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구경

그때 그대로인 호이안 올드 타운

자어즐 2018. 12. 17. 22:48


다낭에서 호이안 가는 길에는 하미마을을 지난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증오비(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이것이 이곳 뿐만아니고 50,60기 정도가 베트남 전역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지원사업등으로 자존심 강한 베트남에서 역사 왜곡 행위가 되는 비문 수정이나 철거는 할 수 없는 대신 대리석으로 덮어 두고 있다고 한다. 지원등으로 마음을 움직여 그렇게 해준 것인지 압력이나 회유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국가가 사과해야 할 일이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은 무기를 팔고 일본은 군수물자를 팔고 우리는 젊은 피를 팔았다. 그 피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기간 산업을 발전시켜 우리나라의 성장에 이바지했다. 그래서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라고 노래까지 부르며 환영하지 않았든가.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전쟁의 아픈 단면으로 치부하기에는 가슴 답답한 일이다. 


2% 부족한 듯한 마사지를 받고 다낭에서 30km 떨어진 호이얀으로 들어 온다. 교통정체가 없는 도로에 우리네 운전 습관으로는 무지 답답한 속도로 50여분이나 걸려서 온다.

16세기 중엽 신항로 개척에 나선 에스파니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 상인들은 당시 동남아에서 가장 융성하던 참파왕국의 람압포(Lâm Ấp Phố)를 페르시아 만에서 중국 명(明)으로 이어지는 무역항로의 중간기착지로 삼았는데, 다낭 남쪽 호이안(Hội An/會安)이 바로 람압포였다. 동남아 최대항구였던 람압포에서는 동․서양의 물건이 교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역상들의 집단거주지까지 형성되어 동․서양의 문물이 크게 유통되었다. 특히 중국 상인과 일본상인들의 거주지가 많이 남아있다. 18세기 이후 무역의 중심이 다낭으로 옮겨진 덕에 퇴락하였고 옛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1999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전체가 지정되었다.

 

복고적인 도시 외곽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니 올드타운(구시가지)를 걸으면서 옛 정취를 느껴보자. 베트남 현지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어 저녁은 현지식으로 예약되어 있다. 공예품이나 가죽,실크,진주...가게를 구경하다가 무역 상인들이 머물렀던 건물에 들어선 펍이나 카페에서 맥주나 커피 한잔하며 사람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해가지면 호이안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거리 곳곳이 네온사인이 형형색색의 등불로 밝혀지고,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에는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띄워 보낸 수백 개의 소원등이 떠다니면서 화려한 불빛이 수놓는 환상적인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아울러 야시장의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이 곳을 구경하는 목적이다. 

 

 
▼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의 낮 전경


내원교[來遠橋 , Cau Lai Vien]. 일본교라고 불리는 내원교는 호이안 올드타운의 상징으로 가이드가 베트남 화폐 20,000동 짜리를

   보여주며 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여기라고 설명해 준다.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다리다.

 

▼ 내원교에 2층 건물이 세워져 있고 사당이 있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픈데 그냥 지나친다. 사람들이 많아서 일행을 놓치면 미아되기

   쉽상이라 졸졸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곳을 들어가는 데도 입장권이 필요해서 인가...


 

廣肇會館[광조회관] 1786년 광동 출신 화교들이 관우를 모시기 위해 건립한 사당이자 집회소이다. 그래서 광동회관이라고도 한다. 


▼ 패루를 지나 본걸물로 들어가는 입구 위에는 廣肇會館[광조회관],慈雲鏡海[자운경해],好義可嘉[호의가가]라는 현판이 차례로

   붙어 있다. 자운경해는 무역업에 종가하는 그들이 바다가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것이고 호의가이는 의로움을 따르고 착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을 표현해 놓은 듯하다.

 

▼ 悠久[유구] 자손대대 오랫동안 유지하라는 의미인 듯. 사람에 밀려 건성건성 지나며 보니 관우와 유비,장비의 그림이 더러 붙어

   있다.  광동상인들이 바다의 신과, 재물의 신으로 여기는 관우, 그리고 그들의 조상을 제사 지냈는데, 지금도 매년 지내고 있다고 한다.



