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켜기 전인 도시를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탄다. 울 동네 산악회도 몇개월 전 달마산행 이후 모처럼 만에 동행이고 지난번의 해남 가는 방향과는 같은데 시간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듯 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지만 마음은 깨어 있고 추석명절 턱밑이어서 인지 오붓한 인원을 태운 버스는 일출의 붉은 빛깔에 잠시 마음을 뺏더니 다소곳이 내려 앉은 옅은 안개를 가른다. 남해고속도로로해서 월출산 경포대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는데는 4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1. 누구가 : 김여사(집사람)랑 인천 금호 산악회를 따라
2. 언 제 : 2015년 9월 20일(일요일) 맑음.
3. 어디로 : 영암 월출산[月出山 809m]
4. 얼마나 : 5시간(간식시간 포함)
전남 영암 군서 학산면. 강진 성전면에 있는 국내에서 규모가 제일 작은 국립공원으로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수석 전시장을 연상케 하는 산이 월출산이다. 뾰족뾰족 성곽모양 바위능선, 원추형 또는 돔형으로 된 갖가지 바위나 바위표면이 둥그렇게 팬 나마 등은 설악산보다도 더 기이해 호남의 소금강이라 한다. 남성적인 웅장함을 갖춘 북쪽의 가파른 돌산과 여성적인 섬세함을 갖춘 완만한남쪽 산이 조화를 이뤄 지리산, 변산, 천관산, 내장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고 있다. 신라시대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그리고 조선시대부터 월출산이라 불리었다.
월출산은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풍경이 장관이고,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꽃,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운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 이동경로 : 경포대탐방지원센터-경포대삼거리-구름재-남근바위-돼지바위-천황봉-통천문-사자봉-구름다리-천황사-천황탐방지원센터
▼ 07:25 경포대 탐방지원센터에 도착.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 믿고 월출산의 명성에 장시간의 불편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왔노라.
▼ 월출산 남쪽 자락으로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이 금릉 경포대인데, 강릉의 경포대(鏡浦臺)와 이름이 같다. 금릉은 강진의 옛 이름이며 경포대
(鏡布臺)는 월출산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09:34 한키만큼의 거리에 학생야영장이 있고 그 옆으로 난 등로로 찿아 든다.
▼ 이 쪽을 날머리로할 땐 재법 유용지물이겠지만 지금은 그림에 떡인 족욕장. 기왕할 것이면 좀더 크게 만들지...금릉교로 개울를 건너 금릉
경포대를 좌에 두고 산행에 시동을 건다.
▼ 09:52 경포대삼거리에서 바람재 방향인 좌로 가라며 보초 한사람이 서있다.
▼ 이 곳이 고향이라는 어느 양반이 천황봉 가려면 암릉에 힘 재대로 쓰야한다며 겁을 잔뜩 준 모양이라, 바람재를 바로 앞에 두고 김여사
걱정이 태산이다. 천황지구에서 구름다리만 갔다 올 걸 잘 못 생각했다고... 바람재에서 천황봉까지 거리도 그다지 길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구간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경사가 좀 있는 그런 구간과 매 한가지이니 걱정 붙들어 메라고 마음을 감사준다.
▼ 10:32 바람재. 거의 다 올라 올 무렵부터 보여주기 시작하는 바위 능선이 예사롭지 않더니 멋진 수석 작품들이 진열되기 시작한다.
▼ 서쪽방향의 바위 능선은 전주곡에 불과하고...
▼ 전망대 뒤에 머리 곧게 세운 천황봉.
▼ 10:36 전망대. 향로봉,구정봉의 장군바위에 더해서 투구바위 의자바위 상여바위도 있고...
▼ 동쪽의 능선도 기가막힌다.
▼ 사랑바위. 천상의 바위예술관 또는 기적의 산상 조각공원이라고 불릴만하니 장거리 이동에 대한 보답으로도 충분하다.
▼ 전망대에서의 천황산.
▼ 월남저수지. 시계가 조금 못한 것이 옥의 티러고나 할까.
▼ 뛰어난 조각가가 다듬어도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감탄사 절로 나온다. 한마디로 월출산 잘 났다.
