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 수락산역으로 가면 되니 아침시간이 여유가 있다. 늦은 잠도 괜찮은데 깨어나는 시간은 어김이 없다. 이럴 때는 연식이 되어감을 느낀다. 베란다 창문에는 비가 온 것인지 오고 있는 것인지 물방울이 맺혀 있다. 모처럼의 산행에 비오면 낭패다 싶어 얼른 날씨 검색을 한다. 9시까지 비고 그후는 맑아지는 예보여서 다행이다만 요즈음 같은 가뭄에 한바탕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한구석에 있다. 비가 오면 다리밑자리 하나 찿아서 준비해 간 곡차 한잔씩 나누면 되고.
8시 22분발 전철이 막 들어오는 순간에 열심히 달려온 총무가 어깨를 친다. 온수역에서 둘이 타고 수원서 오는 명식이가 이수역에서 합쳐니 오늘 정원 다섯이 같은 차로 간다. 수락산 주위에 사는 친구가 오늘 동행하니 산행 코스는 신경 뚝이다. 10시 수락산역 1번 출구에 기다리는 재우랑 인사 나눈다.
김여사랑 둘이서 불암산 넘어 수락산을 찍고 장암으로 내려갔던 것이 얼마 전인 듯한데 벌써 4년이 다 되간다. 그때 아기자기한 바위들 속에 이름 붙은 바위들-치마바위,하강바위,종바위,코끼리바위,베낭바위,철모바위,매바위-을 찿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홈통바위를 못 봐서 다시 오마 한 것이 지금이 되었다.
우리 친구들 온다고 새벽의 비가 알아서 앞에 걸거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청소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덕분에 하늘은 더 푸르고 시계는 멀리까지 나아진다. 눈은 또 얼마나 호강할려는지...
그려.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산행,오르면 오를수록 더 즐거운 산행 만들러 가보자.
1. 누구가 : 명식,병오,승섭,영탁,재우 그리고 나
2. 언 제 : 2017년 6월 10일(토요일) 이른 시간 비 후 맑음.
3. 어디로 : 벽운동계곡-수락산정상-청학동계곡
4. 얼마나 : 5시간43분(식사,휴식시간 포함)
서울 주위에 좋은 산들이 많지만 수락산(높이 638m)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 찾아가도 나름대로의 특색을 보여주는 산이다. 아기자기한 암봉들은 저 멀리 설악산이나 월출산을 찾아간 듯한 느낌도 안겨준다.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에는 금류, 은류, 옥류 폭포와 신라 때 지은 흥국사, 조선조 때 지어진 내원사, 석림사, 궤산정 등 명소가 산재해 있다.
수락산 남쪽에는 불암산이 솟아있고, 서쪽으로 마주 보이는 곳에는 도봉산이 의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수락산의 여러 등산코스 중 서울시민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앞에서 시작하여 학림사와 용굴암을 경유하는 코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출수 수락골에서 시작하여 염불사-신선교-깔딱고개를 경유하는 코스, 수락산역 3번출구 노원골에서 시작하여 노원골약수터-도솔봉을 경유하는 코스이다.
▼ 이동경로 : 수락산역 - 벽운동계곡 - 물개바위 - 쉼터삼거리(새광장) - 안부삼거리 - 치마바위 - 코끼리바위 - 철모바위 - 수락산정상 - 홈통바위(기차바위) - 내원암 - 청학동계곡 - 수리산유원지 - 식당남북통일 - (버스) -당고개역
▼ 수락산역1번 출구로 나오면 동반자를 기다리는 산객들이 무리 무리지어 있다. 아마도 9시나 10시에 많이들 약속했을 게다. 여기서 300여m 이동하면 수락산입구사거리다. 우리는 벽운계곡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 우선 궁금한 것은 며칠전에 이곳에 난 불로 얼마나 많은 훼손이 있었는지, 어디쯤인지...상계동 귀임봉 부근에 축구장 6개 정도의 면적이 잿더미가 되었단다. 방송의 세기에 비해 피해규모가 적어 그나마 다행이다. 원인규명이 잘 되어 재발이 되지 않기를...
▼ 재우친구가 깔딱고개로 바로 올라가는 것보다 안부삼거리에서 정상가는 코스가 볼거리가 많다고 오늘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을 지도를 짚어가며 자세히 해준다.
▼ 10:15. 출발.
▼ 파륜궁을 연마하는 사람들. 파륜궁은 심신단련을 위한 기공인가 이님 교리를 가지는 종교인가...
▼ 10:24 염불사.
▼ 10:32 영원암 갈림길.
