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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나들이2. 보경사, 환호공원, 죽도시장

자어즐 2023. 2. 26. 18:06

포항 10味. 모리국수는 생선과 해산물 모든 걸 ‘모디’(‘모아’의 사투리) 어 끓인 국이다 하여 모리라는 이름이 붙고 양은 냄비에 갓 잡은 생선과 해산물, 콩나물, 양념, 국수 등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것, 쉽게 말해 매운탕에 국수를 넣은 것과 비슷하다. 어제 찜기에서 구룡포 흰 연기를 뿜어내던 구룡포 대게, 동해 심해에서 잡힌 아구로 끓인 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구룡포 과메기는 당연하고, 보통 닭 또는 한방오리와 17가지 한방재료를 넣고 그 위에 전복, 낙지, 오징어, 꽃게, 새우, 가리비, 곤, 소라 등의 푸짐한 해산물을 넣은 뒤 꼭대기에 문어 혹은 낙지를 넣은 해신탕(海神湯)도 포항 10미의 하나다.

머리고기, 뽈살, 갈비뼈, 양 천엽 등 여러 가지 부위의 고기를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푹 곤 국물이 맑으면서도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포항 소머리곰탕 있고, 영일만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서 죽낚시로 올린 한류성 등 푸른 생선은 식감과 신선도 때문에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단다. 영일대 조개구이도 있고, 어제 먹은 물회가 더 맛이 난 것은 여름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 생선의 살이 오히려 단단하고 기름기가 돌아 더 쫄깃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포항초산채비빔밥이다. 포항초는 포항에서 자란 시금치다. 해풍으로 단련된 잎사귀에 염분을 머금은 포항초와 콩나물, 도라지, 무나물, 취나물 등 하양·검정·초록 3색을 고루 갖춘 각종 산나물로 자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포항초산채비빔밥이다.

 

오늘은 어디로 행차할까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알려진 청하시장에서 동해 바다로 내려오며  바다에 닻 모양으로 설치된 이가리 닻 전망대, 사방기념공원에 들렀다가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에 올라 영일대를 보고 죽도시장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보문사를 못 봤다는 동이를 위해 먼저 보문사와 12폭 중에 한 곳까지만 갔다가 시간상 스페이스워크만 맛보는 걸로 일정을 잡는다.

 

1. 누구가 : CH, JC, WD 셋이

2. 언   제 : 2023. 02 .25(토)

3. 어디로 : 포항. 보경사, 상생폭포 -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 열일대 - 죽도시장 - 포항역

4. 얼마나 : 

 

숙소로 잡은 모텔에서 나와 아침 해장국 집을 찾으려니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침 길을 건너려는 사람에게 급하게 물으니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한우 국밥 전문점 '궁물촌'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소고기 국밥으로 제법 유명새가 있는 집인 듯 신문에 난 기사도 있고 20인분 포장 배달한다는 것도 있고. 소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국밥 맛은 오래전 어머니의 손 맛과도 같아서 한 그릇 뚝박 해치우고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나온다. 한우 곰탕, 육회 비빔밥도 있다.   

 

포항버스터미널 - 내연산 보경사 일주문

궁물촌은 홈플러스와 포항터미널 사이로 약 300m 거리다. 포항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5000번 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가 청하시장을 경유하는 것이 있고 돌아가는 것이 있으니 청하시장을 구경할 사람을 확인이 필요하다. 관광객을 위한 노선이라 월포역을 들어갔다가 보경사 주차장에 데려다준다.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버스정류장(보경사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식당가를 걸어 매표소 온다. 문화재 구역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성인 기준 3,500원이다. 포항시민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2,000원. 산행만 한다고 해도 당연 안 통한다. 

해탈문을 넘어서 보경사 경내로 든다. 보경사 전각에 들기 전 입구의 금강송들이 멋있게 뻗어 있고 오랜 절집의 연륜이 묻어나는 나무들도 있다. 첫 폭포까지 먼저 갔다가 절 구경하기로 하여 지나간다.

