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기

부산 초량 이바구길

자어즐 2017. 5. 2. 11:53

 

출근하듯이 그 시간에 집을 나와 광명역으로 향한다. 부전동 쪽에 볼일이 있어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다.

평일 아침인데도 빈자리 없이 꽉 찼다. 갑자기 예매를 하게 되어 역방향밖에 자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2시간 20분간 차창밖으로 주위

배경이 빠르게 밀려 나간다.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아들을 데리고 아파트 뒷편 백양산 자락을 살작 넘어면 초읍 어린이대공원에 이르

고 그기서 놀다가 능선길 따라 넘어 오던 일, 만덕터널 위쪽 남문 쪽으로 금정산성마을을 설설 걷던 생각에 내려오다 만나는 꿩 샤브

샤브집... 예전의 상념도 속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볼 일이 의외로 빨리 끝나서 세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역에서 표를 바꿀까 하다가 친구에게 들은 초량 산복도로가 생각나서 기왕에 왔으니 구경이나 해 보기로 한다. 이름하여 초량의 이바구길.

 

1. 누구가 : 홀로 출장길에

2. 언   제 : 2017년 04월 27일(목) 

3. 어디로 : 부산 초량 이바구길

4. 얼마나 :

 

이동경로 : 부산역 - 담장겔러리 - 동구인물사담장 - 이바구 정거장 - 김민부 전망대 - 이야기충전소 - 당산 - 이야기 공작소


7번 출구에서 바닥에 표시된 이바구길을 보고 무작정 들어 선다. (구)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는 몰라서 통과하고 담장겔러리 입구

    는 쉽게 눈에 들어 온다.


짧은 구간 골목길이 겔러리가 되었다. 하늘아래 나지막이 자리잡은 희망마을을 품은 구봉산의 옛보습과 마을의 흑백사진이 있고

    자주걷는 길과 구부러진 골목의 시가 있다.


골목길 막바지에 몇칸의 계단을 오르면 앞이 열리고 초량초등학교가 등장한다. 오른편으로 시선을 두면 부산에서 최초로 생긴 초량

   교회가 서있다.


초량초등학교의 담장을 활용, 동구를 빛낸 인물들과 초량초등학교 출신의 한류스타 소개한다.




▼ 초량초등학교가 배출한 스타 나훈아,이경규,박칼린을 만나고 인물사 담장의 끝에는 오십년전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시절에나

   있었음직한 문방구가 아이들의 등하교를 기다린다.


▼ 이바구 정거장. 원래 이바구 길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바구를 한트럭씩 쏟아내도 모자랄 고령의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산복

    도로를 오가며 쉬어가기도 하고 희노애락을 나누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 168계단의 전초 계단

 

 ▼ 168개의 계단으로 된 168계단길. 좌측에 우물하나 있고 우측에는 모노레일 승강장이 있다. 지금은 우물이 음용불가로 되어 있지만

     예전에 수도가 없을 때에는 중요한 식수원으로서 물동이를 이고,지고 오르내렸을 168계단의 애환이 숨어 있다.


▼ 모노레일은 수리중. 오는 날이 장날이다. 작년 6월에 정식 운행된 이것은 고령의 마을 주민의 이동 수단이자 구경온 이들의 관광

   수단이기도 하단다.


 

                   ▼ 김민부 전망대로...가파른 계단은 계속 하늘을 오른다. 168계단 진짜 내가 살라 봤단다.


▼ 45도는 됨직한 모노레일의 이동 


▼ 고등학교 1학년에 등단한 천재시인이자 라디오 자갈치아지매의 피디였던 김민부는 유명한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가이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릴 법한 곳, 부산항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이 시인을 기리기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  장일남 작곡하고 김민부 작사한 '기다리는 마음'이 새겨져 있는 담벼락.

    일출봉에 해뜨거든 날 불러주오/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빨래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 김민부전망대에서의 부산항. 이곳에서도 쇼핑왕 루이를 촬영했는가 보다.

