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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검도 예술극장[조나단의 커피]

자어즐 2018. 8. 4. 19:35

여주의 파사성에 올라 서서 남한강을 두루 살피다가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를 찾아보고, 마음이 동하면 황포돛대에 몸을 싣고 강바람에 더위를 날려보자, 그러다 신륵사에서 저녁 종소리도 들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어 김여사랑 전날 여주나 다녀올까 했다.

근데 김여사 아는 이가 동검도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한잔 할 수 있는 근사한 예술극장이 있다고 한번 가 보라 권한단다. 아마도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아니 가까이에 그런게 있나 하고 여주는 다음으로 미룬다.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해서 13:30에 상영하는 영화 보이콰이어를 예약한다. 낮시간 식사와 차 한잔과 영화 한편의 패키지가 23,000원이라 금액도 착한 듯 하다. 한시간 전 쯤에 오면 된다는 답도 듣는다.

별헤는집으로 네비에 입력하고  해안도로에서 초지대교를 건너 함허동천 방향 좌측으로 15분 정도 진행하면 동검도 들어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동검교를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평일날은 진입금지 방향으로 들어오라고 안내되어 있어 말잘 듣는 학생이 된다. 차가 안밀려 예정보다 30분이 이른 시간에 강화도의 아기섬 동검도로 들어 선다..

 

멀리까지 갯벌인 바닷가 좁은 길 너머 크지않은 목조 2층건물 앞에서 차가 멈춘다. JONATHAN'S COFFEEF란 제목이 붙어 있다. 내리는 김여사의 표정이 신통찮다. 예술극장이 작다고는 해도 조성된 작은 공원에 분위기 있게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상상을 한 모양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자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장이 반긴다. 2층 테이블에 예약자 이름이 있으니 그 자리로 가라고 안내한다. 극장의 출입구인 문틈으로 앞의 영화가 상영되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문 옆에는 35석의 영화관 좌석에 예약자 이름이 적힌 판넬이 붙어 있다. 입금된 순으로 좌석배정을 했노라고 설명되어 있고 내이름도 20,21번에 보인다.

'DRFA 365 예술극장'의 DRFA가 뭔고하니 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의 이니셜이다. 보관된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한다는 얘기다. 보관된 필름이라하면 의미 있는 고전영화나 희기 필름, 꼭 봐야 할 필름들을 칭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부터 곤드레밥과 함박스테이크 중 택1이라서 각 1개씩 주문해둔 식사를 하고, 커피(하와이안 코나 bean) 맛을 음미하자. 그리고 영화 한편 보고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보라고 선전하든지 말든지를 판단해보자.


1. 누구가 : 김여사랑 둘이서

2. 언   제 : 2018년 8월 3일 (금요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중에 하루.

3. 어디로 : 동검도 DRFA365 예술극장[조나단의 커피]

  

  DRFA 365 예술극장의 위치.

  영화감독, 시나리오 라이터 조나단 유의 환영인사.

  이층 카페에 올랐다. 길쭉한 쪽창으로 갯벌이 보이는 이곳은 의자가 두개에서 네개가 있는 6개의 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예약자 이름이 적힌 작은 패가 각 자리에 놓여 있다.

 제철과일 셀러드와 고들베기, 김치, 명란젖,된장국이 먼저 점령.

 우아한 분위기를 원하면 이곳보다 다른 곳을 찾아 보고,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원하면 이곳을 권한다. 

 곤드레밥과 함박스테이크 두가지 밥 맛은 한끼의 식사로 괜찮다. 샐러드도 맛깔스럽다. 개인적으로 곤드레밥에 한표다.

 2층의 다른 한편은 아지트 마냥 거의 막힌 공간에 테이블이 더 준비되어 있다.

▼ 양쪽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

▼ 추억의 명화 테이프들이 일층 한벽면을 빼곡하다.

▼ 김여사는 우엉차, 나는 아메리카노. 패키지관객이 커피,우엉차,유자&라임차 외에 주문시 3,000원 추가로 내는 조항이 있다. 

▼ 상영작들과 그달의 배우 또는 영화 캠프의 안내판도 열을 마추어 벽면을 채운다. 

▼ 아담한 공간에 35명만이 초대받아 자리를 채우자, 조나단 유의 오프닝 음악 한곡이 예술영화관에 왔슴을 알린다. 극장소개와 오늘의 영화 보이과이어의 소개도 간략히 해 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곳에서 영화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강화 동검도에 위치한 'DRFA 365 예술극장'은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유상욱씨가 2013년 문을 열었단다 . 

