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태안 솔향기길 1코스

자어즐 2018. 8. 22. 16:34

김여사가 모처럼에 금호산악회로 따라붙이자고 해놓고 금요일부터 몸살기운에 못이겨 갈수없다고 하니 잡은 꼬리에 둘다 빠지기 미안해서 혼자라도 따라나선다. 어거지로는 갈 수는 있겠지만 행여 심해져서 22일 잡혀있는 운동을 펑크내기 싫은 것도 있고, 에어컨 바람을 멀리하고픈데 여러사람에게 민폐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오랜만에 동행하니 못보던 새 얼굴들이 더러 있다.

이렇게 한가지기는 처음인 듯한 행담도휴게소를 들렀어도 가는데 걸린 시간 3시간은 생각보다 많다.

총 10.2㎞의 솔향기길 1코스는 출발지점인 만대항은 작은포구다. 만조여서 만대항 뒤로 돌아가는 임도 일부는 건조한 날씨 탓에 고운 걸음걸이가 아니면 먼지가 폴폴 날린다. 흙먼지를 보니 가수 양희은의 노래 천리길이 떠오른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가지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실제 먼지 나는 구간은 몇 미터되지 않는다. 

 

솔향기길은 이원면민회 차윤천 회장에 의해 탄생했다.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걷어내가 위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해안을 낀 산책로를 생객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삽과 곡괭이를 들고 길을 닦았는데 태안군의 지원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단다.  

솔향기길 1코스는 약 3시간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으나 주위 경관에 팔려 시간을 보내다 보면 대부분이 그 이상 걸리지 싶다.

 

1. 누구가 : 인천 금호 산악회를 따라

2. 언   제 : 2018년 0819일(일요일) 

3. 어디로 : 태안 솔향기길 1코스 만대항~꾸지나무골 해변

4. 얼마나 : 4시간 17분 (휴식,간식시간포함)

 

▼ 이동경로 : 만대항 - 붉은앙뎅이 - 당봉전망대 - 가마봉전망대 - 여섬 - 용난굴 - 꾸지나무골해변

▼ 태안의 길.

태안반도 북쪽 가로림만 끝자락에 위치한 만대는 작고 아담한 포구마을이다. 만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 곳’이라는 뜻이다. 11년 전만 해도 만대마을 일대는 그야말로 기름유출로 좌절을 겪었다. 뒷산에는 부처산이 있는데 큰 돌멩이가 부처처럼 생겨 지게에 지고 오는데 무거워 들고 올 수 없어서 그대로 두어 그 큰 돌멩이를 마을에서 신으로 모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만대마을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 상태가 양호해 각종 갯벌 체험을 하기에 적격이다. 또 산란장소이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 09:07 만대항

▼ 만대항에서 보는 삼형제바위와 황금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삼형제가 있었다. 어느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이들이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채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바위들은 보는 장소에 따라 하나로도 보이고 둘로도 보이며 또 셋으로도 보인다.
바위를 중심으로 남쪽방향인 만대부두에서 보면 첫째인 큰형이 아우 둘을 감싸 숨겨줘 하나로 보이고, 서쪽방향인 구메에서 보면 첫째가 둘째아우를 감싸고 막내아우를 드러내며 첫째와 막내 둘로 보인다. 동방 황금산 앞바다에서 보면 삼형제 모두 드러나 셋으로 보인다. 한집안에 삶을 같이하는 삼형제가 서로 감싸주고 의좋고 다정하게 지내면서 잘못된 것은 숨겨주고 잘된 것은 보여주는 뜻으로 전해져 의좋은 삼형제 바위로 알려져 있다.

 

▼ 바닷가에 있는 바위의 전설들은 거의 비슷하다. 만조가 삼형제바위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없앤다. 

▼ 간조시 삼형제바위로 가는 출발점. 데크길이 한참 수리중.

▼ 버스승강장까지 400m가 빨리가고픈 마음만큼 멀다.

▼ 09:26 만조시 출발점.

▼ 흙먼지 날리는 마른 임도에 차 하나 지나치면 피어나는 뽀얀 먼지 피하려 코막고 종종 걸음 한다. 

▼ 09:36 큰구매수둥. 낯선말 이름들은 뭔 뜻인지... 해변으로 가란다.

▼ 솔향기길 1코스를 평탄한 둘레길로 생각하면 걷는데 익숙지 않는 사람은 속았다고들 한다. 산능선을 걷듯이 오르내리막이 많다. 물런 가파르게 오르는 길은 없고 기껏해야 250여보 오르는 것이 가장 높은 오름이다.

▼ 09:54 붉은앙뎅이. 수인등표 등대가 보이는 곳.

장안여는 붉은 등대와 등대가 서있는 바위섬을 말한다. 섬들이 길게 뻗어있어 물에 잠기고 드러나기 때문에 장안여라고 주민로부터 불리게 됐다. 만대부리 해안으로 부터 150m 바다 깊숙이 뻗어나가 가로림만으로 들어오는 항로근처에 있는 바위다. 해수의 유속이 빠르게 흐르고 안개가 자주 껴 크고 작은 해난사고가 여러차례 발생하는 곳이다. 일제시대에 이 곳에서 배가 좌초되어 7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1998년에 등대를 설치했는데 이원면에 있는 유일한 등대다. 

 

▼ 유난히도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올여름, 아직도 그 기세는 꺽이지 않지만 하늘은 가을을 닮아가니 조만간 물러나리라.

▼ 바닷물이 굉장히 맑다. 서해가 아닌 동해물을 닮았다.

▼ 선갑도 문갑도...어데로 갔나

▼ 10:06 당봉전망대

▼ 만대 솔향기길이 생겨난 배경과 탐방구간의 경관을 설명해 놓은 판이 정자 옆에 자리한다.