 

▼ 쇼핑왕 루이가 뭔고 찿아보니 작년 하반기에 방영된 드라마로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었던 남자가 날개없는 천사를 만나 돈으로

    쇼핑불가능한 사랑의 정서를 귀하게 얻어가는 로맨틱코메디란다.


▼ 계단을 오르는 한켠에 눈에 띄는 다락방 장난감박물관.




▼ 모노레일과 계단의 끝. 바람집 위 전망대.






▼ 이바구 충전소. 초량이바구길의 여행안내소이자 휴식공간이고 게스트하우스이기도 하다. 전망이 좋고 숙박료도 저렴하단다.



▼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을 모신다는 신령각이 있는 당산.


▼ 이바구공작소 전망대.


▼ 여기가 산복도로 만디(꼭데기)인가. 눈에 익은 듯 아닌 듯 헷갈린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명절 때마다 작은 아버지랑

   고모부랑 찿은 곳이 이곳인데 아리송하다. 부산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로 산복도로로 와서는 가게에서 정종 한병 사들고

   할아버지를 찿아 뵌것이 부산에 오기 전까지다.


▼ 그리고는 내 몫이되어 아들을 목마테우고 김여사랑 셋이서 동의대학교를 거처 구봉산 자락을 찿은 기억이 새롭다.


▼ 배 형상으로 만든 공작소는 이곳사람들의 삶과 기록이있다.


▼ 그 기록들이 산복도로의 소소한 이야기가 되어 세월따라 벽면에 새겨져 있다.

 


 

▼ 돌아가는 길이 뭔가가 잡는 느낌이었던 것은 이바구길의 구성요소중애 몇가지를 빼 먹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장기려(1911~1995) 박사 기념관 '더 나눔 센터'와 1년 뒤에야 주소지로 배달된다는 느린 우체통이 있는 청마

   유치환(1908~1967) 선생의 기념관을 생략했다.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던 방문이기 땜에 머리속에 지도가 없어서 이다. 

 

▼ 초량 이바구길의 끝인 게스트하우스 까꼬막[산비탈]과 까꼬막카페 일명 천지삐까리에서의 차 한의 여유도 못 보고 발길을 돌린다.


▼ 다락방 장난감 옆으로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두었길래 쥔장에게 부탁을 했더니 준비가 안 되었다고...


▼ 입구 메뉴에는 있는데...안에는 옛날 기억이 안 물건들이 천지삐까리다[수두룩하다].


▼ 168계단 입구에 있는 168도시락국[도시락+시락국]집. 추억의 도시락이 있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단다.


▼ 약간의 여유가 있어 차이나 타운도 거닌다.


▼ 부산역에서 보는 구봉산.

 

초량의 산복도로는 가난의 상징과도 같은 마을이다. 어릴 때 투영된 이곳 산비탈에 구비구비 돌아 오르던 골목길과 빈민촌은 아마도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착하고픈 동네가 아니었을 게다. 그런 곳이 관광지가 되는데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쉿 이곳은 주택가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여 주듯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 하소연 할 곳 없고, 가난이 외지인들의 구경거리가 된다는 불편함은 해소되기 힘들지 않은지... 

기왕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려고 만든 길이라면, 부산역에서 부터 한바퀴 돌며 요소요소를 모두 찿아 볼수 있도록 안내(거리,방향)와 홍보가 좀더 보완되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나처럼 기차시간의 여유가 있어 준비 없이 길을 건너면, 7번출구를 나와 길 찿기에 급급하여 (옛)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가 초량 이바구길의 시점인지 모를 수도 있다. 게시판이 서 있었던 것도 같은데 그 아래서 뭔가를 홍보하는 사람들로 인해 바쁘게 지나친 잘못도 있다.

우짜던동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어도 과거로 돌려보는 시간여행이기도 해서 나름 의미가 있었고 짧은 구간이지만 괜찮았다.

다음에는 1.5km 초량이바구길 구석구석을 훓어 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