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상고대가 눈이 부시는 한라산

자어즐 2019. 12. 11. 15:12

 

직원들이 12월 첫토요일에 한라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동참여부를 물어온다.

일정에 그날 이륙산우의 송년 등반도 잡혀있다. 그런데 직원들이 처음으로 등반을 한다는 제안이라 고민하다 이륙에는 코스만 잡아주는 걸로 하고 1박2일 같이 가기로 한다. 휴일에 가는 것이니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못박고 가고픈 희망자에 한해서 경비는 회사가 부담하겠다 했더니 9명이 손든다. 일이 있거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다.

비행기,콘도,렌트카 예약을 빠르게 하고는 일정표를 잡아 온다. 갈곳,먹는 것에 대한 스케쥴은 빡빡하다.

산행을 거의 하지 않았던 사람은 성판악코스가 무리일 수 있다고 해도 변경할 생각들은 전혀 없단다.

제주에 가니 흑돼지는 필수고 요즘 한참 철을 맞은 대방어는 선택이다.

두째날은 서귀포 부근에 있는 외돌개, 정방폭포, 쇠소깍을 돌아보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일요일 선배 딸래미 결혼이 있는 걸 깜박했다. 김여사랑 같이 축하하러 간다고 철떡같이 약속해 둔 걸 기억하고는 올라오는 비행기 시간을 변경시킨다. 담날 것을 당일 저녁먹고 공항에 갈 정도의 시간, 오후 9시 25분으로 예약한다.

 

한[漢]은 은하수의 의미도 있고 라[拏]는 붙잡을 라이다. 그런 고로 한라산은 높아서 산정에 오르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음을 이제야 안다. 한라산은 사계중 겨울 자태가 아무래도 으뜸이다. 고사한 구상나무 가지에 핀 눈꽃과 드넓은 설경은 경탄을 내지르게 한다.

덕유산,태백산이 부럽잖은 겨울 눈산행으로 손꼽지만 눈이 적어 아직은 이른 것인가. 그래도 진달래대피소를 지나 보이기 시작하더니 1,500고지를 지나며 나타나는 상고대는 산행의 피로를 씻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햇빛에 눈이 부신다. 

 

▼ 비행기는 7시 25분에 제주공항에 랜딩한다. 한라산이 구름에 가려 오늘 산행은 좋은 그림을 보가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 우리가 예약한 렌트카회사의 차가 우려대로 가장 늦게 들어오고 차를 렌트하는 곳도 공항에서 10분 이상을 간다. 성판악안내소에   도착시간이 9시 15분이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고 516도로 갓길에 주차된 차량의 길이도 1km는 족히 된다. 이미 올라갈 사람들은    다 올라간 듯 입구가 한산하다. 가게에서 어묵이라도 먹을 여유가 없다. 물만 한통씩 준비한다.

 

▼ 성판악 출발 지점이 해발 750m.

 

▼ 09:20. 출발예정시간 보다 20분이나 늦었다. 진달래 대피소를 12:00시에는 통과 해야하니 부지런히 올라야 한다. 김포공항서 06:20   출발 비행기로 왔는데 동절기에는 그 앞의 것을 타는 게 좋겠다. 물런 렌트카 대여 시작시간도 확인해야 한다.

 

 

 

▼ 솔밭휴게소는 공사 중. 여기까지 1시간 소요.

 

▼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아이젠 착용. 눈이 조금인데 미끄럽다.

 

▼ 염원이 하늘을 열었다. 우듬지의 배경이 맑다. 변덕이 죽 끓 듯한 한라산이니 나중은 장담 못한다.

 

 

 

 

▼ 12시부터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방송을 반복으로 한다. 정상에서 13:30분에 하산하려서 재촉할 수 밖에 없다. 대피소 매점은 작년    초에 적자누적 등으로 폐쇄되어 별미인 라면 맛이 사라졌다. 

  

▼ 11:54 1명외 진달래대피소 통과.

 

▼ 오늘이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으로 붙여진 대설[大雪]이다. 실제 눈은 대설이 아니고 소설에도 못미친다. 대신에 상고대가 아름다운 겨울 대설 정취를 만들어 낸다.

 

 

 

 

 

 

 

 

 

 

 

 

 

 

 

 

 

 

 

▼ 구름이 온다. 구름이 간다. 정상이 있다가 없어지다가...

 

 

 

 

 

 

 

 

 

 

 

 

 

 

 

 

 

 

▼ 맨 마지막으로 내려오던 한 직원이 무릎에 이상신호가 와서 하산시간이 늦어진다고 연락이 온다. 관리소에 협조를 부탁하여 모노레일을 보내고 합류하는데 1시간이상이 지체된다. 오후 7시가 되어서야 검색으로 정한 제주시내에 있는 흑돼지집에 도착한다.

새벽같이 나와서 옳게 먹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이곳 제주에서 멜젓에 찍어 먹는 두툼한 돼지고기 꾸이의 맛은 설명 불가다. 한 잔의 술에 오늘 산행의 이야기들을 녹이고 먼저 김포행 비행기를 타러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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