스웨덴 영화 '천국에 있는 것처럼(2004)'을 보고 감명 받아 이런 귀중한 영화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정말 가치 있고 영화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고전영화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선 일주일, 아니 3일 상영하기도 힘든 현실이어서 이런 공간을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단다. 
그는 영화관을 열 장소를 정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10군데의 후보지 중 제주도를 최종적으로 낙점했었는데, 우연인지 인연인지 마지막으로 한 바퀴 더 돌아보다 동검도에 들어서 드넓은 갯벌과 운치 있는 갈대숲에 반해 결국 이곳에 둥지를 틀었단다. 35석의 소박한 영화관이지만 365일 전 세계의 고전영화와 작가주의 예술 영화, 거장이라 불리는 유명 감독들의 초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BOYCHOIR(2014) 소년합창단.

 불우한 환경에 사생아로 자란 반항적인 아이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하늘이 선물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가는 내용의영화다. 스토리만 보면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전편에 흐르는 음악이 잔잔한 파동을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 와서 메시아의 할렐루야는 속을 후련하게 뚫어 준다.

 

저자 이기주(李起周)의 책 「언어의 온도」가 생각난다.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언어’는 한순간 나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고 소개하는 책이다.

목차 재일 처음 '더 아픈사람'에는 전철안 아픈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에서 할머니는 어떻게 내가 아픈 걸 그리 잘 아냐는 손녀의 물음에 크면 알게된다든지, 늙으면 다 보인다라든지 그런 답이 아니라 더 아픈 사람은 그것을 안단다라고 답한다. 이 영화의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는 카르벨레 선생[더스틴호프만]의 대사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 동검도 DRFA365 예술극장[조나단의 커피]의 모습. 2층 창으로는 식사를하고 차를 마신 카페다.

▼ 영화는 끝나고 문을 나서는데 김여사 여운이 남는 모양이다. 나름 영화도 볼만했고 분위기도 소박하고 아늑해서 소개해도 되겠다는 얘기다.

▼ DRFA BEST 10 :

   빛의화가들,천국에 있는 것처럼,보이콰이어,쇼팽의 야상곡,슈만과 클라라,보리수,그레이트 왈츠,라벤더의 연인들' 부활,물망초

강화도는 위성마냥 몇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다. 석모도,교동도,불음도,주문도... 그중에 서검도 동검도도 있다. 예전에 해상 검문소 역할을 하든 곳이라 이름에 검사할 檢자가 들어있다. 서검도는 중국쪽 동검도는 남쪽 혹은 일본에서 들어오는 선박을 검문하던 섬이란다. 동검도는 강화도 남쪽에 연도교로 연결된 섬 아닌 섬이다. 해안선 길이가 약 7km이고 여의도의 반보다 조금 더 아담한 섬이다.

동검도와 선두리를 이어주는 제방형 연도교가 물길을 막아 갯벌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는데 일부를 해수통과 교량형으로 변경하는 공사가 올초에 완료되어 예전의 건강한 갯벌로 거듭나지 않을가 한다.

동검도는 해돋이, 해넘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썰물로 물이 빠져나가면 멀리까지 갯벌로 둘러 쌓인다. 마을은 섬 서쪽의 큰말과 뒷대, 동북쪽의 서두물이다. 섬내 도로는 차량 두대가 비켜가기 어려운 곳들이 더러 있고 일주도로가 없어 동서를 따로 가야하는 불편이 있다. 

 

 강화도 남단 갯벌은 우리나라 황헤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갯벌 중의 하나다. 그러니 오천만평 갯벌 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라는 문구가 빈말은 아니다.

아담한 섬 동검도에 365예술극장이 4년이상 운영되는 게 신통하다는 생각은 이곳을 경험해 보니 그럴 자격이 있고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겠다. 투박함에 아기자기한 맛과 친근함이 더하고, 왠지 초대 받은 듯한 느낌이어서 좋다. 그기다가 여운이 남는 영화 한편이면 힐링이 따로 없으니 그렇다. 여기를 와 본 사람이면 한번쯤은 와 봐도 괜찮은 곳이라고 소개할 듯하다.

김여사랑 청포도가 익어갈 무렵에 다시한번 찾아 올 참이다. 그 때는 오늘 같이 뜨거운 날씨는 아닐테니 영화를 보고 해안을 따라 걸으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보고도 싶다. 해넘어가는 노을도 눈에 담으면 더욱 좋은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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