 

내연산 12 폭포가 있는 내연산 계곡은 길이가 14㎞에 이른다.  계곡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제1 상생폭포, 제2 보현폭포, 제3 삼보폭포, 제4 잠룡폭포, 제5 무풍폭포, 제6 관음폭포, 제7 연산폭포, 제8 은폭포, 제9 복호1폭포, 제10 복호2폭포 , 제11 실폭포, 제12 시명폭포 순으로 이어진다. 가장 인기가 있는 연산폭포까지는 왕복 약 5km, 시명폭포는 왕복 약 15km 정도 된다. 

 

오르는 길은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이어지고 시작은 걷기 좋은 평지 같은 길이다. 맑은 물소리에 맞춰 발걸음이 경쾌하가. 사이드 백을 달랑 맨 동이가 뒷짐을 지고 앞서 나간다. 

 

문수암과 문수봉(622m), 삼지봉(711m) 오르는 갈림길이 있는 곳의 철재 난간에 文殊 푯말이 붙어 있다. 굽은 소나무들이 동반하여 작은 오르막을 오르면 깊게 보이는 계곡이 멀리 연결되는 게 그림 같다. 

 

내연산 폭포에 대해 "기이한 경치이며 금강산에도 없다"라고 조선시대 유학자 정시한(1625∼1707)은 '산중일기'에서 언급했다. 기암절벽을 양옆에 두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가 만들어내는 절경은 감탄을 절로 나게 하는 비경이라 내연산은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불렸다.

 

단아한 상생폭포는 12 폭포 중 첫 번째 맞는 폭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내연산 대표폭포(연산폭포, 관음폭포, 상생폭포) 중 하나답게 두 줄기 단아한 모습으로 쏟아져 내리는 쌍폭이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상생폭포(相生瀑布)라는 이름은 원래 쌍둥이 폭포를 뜻하는 '쌍생(雙生)'에서 유래해 오래전부터 쌍폭(瀑)으로 불렸다. 두 개의 물줄기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상생(相生)'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ㅆ의 발음이 잘 안 되는 지방이라 상생으로 발음되고 그것에 맞춘 한자를 찾은 것이 相生이라 짐작한다고.

 

보경사에서 제일폭 상생폭포까지 왕복 소요시간은 한 시간이 살짝 넘는다. 범종각이 있는 샛문으로 보경사 경내로 들어온다. 

 

신라의 지명법사가 602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창건했다. 지명은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자신이 진나라의 어떤 도인에게서 받은 팔면 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웃 나라의 침략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했다. 왕이 기뻐하여 그와 함께 동해안 북쪽 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해아현 내연산 아래에 있는 큰 못 속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을 건립한 뒤에 보경사라고 했다고 한다. 

 

천왕문, 5층석탑, 반송

천왕문, 5층석탑, 적광전, 대웅전, 팔상전이 한 줄로 정렬하고 있다. 적광전 앞 5층석탑은 단층 기단(基壇) 위에 5층탑신을 올린 일반형 석탑으로, 일명 금당탑(金堂塔)이라고도 한고 5m 높이다. 적광전 옆에서 금빛을 발하는 반송이 300년 이상 한 자세로 앉아 있다. 가까이서 보면 몸통이 울퉁불퉁한데 전체 모습은 아담하고 참한 모습이다. 둘레에 사람들이 소원을 써서 매달아 놓은 황금 잎새가 주렁주렁 달렸다. 

 

대운전, 팔상전, 원진국사비

대웅전을 보고 뒤로 한 계단 오르면 팔상전, 산령각, 원진각, 영산전, 명부전이 자리 잡고 있다. 영산전 앞에 있는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는 고려 중기의 승려 원진국사의 탑비이다. 원진국사(1171~1221)는 13세에 승려가 되어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수도를 하기도 하였고, 왕의 부름으로 보경사의 주지가 되었다. 능엄경에 능하였으며 51세로 입적하자 고종은 그를 국사(國師)로 예우하고, 시호를 '원진'이라 내리었다.

