] 파인 곳은 폭포 되고 언덕은 누대 된다.
仙人遺寫今何在 [선인유사금하재] 선인이 남긴 자취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應有雙鳧葉縣來 [응유쌍부섭현래] 섭현에서 날아온 두 마리 오리가 있으리. 두 마리 오리는 무었을 뜻할까?
학천정은 선유구곡의 끝자락에 그림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선유교를 건너 왼쪽으로 고풍스런 맛은 있어도 오래된 것 같진 않은 정자의 문은 잠겨 있다. 선유교나 학천정 옆의 식당이 이곳의 분위기에 반감시킨다.
影閣의 오른쪽 바위에 山高水長의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산처럼 높고 물처럼 장구하다는 뜻으로 인품이 뛰어난 사람의 고결함이 오래도록 전해지는 것을 말한다.
무당소라고 불리게 된 사연이 별로 마음에 안든다마는 소의 물은 진짜 맑고 투명하다. 거대한 에메랄드를 박아 놓은 듯하다. 얕아 보여도 깊을 것 같아 5m 쯤 되겠지 했더니 안내판을 가르킨다. 그기에는 3m로 되어 있다.
무당소에서 쉬엄쉬엄 잠시 걷다보면 용추다. 용추의 사전적인 의미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깊은 웅덩이이다. 龍沼와 같은 의미다. 우리나라에 용추폭포가 여러 곳 존재하는데 거의 용과 연관이 있겠지만 이곳은 두마리 용이 승천하려고 용트림할 때 생긴 선명한 비늘 자국이 차별화한다.
밤에 이곳에 올라 올일이 없어 달빛이 어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다. 안내판이 없으면 특별히 넓은 마당바위여서 엉덩이 붙이고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멋진 쉼터라고 기억되겠다. 페로우즈 친구들 대아산을 올랐다가 여기서 족탕을 하며 피로를 날린 적이 있는데 얼마전이었지 싶은데 벌써 6년이 훌쩍 넘었다.
여기에서 폰 베터리가 완전히 소모되었다. 월영대에서 올 때와는 달리 계곡 건너 길로 하산한다. 월영대를 벗어나자 말자 대아산 등산로 밀재와 피아골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나고 용추로 내려온다. 용추에서 승천하던 용의 발톱이 바위에 찍혀 선명하게 흔적을 남진 용소바위를 확인하고는 뒷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식당을 나와서 대야산 주차장 갈려면 식당을 끼고 좌로 확 꺽어 오솔길로 낮은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앞의 포장도로로 무심코 가면 발이 고생한다. 모두가 따라 오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서 늦은 둘이 식당에서 직진했다가 아무도 없어 황당했다가 열을 받았던 헤프닝도 있었다. 이정목이 세워졌으면 좋았을 텐데 안내판이 애매하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맑디 맑은 물에 그 흐르는 소리 깨끗해서 심신이 정화된다. 단풍이 곁들인 가을 정취에 취해서 신선이 따로 있고 선계의 구분도 없더라. 좋은 친구들과 소문 마냥 멋진 곳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사전에 공부하지 않아 선유칠곡과 선유구곡의 굽이굽이를 모두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저녁 8시나 되어서야 양재역에 버스는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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