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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시장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자어즐 2018. 2. 18. 10:12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설날. 어메 찾아 대구로 내려 왔다. 어제 고향으로 가는 대이동의 부류에 섞여 8시간 넘게 운전해서야 겨우 도착한다. 올림픽도로인 영동고속도로는 어느 명절보다 수월해서 일찍 도착할 것 같았는데 , 머리서서 내륙보다 덜 밀릴것 같은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타려는 원주부터 풍기까지 엄청 밀렸다. 백여km에 4시간을 잡아 먹는다. 늦어도 3시 정도에는 도착할 것으로 예상해서 5시에 친구랑 약속해 두었다만 엄니께 도착 인사하자마자 나와도 지각이다. 그런 자식보고 울 어메 속으로 '날 보러 왔냐, 친구 보러 왔냐'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사십년 공무원생활을 졸업한 친구랑 회포를 푸는 식당에서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선배 한 양반을 만난다. 동네에서도 쉽잖은데 이 또한 설날의 한 장면인가 한다.

일본에 있는 아들이랑 군에가 조카가 빠져 난자리를 크게 느껴며 차례를 지낸다.그리고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의 윤성빈,김지수를 응원하고 윤성빈이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를  이긴 금메달에 환호한다. 속도의 두려움보다는 벽에 부딪히면 아픈 운동이어서 고민했다는 윤성빈은 재능과 지원과 노력으로 설날 이런 기쁨을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수고한 김여사 김광석거리를 한번 가보자고 한다. 몇년전 방천시장에 생긴 그곳을 가 봐야지 하면서도 처가에 들렀다가 까미(강아지) 때문에 올라가기 바빠 생각 뿐이었다. 이번에는 그 녀석이 며칠전 재수명을 다하고 일요일에 멀리 배웅하고나니 급하지 않다. 그러니 김광석을 만나러 갈 여유도 생긴다. 큰동생이랑 이십분이면 족한 그기로 간다.

 

 1. 누구가 : 김여사와 동생과 함께

2. 언   제 : 2018년 02월 16일(금) 정월초하루 설날에

3. 어디로 :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4. 얼마나 :

 

김광석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있어요.

 그 상처는 누군가 반드시 보듬어 안아야만 해요.

 제 노래가 힘겨운 삶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가 되었으면 해요.”

       - 1995년 샘터 9월호 김광석 인터뷰 중에서 -

故김광석은 1964년 1월 22일 대구시 대봉동에서 자유당정권시절 교원노조사태로 교단을 떠났던 전직교사 아버지의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5살 때인 68년 서울 창신동으로 이주했다. 중학교 시절 관현악부 활동을 하면서 선배들로부터 바이올린을 다루고 악보를 보는 법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 합창부로 활동하면서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갔으며, 대학진학 후 연합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선배들과 함께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하였다. 1984년 김민기의 ‘개똥이’ 음반에 참여를 비롯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 등을 거쳤고 1988년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동물원의 1집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1989년 솔로로 데뷔하여 첫 음반을 내놓았으며, 이후 1991년에 2집, 1992년에 3집을 발표하였고, 1994년에 마지막 정규 음반인 4집을 발표하였다. 정규 음반 외에 리메이크 앨범인 다시부르기 1집과 2집을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하였다. 1991년부터 꾸준히 대학로에 위치한 학전 등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하였으며, 1995년 8월에는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웠다. ‘거리에서’, ‘변해가네’,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 애잔하면서도 서정적인 가사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모던포크의 계승자로 각광받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쳐나가던 중 1996년 1월 6일 생을 마감했다.

 

           ▼ 이동경로 : 비람이 불어오던 곳 - 야외공연장 - 남쪽출입구 - 북쪽출압구 - 바람이 불어오던 곳

 

 

 ▼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에 꽁무니를 물어놓고 김광석 길로 들어 선다. 북쪽과 남쪽출입구의 중간 쯤 되는 곳이다.

 

▼ 김광석의 노래가 울리는 길 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걷는다. 제방 담벽락에 그려진 벽화들을 감상하며 사람들이 일렁인다.     그 길로 나도 걷고 김여사도 걷는다. 길 따라 김광석을 만나면서...

 

이등병편지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일어나

 

검은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없는 날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해보는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있는걸
아름다운 꽃일 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 이등병편지,일어나,서른즈음에...젊은 날의 아픔을 잔잔한 목소리로  뿜어 낸다. 나의 서른은 그래서 기억될지도 모른다.

 

▼ 우리 둘의 서른은 스물에 생각하던 그런 서른이 아니어도 단칸방에서 우는 아기 달래며 알콩달콩, 투닥투닥이던 그런 시절이다.

 

 

 

 

▼ 오케스트라 벽화 앞의 기타의자.