▼ 회목쟁이. 꾸지나무골8.5km/당봉0.4km

▼ 고저녁한 해변하나 숨었다. 가던 길 멈추고 둘러 앉은 이들의 여유에 이몸도 마음이 푸근하다. 조금 지체한들 어떠랴.

▼ 장안여의 붉은 등대가 보이는 오른쪽은 붉은 앙뎅이인가.

▼ 10:30 근욱골해변. 화장실이 있는 4곳 중 하나.

▼ 칼바위

▼ 수룽구지,구매수동,회목쟁이,붉은앙뎅이...이 명칭들이 예전부터 불리던 이름이겠지만 무슨 뜻인가를 품고 있을 법도 한데? 태안이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편안하다는 거창한 뜻의 줄임말이 듯이.

▼ 10:50 가마봉전망대.  

▼ 금호산악회의 중간 쉼터가 이곳이라고 공고를 했었다. 아무도 없으니 재일 먼저 온겐가. 몇이서 정자에 자리를 깔고 베낭비우니 푸짐한 한상이 된다.

▼ 365일 이곳을 지키고 있는 차모씨 모형인형.

▼ 가마봉전망대에서 보는 여섬

▼ 아직 반을 못온 지점인데 시간은 잘도 간다.

▼ 거의 한시간이 지나고 다른 곳에서 진을 쳤던 회원들과 합해서 다시 출발한다.

여섬은 한자 '남을 여'를 써서 여섬이라는 뜻인데 지명이 운명을 결정하는 지 아니면 옛 선인의 선견지명인지 이원방조제 간척사업으로 주변의 섬은 모두 사라지고 이 여섬만 남았다고 한다. 일몰풍경이 아름답고 하루 두번 썰물 때는 200m 바닷길이 열린다.

▼ 11:58 여섬

▼ 꾸지나무골 5.6km.

▼ 여섬전망대.

▼ 아뎅이는 절벽, 수둥은 해변을 의미하는 사투리...

▼ 12:17 산토리나펜션,씨앤블루펜션 메종드메르 펜션들이 자리 잡은 곳.

▼ 중막골해변

▼ 무인매점. 생수,음료수,막걸리,맥주등이 있고 돈은 서랍에 넣고 가면 된다.

▼ 300m면 용난굴.

▼ 12:26 용난굴

옛날에 용이 나와 승천한 곳이라 하여 용난굴(용이 나온 굴) 이라 전해진다. 동굴 속으로 18m쯤 들어가면 양쪽으로 두개의 굴로 나누어진다. 두마리 용이 한 굴씩 자리를 잡고 하늘로 오르기 위해 도를 닦았는데 우측의 용이 먼저 하늘로 승천하니 좌측의 용은 승천길이 막혀버렸다. 갈곳이 없는 좌측의 용은 돌로 변해 용굴을 지키고 있다. 명소가 있는 곳엔 명물이 있는 법. 망부석 주위에 곰바위, 거북바위가 같이 있다.  

 

▼ 돌조각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겠다마는 시간을 핑계로 그냥 패스.

▼ 이 바위를 방향만 조금 틀면 아마도 곰바위일게다.

▼ 해와송[海臥松].수령은 약 100년, 길이 13m.

▼ 세번째 만난 정자. 쉬어가라고 만든 정자이니 매번 쉬어 간다.

▼ 샛별수산 종묘배양장. 문이 열려있어 살짝들어와 보니 덜 자란 광어들이 바글바글하다. 

▼ 종묘장앞에 작은어리골 쉼터. 잔치국수,라면,도토리묵의 메뉴가 문에 붙어 있다. 문이 잠겨 있는데 적혀있는 전번으로 연락하면 달려올련지는 모를 일.

▼ 작은어리골의 육교.

▼ 13:22 자드락 팬션.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의 순 우리말이란다.

▼ 큰어리골 해변.

▼ 13:34도투매기.

▼ 13:42 꾸지뽕나무가 많아사 붙여진 이름의 꾸지나무골 도착. 3시간 30분 정도면 될걸 주위 경치에 팔려 군데군데 쉬다보니 한참 초과다.

▼ 태안 솔향기길은 총5코스의 길 51.4km로서 태안군 이원면 ‘만대항’에서 해안선과 소나무 숲을 따라 백화산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가와 솔숲길을 연결한 이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감상하며 피톤치드 그윽한 솔향과 바다내음 숲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오감이 즐거운 길이란다.

 

꾸지나무 해수욕장은 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바로 해수욕장과 닿아 있어,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앉아 있다가 바로 바다로 뛰어 들 수 있는 참으로 매력 있는 장소임은 물론 썰물 때는 좌우측의 바위들에 굴딱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굴 따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바위 위를 이리저리 건너 뛰며 산책을 해도 좋고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백사장의 길이는 약 200m 정도이며 좌우측면이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고 둥글게 안쪽으로 들어가 파도가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 꾸지나무골해변. 한시간 정도 바닷물에 발 담글 게획이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생략하고 민생고 해결에 나선다.  

태안절경 천삼백리길에서 솔향기길1코스는 솔향과 바다내음에 파도소리,숲소리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단연 최고의 감성코스라는 표현에 걸맞게 기분 좋게 걸은 길이다. 물때가 만조여서 삼형재바위를 가까이서 못보고.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여섬도 먼발치로 지나는 아쉬움은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더욱 좋겠지만 그래도 천혜의 경관이 동행하고 신선한 향들에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라 걷는 즐거움은 한가득이다. 

 

오르내리막을 심심찮게 만나고 해변길도 들락날락 하니 둘레길의 밋밋함과는 차별된 맛이 있다. 길목에 만나는 생소한 단어의 지명은 저마다 하나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법하고 삼형제바위,용난굴,와송은 그들만의 얘기를 들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