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강화 나들길 11코스

자어즐 2022. 5. 5. 22:15

오늘 18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날이 100째를 맞는다. 함께 보낼 어린이가 없는 친구와 강화나들길 11코스를 가면서 우리 어릴 때 어린이날 기억이 있냐고 물으니, 그때 어린이날이 있었냐고 도로 반문한다. 아무리 짜내어도 떠오르는 게 없다. 단지 집 아이가 어릴 때, 둘이 응원하던 프로야구팀이 달랐는데 마침 어린이날 그 두 팀의 경기가 있어 야구장 간 것은 생각난다. 어린이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해가 1975년이어서 우리 때는 무늬만 어린이날이었던 것 같다. 

어린이날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도 시대에 따라 생활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다. 1970년대 종합과자 선물세트가 최고의 선물이었는데 10년 단위로 로봇과 자동차 모형 장난감, 게임기, 태블릿 PC, 휴대폰으로 바뀌었단다.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맞은 첫 공휴일인 어린이 날, 민머루 해변과 보문사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하는 가족들의 밝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도 좋지만 가족들과 잊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도 큰 선물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은 강화나들길11코스, 석모 1코스 석모도 바람길이다. 강화나들길 사이트 코스 안내에는 석모도 선착장에서 보문사까지 총 16km, 5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한다. 초지대교와 석모대교를 넘어 1시간 40분 걸려 도착한 석모도 선착장(석포리 선착장)에서 제방길을 따라 생각 이상 걷기 좋은 길을 바람과 함께 걷는다. 가끔 갈매기도 동무해 주고 민들레 홀씨나 아직은 녹색인 칠면초도 걸음을 응원한다. 어류정항과 보문사는 오늘 과분한 덤이다. 코스만 걷는 시간은 3시간 30분 걸렸다. 

 

1. 누구가 : 3S랑 둘이

2. 언  제 : 2022. 05. 05(목)

3. 어디로 : 강화나들길 11코스[석모도 버람길]. 

4. 얼마나 : 4시간 55분 [식사, 휴식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석포리선착장 - 칠면초군락지 - 보문선착장 - 삼양염전터 - 어류정항 - 민머루 해변 - 어류정 저수지(매음1 저수지) - 보문사주차장 - 보문사

 

09:41 나룻부리항(석포항). 화장실벽 도장함. 대섬 방향으로 놓인 간이 나룻터

강화 석모도 해미지 나룻부리항시장으로 표기된 누운 ㄷ자 대형 입간판을 지나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해미지는 바다(海)와 땅(地)의 맛(味)과 아름다움(美)이 어우러지는 곳을 의미하는 석모도 나룻부리항 농어촌 복합체험마을의 브랜드란다. 외포리에서 배로 들락날락할 때는 활기가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일러서 인지 너무 한산해서 대비가 된다. 주차장에 한두 대의 차만 덩그러니 있다. 

종점인 보문사로 가는 버스가 10분 후에 올 예정인 걸 보고 시,종점을 바꾸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지금까지 안내도 대로 온 걸 벗어나고 싶지 않아 여기서 출발한다. 

 

09:45 강화늠내길 11코스(석모도 바람길) 출발.

바다와 수로 사이의 뚝길은 파란 풀들로 눈을 편안하게 하고 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민들레가 홀씨 되어 바람길에 바람 타고 훨훨이다. 수로에 강태공들 편안한 자세로 찌와의 눈싸움에도 여유롭다.

 

건평돈대가 있는 노구산을 보면서 굽어진 길 살짝 돌면 정리되지 않은 포토죤과 집이 아깝다. 바다를 끼고 위치가 좋은데 이리 방치해 놓았을까.

 

10:16 마니산이 바라보는 칠면초 군락지. 7코스에 걸었던 상봉도 앞에 있다.가을에는 칠면초가 여기 갯벌을 붉은색으로 만들어 놓을 게다.

바닷가 갯벌에서 군락을 이루고 사는 한해살이풀로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쳐 녹색으로 꽃이 피고 점차 자주색으로 바뀌는 게 칠면조 같다 하여 칠면초라 한단다. 어린 순을 식용한다. 항산화 물질이 많은 건강 식재료 중에 하나다.

 

칠면초군락지에서 약 350m를 도로를 따라 걸으면 나무깨정류장이 있다. 그기서 다시 제방길.