▼ 10:39 물개바위. 여러 산객들은 이전에 한번씩 봤으니 새로울 것이 없다는 듯 그냥 지나친다. 나만 처음인가 보다. 인기관리를 못하는 친구다..
▼ 30분 오름에 목마른 사람들. 오늘 가진 것이 시간 뿐이라 구애됨이 없다.
▼ 11:16 쉼터삼거리(새광장). 깔딱고개 방향과 안부사거리 쪽과 갈린다.
▼ 수락교,장락교,벽운교... 다리 몇개를 지나오면서 물소리는 어디가고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 뿐이다.
▼ '왜 그리 빨리 가냐 느린 것이 오래 산다. 거북이 오래 살고 호랑이는 빨리 죽고...' '그럼 옛낭의 왕들은 빨라서 일찍들 하직했냐' '느린것하고 안 움직이는 것하고는 천지 차이지' 요상한 논리들이 전개된다.ㅎㅎ
▼ 11:55 잠시 비알길 오르며 흐르는 구슬 땀 훔치려니 안부삼거리가 코 앞이다.
▼ 불암산 덕릉고개 도솔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길.
▼ 오늘 처음 맞은 조망점. 유난히 파란 하늘과 바위와 소나무가 주인공이고 북한산은 엑스트라로 찬조
▼ 치마바위.
▼ 12:06 치마바위 위.
▼ 원효가 당나라 유학길에 해골바가지 물을 먹고 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식[萬法唯識]을 깨달아 당나라에 갈 필요가 있느냐 해서 가지 않았다는 전해오는 얘기를 빗대어 좋은 경치에 수락을 다 깨달아 도가 텃는데 궂이 올라갈 필요가 있느냐고 되뇌인다.
▼ 도솔봉과 불암산.
▼ 하강바위. 바위밖에 없는 곳에 소나무가 뿌리를 박았는 것이 불가사이다. 분명 나무가 먼저고 바위가 뒤에 생기진 않았을 건데~.
▼ 베낭바위,철모바위.
▼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자체가 신통방통해라. 인위적으로 올려 놓을려면 힘들었을 텐데.
▼ 아래는 종바위가 있고 위에는 새끼 코끼리가 숨었구나.
▼ 재우가 사는 동네가 저기 아래에 있어서 퇴뫼산 저기고 오른쪽 멀리에 천마산이고...중간에 멀리 보이는 것이 축령산이란다.
▼ 12:39 철모바위.
▼ 새광장에서 깔딱고개로 올라왔으면 여기와 마주친다.
▼ 12:48 정상. 구경하며 쉬며 오는데 2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 한반도를 닮은 표지석의 글자를 칠없이 그대로 두었다가 얼마전에 흑색을 입혔단다.
▼ 의정부시내의 한쪽 면을 막고 있는 불곡산.
▼ 시원한 바람에 정상에 오른 여유를 즐긴다. 이동 매점의 빙과를 한 입 물었더니 시원한 기운이 입안에 녹는다.
▼ 바위 틈으로 건너가서 좋은 장소가 있으면 자리를 깔려고 했는 데 마땅치가 않아서 돌아 나온다. 그리로 내려가는 길은 없다.
▼ 13:04 석림사,장암역 내려가는 갈림길. 홈통바위(기차바위) 갈래 말래? 언제 가보겠냐 온 김에 가 봐야지...
▼ 아래서 바위만 찍으면 기도하는 자 바위가 되는 것 같은데 잘못 찍었구나.
▼ 수락산 정상.
▼ 확실히 자리를 깔았다. 한시간이 족발과 함께 지나간다. 총무표 부침개와 유부초밥도 굿이다. 김여사표 북어도 있었다.
▼ 608봉. 우회로와 갈림길.
▼ 14:21 홈통바위(기차바위).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되겠다.
▼ 로프는 여러사람이 사용하면 위험하니 3명이하로 이용하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이쪽 3명, 저쪽 3명 OK다.
▼ 재미있는 놀이에 마냥 즐거운 어린아이 같이 웃음진 친구 얼굴들이 참 좋다. 재우야 이리로 오길 아주 잘했다. 동그라미 5개.
▼ 옆으로 기차가 있을 거라는 그림은 없고 경사가 큰 레일(홈통)이 파여 있어 줄 하나에 메달려 오르내리는 재미가 수월찮다. 우리가 지나온 등로에는 여인의 치마를 펼쳐 놓은 치마바위,떨어질 듯 매달려있는 하강바위, 수줍음에 숨었다가 호기심에 고개 내민 코끼리바위,큰 봇짐 진 베낭바위, 철모바위, 그리고 물개바위도 있었다. 그 중에 으뜸은 여기 기차바위(홈통바위) 일 게다.
