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구경

전형적인 빨간지붕의 중세도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자어즐 2019. 4. 12. 22:01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의 6개국 가운데 하나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는 중부유럽 교통의 요지로써 동과 서를 향하는 여행자의 기착지로 이름을 알렸다. 그렇기에 자그레브는 동서양의 가교다. 러시아를 횡단해 런던까지 이어지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가 자그레브를 통과하며 이스탄불과 베오그라드,(비엔나)과 서유럽이 연결되어 있다.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나우강(다뉴브강) 지류인 사바강과 메드베드니카 산은 도심을 감싸고 있다. 지난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겪게 된 처절한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옛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냈다.

자그레브 역사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그라덱(Gradec)과 캅톨(Kaptol)이라고 부르는 두 개의 언덕에 집중돼 있다. 이 도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진다. 중세도시의 품격 있는 건축물이 가득한 올드타운과 크로아티아 경제 중심지임을 실감할 수 있는 상업지구 로워타운, 그리고 고층건물이 늘어선 신도시 신 자그레브까지.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라면 으레 그렇듯 구획 별로 정리된 시간의 흔적들이 마치 문신처럼 도시에 새겨져 있다.

 

반옐라치치 광장 [Ban Jelačić Square]

이 광장은 자그레브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장소로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광장 주변은 현대적이고 고풍적인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트램을 제외하고는 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이 광장은 17세기 오스트로-헝가리 스타일로 건설되었으며, 중앙에는 184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침입을 물리친 전쟁 영웅 반옐라치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우스피냐차 케이블카[Uspinjača]

1890년대에 세워진 우스피냐차 케이블카는 자그레브 최초의 현대식 교통수단이다. 케이블카는 총 40m 정도 되는 약 40도의 급경사를 오르내리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고 있다. 물론 짧은 거리를 10분에 한 대 꼴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보단 걸어 오르내리는 것이 더 빠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이면서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재미 삼아 한 번 타보는 것도 좋다.

 


크로아티아 나이브 아트 박물관[Croatian Museum of Naive art]

나이브 아트(Naive Art)는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일부 작가들이 그린 작품 경향을 말한다. 특히 크로아티아 미술사에서도 1930년대 이후에 헝가리 접경지역의 홀바인 마을의 홀바인 스쿨을 중심으로 농노나 지역민을 중심으로 그린 나이브 아트가 유행했고 이들중 일부는 전문적 화가로 발전했단다.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로 꼽히는 니콜라 테슬라. 2005년 말 크로아티아는 테슬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정했고, 세르비아는 2006년 3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이름을 ‘테슬라 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를 두고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서로 자기 나라의 발명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으로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테슬라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테슬라는 현대 전기문명을 완성한 천재 과학자다.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이 되는 교류를 발명했으며, 수많은 전기 실험으로 ‘거의 모든 현대기술의 원조’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 시대를 앞선 과학적 통찰력과 독특한 삶 덕분에 많은 문학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교류발전기와 송·배전 시스템,테슬라코일(Tesla Coil)을 사용해 만든 최초의 형광등과 네온등...

많은 발명품을 만들고 현대 과학기술을 예견하고 아이디어를 준 테슬라는 그의 업적만큼 살았을 때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라이벌이었던 에디슨 때문에 그의 업적은 많이 가려졌었다. 그러나 세상은 시대를 앞서갔던 테슬라를 잊지 않았다. 1961년 국제순수 및 응용물리학 연맹(IUPAP)의 표준단위 및 그 정의에 관한 위원회는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테슬라의 이름을 딴 T(Tesla)를 쓰기로 했고, 엘러 머스크가 세운 테슬라 모터스라는 전기 자동차 제조회사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르코 성당 [Crkva Sv. Marka,St. Mark Church]

그라데츠 지역의 중심에 있는 성 마르코 성당은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다. 성당은 크로아티아를 상징하는 타일 모자이크 지붕으로 유명한데, 갈색과 청색 그리고 흰색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지붕 오른쪽에는 자그레브의 문장이, 왼쪽에는 크로아티아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건물은 14~15세기에 걸쳐 건축이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고딕 양식이지만, 창문만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독특하다. 성당 내부에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이반 에스트로비치의 조각 작품들도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도 볼 수 있다.

 

반스키 드보리 대통령궁 [Banski Dvori]

한때 크로아티아 총독이 이곳에 거주했기 때문에 종종 '총독의 궁전'으로도 불린다. 자그레브 시가지에 있으며 성마르크 성당(St. Mark Church)의 정면에 위치한다. 국회의사당 건물과 닮은꼴로 지어졌으며 건물 모두가 18세기의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다. 건물은 단층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의원실, 문서보관소, 법정, 정부기관 사무실, 대통령 사재가 있다. 화려한 수문장들이 지키고 있으며 수문장 교대식은 4월에서 9월까지 매 주말 정오에 개최된다

 

Gradska ljekarna Zagreb.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중 하나이며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스톤게이트[Kamenita Vrata]성모마리아의 성화가 있는 돌문

스톤게이트는 자그레브 구시가를 형성하는 두 개의 언덕 중 하나인 그라데츠 언덕에 있는 아치로 된 작은 터널이다. 초기에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문이었지만, 18세기경 돌로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에는 5개의 문이 있었지만 1731년 그라데츠 언덕의 대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지붕 모양의 돌문만 남았는데, 그 잿더미 속에서 전혀 손상되지 않은 성모마리아의 성화가 발견되어 이곳은 성지처럼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톤게이트 입구에는 사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독살 당했던 소설 속 비극의 여성이 하트가 그려진 열쇠를 쥐고 있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 흥미롭다

 

크라바타[Kravata] 수가공 넥타이

크로아티아는 현재 비즈니스맨들이 매는 넥타이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다. 물론 처음부터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병사들의 전유물이었다.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전쟁에 나갈 때 크라바타라는 천을 목에 묶었다. 크라바타는 아내나 애인이 전쟁에 나가는 남편 또는 연인을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랑의 징표이자, 무사 귀환의 부적이었다.

자그레브 대성당 앞 광장에는 성모상과 수호성인의 화려한 조각상.

 

자그레브 대성당[Zagreb[Katedrala] 

자그레브 대성당은 1093년 처음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1242년 타타르족의 침입 때 방화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후 재건축되었지만, 1880년 지진으로 인해 성당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88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다. 현재도 성당 외부 일부가 공사 중이다. 성당은 전반적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높이 솟아 있는 108m의 쌍둥이 첨탑은 후반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처음엔 똑같이 만들어졌던 것이 손상되면서 그 높이가 달라졌다고 한다. 내부는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인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단들이 있고, 보물급 유물들도 10개 이상이 이곳에 있다. 또한 13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벽에 새겨진 상형 문자도 눈여겨봐야 한다. 슈페판 대성당으로 불리는 이 건축물은 높이 105m로 자그레브 시내에서는 거의 다 보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행자에게 좌우 첨탑의 위치에 따라 나침반 역할도 해주는 소중한 문화재다성당 앞 광장에는 성모상과 수호성인의 화려한 조각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