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인 이 시국에 이틀 내리 만들어진 술자리가 별스럽다.
그제는 꼭 40년 전에 만나 잊을만 하면 '너 손가락 부러졌냐'하며 연락이 와서 만나는 2년 군 선배랑 시간을 맞췄다. 형 스케쥴을 어찌 알겠소 하고 핑계를 댄다. 기장으로 정년 졸업을 했는데 계약직으로 올해 마지막이라며 아직 조종간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여객기 수요가 바닥일텐데 안 짤리고 있는 것 보면 용하네 하니 졸업한 내가 단가가 좀 싸쟎냐하며 웃는다.
사람에서 화물로 운송 대상이 바뀌었고 유무휴직등 임금비 절감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대한항공이 영업흑자를 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인데 사실이냐 물으니 글세란다. 간혹 타국 화물비행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연료주입하고 조종사만 바톤터치해서는 별로 돈이 안되기도 하는데하고 말을 흐린다.
집짓는 조종사 최기장 선배와 항공대 조종사들 그리고 항공관측으로 파견나온 장교들을 모두 소환해서 그 시절 그 곳으로 간다. 그기서 오가는 대화는 노릿노릿 구워진 곱창꾸이마냥 맛깔스럽고 구수하다.
어제는 한동안 뜸했던 옛직장 동지 두사람과 자리를 만들었다. 형제같은 선배와 후배다. 동종업계에 있어서 안부는 물어도 술 한잔은 한참이 되었다. 겨울이어서 라운딩도 없고 스크린도 찜찜하니 더욱 그렇다. 시절이 그렇게 만들기도 했다. 8시 반이 넘어가자 주인장 눈치를 준다. 문 닫을 시간이라고. 그 때까지 대방어가 모자라 광어를 추가해서 모처럼 허리띠 풀어 놓었다.
그래서 약속한 둘레길 8코스 초반 걸음이 무겁다
1. 누구가 : 승섭이랑 둘이
2. 언 제 : 2021년 02월 06일(토)
3. 어디로 : 인천둘레길 8코스, 승기천-문학산 코스
4. 얼마나 : 2시간 20분 [휴식시간 포함]
이동경로 : 동막역 2번 출구 - 스퀘어원 - 연수체육공원 - 원인재 - 황톳길 - 선학교 - 선학역 - 법주사 - 길마재 - 고마리길 - 삼호현(사모지고개)
10:00 동막역 2번출구를 나오니 잔차를 타고온 승섭이가 기다리고 있다. 인천둘레길 8코스 출발이다.
東幕은 옛날 서쪽에 군대가 있어서 '군막(軍幕)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붙은 지명이라는 설과 뚝을 쌓아 막는다는 '동막이하다'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7코스 끝자락인 동막교 아래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있는 수변으로 내려간다. 산책로로 진행하다 둘레길 표시가 없어 혹시나 하고 올라간 경원대로 사이의 뚝길 위숲길에서 둘레길 안내판을 찾는다.
둘레길의 시작은 동막교의 도로를 건너지 않고 바로 U턴 하여 숲길로 들어가는 것이 답이다.
다리를 건널 때 둘레길은 도로를 건너지 않고 다리 전에 산책로로 내려왔다가 다리를 건너서는 다시 숲길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천둘레길 혹은 연수둘레길을 표시를 찾아 가며 걸으면 된다. 행여 헷갈리면 수변 산책로를 걸으나 위 숲길을 걸으나 뭐가 문제랴.
동춘교를 넘어오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연을 담은 승기천이란 안내문구다. 승기천[承基川]은 지금 수봉산의 남서쪽 해발 60여 m쯤 되는 기슭이 시작점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시작돼 관교동, 남촌동을 지나 동막마을의 동쪽에서 승기천 하구 담수호를 이루었다가 배수 갑문을 통해 황해로 흘러 간다. 길이는 10.33km이다.
이마트, 스퀘어원(Square1)+홈플러스가 연결되어 있다. 복합쇼핑 문화공간 SQUARE1은 인천1호선 동춘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있다. 보고, 느끼고, 먹고, 즐기고, 체험하는 원스톱 몰링 공간 이다.