보문선착장 400m 전에도 도로를 나왔다가 선착장 가까이에서 왼쪽 안쪽에 있는 이정목은 바닷가로 가라 하고 도로가 나무에 달린 리본은 도로로 가라 한다. 선택은 우리 몫. 작은 모래밭이 아지트 같다. 우리 같은 이들 외엔 거의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조용하다. 가족들이 쉬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10:33 보문선착장

빨강, 파랑, 노랑색의 봉을 축으로 한 지지대에 3가지 색의 자전거가 매달렸다. 사이클, 바구니 있는 자전거, 바퀴가 크고 작고 여러 가지가 모양을 이룬다. 바람길에 자전거 조형물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달릴 때 맞는 바람의 맛을 의미할 수도 있는 단순히 달릴 수 있는 길을 나타낼 수도 있지 싶다. 여러 가지의 어울림도 좋다. 

 

석모바람길 상점 앞 에는 돌로 쓴 바람길의 글자가 있고 의자도 삼원색이다.
보문선착장을 지나 시작되는 제방길 오른쪽엔 해명산이 솟아 바다와 갯벌, 들과 산이 어우러 진다. 저수지 뒤로 강화 석모도 리안월드 온천빌리지 조성 현장이 보인다.
10:55 삼양염전 안내판.

1957년에서 2006년까지 매음리 연안 일대 천일염전에서 질 좋은 소금을 생산 공급하던 것이 임금비 생산비 상승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염전 터만 남았다.

 

옛 염전부지를 활용한 유니아일랜드CC 아일랜드 그린이 17번 홀이지 싶다.

어류정항이 가까워지고 한쪽으로는 유니아일랜드의 조명등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섬의 뼈대인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이 중심을 잡고 있다. 갯벌은 어류정항까지 넓게 연결되고 확대한 피부 마냥 숨구멍이 빽빽이 뚫렸다. 뚝길은 곡선을 그려 도로로 나간다. 석포리 선착장에서 거의 제방길을 따라와서 길 헷갈릴 일은 없다. 

 

11:18 어류정항/나들길 갈림길

갯벌을 따라가는 제방길은 끝나고 길은 마을을 통과하도록 표시를 하고 있다. 3S가 표시를 못보고 어류정항으로 저만치 앞서 간다. 어류정항을 그냥 지나치면 언제 볼 수 있겠냐는 생각에 들렀다 가기로 한다.

 

어류정항 가까이의 갯벌에 줄을 내려 놓은 몇 척의 배들이 쉬고 있고, 항 초입에 이전 횟집인 듯한 배 이름의 가게들, 그 앞에 어구들이 널려 있다.

 

어류정항. 어유정자.

공중화장실 맞은 편으로 식당들이 줄을 서고 식당 끝에 선착장이 있다. 배낭 비우기 하려고 장소 물색 중에 보이는 정자가 어유정이다. 

 

어류정(魚遊井)은 고기가 노는 정자란 말뜻 만큼 고기가 많다는 의미대로 낚싯대를 드리우는 조사들이 더러 있다. 어류정항에서는 새우, 꽃게, 병어와 밴댕이가 많이 잡히고 특히 새우젓이 유명하단다. 최근에 지은 듯한 수산물 직판장에는 젓갈류를 파는 가게들이 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자는 둘이서 세를 얻었다.

나무로 운치 있게 만든 어유정에서 먹고 마시고.
12:43 다시 강화나들길을 찾아 마을 길로 든다. 한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슈퍼와 바다풍경 펜션 간판 사이길로 표지목이 안내한다.
민머루해변 가는 숲길. 숨이 있는 힐링 둘레길이다.
12:59 민머루해변

석모도의 본래 이름은 돌머루였다. 돌(바위)모퉁이란 뜻이다. 그게 돌 석(石)자 석모루섬으로 불리다가 언제부턴가는 자리 석(席)자로 바뀌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단다. 이 섬에 딱 하나 있는 해수욕장이 민머루해변이다. 모래사장 폭은 50m, 길이는 1km 정도로 아담 사이즈다. 물이 빠지면 약 1km 정도의 갯벌이 나타난다. 야외 거리두기 해제가 사람들을 부른 듯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고 해변에는 크고 작은 텐트들이 빼곡하다. 어린이날도 한몫 거들었을 게다.

 

숲 냄새 잠시 맡으며 만난 고개에서 바라 본 민머루 해수욕장. 갯벌이 모래사장의 몇배는 된다.

매음리 선착장 방향으로 넘어가는 도로 한 쪽은 집터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두 집만 지어져 있고 맞은편의 별천지 식당은 두어 대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모퉁이를 돌면 매음리 선착장(장구너머 포구)과 언덕에 뭘 조성하는지 로봇 5기가 눈에 들어온다. 삼거리에서 선착장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박정아펜션 간판 오른쪽 숲길을 넘어간다. 

 

13:31 어류정저수지

어류정 저수지 뚝길 한 면은 철망으로 올라갈 수가 없도록 해 놓았다. 철망 끝에서 둑길 올라보니 삼면이 터져 있고 건너 면은 낚시꾼들을 위한 좌대들이 설치되어 있다. 더문더문 조사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쁜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쪽만 철망을 설치해 놓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 궁금하다. 