▼ 천황봉에 점령자들이 더러 보인다. 좀만 기다리거라.
▼ 예술 작품 가득한 곳에서 곡차 한모금으로 여유 즐기니 당장은 부러운 것이 없다.
▼ 거시기바위로 들어가기 직전의 김여사.
▼ 남근바위. 이것을 만지거나 껴 안으면 젊어진다는 재미있는 야그가 있단다. 꼭데기의 산철죽은 죽어 없어진 것을 복원했단다.
▼ 큰머리 얼굴 장군바위위 구정봉에도 점령군은 있다. 머리 위의 평평한 바닥에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어 구정봉이라 부르고 이 웅덩이
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 이 바위도 사람의 얼굴을 닮아 있는 모습이다.
▼ 돼지바위도 찿았고.
▼ 천황봉 0.6km. 아직까지는 별 것 아니라고 앞서 가는 김여사.
▼ 해남으로 흘러내리는 암릉의 선들.
▼ 겹겹이 쳐진 산 그리메가 좀 더 선명하면 여기의 그림도 멋지겠다는 상상.
▼ 하춘화의 영암아리랑에 나오는 천황봉이 0.3km 남았다. 별 것 아니라며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노라며 다시 앞장 선다.
▼ 11:49 천황산 도착이오. 김여사 걸음 기준으로 2시간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 역시나 인증샷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상은 재법 넓적한 공간이라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고 그래서 주위에 여러 팀들이 정상석을
중심으로 식당을 차리고 있다
▼ 천황봉 해발 809m의 월출산 최고봉인 이 곳에 서 보니 사방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 온다. 구정봉 향로봉과 그주위의 암릉들이 짜임새 있게
조화롭기만 하고.
▼ 동쪽으로 사자봉에서 뻗어가는 근육질의 능선이 괜한 힘 한번 쓸 듯한 모양새로 뻗어 있다.
▼ 우리 팀도 정상석 뒤의 명당에 자리 잡고 베낭 무게 줄이기 한다. 어느 분이 가져 온 우럭구이 맛도 일품이다.
▼ 이런 품 한번 잡고 있는데 앞쪽에 연인인 듯한 외국인 한쌍이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 치켜들어 준다.
▼ 영암읍내. 요즈음 젊은 친구들은 어떨지 몰라도 어느정도 연령층에는 영암보다는 하춘하에 대한 인지도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영암은
몰라도 하춘하는 알고 하춘하의 고향이니까 영암을 알 것 이란 생각이 드니 메스컴이나 이름있는 이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 인정할 수
밖에 없다.
▼ 12:20 천황봉에서 구름다리 건너러 하산 시작.
▼ 12:26 통천문
▼ 천황봉에서 동북쪽으로 100m 아래에 있는 관문 바위. 천황봉에 이르는 문위 역할 때문에 통천문이란 이름이 생겼단다.
▼ 12:30 통천문을 지나서 계단길 타고 내려오니 통천문 삼거리다. 바람폭포로 가는 갈림 길이고 육형제봉의 멋진 조망처도 나온단다.
▼ 숨은 그림 찿기:구름다리
▼ 12:35 경포대능선 삼거리. 올라오면서 갈라졌던 경포대삼거리에서 바람재 길이 아닌 오른쪽 길로 오면 아마도 여기가 아닐까 싶다.
▼ 잘난 수석 가장자리에 이른 단풍 든 나무 하나 띠 두른다.
▼ 숫사자가 웅크린 모양이어서 사자봉이라 하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 사자봉은 산 좀 탄다는 사람들한테 리지 산행지로 유명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단다.
▼ 구름다리 0.5km 이정표. 이부근에서 부터 경사가 있는 너들길이 내려가는 발걸음 조심하게 만든다.
▼ 어느 순간 장막이 걷히고 시야가 뚫리는 앞쪽에는 육형제봉뿐 아니라 이름모르는 암봉들이 춤사위가 다시 시작된다.
▼ 산풍경도 끝내 주지만 영암읍내를 끼고 있는 들판도 더해지니 이보다 더한 명당 자리 또 있을까 싶다. 저 자리서 식사하는 저 양반들 반찬
이 필요할려나 의심스럽다.
