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컴퓨터의 문서랑 시름하다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다. 멍한 뇌가 내일 산행임을 인지하고 김여사가 행여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화를 누른다. 의도를 간파 당해서 묻기도 전에 내일 뭘 준비하면 되는 지 되묻는다. 오징어 많이 넣고 청량 고추 약간 썰어 넣은 부추
전과 햄에 방울양배추를 볶은 햄야채볶음, 과일을 준비하면 되겠느냐고 하길래, 온전한 배 하나는 필수지참품이라고 일러둔다.
가까이 중동에 있는 호섭이가 함께 동행하자고 해서 7시 40분 전철을 탄다고 약속해 둔 것이 어제 저녁의 일이다.
9시가 되어서 강변역에 도착한다. 먼저 온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늦은 한 친구의 합류로 축구팀 인원이 채워진다.
13번 버스는 생각 보다 긴 시간-돌아서 가는 느낌-을 달려 은고개로 데려다 준다.
약사산-약수산-한봉의 코스로 수정할려다가 그것의 들머리가 광지리여서 한 정거장 도로길을 걸어야하는 불편함에 계획대로의 길로
방향을 잡는다. 교차로 신문사 건물 옆의 계단길을 들머리로 하여 호젓한 지맥길을 걷다가 남한산을 찿아보고 벌봉을 넘는다. 그리고
객산에서 숨 한번 죽이고 선법사를 날머리로 걸어 볼 참이다.
가다가 좋은 장소 만나면 싸들고 온 음식물 모두 내어 놓고 올 한해 우리 벗들이 가는 산행 길 잘 닦아 두라고 산주인에게 신고를 하기
로 작당을 해 두었다. 약간의 빗방울이 먼지를 죽여주니 그마저도 산행의 일부분이 된다.
1. 누구가 : 고무진,방주태,안호섭,유석준,이건호,이수혁,이재현,전병희,전재석,조성순 친구랑 합이 열하나
2. 언 제 : 2017년 3월 25일(토).
3. 어디로 : 은고개-남한산-객산-선법사
4. 얼마나 : 5시간 07분(식사,간식,휴식시간 포함)
▼ 이동경로 : 경변역-(버스)-은고개입구-303고지-346고지-남한산-벌봉-법화골-갈라진이빨바위-새바위-사미고개-객산-선법사-
식당(오늘도 웃자)-서부농협앞-(버스)-잠실역
▼ 강변역 1번출구로 나와 길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은고개입구로 13번 버스를 타고 한시간 십분 가량을 온다. 은고개는 엄미리[奄尾理]
의 엄자를 따서 엄고개였다가 발음이 은고개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 10:34 정류소를 우측으로 돌면 등로 입구. 좌측 계단길로 오른다. 벌봉 4.4km.
▼ 303고지까지는 초기의 오르막길. 밧줄 난간이 설치된 계단의 줄은 힌색이 깨끗해서 근래에 설치한 것인 아닌가 싶다.
▼ 10:53 303고지. 삼각점 주위에 준,희의 검단지맥 표지판과, 현위치 표지목이 있다.
▼ 11:33 346고지. 오늘 5mm내외의 비가 온다고 한 일기예보는 에누리가 없다.
▼ 여기서 가져온 음식들 모두 내놓고, 벗들과의 올 한해 산행이 무탈하게 해달라고 산에 고한다.
▼ 벌봉 1.3km. 엄미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의안대군의 묘가 있다. 의안대군은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8번째 아들이다. 태종의 이복동생으로 이름은 방석이다. 신덕왕후와 정도전에 의해 11세의 나이로 조선 최초의 세자로 책봉되어
조선 2대 왕이 될 운명이었으나 이복형제인 이방원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1398년) 때 17세의 나이로 피살되었다.
▼ 이 코스는 검단산, 용마산의 능선과 연결되어 있어 남한산으로 종주하는 산객들이 이용하기도 한다.
▼ 거대 사슴뿔 닮은 나무에 시선이 간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부드러운 육산길 호젓하니 걷는 재미 괜찮다. 그림에는 봄은 멀고
가을이 가깝다ㅎ.
▼ 남한산성의 정비되지 않은 외성과 접선.
▼ 중앙에 보이는 곳이 남한산의 정상인지는 올라 보고서야 알았다.
▼ 12:54 한봉갈림길
▼ 13:01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남한산 정상이 이쯤인지 생각 않고 길 따라 가면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남한산 정상에서.
▼ 산보다는 산성으로 알려 진 남한산성의 이름을 유래시킨 남한산은 내성에서 벗어난 동쪽 끝자락, 한봉과 벌봉의 능선상에 있다.
▼ 보통 이곳은 산의 정상 정복보다는 산성을 도는 것이 일반적인 목적이어서 아직까지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나마 삼각점만 달랑
있다가 최근에 작은 문패라도 달아 놓은 것 같다.
▼ 13:07 벌봉[蜂峰 512.2m]
▼ 암문 밖에서 이 바위를 보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벌봉'이라 한다. 병자호란 때 청 태종이 정기가 서려 있는 벌봉을 깨뜨려야 산성
을 함락시킬 수 있다하여 이 바위를 깨뜨리고 산성을 굴복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벌봉은 해발 512.2m로 남한산성의 수어장대(497m)
보다 높기 때문에 남한산성의 서쪽 내부와 동쪽 성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병자호란 당시 이 지역을 청나라 군에 빼앗겨 적이 성
내부의 동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화포로 성안까지 포격할 수 있었다는 표지석의 내용이다.
▼ 벌봉 정상 아래에서...
▼ 봉암신성신축비 자리.
▼ 남한산성 제13 암문은 위험해서 출입금지.
