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금강산 성인대

자어즐 2018. 3. 20. 22:50

 


동내산악회 산행에 모처럼만에 김여사랑 둘이 따라나선다. 작년 시산제에 동행하고 다시 시산제가 돌아왔으니 일년은 족히 되었다. 3번째 일요일마다 뭔일이 생겨서 빠지기만한 불량회원을 반갑게 맞아주는 회원들이 고맙다.

추석전에 친구가 1박2일로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화제에 참여하여 만해의길 도보탐방을 하자는 제안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가고픈 마음을 눌렀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금강산 신선대로 간다하기에 먼저 신청을 한다. 어제 베낭을 준비하고 있으니 김여사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갈까라고 했지 간다고 신청했다는 얘기는 깜빡하고 못했던 모양이다.

자기도 바쁜 몸인데 코 앞에서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입을 삐죽삐죽한다. 실제 바쁜 것 같진 않는데......

 

예전 같으면 미시령을 넘어왔을테지만 작년 7월에 전구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아침 길을 달린다. 설친잠에 비몽사몽 정신을 차려보니 국내에서 가장 긴 인제터널이고 또 다시 속초바다가 거리를 두고 보인다. 울산바위가 따라온다. 화암사 주차장에 3시간 20여분이 걸려서 도착한다. 전날 초하루는 절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주차장에 차들이 재법있었을 법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승용차 몇대만이 너른 공간을 지키고 있다.

 

1. 누구가 : 김여사랑 인천 금호 산악회를 따라

2. 언   제 : 2018년 0318일(일요일) 

3. 어디로 : 금강산 성인대[643m]

4. 얼마나 : 3시간(휴식,간식시간,절구경 포함)

 

화암사 숲길은 화암사에서 성인대[신선대]를 돌아오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다. 고성 화암사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 봉우리라는 신선봉 아래 있다. 남한에서는 건봉사와 더불어 금강산에 속해있는 둘 뿐인 사찰이다. 금강산의 최남단에 위치한 셈이다. 수암[생김새가 빼어나서 秀巖이거나 꼭대기에 물웅덩이가 있어 水巖, 그리고 쌀의 전절이 전해져 穗(이삭 수)바위로 불린다]에서 화암사 전경을 둘러보고 삼,사십분 오르면 성인대에 다다른다. 바람에 저항하며 성인대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의 전경은 이른 시간 움직인 노고를 보상받고도 충분히 남는다. 눈이 남아 있어 아직도 겨울 자락을 잡고 있는 풍경에 마음을 내려 놓게 한다. 코스가 짧아서 부족한 것이 티지만 모자라면 속초로 나와 해파랑 길로 채우면 될 일이다.

 

이동경로 : 주차장 - 일주문  - 매점 - 수암 - 시루떡바위 - 성인대[신선대] - 화암사골 - 화암사 - 일주문 - 주차장

 

 

 

 

 

 

▼ 09:50 금강산 화엄사 일주문.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천년 고찰 화암사에서 신선대까지 이어진 길이다. 지금은 이 지역을 북설악으로 부르지만, 예로부터 금강산의 영역이었다.

 

 

 

일주문 현판은 서예가 은초 정명수[隱樵 鄭命壽 1909.10.18.-2001.1.9.) 선생이 썼다.

 

 


선시의 길을 조성하는 취지의 비석에는「선의 핵심은 깨달음에 있고, 선에 의해 깨달음의 지혜가 열린다. 순수한 집중과 깊은 사유로 자기실상을 자각하고,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선이다. 선시는 스스로 깨닫고 체험된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하고 표현한 것을 말한다. 진리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배우는 일이다. 자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내려놓고 비워야 본래 자기 모습이 드러난다.올라오는 길에 깨달음의 배우고 내려가는 길에 내려 놓고 버리는 지혜를 통해 자기현존을 되돌아 보게 하였다」고 적혀 있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1km 올라가면 왼쪽으로 부도군이 나온다. 이는 화암사에서 수행한 고승들의 사리탑을 모아놓은 곳이다.

 

 


▼ 길 오른쪽이 오도송이고 왼쪽이 열반송이 세겨진 비가 20여개 서 있다.

 

 

 

▼ 매점[수암전] 맞은편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상점에는 화장실이 없어 절까지 다녀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 금강산 화엄사[華嚴寺] 769년 진표율사(眞表律師)가 절을 창건하여  화엄사라 하였다가 1912년  화암사[禾岩寺]라 개칭했단다.

 

 

 

▼ 수바위 중간에서 보이는 화암사 전경. 뒤에 신선봉이 감싼다. 신선봉은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에 가장 남쪽 봉우리란다.

 

 


▼ 남쪽으로 울산바위와 설악산능선이 보인다.

 

 

 

 


▼ 10:31 수바위에 올랐다가 성인대로...

 

 

 

 


▼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퍼즐을 닮았다하여 퍼즐바위 혹은 쌀과 연관지어서 시루떡 바위라고 한다. 

 

 


▼ 화암사 숲길은 촘촘히 서서 솔내음 풍기는 소나무가 주인인 듯. 

 

 


▼ 아이젠해야할 정도는 아니어도 눈이 아직도 남아 있다. 

 

 


▼ 11:10  성인바위

 

 

 

 


▼ 성인대 등산금지 안내판을 못본척하고 그리로 가보고 위험하면 돌아오면 되고...

 

 


▼ 살짝 돌아선 울산바위의 장엄한 모습에 감탄사 절로 나온다.