 

강화 갑곶돈대를 오르는 계단 옆에 400년이나 되는 탱자나무가 천년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여기도 종무소 마당에 비슷한 나이의 탱자나무가 있다. 오래된 탱자나무는 희귀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부처님을 잡고 있으니 성불하지 않았을까...

 

보경사를 탐방하고 나온 때가 점심시간이다. 보경사 입구 식당가를 지나면서 따끈한 국물 하는 집을 찾은 곳이 두부버섯전골을 하는 '백두봉 가든'이다. 이곳 식당들의 첫째 메뉴가 산채비빔밥인 듯하지만 우린 두부버섯전골에다 도토리묵은 그냥 갈 수 없고 동동주는 안 빠진다. 주인장이 친절한 만큼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시간관계상 다른 곳은 건너고 기사 양반에게 환호공원 가까운 정류장에 하차를 부탁한다. 택시기사가 주말에 환호공원은 찾는 사람이 많아서 주차장에 주차하면 빠져나오기 힘들고 스페이스워크도 많이 복잡할 거라고 귀띔해 준다.  

 

약 15.7만 평의 넓이의 환호공원은 5개 테마공원으로 나누었는데 우리는 중앙공원 입구로 공원에 들어왔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주위로 조각작품들이 군데군데 전시되어 있다. 하나하나 찾아서 구경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아쉽지만 가는 길에 있는 작품들은 머물다 간다. '환생' '개미' '돈키호테' ' 내 마음의 전파망원경' '자각의 주' '짜식들' 등등

 

포항시립미술관 기획전시실3,4 : 임선이 《몸을 잃은 새 -다다르는 곳#3》(2023).  로랑 그라소 《이나마》(2022)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Where Must We Go...'라고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생태·환경·사회 등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 상황에서 인간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자연과 문화자연과 인공 등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공동 세계를 바라보는 자리라고 한다.

 

대기열과 스페이스워크의 곡선미.

택시기사의 얘기를 잊고 있었다가 스페이스워크로 가는 비탈길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다. 바닥에 여기서부터 몇 분이라는 문자가 있는 걸 보면 이렇게 대기줄을 서는 것이 특별한 경우는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25분을 대기하고 스페이스워크 계단을 오른다. 성가셔하거나 짜증이 날 것도 같은데 앞뒤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두런두런 재밌게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천천히 줄어드는 열 속에서도 여유롭다. 스페이스워크가 그런 마법을 가졌는가 한다.

 

걷는 것으로도 롤러코스트의 맛을 느끼게 하는 스페이스워크. 놀이기구를 탄 아이들 마냥 신이 났다.

포스코가 전국적인 명소로 조성하고자 작품공모와 함께 설계 9개월 제작 약 13개월의 과정을 거쳐 2021년 11월 18일 준공을 한 국내 최초, 최대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워크(Space Walk)’가 완성 되었다.
‘스페이스워크(Space Walk)’는 독일의 설치미술 및 조형물 부부작가인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설계하여 출품한 작품명 ‘클라우드(Cloud:구름)’가 최종 선정되어 4천925㎡ 부지에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트랙 길이 333m 규모로 717개 계단이 설치된 곡선형 조형물을 포스코 프리미엄 스테인리스 등 강재 317톤으로 만들었다. 포스코가 건립비용 117억 원을 들여 완공한 것을 포항시에 기부하였단다. 이 작가의 2011년 작품 독일 뒤스부르크 에 'Tiger & Turtle Magic Mountain'이 스페이스워크처럼 롤러코스트 형태란다.