 

 

 

 

▼ 옛날에 옛날에...

 

김광석의 포장마차.

 

 

 

 

▼ 남쪽출입구.

 

 

"7년 뒤... 7년뒤에 마흔살이 되면 하소 싶은 데 하나 있어요. 마흔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고 싶어요. 할리데이비슨...멋진 걸로~돈 모아 놨어요." 얘길했더니 주위에서 상당히 걱정을 하시네요. '다리가 닿겠니?'... 그거 타고 세셰일주하고 싶어요. 괜찮겠지요? 타고 가다가 괜찮은 유럽에 아가씨 있으면 뒤에 태우고~ 머리 빡빡 깎고~ 금물 막 이렇게 들여가지고~ 가죽바지 입고~ 체인 막 감고... 나이40에 이러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나비처럼 꿈을 꾸다.

 

 

▼ 그리다(想念) 그리고 그리다(畵)

 

 

 

 

 

서른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북쪽 출입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위치하고 있는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은 거리조성 이전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극히 드물 정도로 어둡고 슬럼화 된 공간이었다.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슬럼화 된 공간을 밝게 꾸미는 프로그램이 계획되어졌으며, 김광석이 대봉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명칭은 김광석이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한 음반 ‘다시부르기’ 에서 착안하여 지어졌으며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면서(想念 Miss) 그린다(畵, Draw)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2010년 11월 20일 90m구간으로 처음 오픈을 했고, 이후 계속해서 작품의 수를 늘려가서 현재 수성교~송죽미용실 350m 구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2014년 가을, 전면 재단장을 했다. 현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주말에는 평균 5,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대구를 대표하는 명소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영원한 歌客 김광석 창작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창작의 거리이다.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것이 아니라 특정한 구간을 예술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대중음악인의 이름을 딴 거리는 전국에서 최초이다.살아생전 김광석이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에 혼을 담아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그저 스쳐지나갔던 차가운 콘크리트가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표현한 작품들로 인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창작을 통해 태어난 거리인만큼 계속해서 다양한 창작자들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 거리에서 김광석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예술가가 만들어지고, 이 거리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지길 기원한다.

 

 

김광석 연표 (1964~1996)

  • 1964 대구시 대봉동 출생
  • 1976 경희중학교 입학
    바이올린, 오보에, 플룻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게 됨
  • 1979 대광고등학교 입학
    합창단원으로 활동
  • 1982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입학
    통기타를 치며 노래 아르바이트 시작
  • 1984 서울지역대학생의 노래연합서클인 ‘연합메아리’의 멤버
    김민기의 ‘개똥이‘ 음반 제작에 참여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 참여
  • 1985 군입대, 제대 후 본격적인 노래인생을 걷기로 결심
  • 1988 동물원 1집 발표
    동물원 2집 발표
  • 1989 김광석 1집 발표
  • 1990 결혼
  • 1991 김광석 2집 발표
  • 1992 김광석 3집 발표
    불교방송 FM <밤의 창가에서> 진행
  • 1993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발표
  • 1994 김광석 4집 발표
    EBS FM <음악의 세계> 진행
  • 1995 김광석 다시부르기 2 발표
    콘서트 1,000회 돌파, 기념 콘서트
  • 1996 귀천
 

 

▼ 대한민국의 라면 이등병 라면은 어떤 맛일꼬. 이골목으로 방천시장에 들어가 막걸리 한잔에 노래 안주하면 그 맛도 삼삼할 건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가네 /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못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가려하오 /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떨어진 거리만큼, 하얀 머리카락 만큼 뒷 모습이 휑해 보이는 것이 쓸퍼라.

 

 

 

 

▼ 이탈리아 바티칸까지 8,977km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원위치. 아메리카노가 진짜 맛있는지 시음하러 들어간다.

 

 

 

 

 

▼ 야외공연장에서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는 언제까지 계속된다. 오래오래~

 

 

동장군이 주춤하는 2018년 설날 김광석이 만든 길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얘기하고 보면서 걸었다. 젊은 날로 돌아가고픈 충동도 인다. 병과학교 훈련받으러 군용열차를 타던 까까머리 군인이 있었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고뇌하던 청년이 있었고 서른즈음에는... 이제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더 가까워 놀란다.

350m 짧은 조우가 못내 아쉽다. 2% 부족한 느낌은 나 만의 것인가. CD 두어개 사가지고 귀경길에 정체되는 시간만큼 실컷 듣고 싶었는데. 서문시장,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의 대표시장이었던 방천시장이 도시의 특성상 쇠락의 길을 걷다가 김광석 길과 더불어 생기가 붙고 있다. 이 두가지를 좀더 조합발전 시켜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김광석의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그릇 말아 먹고 반주 한잔에 안주 고민하다 노래 한곡 청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