연수체육공원은 연수동 스퀘어원 건너편에 위치한 공원으로 족구장, 산책로, 지압보도, 농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풋살경기장, 궁도장 등X게임장이 있다.
길은 팔짝지붕, 솟을 대문의 멋들어진 한옥으로 안내한다. 源仁齋이다. 이 앞으로는 차량으로만 지나다녀서 실제 와 보기는 첨이다. 아파트가 벽을 치고 있는 도심 속의 한옥이어서 더 아름답다. 인천이씨의 근원지라는 뜻이다.
원인재는 인천 이씨 중시조인 이허겸의 묘 앞에 세운 건물이다. 중시조란 이름이 별로 없던 성(姓)씨를 가진 집안을 일으켜 세운 선조를 말한다. 『고려사』에 보면 그의 선조는 신라 때부터 지금의 인천인 소성현에 살았는데, 신라 사신으로 중국 당나라에 갔다가 천자로부터 성(姓)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 이씨가 고려시대 귀족대열에 낄 수 있게 된 것은 이허겸 때부터로, 그의 손녀 3명이 모두 현종의 비(妃)가 되었다. 첫째 손녀는 원성황후로 덕종과 정종 두 왕을, 둘째 손녀는 문종을 낳았다. 그 뒤 문종에서 인종에 이르기까지 7대에 걸쳐 귀족정치의 막강한 파벌을 이루었다.
이 건물을 언제 세웠는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32대 손과 33대 손의 글을 통해, 조선 순조 7년(1807) 혹은 고종 4년(1835)에 세운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근처 신지마을에 있었으나 택지개발로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겼다.
맨발로 황토를 밟으며 힐링을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700m 길이의 황톳길 둘레길. 족욕설비도 갖추어 있다. 습식운영은 낮은 기온과 기타 여건으로 지난 10월에 종료하고 올 상반기 5월경에 다시 운영할 예정이란다.
선학교를 지나 수변산책로를 지나오는데 푸더덕거려서 보니 꿩이다. 장기는 아니고 암놈이다. 대동아파트 담장을 끼고 선학역으로 향한다. 오른편에 서 있는 풍차 제는 뭔지 모르겠다. 쉼터인가?
좁은길은 경원대교와 만나는데 그 지점이 둘레길의 승기천 구강과 문학산 구간으로 분리되는 지점이다.
인천둘레길는 문학산 구간에서 8코스와 8-1코스로 나누어 진다. 길마재까지는 같이 왔다가 8코스는 고마리길로 해서 문학터널 입구 위를 지나 삼호현에 도착하는 코스이고 8-1은 길마산, 선유봉, 문학산성으로 해서 삼호형에 오는 코스다. 얼마전 인천종주길을 걸을 때 코스가 둘레길 8-1코스와 같아서 오늘은 첫 출발부터 8코스 하기로 했다.
한해살이 풀인 고마리는 더러운 물을 정화 시켜 준다고 하여 고마운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풀이고 번식력이 강하여 이제 '고만’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가에 자라면서 수질이 나쁜 곳에서도 자라는 특성 때문에 물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8~9월에 피는 꽃은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모여 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꽃 뭉치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10송이 이상의 꽃이 같이 모여 피어난다.
고마리는 어혈을 풀어주고 해독에 도움을 주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과수원과 작은 밭 사잇길로 나와서 작은 마을길을 따라 제2경인고속도로 문학IC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만난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턴다. 그기에 요즘은 도심에 보기 힘든 연탄가게가 있어 먼 옛기억을 떠 올린다. 그리고 안도현 시인의 시 한 편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을 소환해서 강한 여운을 주는 구절이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인천둘레길 8코스는 이별이 있는 고개 삼호현(사모지 고개)에서 멈추고 다시 인천둘레길 9코스로 잇는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승기천을 따라 걷는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겁게 걸을 수 있고 문학산 둘레길도 능선을 타고 도는 길이어서 무난하다. 그런데 오늘은 얼었던 길이 녹기 시작해서 길바닥 환경이 엉망진창이다. 등산화와 바지 하단에 들러붙은 진흙은 길을 걸은 훈장인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