▼ 홈통바위 아래 연계된 로프경사길은 위의 것에 비해 별 것 아니다.
▼ 14:34 의정부-도정봉에서 오면 기차바위 입구다. 남양주 별내 청학 쪽으로 내려갈 참이라 기차바위 우회로로 방향을 턴다.
▼ 수락산의 동쪽 사면. 왼쪽이 검단산 예봉산, 오른쪽 불암산 아차산과 롯데타워.
▼ 14:56 원래 오늘의 가이드는 사기막고개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영락대,향로봉의 낮은 봉우리에 또 오르냐는 작은 투정이 있어 내원암으로 안내한다. 내원암까지 500m 의 길은 등객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은 듯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찿아 내려온다.
▼ 내원암은 경기도의 갓바위라는 별칭을 얻고 있을 만큼 수많은 기도 영험담을 갖고 있는 기도도량있다. 미륵부처가 상주하는 곳, 도솔천 내원궁에서 그 이름을 따온 내원암은 수락산 중턱에서 조금 더 올라간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 내원암은 성절(聖寺)이라고 불리어 오던 절로 조선 후기에 왕실의 도움으로 사세를 확장시켰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후사가 없던 정조는 대구 팔공산 파계사의 승려인 용파(龍坡)대사로 하여금 내원암에서 기도를 올리게 하여 후궁인 수빈 박씨에게서 순조를 얻었다고 한다. 그로 말미암아 왕실과 관련을 맺은 내원암은 이후에도 왕실의 내탕금으로 여러 당우들을 중수하는 등 불사를 이어왔다. 이러한 영험 때문인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내원암을 찾는단다.
▼ 작은 꽃이 피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재일 좋아하는 나무라고 친구가 소개한다. 우산을 편 듯 하다.
▼ 금류동천[金流洞天]의 암각문
▼ 내원암에 오르는 228개의 좁고 높은 돌계단. 오를 때는 정상에서 부처를 만날 수 있다는 희열에 주저함이 없단다. 돌아내려가는 길이 있어도 이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며 버릴 것들을 버리고 가잖다. 비움과 버림 없이는 결코 채움과 나눔이 없나니... 어찌 보면 모든 것에 욕심이 아닌 것이 없는 데 나는 뭘 버릴꼬.
▼금류폭포.
▼ 계곡 아래로 내려올수록 실망스럽고 한심하다. 옥류폭포는 접근도 못하고 풀장으로 변해 있다. 거미줄도 아니고 사방으로 쳐진 줄은 뭔지.
▼ 15:58 하산완료.
▼ 남양주 별내 청학리의 식당「남북통일」을 찿아 왔다. 주 메뉴가 버섯샤브샤브 다. 사장이 재우 친구의 테니스 동호인이란다. 식당에 들어오니 이미 등심 생버섯 샤브샤브로 준바거 되어 있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괜찮아서 칼국수에 뽁음밥까지 먹었더니 배가 욕한다.
암벽에서 물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수락산[水落山]을 북한산[北漢山], 도봉산[道峰山], 관악산[冠岳山]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명산으로 인정한다. 산행시간도 적당해서 유인시간만 적으면 자주 찾겠구만 애석ㅎ다.
격의 없는 친구들과 오늘 같이 좋은 날 잡아서 아기자기한 산을 기분 좋게 산핼할 수 있슴이 큰 행운이여서,모두 고맙고 감사하다.특히 오늘 길잡이를 해 주고 맛있는 식당을 안내해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 전한다.
一點二點落霞外(일점이점낙하외) : 한 점 두 점 떨어지는 노을 저멀리
三个四个孤鶩歸(삼개사개고목귀) : 서너 마리 외로운 따오기 돌아온다
峰高剩見半山影(봉고잉견반산영) : 봉우리가 높아 산허리의 그림자 덤으로 본다
水落欲露靑苔磯(수락욕노청태기) : 물이 줄어드니 청태 낀 물 드러나고
去雁低回不能度(거안저회불능도) : 가는 기러기는 낮게 멤돌며 건너지 못하는데
寒鴉欲棲還驚飛(한아욕서환경비) : 겨울 까마귀 깃들려다 도로 놀라 난다
天外極目意何眼(천외극목의하안) : 하늘 한없이 넓은데 뜻도 끝이 있나
黔紅倒景搖晴暉(검홍도경요청휘) : 붉은 빛 머금은 그림자 밝은 빛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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