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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마곡사

자어즐 2022. 6. 19. 22:11

기다림 끝에 만남은 설렘이다.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만나는 마곡사가 그러하고 코르나로 거의 2년을 기다려 만난 친구들과의 해후도 기다림의 미다. 물런 모든 기다림 끝이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기대감이 지나쳐 어그러질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애기를 해도 웃어줄 수 있는 친구들과 오랜 세월의 냄새를 풍기는 절집다운 절집을 만나 걷는 걸음에 표형되지 않는 즐거움이 묻어 있다. 기다린 보람이다. 

절집으로 오면서 만난 수국의 이쁜 자태는 일년의 기다림이고 다음 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손흥민의 골은 기다림의 기대이다. 아이들이 불쑥 찾아오기를 상상하는 것도 기다림이고, 주차장에 붙어 있는 식당에 주문한  더덕정식도 점심시간에 맞물려 밀려든 손님으로 한참을 기다린다. 그러고 보니 생활이 기다림이고 그리움이다.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에 있는 사찰로 , 7세기 후반 선종 사원으로 창건되었다.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북쪽의 대웅보전과 대광보전이 있는 화엄신앙 공간을 북원이라고 하고, 남쪽의 영산전이 있는 선 수행 공간을 남원이라고 한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태화산 등산로는 둘 혹은 세시간 소요되는 3개의 등산로 코스가 있고 백범명상길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1. 누구가 : 신달, 영화, 월동, 재정, 종철, 철홍, 현기

2. 언  제 : 2022. 06. 19(일) 

3. 어디로 : 공주 마곡사

4. 얼마나 : 1시간 20분

 

목마와 돌담이 정겨운 펜션의 아침.

소랭이란 지명은 예전부터 쇠가 많이 나는 골짜기여서 쇠랭이였다가 소랭이로 바뀌었단다. 뒷산에는 밤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서 묘한 냄새를 풍기고 앞에 개울을 두어서 소랭이개울가란 펜션 이름이 된 것 같다. 전날 합류하지 못한 현기를 아침에 천안삼거리 공원에서 픽업한다. 왕복 한 시간이 안 걸리니 먼 거리는 아니다. 태워 주기로 한 마나님의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운전해 오겠다는 걸 말렸다. 기왕 이번에 선택된 기사 역인 걸... 수영이의 불참으로 어묵 대신 참치로 끓인 김치찌게 냄새가 거실 가득하다.

우리 친구들이 지내기에는 방2에 화장실 2개인 여기 C동이 적당한 크기다. 내부시설이 깨끗하고 개별 바베큐장도 괜찮다. 투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들꽃과 어울려 펜션 분위기를 친화적으로 만들어 준다.

 

소랭이개울가펜션을 나서면서.

펜션에서 지방국도로 나와 좌회전하여 20여분에 마곡사주차장에 도착 온다. 주차장엔 이미 차들은 가득 들어 차 있어 빈 곳 찾기가 쉽잖다.

 

태화산마곡사 일주문, 산사 한국 산지 승원 마곡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비석

주차장에서 오륙분 마곡사 방향으로 걸으서 일주문을 통과하고 신성한 가람으로 들어 선다. 그기서 발걸음을 조금만 더 하면  멋스럽게 선 마곡사 표지석을 만난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공주 마곡사, 보은 법주사,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총 7곳 사찰이다. 7~9세기에 창건되어 고대 한국불교와 종교적 의례의 지속적인 중심지가 되어 왔으며, 각각의 불교사상을 기반으로 다른 종파와 역사적인 관계를 맺으며 많은 역사적 건축물, 유물 등을 갖추고 있다.

 

매표소

천년고찰 절집을 구경하려면  입장료로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마곡사 솔바람길 안내도는 안내판과 마곡사 안내도도 이웃에 있다.

태화산에 자리잡은 마곡사는 봄날 생기 움트는 나무와 봄꽃들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으로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고 일컬어 진다. 이곳은 산과 물이 '쌍태극을 이루는 명당이라 전란이나 흉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때 자장율사가 세웠다고도 하고 신라의 보조선사 체징이 세웠다는 설도 있다.

 

'시간보다 더 소중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이다.' 지금 이 시간에는 같이 마곡사로 걷고 있는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도...

 

차가 여기까지 들어오는 구먼. 마곡사로 방향을 틀면 앞으로 찻집 다루정이 보이고 또 하나의 마곡사 표지석이 탐방객을 맞는다. 다리를 건너면 마곡사 남원과 해탈문이 기다린다.

백범 긴구선생이 잠시 출가 수도한 천년고찰 마곡사에 대한 기대가 해우소를 들렀다가 반타작 된다.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의 시설 수준과 관리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자랑거리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들어가는 순간 코를 잡게 만들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입장료도 받으면서...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을거니 두고 보자. 

 

마곡사 남원의 담장.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 세계롤 들어가는 해탈문. 마곡사의 정문이다.
천왕문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의 경계를 잇는 다리 극락교 아래 거북과 범종루
천년고찰의 티를 내는 대광보전. 오래 익어서 맛이 나는 건물이다.

