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여행

익산 나바위성지,나바위성당

자어즐 2019. 8. 9. 15:00

집으로 가는 날 아침은 느긋하다. 정히 가야할 곳이 없으니 서두럴 일이 없다. 뱀사골계곡을 들러서 계곡을 맛볼수 있으면 좋고, 달궁계곡을 거쳐 정령치에서 지리산 모양새나 먼 발치서 구경하자. 그리고는 익산나바위 성지로 보고 집으로 가기로 한다. 

뱀사골계곡에 가까워질수록 차의 속도는 더디고 들어가는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한다. 주변 식당앞에 비어 있는 공간은 주차할 엄두가 없다. 지리산 굴곡진 몸매를 쓰다듬으며 굽이굽이 오른 정령치에서 숨을 고른다. 확 트인 시야에 꾸미지 않은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진다. 눈으로나마 반야봉에서 천왕봉까지 몇번이고 오르내린다. 

정령치(鄭嶺峙 해발 1,172m)는 지리산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남원에서 구례로 넘어가면 정령치, 뱀사골갈림길, 성삼재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더운 날씨임에도 베낭을 짊어진 산객들이 보인다. 여기서 산행을 시작하여 서북쪽 능선을 타면 고리봉-세걸산-부운치-팔랑치-바래봉이 이어지고, 남쪽 능선을 타면 만복대-묘봉치-고리봉-성삼재로 연결된다. 

 

남원IC에서 광주대구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를 타고 연무IC에서 내린다. 2시간이 소요되어 익산나바위 성지에 더위 먹은 차가 나바위성지로 든다. 주차장에 대여섯대의 차량도 나른하다. 내가 그리는 모습보다는 규모가 아담하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귀국 착지처 익산 나바위성당[화산천주교회] 

나바위 성당은 조선 현종 11년(1845년)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 다불뤼 신부와 함께 황산 나루터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하였다. 초대주임이었던 베르모넬(장약슬,요셉) 신부가 중심으로 1906년 건물을 시공하여 1907년 완공하였다. 성당설계는 명동성당 포아넬 신부가 도왔고 공사는 중국인들이 맡았다.
나바위 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성인이 처음으로 전도하던 곳이어서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곳이며, 이 건물은 천주교의 한국 유입과 그 발전과정을 볼 때 서구식 성당 건축양식과 우리나라 건축양식을 잘 절충시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초기 성당 건물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건축양식으로 인해 나바위 성당은 국가지정문화재(사적 318호) 로 지정되어 있다.

 

▼ 돌솥추어탕과 한우 진 곰탕 각각 시켜 먹어 본다.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성지는  탄생지 당진 솔뫼성지, 세레성사와 첫 영성체를 받은 은이성지, 중국에서 귀국하여 첫 발을 내디딘 여기 나바위성지 그리고 순교한 새남터가 있다.

 

▼ 주차장에서 운동장 쪽으로 가니 나바위 성당 성물방&카페가 있고 뒤에는 피정의 집이다. 시원한 커피 생각이 있는데 문이 잠겼다. 수요가 없는 오늘은 당연한 듯하다.  

 

▼ 김여사 촛불 하나 밝히고 성모님 앞에 두송 모은다.  

 

▼ 조대 주암 신부 요셉 장약실[베르모렐] 공훈 기념비. '고생하며 무거운 짐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고 두팔 벌린 예수상.

 

▼ 기와지붕과 팔각 채광창이 한옥의 멋을 나타내고 고딕 종탑이 서양 건축미를 더한다. 한옥과 서양건축의 절묘한 조화다.  

 

▼ 본당과 직각으로 세워진 사제관은 영락없는 한옥의 모양이다. 에어콘 설치공사를 하는 듯한 차량이 보기 싫어 사제관 사진이 없다.  

 

나바위 성당은 1897년 초대 주임 이었던 베르모렐(장약슬,요셉) 신부의 사목적 열정으로 1906년 건물을 시공하여 1907년 흙벽에 기와지붕,나무로 만든 종탑과 마루바닥을 갖춘 성당이 완성되었다. 성당 설계는 명동성당을 설계한 포아넬 신부가 도왔고 공사는 중국인들이 맡았다. 그리고 10년후  목조벽을 벽돌조로 바꾸고 툇마루를 회랑으로 변경하고 나무 종탑을 고딕식 벽돌조 종탑으로 개수 증축하였다.  

 

▼ 밖은 2층으로 보이는데 안은 하나로 트인 구조로 되어 있다. 창문을 표시하는 아치모양의 벽돌을 제외하고는 천정,벽,기둥이 모두 흰색이다. 밝고 차분한 느낌이다.

 

▼ 창문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닌 한지 유리화로 친근감을 더해 준다. 

 

 ▼ 나바위성당의 제대부. 제대와 예수성심상,촛대와 감실 고전미가 돋보인다. 모두 중국 남경 성라자로수녀원에서 제작하여 건축 당시 들어온 것이란다. 

 

▼ 성지에 관련된 성인의 사진. 고페레올 주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성 현석문 가롤로, 성 최형 베드로.