 

나들길은 수로 방향으로 좌로 꺾인다. 여기도 조사들이 세월을 낚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부가 나란히 났시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낚싯대가 없는 곳으로 간간이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게 보인다. 한 마리가 아니고 쌍으로.

 

다시 바닷가 제방길에 올라서는데 바다의 풍경에 감탄사가 무심코 나온다. 갯벌 사이로 강 같은 바다가 흐르고 그리고 바다 뒤에는 주문도, 불음도가 나지막이 올라와 있어 하늘과 경계를 짓는 그림이 가슴을 뚫는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14:09 포토죤
보문사 눈썹바위가 걸음 만큼 가까워진다.
14:30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바람길 종점까지 0.6km 남긴 지점에 정자와 안내판이 자리 하고 있다. 제방길과 직각으로 해어진다.
14:40 석모도 바람길 종점. 버스정류장 시간표.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보문사 방향에서 내려와 방향을 바꿔 내뺀다. 5분차이로 앞 차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기 위해 55분의 기다림을 강요한다. 그래서 핑계 삼아 지금껏 구경 못해본 우리나라 3대 관음 성지 보문사 절집 투어에 나선다. 도착 도장 찍는 도장함은 별도로 없고 버스 정류소 옆 낙가산 편의점 안에 도장만 준비되어 있단다.

 

낙가산보문사 매표소. 성인 입장료 2,000원/인. 초등학생은 1,000원인데 오늘은 어린이날이어서 공짜.

洛迦山普門寺 일주문을 통과하여 절집의 영역으로 들어 서면 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절마당 가기 전에 은행나무 보호수와 그 아래 매점과 기념품 파는 곳이 있다.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금강산으로부터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절을 세우고 보문사라 하였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동해의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觀音靈地로서 절을 창건 후 14년이 되던 해에 고씨 성을 가진 어부가 바닷가에서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낚아 올려 절의 우측 석굴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그 때로부터 이 석굴에 기도를 하면 기적이 이루어져 많은 신도들이 이곳을 찾고 있단다. 

 

절 마당에 오르면 옆으로 운판, 목어, 법고가 있는 법음루와 경전을 넣고 소원을 비는 윤장대, 범종각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절의 중심 전각인 극락보전 앞에는 3일 후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매달린 연등이 차양을 만든다. 극락보전 옆으로 눈썹바위에 아래 새겨져 있는 마애관세음보살좌상을 보러 가는 419 계단 길이 있다. 계단 입구 앞에는 종무소로 사용하고 있는 무설재중전이 자리 잡고 있다. 마애불은 주위를 둘러보고 올라 볼 생각이었는데 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못 올라 본다. 우선순위의 판단 잘못이다.

 

보문사 석실과 그 앞의 향나무

석굴사원은 경주 석굴암, 군위 삼존석불, 속초 개조암 정도만 있어 우리나라에 드문 석굴 사원이란다. 들어가는 입구는 3개의 홍예문으로 되어 있고, 그 앞에는 6.25 때 죽은 듯하다가 3년 뒤에 소생한 600년 노목 향나무가 보호를 받고 있다.

 

오백나한상과 와불전

진산 사리가 봉안된 33 관음 보탑을 중앙에 두고 500 나한이 감싸는 형상으로 조성된 오백나한과 누워 있는 10m의 와불 부처를 모신 와불전은 천인대에 조성되어 있다.

 

와불전 앞에서 보는 절 마당. 용왕전

보문사에서 석모대교를 넘는 버스는 방향에 따라 두가지로 나뉜다. 31A는 해명신 등산로 아래로 헤서 나룻부리항을 들러 갔다가 외포리로 나가고, 31B는 반대방향인 한가라지고개를 넘어 석모도수목원을 거처 외포리로 간다. 하루 한 대씩 있는 35A, 39A는 민머루해수욕장에 들어가는 게 31A와의 차이다. 결국 A와 B의 노선 차이다.

이번에 출발하는 15:35분 버스는 31A로 나룻부리항을 가는 버스다. 20분이 채 안 걸린다. 31B였으면 석모대교 입구에서 1.6km 정도 걷는 수고를 했어야 했다. 다행히 그 수고를 들었다. 홀로 잠자고 있는 차를 깨워 출발한다. 차가 많이 밀리는지 네비가 가리키는 도착 예정 시간은 올 때 보다 50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린다. 초지대교를 앞두고는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네비가 제법 똑똑하다.

 

나룻부리항시장 대형 간판. 둘의 뒷풀이 식당 두부, 보쌈 전문 용마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