▼ 생강나무. 산수유와 헷갈린다기에 정리해 본다. 일반적인 구분은 산에 피는 것은 생강나무이고, 공원이나 마을에 피는 것은 산수유
라 한다. 생강나무는 줄기에 꽃을 피우고, 꽃을 자세히 보면 솜처럼 뭉쳐있고, 줄기나 기둥은 밋밋하다. 가지를 잘라 냄새를 맡으면
생강나무 냄새가 난다. 산수유(山茱萸)의 꽃은 줄기나 가지 끝에 핀다. 꽃을 자세히 보면 개별성이 있어 보이고, 줄기나 기둥은
비늘처럼 벗겨져 매끈하지 못하다.
▼ 갈라진 이빨바위.
▼ 갈라진 길에 좌로는 개구리바위,우로는 새바위가 있다는 안내문구가 있었다. 저번에도 새를 봤는데...
▼ 시간을 기다리는 진달래. 성질 급한 녀석이 한둘은 있으련만 하나도 없으니 그도 아쉽다.
▼ 멋진 자태를 뽐내는 생강나무 한그루에 잠시 멈춘다. 어이 한판 박고 가자...
▼ 14:50 사미고개. 하사창동과 하사곡동을 오가는 고개로 새미재 또는 삼외고개라고도 한다. 객산과 남한산성을 연결하는 주능선
중에 가장 낮은 곳이다.
▼ 수혁 왈 '어느 휴게소에서 화장실의 소변기가 오줌의 세기에 의해 이전 이용자와 비교하여 승패를 알리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용무를 마치고 물러서니 속도가 나오면서 승이라는 빵빠레가 울려 민망함에 주위를 둘러 보게 되더라'고 하며 아마도 패라고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놓아 밖에 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수단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이 어딘고?. 측정 한번 해 보러 가야지ㅎ.
▼ 15:17 객산[客山, 301m]. 옛날 마귀 할멈이 한양에 있는 남산과 같은 산을 만들려고 이천의 도드람산을 떠서 치마폭에 싸가지고
가다가 힘이 들어 이곳에 놓고 그냥 가버렸다는 야그가 전해진다. 객산이란 이름은 객지에서 온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강 건너 예봉산이고.
▼ 또 하나의 동질감이 있는 셋이. 제대할 때 같은 계급이었다.
▼ 당겨서 보는 팔달대교.
▼ 15:26 객산갈림목에서 샘재 방향으로 꺽는다. 직진은 이정표 방향이 없다.
▼ 선법사로 내려간다. 직진하면 쥐봉을 거친다. 주거지 얘기가 나와서, 이제는 시집 장가 보낼 시기라 학군에서 졸업했으니 궂이 중심
가에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 끝에 우리나라 부모들은 누구할 것 없이 자기 자식들은 모두 천재로 착각하고 있단다. 안해서 그렇지
조금만 노력하면 1,2등 문제 없다는 망상에 갇혀 있다.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의 진학율과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댓가를 치르기도
한다. 성적에 의한 줄서기 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우선일텐디...
▼ 15:41 선법사 입구로 내려와서 절집 구경 들어 간다.
▼ 뒤의 건물은 예전에 왔을 땐 없었다. 지은지 얼마 안 된 듯 하다. 예전이 벌써 4년이나 지났다.
▼ 우리들의 발소리만 들릴 뿐 번잡함이 없는 아담한 절집의 풍경이다.
▼ 온조왕이 이용했다는 전설이 있어 온조왕 어용샘이라 부르고 여기서 나오는 물은 먹는 물 기준 적합이라 붙어 있다.
▼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河南 校山洞 磨崖藥師如來坐像.보물 제981호]. 전체 높이 93㎝. ‘太平二年 丁丑 七月卄九日 古石佛
在如賜工重脩 爲今上皇帝萬歲願’이라는 글에서 만든 시기가 고려 경종 2년(977) 이전에 있었던 것임을 알려 준단다.
▼ 절집 지킴이. 우리의 걸음을 조용히 지켜 본다.
▼ 객산 등산로 입구. 왼쪽이 하산한 길이고 오른쪽은 선법사 주차장 공터다.
▼ 오늘 지나 온 흔적을 되집어 연결해 본다.
▼ 뒤풀이는 오늘도 웃자고 하는 이집에 야외에서 즐기는 생상겹살로 한다. 두툼하게 설은 고기위에 여러 이야기꺼리가 양념으로 얹혀
져서 맛을 더한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 일본의 알프스(북,중앙,남), 히말리야 ABC,MBC......세계가 식탁에 있다.
▼ 식당의 한쪽 벽면에 김여사가 갖고 싶어하던 것과 유사한 인형이 있어서.
맛있는 얘기에 웃고 즐기다 보니 두어 시간 후딱 지난다. 두루치기에 밥 한술 뜨고 가자는 의견은 대다수에 밀려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서부농협에서 버스를 탄다. 좋은 길 벗들과 함께여서 걷는 재미 솔솔찮았고, 건호와 재석이가 모처럼 동행하니 산행이 더 좋았다.
일이 있어 같이 못한 경환,승섭,윤배...의 빈자리가 크니 다음에 모두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집에 들어오니 우리집이 산보다 봄이 가깝다. 언제 군자란이 이렇게 꽃을 만개했는지 모른다.
'산오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막에서 오른 마니산 (0) | 2017.04.09 |
---|---|
대모산,구룡산 봄나들이 (0) | 2017.04.02 |
국태민안 빌러 가는 마니산 (0) | 2017.03.20 |
어천농원에서 칠보산 산책 (0) | 2017.03.08 |
설악의 십이선녀탕계곡 (0) | 2017.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