 

 


▼ 주변이 뻥 뚫린 너럭바위 위에 선 김여사 센바람에 날려갈까 다리에 힘주며 불안해하지만 풍광만큼은 멋지다고.

 

 

 

 

 

 

 

 

 

 

 

 


 

 


▼ 행여 모자가 날려갈까 모자창을 잡고 낙타바위가 있는 곳으로 너럭바위를 걷는다.

 

 

 

 


▼ 울산바위의 풍화혈과 닮은 바위 구덩이.

 

 

 

 


▼ 백두대간의 상봉과 신선봉의 산마루금이 연결된다.

 

 

 

 


▼ 동으로 이마에 손 올리고 가늘게 눈 뜨서 동해바다를 보는데 아래 수바위도 따라하는 구나.

 

 

 

 

 

 

▼ 진부령터널위로 미시령 옛길이 꼬불꼬불 하늘과 맞닿는다. 좌는 설악이고 우는 금강이라 두 거물이 이것을 경계로 마주하는 구만. 

 

 

 

 

 

 

 

 

 

 


▼ 11:33 성인바위로 복귀

 

 

 

 

 

 

 

 

 

 

 

 

 

 

 

 


 

 

 

 

 

 


▼ 12:13 화암사 500m 전. 작은 개울을 만난다.

 

 

 


▼ 12:18 사찰입구 신선계곡의 맑은 물위무지개다리를 건너 화암사로 든다.

 

 


가장 먼저 범종루가 나오는데 이 종각에는 ‘풍악제일루[楓嶽第一樓]’라는 현판이 쓰여 있고 안에는 범종(梵鐘)이 매달려 있다.

 

 


▼ 왕관모양으로 우람하게 자리한 이 수바위는 화암사 창건자인 진표율사를 비롯한 이절의 역대스님들이 수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계란모양의 바탕위에 왕관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는데 윗면에는 길이 1m, 둘레 5m의 웅덩이가 있다. 이 웅덩이에는 물이 항상 고여 있어 가뭄을 당하면 웅덩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왔다고 전한다.

 

 

 

 


▼ 수하항마상.

 

 


▼ 대웅전 앞에는 구층석탑. 화암사는 절터의 기운이 매우 센 곳이라 예부터 많은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이 탑은 주변의 이러한 센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최근에 세운 비보성격의 탑이란다.

 

 

 

▼ 대웅전 옆 설법전을 돌아 100m 오르면 몇년전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며 조성된 미륵대불이 있다.

 

 

 

 

 

 

 

 


▼ 산행이 시작된 수암전 앞으로 수바위로 오르는 S자 길을보며 대웅전으로 다시 대려온다.   

 

 


 

 


▼ 절구경하고 일주문으로 내려오던 중에 초전법륜상. 초전법륜은 붓다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성취한 후, 녹야원에 가서 예전에 함께 고행했던 다섯 수행자에게 처음으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렸다는 것이란다.

 

 

 

 

 

▼ 제1주차장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속초 영금정으로 이동.

 

 

 

 


▼ 지난 여름에는 공사중이던 영금정 해돋이 정자.

 

 

 

 

 

 

 

 

 

 

 

 

 

 

 

 

 

 


수협수산물 직매장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기웃거린다. 김여사 그중에 노가리를 집어들고 가자미식혜를 맛본다.

그리 짜지도 않는 것이 맛이 괜찮아서 고개를 끄덕이니 한 통 담는다. 집에가면 밥도둑이 될 조짐이 있다.

출출할 때 먹으면 속이 풀릴 것 같은 얼큰한 맛의 해물장칼국수가 전작이 있어서 그런지 양이 많다.

친구 조성순 시집의 「가자미식해를 기다리는 동안」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시도......

 

 

 

가자미식해         조성순

                                    

속초 아바이촌 어물전 명자네 가게에 가자미식해를 부탁해 놓고

그 가자미식해가 미시령을 넘어 서울의 내게 오기까지

고향이 청진인가 북청인가

술을 마시면 한껏 굴곡진 함경도 사투리를 쓰던

수학을 가르치던 이 아무개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그이는 이젠 나를 만나러 올 수 없고

또 올 수 없는 걸 알지만

그곳에서 가자미식해를 먹으며

가자미 둥근 눈처럼 쌍꺼풀이 굵게 진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이보라우 한 잔 들라

할 것만 같아

나도 이곳에서 가자미식해를 시켜놓고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가자미식해는 기다리더라도 금방은 오지 않고 또 오더라도

그가 오지 않는 것은

기다림이 부족한 나를 시험하거나 뒤늦게 나타나

반가운 건 이런 거라고 보여줄 것만 같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미시령을 넘어 가자미식해가 내게 오기까지

청진 앞바다 파도소리 같은 그를 기다리는 건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그 파도소리는 더 굴곡질 것이고

눈발이라도 듣는다면

그와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허청거리며 청진으로 갈 것이다.

현실은 각박하여

그가 나와 함께 가자미식해를 먹으러 이곳으로 오거나

내가 그곳으로 그를 만나러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자미식해를 고개 너머 저 쪽에 시켜놓고 기다리는 것은

세상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그 모르는 것 속에 그가 내게 오거나 내가 그에게 간다는 게 있고

또 불가능할 것도 같지 않아 기다려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자미식해야말로 오묘한 존재인 것이다.

가자미식해를 기다리는 동안 그가 내게로 오고

가자미식해를 먹다보면 어느새 그가 떡하니 내 앞에 앉아

큰 눈을 껌뻑거리며 술잔을 권하는 걸로 보아

가자미식해엔

남과 북이

이승과 저승이

너와 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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