▼ 패문을 나가기 전 좌우 벽에 쓰여 있는 글. 예전부터 내려온 것인지 새로 적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멀리 떠나온 그들끼리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가옥[Tan Ky House , Nha Co Tan Ky]  19세기 초에 지어진 가옥으로 베트남 전통 가옥 형태에 게껍질 모양의 천장을 한

   일본 건축기법과 곳곳에 쓰인 한자 등 중국의 건축 기법이 어우러진 호이안의 전형적인 고가(古家)이다. 집 뒤쪽에 강이 있는데

   과거에는 호이안에 머무르던 외국 상인들이 잠시 투숙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이 집을 지은 7대 후손이 거주하고 있다.


 

▼ 투본강이 범람하여 물이 찬 수위를 그 날짜와 함께 표시해 두어 기억하려는 모양이다. 기둥은 흑단으로 만들었단다. 지금은 자단과

   더불어 귀하고 고가의 나무로 알려져있다.

 

투본 강물이 불어났을 때 아래층에 진열해두었던 물건들을 2층으로 긴급히 옮기기 쉽도록 천정에 만든 들마루가 재미있다.





 

▼ 호이안의 명물 시클로. 덮게 있는 유모차 모양으로 좀 허술하게 보인다. 한바퀴 도는데 20~25분 걸리고 20만동(일만원) 정도란다.

   우리 팀은 두발로 걸어다니기로 했다. 선택관광의 항목에 들어 있고 20$로 되어 있다.




 안호이다리(An Hoi Bridge) 건너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거리구경 나선다. 버스에서 가이드가 호이안에서 살만한 것 세가지를 추천

   한다. 첫째가 실크제품이고 두번째가 케시미어인데 100%라고 한다. 한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스카프나 목도리가 만원이면 

   살 수 있단다. 세번째가 물소통가죽으로 만든 제품, 베트남에는 물소가 많은데 고기가 질겨서 식용보다는 주로 가죽을 이용하니

   가성비가 좋다고. 흥정하는 것도 귀뜸해 준다.  



 김여사 신이났다. 진주가게가 있어서 먼저 들어가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결국 진주목걸이에 귀걸이까지 진짜이고 그나마 모양이

   좋다고 거금(?) 110$를 주고 산다. 실크와 케시미어 목도리도 2개 사둔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염상태는 아직 부족하다.

 

▼ Kwiatkowsky Square 크비아트콥스키 광장.폴란드 건축가 Kazimierz Kwaiatowsky를 기리는 동상이 있는 광장. 호이안 올드타운이

  유네스코 셰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 어둠이 깔리고 투본강에 하나 둘 등불이 움직이는 광경은 닞과는 180도 다른 변신한 모습이다.


▼ 투본강 강변의 식당에서 쌀국수랑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고 야시장 구경 나선다. 입구에 등을 파는 가게부터 있다.


▼ 이 대목에서 비가 잠시 그쳐 주면 이뻐서 엉덩이라도 두드려줄텐데, 이넘의 비는 눈치도 없다.




▼ 개구리도 발가 벗고 주인을 기다린다.


▼ 베트남 모자는 한국 발음으로 하면 논, 농, 농라(Nón Lá)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Nón Lá보다는 Nón 이라고 많이 부른다. 사진에

   나 등장하는 과일 파는 베트남 아줌마의 모습.


호이안 야시장 거리에 걸려있는 등불. 얼마냐고 물으면 대개 9달러를 제시하지만 그냥 돌아서 가려고 하면 다시 붙잡고 8달러를

    부른다.



등불을 달고있는 나룻배와 소원등으로 가득한 호이안 투본강. 강가에선 나룻배를 타라는 호객행위가 상당하다. 특히 30만동(한화

    약 1만5,000원)에서 50만동(한화 약 2만5,000원)까지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10만동(한화 5,000원)이면 소원초 2개와 함께

    20분 간의 유람이 가능하다. 선택관광에 등띄우기+음료1잔에 30$이라고 되어있다. 비가와서 이것도 패스다. 


▼ 건너편에서 강물이 소원등을 줄줄이 내려놓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희망 촛불 주인들을 대신하는 것인지 나도 궁금타.



호이안의 소문난 맛집 반미프엉. 메뉴는 반미다. 쌀로 만든 바게트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베트남식 샌드위치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느껴지는 베트남 특유의 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밤 늦게까지 줄서서 먹어야 하는 이곳에 한국사람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한국말로 고수 빼주세요 하면 알아듣는다. 전날 부탁을 했더니 가이드가 줄을 서서 우리들 일행의 수대로 사서 나누어 준다. 밤에 호텔에서 돌아와 술 한잔하고 먹을려니 배가 불러서 한개는 못 먹고 반 개만 먹어보는데 맛은 굿이다. 한끼의 식사대용으로도 안성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