 

▼ 성당 내부 중앙에 일렬로 선 기둥은 공간을 좌우로 나눈다. 이것은 전통 관습에 따라 남녀석을 구분하기 위한 칸막이 역할이다.

 

치유의 경당. 이곳은 욱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치유와 위안을 주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경당 오른쪽에 있는 예수님 성상은 '에케호모(ECCE HOMO)'를 성상으로 만든 것이다. ECCE HOMO는 라틴어로써 빌라도가 가시관을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유대인 앞에 세운 후 한 말이라고 한다. 그 뜻은 "이 사람을 보라" 내지 "자. 이사람이오."(요 19:5)이다. 경당 종탑 위에 있는 닭 모양은 베드로의 배신과 회심을 상징하는 새벽닭의 의미다.'네가 새벽닭이 울기 전에 세번 부인할 것이다.'

 

 회랑을 지나 뒤로 돌아 가면 나오는 잔디밭이 성모동산이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갔다 내려오는 길 옆에 애띤 청년 모습의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서있다. 

 

 예전에 암자가 있었다는 잔북 3대 명당자리중의 한곳.  베르모렐 신부님의 스님에게 성당을 짓겠다고 정중히 부탁을 했지만 문전 박대당한 다음부터 매일 밤 스님의 꿈에 웬 여인이 나타나서 "이 자리는 내 자리이니 이곳에서 빨리 나가거라~" 하며 괴롭혔다는 소문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거부감이 있다. 성모님이 자리를 찿이하려고 주인을 쫓아냈다는 야그인데 뭔기 와전된 말이 아닌가 한다.

 

 평화의 모후상 옆으로 십자가의 길.

 

▼ 중턱에 성당을 바라보고 잠들기를 원했던 2대 주임 소세신부의 묘가 있다.  

 

나바위 성지와 마애삼존불.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묘한 조합이다. 망금정 너럭바위 아래 자리 잡아 만선과 무사안녕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오랜시간을 견디고 있다.

 

 평야 한가운데 봉긋 솟은 화산. 작은 종지를 업어 놓았다.

 

 화산정상에 세워진 김대건신부 순교비는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에 세워졌다. 상해를 떠나 42일간 바닷길로 입국할 때 타고 온 라파엘호의 크기를 본떠 세운 것이다. 목선의 길이 15자가 순교비의 높이가 되고 넓이6척이 순교비의 둘레가 된다.

 

▼ 나바위 성지는 화산이라는 산에 있다. 산이 아름답다고 해서 우암 송시열이 붙여준 이름이다. 산이라기 보다 조그마한 언덕이다. 화산의 끝자락에 넓은 바위가 있어 나바위라 불린다. 망금정[望錦亭]은 '아름다움을 바란다‘라는 뜻으로 1915년 베로모렐 신부가 초대 대구교구장이신 드망즈 주교의 피정을 돕기위해서 지은 정자이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전라북도의 순례길 활성화와 종교화합을 위해 2009년 10월 선포됐다. 전주 풍남문에서 시작하여 한옥마을로 돌아오는 총 9개 코스 약240km의 거리로 이루어져있다. 김대건 신부의 숨결이 느껴지는 나바위 성지, 1923년 콜튼선교사의 첫 예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복음의 사역을 다하는 효자동 교회, 신라시대 이후 1,200여 년동안 불법의 도를 묵묵히 수행하는 송광사, 일제강점기를 지내며 그 종교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원불교 익산성지 등 만물을 어우르는 치유의 섭리를 마주할 수 있는 순례의 아름다운 여정에서 240km의 길이 주는 선물을 만나볼 수 있다.

 

▼ 피에타상. 대부분의 피에타상은 죽은 예수를 무릎에 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여기 피에타상은 쓰러지기 직전의 예수를 두 팔로 부축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뒷쪽으로 와서 마지막에 보지만 앞쪽 출입구로 들어오면 피에타상이 먼저 맞아준다. 

 

 

 

정령치(鄭嶺峙 해발 1,172m)

정령치는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의 고개이다. 고개 꼭대기의 정령치 휴게소는 지리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동으로는 바래봉과 뱀사골 계곡이, 서쪽으로는 천왕봉과 세석평전 반야봉 등과 남원의 시가지가 한 눈에 펼쳐진다. 지리산 주능선 일 백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급하게 굽은 고개길을 넘어가는 버스는 꼬부랑 할머니가 고개 넘듯 힘들다. 휴게소에는 베낭을 멘 등산복 차림도 있고, 라이딩웨어도 간간히 보인다. 방문객들 시원한 커피 한잔으로 더위를 식힌다. 야생화도 따가운 햇살에 고개숙인 날씨여서 빙수가 그리워서 '저기 팥빙수는 없어요'물으니 예상대로 없단다.

남원 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3대가 같이온 식구 중에 대학생쯤된 손녀가 사진을 부탁한다. 할아버지 같이 찍어요하는 모습이 훈훈해서 몇번이고 셔트를 눌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