대광보전(大光寶殿)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1788년 중창되었다.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건물로 처음 지은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불에 타버렸던 것을 조선 순조 13년(1813)에 다시 지은 것이다.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앞면 5칸에는 3짝씩 문을 달았는데 문살은 꽃 모양을 섞은 조각으로 장식하였고 가운데 칸 기둥 위로 용 머리를 조각해 놓았다. 

대광보전 앞 절마당에 우뚝 서 있는 오층석탑은 탑 전체의 무게를 받쳐주는 기단(基壇)을 2단으로 쌓고, 그 위로 5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후 머리장식을 올린 모습이다. 탑신의 몸돌에는 부처, 보살 등을 조각해 놓았고, 지붕돌은 네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보이는데, 현재는 5층 지붕돌에만 1개의 풍경이 남아 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꼭대기의 머리장식은 이 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중국 원나라의 라마탑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고 한다.

 

시문서화 사절로 꼽히던 표암 강세황(姜世晃 ,712~1791)의 글씨인 대광보전 현판과 오층석탑
백범당

마곡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다 간 백범당이란 건물이 있고 그 옆으로는 김구 선생이 해방 후 1946년 여러 동지들과 이곳을 찾아와 기념식수를 한 향나무가 아직도 자라고 있다. 1896 명성황후가 시해된 날, 백범 선생은 명성황우의 복수로 일본군 중좌를 살해하였다. 그 후 살인범으로 낙인찍혀 인천교도소에서 사형수로 복역 중 그곳을 탈옥하여 1898년 마곡사에서 은신하게 되었고, 하은당이라 불리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법명을 원종이라 하였다. 이로써 스님이 된 김구 선생은 삭발을하게 되었고 지금은 삭발바위와 마곡천을 잇는 다리를 놓아 백범교라 부른단다.

백범선생은 마곡사를 떠난 지 근 50년 만에 돌아와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 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 :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원각경에 나오는 문구를 보고 감개무량하여 이 향나무를 심었다 한다.

 

부처님의 제자 16나한을 모신다는 응진전.
대웅보전

대광보전 옆 계단을 올라서 만난 2층 건물 대웅보전(大雄寶殿)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을 가리키는데 이 법당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다. 조선시대 각순대사가 절을 다시 일으킬 때(1651) 고쳐 지은 것이라고 한다. 현판은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라고 한다. 

 

김구선생 삭발터

삭발터를 보고 나가려는데 잡는 사람이 있다 대전무슨 방송국이라며 잠시 인터뷰를 하자고 카메라를 들여댄다. 아마 다음주 일요일 백범 김구 선생 사망일에 보낼 방송인 모양이다. 마곡사를 보고 느낀 소감, 마곡사와 백범 김구 선생의 관계등을 묻는다. 방송에 탓는 지 아님 편집되었는 지는 알 수 없다.

 

게류를 건너 돌아나오는 길에 들어간 남원의 명부전. 스님들의 요사채 매화당.
1650년 중수되어 가장 오래된 영산전과 매월당 김시슴이 머물렀다는 매화당

영산전(靈山殿, 보물 제800호)은 마곡사에 남아 있는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석가모니불과 일대기를 담은 팔상도를 모신 법당이다. 내부에 7 분의 여래불상과 1,000분의 작은 불상(千佛)이 모셔져 있어 일명 천불전이라고도 한다. 건물 앞쪽에 걸린 현판은 세조가 1465년에서 1487년 사이에 마곡사에 들러 쓴 현판이라고 '마곡사 사적입안'에 기록되어 있다.

영산전 앞마당 북쪽으로 위치한 매화당은 요사 겸 수행공간으로 사용하는 건물로 앞마당을 등지고 ㄷ자 형태를 하고 있다.

 

흥성루와 남원 담장

매화당과 남원의 중심 건물인 영산전 앞에 강당으로 사용되던 건물 흥성루 사이 쪽문으로 나오니 해탈문 앞 마당이라 속세로 돌아 온다. 

 

나올 때는 산책로 숲길을 택한다. 뱁범명상길이다. 소나무들이 멋지게 숲을 이루고 있어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길이다. 봉우리 위에 뱁범 김구 선생 흉상이 있는 쉼 공간이 있다. 나무가지에 마곡사 전경이 가려져서 지금은 안 보이지만 겨울에는 전체 전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융상에 서산대사의 말을 인용한 백범 김구 선생 어록 한 귀절이 적혀 있다.

         踏 雪 野 中 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 須 胡 亂 行  함부로 걷지 마라

         今 日 我 行 跡  오늘 내가 발자취가 

         遂 作 後 人 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태화식당에서 더덕정식.

손님들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서 스물다섯 가지 반찬으로 채워진 상을 받는다. 밤 막걸리 잔에 이번 페로우즈 공주 나들이 1박 2일을 녹인다. 무령왕과 함께한 백제 옹진의 공산성과 왕릉 공주박물관이 있고 천년고찰 마곡사도 있다. 두명이 빠져서 아쉽지만 모처럼의 회포가 즐겁고 몇 번을 더 만날지 모르지만 오랫도록 건강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음을 기약하면 남북으로 가른다. 담은 어디로 행차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