스페이스워크에서 내려다 보는 영일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포항의 번화가 영일대 해수욕장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로 살금 기어 나온 누각의 이름이 영일대다. 택시기사 양반 왈 원래 해수욕장 이름은 포항시 북쪽에 있다고 북부해수욕장이었다가 누각이 설치된 이후 개명했다고 한다.

   

스페이스워크의 이용은 무료다.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나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하라는 안내가 입구에 있다. 기상이 악화되면 자동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110cm 이하의 어린이는 출입이 제한된단다. 스페이스워크의 계단을 오르자마자 두 갈래로 나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오른쪽을 갔다가 원위치하여 왼쪽으로 향한다. 360도 회전으로 건너갈 수 없는 루프구간에 도달하여 정복의 인증을 하려고 줄 선 사람들로 지체되기도 한다.

 

하트 모양 찾기. 체험완료후 만족한 모습.

살포시 내려앉은 구름 속을 걷다 보면 하늘로 올라 공중을 부유하는 느낌에 나도 작품의 일원이 되어 본다.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가 포항의 랜드마크가 되어 호미곶, 과메기와 같이 포항 하면 떠오르는 대표가 될지 지켜보자. 대기줄에 기다린 시간과 스페이스워크 체험시간이 25분으로 거의 같다.

 

영일대해수욕장 두무치공영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는 중 '스페이스 정거장'에서 커피 한잔씩 든다. 주차장은 아직 차들이 빡빡하고 그 사이로 모래사장 끝까지 내려와 바다와 마주 선다.

 

지나가는 가족 중에 아비에게 사진을 부탁해서 찍은 첫 셔트가 옆에 있던 딸이 마음에 안드는 지 "아빠 그렇게 말고" 하며 핸드폰을 뺏다시피 하여 찍어 주는데 많이 찍어본 솜씨다. 그걸 보던 어미는 "역시 젊은 아이가 낫다"며 한마디 거든다. 이래 저래 아비는 서럽다.

앞에는 포스코 공장이 바다 위에 뜨있고 오른쪽으로 영일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이 이어지는데 돌아갈 KTX 열차 시간 때문에 영일대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포항에 남은 마지막 시간은 어제저녁을 먹었던 죽도시장이다.

 

어제는 시간관계상 파장분위기여서 설렁하더니만 오늘은 펼쳐진 해산물에 북적되는 사람들 시장냄새가 확 풍긴다. 문어와 게들이 가득하다. 수산물 사장을 어찌 그냥 지나칠 것이냐고 홍이는 매의 눈으로 진열된 것들을 스캔한다. 6kg이 조금 목 미치는 생생한 문어 한 마리를 kg당 30,000원에 낚는다. 사오십분 데쳐서 손질하는 사이 반건 참가자미 2kg 되는 포장 봉지를 하나씩 슬며시 안겨준다. 그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고 황송해라. 사는 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 본 사람과 안 사본 사람의 차이가 크다.  

 

어제 온 손님 다시 왔다고 주인장이 반겨준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것, 제철에 맛볼 수 있는 참가자미 세꼬시와 밀치회로 고르고 량을 늘렸다. 기분에 쫄깃쫄깃한 식감이 어제보다 더 입에 감긴다. 참가자미는 동의보감에 '맛이 달콤하고 기력은 북돋우며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맛을 더하고 홍이의 선물에 김여사 좋아하겠다.

 

청장년 셋이서 발길 가는대로 떠난 1박2일 포항나들이는 친절한 포항 시민들만 만나서 기분 좋은 여행이 되었다. 가성비 좋은 맛있는 음식들이 입을 즐겁게하고 딱히 목적지를 정해둔 것이 아니어서 한결 여유로워서 좋다. 대중교통에 운전해야하는 부담도 없고. 이런 여행을 제안하는 홍이와 투덜투덜해도 잘 따라오는 동이에게 고맙고 시간이 맞지않아 처진 현기에겐 미안타. 한해 두해 세월이 쌓여도 이렇게 부담없이 여행다닐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음이 얼마나 좋은지...