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음악을 보내주는 판돌이 친구가 어제는 클래식이 아닌 곡으로 보내왔다. Simon & Garfunkel이 1981년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에 부른 'April come she will' 동영상에 더해서 '둘다섯'의 '긴 머리 소녀'를 보내왔다. 힢색에 캔맥주를 넣고 점심 후 느지막이 집을 나서서 전철로 향하는 길에 이어폰으로 판돌이의 노래를 듣는다. 부드러운 노래에 발걸음이 운율을 탄다. 4월에 와서 5월에 내 품에 머물다가 6월에 마음이 변해 7월에 훌쩍 떠나버린 그녀를 8월에 잊어버리고 9월에 추억한다는 노래 가사다.
걸음에 보조를 맞춰주던 3S가 다른 schedule이 있고, 김여사는 공원에 친구들을 만나서 산책과 밥 먹으려 했다는데 쫀쫀하게 안됀다고 할 수 없다. 부정은 당연히 만수무강에 지장이 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 홀로 시흥늠내길 1코스 숲길을 걸어 보러 나선 참이다.
늠내길의 이름은 옛 시흥 지역의 고구려시대 지명인 '잉벌노(仍伐奴)'를 우리말로 풀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늠내'는 ‘뻗어 나가는 땅’, ‘넓은 땅’의 의미로 해석된다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늠내길은 4개 코스로 총거리가 56km이다. '숲길' '갯골길' '옛길' '바람길'의 별칭이 각각 붙어 있다.
늠내 숲길은 시흥시층을 출발해서 원점복귀하는 코스로 높지 않은 봉우리들이 여러 개 이어지는 이름대로의 숲길이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맑은 숲 냄새는 머리를 정화시켜준다. 호젓함의 여유가 즐겁다.
1. 누구가 : 나홀로
2. 언 제 : 2022년 4월 30일 토요일
3. 어디로 : 시흥늠내길 1코스[숲길]
4. 얼마나 : 4시간 8분[휴식시간 포함]
▼ 이동경로 : 시흥시청역 3번 출구 - 시흥시청 - 옥녀봉 - 작고개 - 사색의 숲 - 군자봉 정상 - 가재골약수터 - 만남의 숲 - 진덕사 - 가래울 마을 - 잣나무조림지
- 수압봉 - 선사유적공원 - 시흥시청 - 시흥시청역
소사역에서 환승한 서해선은 처음 이용이다. 이쪽 방향으로 올 일이 없어 서해선이 있었는지도 관심 밖이었다. 시흥시청역 3번 출구를 나와 왼쪽에 시흥시청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 장현천변을 따라가면 쉬운데 후문으로 시청을 통과했다. 지역에 선정을 베픈 관리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송덕비 4기가 정문 오른쪽에 서 있다. 안내문에는 3기만 소개하고 있다.
10분 숲길을 오르면 운동기구가 몇 대 설치된 옥녀봉이다. 늠내길 표지판과 리본이 근래에 설치한 듯 색깔이 선명하다.
옥녀봉은 옛날 옥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산 밑에 있는 삼신우물에서 목욕했다는 전설을 지닌 곳이다. 리키다소나무, 참나무, 아카시가 숲을 이루는 아기자기한 산이다. 은근하게 퍼져 나오는 솔향에 공기 질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군자동과 능곡동을 잇고, 옥녀봉과 군자봉 사이의 고갯길로 아무리 높은 벼슬아치도 이 고개를 넘으려면 발굽이 불어 반드시 내려서 걸어야 했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지금 보면 그리 험한 고개는 아닐 듯 하니 설은 설이다.
표지는 군자봉 허리를 돌도록 안내하고 있다. 표지판을 따르다 마음이 바뀌어 군자봉 정상을 향한다. 데크계단길을 올라서면 군자정 눈앞에 있다. 높이 199m의 봉우리로 주변지역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군자봉은 삼국시대 한강유역과 남양만의 교통 요지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간신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산으로도 유명하다. 산 정상에는 수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는데 이곳 소원당에서 매년 음력 10월 3일 신곡 맞이 행사로 1천여 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군자성황제를 지내오고 있다.
시흥늠내길에서 군자산을 갔다 오는 데는 10분 정도면 충분하고 쉬는 시간까지 20분 투자하면 되니 올라봄직하다.
숲길은 예전에는 대웅전 옆으로 연결된 그림을 봤는데 지금은 절집 백이삼십 미터 전에 우로 꺾어 들어가도록 표시하고 있다. 이왕지사 절집을 구경하려고 발품을 조금 더 판다.
진덕사(鎭德寺)의 창건 시기나 내력은 전하지 않는다. 사찰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로는 대웅전에 봉안된 석조약사여래좌상(石造藥師如來坐像)이 있다. 이 불상은 1940년대 진덕사를 중창할 때에 출토되었다고 한다. 불상은 몸체 하부는 비대하고 머리 쪽은 작아지는 형태로 높이는 105cm, 어깨 폭은 45cm, 무릎 높이 24cm, 무릎 폭은 62cm 정도이다. 불상의 머리 부분은 시멘트로 보수한 흔적이 있고, 대의(大衣) 등은 몇 가닥 실로 묘사되어 둔중한 느낌을 준다. 약사여래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유하고 재앙을 소멸시켜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부처로서 약사불(藥師佛)이라고도 부른다. 약사불은 왼손에 약병(藥甁)이나 약합약합(藥盒)을 들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진덕사 약사여래는 양손을 중앙으로 가지런히 모아 약합을 들고 있는 독특한 모양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한 양식을 보이는데, 조선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시흥시 향토유적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진덕사,鎭德寺)-
무명봉에서 숲길을 7분여 내려오면 밭 사이로 마을이 시작된다. 가래울 마을이다. 예전부터 가래나무가 많아 그렇게 불리게 되었고 한자로는 ‘추곡(楸谷)’이라 한다. 푸른별 어린이집이 있는 능곡로로 나와 좌로 튼다. 도로를 따라 150m에 가구공장을 가리키는 이정목이 있다. 늠내길 표지판과 리본을 따라 잣나무조림지로 향한다.
개인 소유 땅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과 늠내길을 방향표지가 공존해서 무작정 통과하기가 머뭇거려진다. 혹시 다른 길이 있나 싶어 지나쳐 봤는데 길을 나타내는 표지가 없다. 다시 돌아와 뒤를 잡는 기분을 느끼며 길이 아니라는 표지를 넘어간다.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소리에 새소리들이 묻어 나오는 아늑한 숲길 중에 만난 돌을 그대로 살린 평상에서 돌을 베개 삼아 하늘 보고 누우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 현호색의 보라와 애기똥풀의 노랑이 푸름에 점점이 수놓은 숲길을 걷기 좋다는 말을 자꾸 되뇌게 만든다.
시흥시 향토유적 제20호로 지정된 능곡 선사시대 유적공원은 집터 24기가 밀집 분포된 신석기시대 거주지 유적이다. 움집 4채와 전시각 2개소를 복원하고 시민을 휴식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은 2005~2007년 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곳이다.
능곡선사오름마을 입구를 지나 시흥시청역 로얄듀크 아파트 정문 앞으로 해서 끼고돌아 나오면 시흥대로다. 대로를 건너 장현천 옆길로 갈려니 공사 칸막이가 막고 있어 길이 헷갈린다. 칸막이 옆으로 장현천으로 접근하여 천을 따라 시흥시청 방면으로 진행하니 숨바꼭질한 리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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