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인제원대리 자작나무숲 땅도 나무도 은빛으로 말한다.

자어즐 2018. 11. 28. 19:08

아침에 설악온천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오랫만에 느끼는 포근함이 몸 구석구석까지 쓰며든다. 세포들이 즐거워 아우성이다. 한참을 그러다가 더 있고픈 욕심을 떨쳐낸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찾아 나서기로 한 시간이다. 미시령을 넘고 인제읍을 지난다. 양구로 가는 인제38대교 반대길로 꼬불꼬불 8km를 달려 자작나무숲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내비아가씨 말을 거역하고 인제읍 전에 내린천을 따라 현리 가는 길로 가다가 원대삼거리에서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껍질에 기름기가 있어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불리게 된 자작나무[Birch]는 밀도가 높고 고운 나무결로 합판 원목가구등 가구재로 많이 쓰인다. 강도가 있어 내구성이 좋고 가성비도 양호하다. 강원도 윗 지방을 남쪽 마지노선으로 시베리아까지 북반구 추운 곳이 이들의 서식지가 된다. 그래서 그 숲이 우리나라에서는 귀하다. 귀한 만큼 이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사계절이 모두 다른 맛을 주지만 특히나 눈내린 설경의 자작나무숲이 최고라고들 말한다는데 어제 내린 눈으로 우린 복받았다. 길이 미끄러워 지레 겁을 먹고 조금 올라가다가 돌아서는 사람을 보고 한시간 올라가는 수고를 하면 숲이 몇배의 보상을 해주는데 아쉽어라 하며 등에다 얘기하는 사람은 이곳의 주민인가 보다.

 

길을 지워버린 하얀 눈길을 가끔은 미끄러지며 길을 오른다. 은빛 나무가 기다리는 숲으로 가는 길가 나무에도 눈꽃이 피어 햇빛에 반짝인다. 숲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련지 상상은 즐겁다. 임도에서 떨어져 나갔다가 들어오는 산길이 유혹해도 겨울 채비가 되지 않은 지금은 과욕이다. 아이젠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안내소에서 자작나무숲까지 3.2km, 거의 한시간을 발걸음에 집중하여 걷는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푯말을 달고 있다. 온통 은색이다. 땅도 나무도 모두가 은색이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의 그림에 신음같은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수고했어 이제 보상을 해 줄께 하며 속삭이는 나무들이 일제히 빛을 발한다. 

산림청은 인제군 원대리에 '89∼'96년까지 138ha를 조림하고 '92년 조림지에 6h규모의 자작나무숲을 조성해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개방된 자작나무숲에는 약 5천 5백여 본이 평균 가슴높이지름 14cm, 수고 10m로 잘 가꾸어져 있다.

 

1. 누구가 : 김여사랑 둘이.

2. 언   제 : 2018년 11월 25(일)

3. 어디로 :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4. 얼마나 : 안내소 왕복 1시간 54분.

 

▼ 이동경로 : 속초 - 진부령 - 인제대교 - 남천교차로 - 남천계곡 - 자작나무숲 주차장 - 안내소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 안내소

▼ 속초바다 수평선에 구름띠가 깔려서 일출은 볼 수 없겠거니 했다. 한눈 파는 사이에 그 위로 해가 솟는다.

▼ 11:19. 자작나무숲 안내소 아래 주차장.

▼ 11:24 안내소. 입산가능날짜와 시간은 하절기(5.3~10.31):09:00~15:00 , 동절기(12.16~1.31):09:00~14:00 이다.

   봄철 2월1일∼5월15일과 가을철 11월1일∼12월15일, 이 기간에는 산불예방, 자연경관 유지, 자연환경보전 및 그 밖에 산림보호를 위하여 입산통제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오늘이 11월 25일 입산 통제되어야 하는 날짠데 탐방객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다행히 2018년은 가을철 산불예방기간동안 개방한다 산림청의 공고가 있었단다. 어렵게 큰 맘 먹고 왔는데 문전박대 당할 뻔 했다. 

▼ 김여사 아들에게 여기의 눈소식을 전한다. 며느리의 어머님 멋져요 하는 답장에 흐뭇해 한다.

▼ 12:17 자작나무숲에 도착하다.

▼ 눈 덮힌 바닥으로 자작나무가 빼곡히 채우고 있다. 생각 이상이다.

▼ 안내도에 7개의 탐방로 중에 1코스 자작나무코스와 2코스 치유코스가 원을 그린다.

▼ 자작나무가 속삭인다. 바람으로 속삭인다. 촘촘히 도열하고 힐링하라 속삭인다.

▼ 자작나무숲속 교실에서.

▼ 인디언집도 있고 전망대도 있다. 이런 겨울 풍경은 영화에서나 보았던 것일진데 오늘은 현실이다.

▼ 자작나무 수피 벗김 피해목.

▼ 13:18 안내소 위치로 원위치.

▼ 주차장. 그 오른쪽으로 식당 산채이야기.

▼ 올라오며 아랫가게서 맛보기했던 송고버섯. 같은 집이란다. 김여사 튼실한 넘으로 한박스 골른다. 송이와 표고 버섯의 장점을 살려 개발한 송고버섯은 갓은 표고, 대는 송이버섯을 닮아 송고 버섯이라 이름 붙였단다. 옥천에서 처음 재배된 이 버섯은 송이버섯 향과 고기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어 최고의 버섯작품으로 통한다고.

식당 광고 플랭카드가 주차장 들어가는 길에 붙어 있다. 춘심이네 자작나무식당도 있고' 그냥 자작나무식당,자작자작식당도 있다.

김여사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하니 주차장 아래 산채이야기로 가잖다. 가까워서. 기분종게 걸었으니 어디를 가도 다 맛있게 되어 있다. 산채비빔밥,수수부꾸미를 시킨다. 꼬추장을 넣지 않고 비벼서 먹는 산채비빔밥은 담백하다.

육십대여섯은 됨직한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숙달 세련되지 못한 모습에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음을 본다. 주인장은 자작나무 관리원의 일원으로 수시로 숲을 오르네리는데 워낙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잘 나오는 포인트를 훤히 꿰차고 있단다. 같은 장소여도 작은 방향의 각도에따라 사진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 양반에게 어느 계절이 가장 좋으냐고 물으니 계절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어 다 좋다고 하다가 아무래도  힌눈 내린 숲의 풍경이 가장 멋지단다.

공교롭게도 처음 방문에 의도치 않는 눈을 만나서, 기대 이상의 백색 조화를 보는 행운을 오늘 누렸다. 어제는 눈이 온다고 불평을 했었는데 새상사 새옹지마라. 한치 앞이 어둡다. 한갑자가 돌아가는 김여사 덕에 바람 한번 잘 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