▼ 제주도 대포주상절리도 아닌 것이, 갈라진 선들이 희한하다.
▼ 사다리를 걸쳐 놓은 듯한 가파른 철계단도 조심조심 내려오다 보면 아래에 폭포계곡길도 보인다.
▼ 반듯한 직사각형 천 조각 이어 붙여 만든 보자기 마냥 부드러운 남도의 들판.
▼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가 등장한다. 구름다리란 길 위로 하늘 높이 가로질러 놓은 다리로 한자어로 운교(雲橋)라 하는 것인데 아마도 다른
산의 기후 환경에 비해 유난히 많이 끼는 안개에 가려진 구름다리를 건널 때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해서 구름다리로 불리운다.
▼월출산 구름다리는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이 구름다리는 1978년에 시공되어 월출산의 명물로서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시설이
노후되어서 안전을 위해서 2006년에 재시공하였다. 지면에서 다리까지 1백 20m의 높이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해발고 510m로 국내에선
가장 높은 다리요, 길이도 한국에서 가장길다는 연장 54m요, 통과 폭도 1.0m의 한국을 대표하는 다리다.
▼ 13:38 무심코 건너다가 흔들리는 다리에 김여사 소프라노 음율 한번 울린다.
▼ 구름다리 건너 몇발자국에 있는 정자에서 목 축이고 가는 길은 천황사지 방향이다. 바람폭포 쪽이 어땠을까...
▼ 앞쪽의 산에 풍력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에 당겨 본다. 영암의 활성산일 게다.
▼ 14:17 천황사는 월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황봉의 이름과 같아 월출산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월출산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무위사, 서쪽에는 도갑사 그리고 동쪽에는 천황사가 월출산을 호위하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월출산에는 50여개 이상의 사암(寺庵)의 이름
이 전하며, 속전으로는 99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월출산의 사자봉(해발 700m)과 장군봉이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한 천황사는 사자봉의 웅대한 흐름을 견제하는 자리에 서있는 의미 깊은
사찰이다. 화재로 단 하나의 전각이던 천황사는 소실되고, 등산객들에게 마지막으로 먹을 물을 제공하는 돌로 된 석조(石槽)만이 남았단다.
▼ 천황사지에서 천황사지구탐방로 입구로 가는 길가에 영암아리랑 노래비와 고산 윤선도의 월출산 시비가 나란히 자리하는데 찿는 이가
별로 없어 쓸쓸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든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서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 ♬
-영암 아리랑 1절
月出山이 놉더마는 미운 거시 안개로다.
天皇 第一峰을 일시에 가리와라.
두어라 해 퍼딘 뒤면 안개 아니 걷으랴
-'山中新曲' 중 '朝霧謠'/윤선도 .
▼ 14:27 탐방로 입구로 나오다. 탐방안내소도 바로 옆에 있다.
▼ 산장식당에서 장뚱어탕의 별미를 즐기고 갈길 먼 귀가길 서두른다.
▼ 월출산은 “달 뜨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자원, 그리고 남도의 향토적 정서가 골고루 조화를 이룬 한반
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 바다로 흘러가다 평지에 돌출된 잔구 형태의 월출산은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입 벌어지는 광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월출산 표지석과 작별을 고한다.
우리나라 암산 중에 손꼽히는 월출산의 계곡에서 가장 두드러 진다는 금릉경포대와 동행하는데 물소리를 들을 수 없어 섭섭한 마음도 잠시다. 바람의 고개에 올라 시원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조물주의 예술 작품에 입이 벌어지고, 구정봉의 큰얼굴바위에서부터 천황봉을 지나 천황지구로 하산할 때까지 바위의 흐름이 만든 장관에 점점 압도 되어졌다. 의자바위,사랑바위,남근바위...돼지바위도 찿고 통천문을 지나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무명바위들의 줄서기에 소문난 잔치 먹을 것 많이 있었다. 천황봉에서 보이는 풍경, 산과 들의 조화를 곱씹어며 일몰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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